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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g Won-Don's Social Ethics Article Archive

1999/12/15 (22:36) from 164.124.80.166' of 164.124.80.166' Article Number :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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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한국사회에서 NCC가 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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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한국사회에서 NCC가 해야 할 일

강원돈

독일에서 학위과정을 마치고 지난 2월 말 경에 돌아와 보니, 우리 사회는 한편으로는 "국민의 정
부"를 표방한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서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고, 또 다
른 한편으로는 IMF의 경제적 신탁관리 아래서 엄청난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IMF가 부과한 조
건들 가운데 금융개혁, 재벌개혁, 기업의 지배구조 개혁 등은 우리 사회에서도 오랫 동안 요구되
어 왔던 것이어서, 우리 국민이 외부로부터 강요된 개혁을 주체적 개혁으로 바꾸어낼 수 있는 능
력만 갖추면, 국민경제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각 경제주체들, 특히 기업의 효율성이 향상되어 장기
적으로는 한국경제의 체질이 강화될 수 있다고들 말한다. 이번의 외채위기는, 잘 알려져 있듯이,
첫째 제 힘에 부치는 장기적인 투자계획을 은행여신이나 단기해외차입금으로 실현하고자 한 거대
기업들의 실패에서, 둘째 한국경제에서 여러가지 이유로 제대로 조절되지 않은 투자와 소비의 파
행적 관계에서, 셋째 국민경제를 관리하는 정부의 정책적 실패에서 비롯되었다. 개방경제체제에서
경제체질을 개선하고 경제관리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고통과 인내 없이 우리나라의 국민경제와
각 경제주체들의 내일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은 이런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경제위기를 극복하
기 위해 자본과 노동이 동등하게 참여하는 노사정 협의가 시도되고, 관치금융을 청산하고 족벌지
배가 관행화된 거대기업연합을 해체하는 것은 분명히 역사적 의의를 갖는다. 국가가 주도한 자본
화 과정에서 그 동안 쌓여온 병폐들을 해소하고 건전한 시장경제를 육성하는 일은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일단은 거쳐가야 할 길이다. 이 일은 제대로 수행되어야 하고, 아래로부터의 참여와
통제가 민주적으로 조직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를 위한 토론이 아직
충분히 활성화되어 있지 않고, 이 토론에서 다루어져야 할 중요한 개념들이 아직 분명하게 밝혀
져 있지 않다. 우리 국민의 정치적, 사회적 역량이 고도로 발휘되도록 토론이 조직되지 않고서는
일을 크게 그르칠 수 있다. 그것은 IMF의 구조조정 계획이 갖고 있는 성격을 이해하면 금방 분
명해진다.
 오늘날 세계경제체제에서 IMF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수호자로 기능하고 있고, 자신의 경
제적 신탁관리 아래 놓인 국민경제의 구조조정을 통해 그것을 세계경제체제의 하위체제로 편입시
킨다고 알려져 있다. 외채위기에 시달리는 국가들에 대해 IMF가 내어 놓는 처방은 이미 많은 사
례들에서 드러났듯이 국민경제의 수요부문을 억압하고 공급부문을 강화하는 한편, 경제구조를 세
계무역구조에 적응시키는 데 집중되어 있다. 재정지출을 억제하고, 자본축적을 용이하게 하여 외
채와 이자를 우선적으로 변제하는 데 경제정책, 구조정책, 금융정책의 중점이 놓이게 되는 것이
다. 오늘의 무역구조가 자본의 운동, 무역의 지배, 기술의 독점 등을 통해 세계적인 수준에서 불
로소득을 엄청나게 챙겨 그나마 유효수요를 갖고 있는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시장을 중심으로 짜
여져 있고, 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나라들이 수출주도형의 저임금 경제체제로
재편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IMF의 구조조정 정책 아래 있는 한국경제의 앞날을 크게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수출수익율이 끊임 없이 하락하게끔 짜여진 세계무역구조에서 수출만이 살 길이
라고 또다시 외칠 수밖에 없게 된 우리 경제가 엄청난 외채를 갚기는 커녕 그 이자만이라도 제대
로 갚기 위해 허덕거릴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재정지출이 축소되고 자본수익이 커지
는 신자유주의 경제질서에서 노동과 환경과 여성은 희생되기 십상이다. 국민경제의 소득분배에서
이들에게 돌아가야 할 몫은 지금보다 훨씬 더 적어질 것이고, 격증하는 실업의 압력과 인플레이
션으로 인한 실질적인 소득감소로 인해 환경문제나 여성문제는 정치적, 사회적으로 주변적인 의
제가 될 공산이 크다. 기업의 노동정책, 사회정책, 환경정책이 퇴조하는 것도 IMF의 구조조정 아
