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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27 (23:58) from 211.41.240.196' of 211.41.240.196' Article Number :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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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파병에 대해 교회는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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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파병에 대해 교회는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강원돈(아시아경제윤리연구소장)

머리말

 지난 10월 18일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어 미국의 요청에 따라 이라크 파병을 결정했다. 그는 이 회의에서 파병 원칙과 재건분담금 2억 달러 지원을 결정하였을 뿐, 파병 시기, 부대 규모, 파병의 성격 등에 대해서는 앞으로 계속 논의하겠다는 원칙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이 전해진 뒤에 정치권, 경제계, 사회단체, 학원, 종교계 등의 견해는 찬반으로 뚜렷하게 갈렸다. 한편에서는 이라크 파병이 원유 확보, 이라크 재건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이윤 기회 확대, 향후 미국이 진출할 카스피해 일대의 유전 개발 참여 기회의 확보 등 국익을 위한 결정이라고 환영하였고, 다른 한편에서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벌이는 제국주의적 침략과 약탈 전쟁에 동참하는 명분 없는 결정이고, 이는 침략전쟁을 부정한 대한민국 헌법과 유엔 헌장, 그리고 유엔 헌장을 전제로 해서 체결된 한미군사동맹의 정신을 훼손하는 폭거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회는 이라크 파병에 대해 어떤 견해를 밝혀야 할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은 생활세계에서 공론을 조성하여야 할 교회의 책임을 고려할 때 피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필자는 교회를 대표해서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의 책임 있는 견해를 밝히기 위해 이라크-미국 전쟁의 성격을 규명하고, 이라크 파병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이라크-미국 전쟁의 성격

 이라크-미국의 전쟁은 이라크의 테러 지원, 대량살상무기의 개발과 보유 등을 빌미로 내세워 미국이 주도해서 벌인 전쟁으로 선전된 바 있다. 미국의 국방정책과 외교정책을 지배하는 이른바 신보수주의자들은 테러와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이 미국의 안전을 위협하기 때문에 이에 대항해서 선제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군사노선을 확립해 두고 있었다. 걸프 전쟁 이후 신보수주의자들이 구상하고 9·11 테러 이후 강력하게 추진된 이른바 부시 독트린은 미국에 대한 위협이 있다고 의심되는 경우에도 선제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시 독트린은 미국의 일방주의적인 외교 정책과 전쟁 정책을 추진할 수 있게 하는 근거이며, 이로써 제2차세계대전 이후 군사적 위협과 분쟁에 대응하기 위해 정교하게 개발한 국제주의 원칙은 사라지게 되었다. 대이라크 전쟁은 미국의 선제공격 독트린이 적용된 첫 번째 실례이다. 이 선제공격을 정당화하는 증거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그 때문에 세계는 부시 독트린의 일방적인 성격에 아연해 할 뿐만 아니라, 이 독트린을 실행하는 미국 행정부에 대한 신뢰도 거두고 있다. 부시 독트린이 미국의 이익을 위해 아전인수적으로 해석되고, 전세계에 정글의 법칙을 관철시킬 것이라는 공포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이라크-미국의 전쟁은 애초부터 화석원료에 대한 미국의 제국주의적 지배를 위한 전쟁이었다. 인류의 유산에 속하는 이 귀중한 자원을 약탈하기 위하여 미국은 앞으로도 중동 지역과 구소련 중앙아시아 유전 지대를 장악하기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전략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점령 뒤에 이란의 반미 정권을 붕괴시키는 정치군사적 공작으로 표출될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은 예측하고 있다.
 19세기에나 볼 수 있었던 제국주의적 자원 약탈 전쟁이 21세기 초에 재연되는 것을 보는 사람들의 입맛은 씁쓸하다. 그러나 이러한 성격의 전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의 석유 문명은 석유 자원의 저렴하고도 안정적인 공급을 필요로 하고 있고, 미국, 유럽연합, 중국, 일본, 한국 등 개발 이데올로기를 앞세운 국가들 역시 중동과 중앙아시아의 원유에 사활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냉전 종식 이후 세계를 군사정치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유일초강대국의 지위를 이용하여 이 지역의 에너지원에 대한 침탈을 가속화하고, 그 침탈 행위에 한국 등 동맹국이 참여할 것을 강제하고 있다.

 또한 이라크-미국 전쟁은 사담 후세인의 전제적인 지배로부터 이라크 민중을 해방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결행된 측면도 있다. 이러한 명분은 이른바 신보수주의자들에 의해 제시되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들이 미국식 자유와 민주주의의 확산을 내걸고 벌인 대이라크 전쟁은 외부의 군사력을 이용하여 주권국가를 파괴하는 행위이기에 국제법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끝으로, 이라크-미국 전쟁의 배후에 도사리고 있는 세계관은 2002년도 1월에 발표된 부시의 연두교서에 잘 드러나 있다. 이 연두교서는 이란, 이라크,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였기 때문에 유명해졌다. 부시는 이른바