래서 이미 프로그램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자본운동의 세계성과 국민국가의 경제적 주권이
서로 일치하지 않아 자본에 대한 국가의 통제력이 가뜩이나 약화되어 있는 터에, IMF의 구조조
정이 조성할 수 있는 사회적 불안에 저항하는 세력에 대해 국가가 또다시 억압정책을 취하지 않
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따라서 노동친화적이고, 사회친화적이고, 여성친화적이고, 환경친화적인 경
제질서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IMF의 요구들에 끌려다니기만 해서는 안 되고, 우리 나름의 대안을
모색하고 우리 국민의 정치적, 사회적 역량을 아래로부터 민주적으로 조직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위기의 시대에 기독교인들은 우리 사회의 오늘과 미래를 형성하는 데 남다른 책임을 지
고 있다. 기독교인들은 기독교 신앙에 터잡아 삶의 의미를 묻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윤리적 판단을 내리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행동하여야 하기 때
문이다. 교회들은 기독교인들이 우리 사회를 책임있게 형성하는 주체가 되도록 방향을 제시하고
교인들을 훈련하여야 한다. 교회들의 일치와 사귐, 협의를 위해 노력하는 NCC가 위기의 시대에
할 일은 참으로 많고 참으로 막중하다.
 나는 한국NCC가 지난 날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인권의 수호를 위해 , 가난하고 눌린 사람들과
연대하기 위해 빛나는 활동을 해 왔음을 잘 알고 있다. 이 자랑스러운 전통 위에 서 있는 NCC가
신자유주의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뜻을 모으고 공론을 활성화하고 행
동을 조직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NCC가 지역 수준에서, 국민국가 수준에서, 아시아 차원
에서, 세계 차원에서 수행해야 할 일이 많지만,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진지하게 노력하고 토론하고 행동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것을 빠뜨릴 수는 없다. 우리 사회
가 복잡해졌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 심각하기 때문에 NCC 차원에서 논의하여야 할
의제들도 단순하지만은 않다. 과거의 독재권력 아래서는 NCC가 나아가야 할 길이 너무도 분명해
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는 데 성명서 형식을 취하는 것으로 족했을런지도 모른다. 상황이 복잡
하고 사회세력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오늘의 현실에서는 단순한 성명서를 가지고
NCC의 입장을 천명하고 그 입장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도록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NCC
가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그 근거를 제시하고
논거들을 밝혀서 이를 우리 사회의 의사소통공동체에 제출하여야 한다. NCC 차원에서 토론과 연
구가 조직되어야 할 까닭이 여기에 있다.
 나는 NCC에서의 토론과 그것의 공론화가 기독교 신앙에 근거한 윤리적 판단과 행동 프로그램
을 구체화하는 길이라고 믿는다. 거기에는 우리 사회를 형성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하는 주요정
책들에 대한 토론과 대안의 제시까지도 포함될 수 있다. 만일 NCC가 자신의 견해를 "백서"에 담
아 공론에 회부할 수 있다면, 그것은 우리 사회의 토론문화를 전진시키는 데에도 큰 공헌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제안을 하면서 나는 독일 EKD의 사회적, 정치적 "백서들"(Denkschriften)
이나 미국 주교교회에서 발표한 목회서신(Hirtenbrief)을 염두에 두고 있다. 독일 EKD의 백서들
은 교회의 목회자들과 평신도들에게 판단과 의견형성의 길잡이가 되고, 사회세력들과 정치세력들
에 의해 그 권위와 성실성을 인정받고 있다. 교회생활과 사회생활과 국가생활에서 이 백서들은
매우 중요한 의견형성자의 역할을 하고 있고, 또 그 내용들은 교회교육의 훌륭한 지침서가 되고
있다. 독일 사회가 나치의 지배 아래 있었을 때 고백교회의 위임을 받아 프라이부르크 그룹이 작
성한 백서는 전후 독일 사회와 경제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사회국가"와 "사회적 시장경제" 개념
을 공론화하고 정착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레이거노믹스 아래 피폐해진 미국 사
회에서 미국 주교회의의 목회서신은 새로운 대안을 찾는 사람들에게 큰 힘을 보태 주었다.
 나는 지금이 한국NCC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책임 있는 비젼을 제시하여야 할 때라고 생
각한다. 어떻게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할 때라고
믿는다. 이 일을 교단들의 총회 차원에서도 할 수 있겠지만, NCC는 그 위상에 걸맞게 이 일을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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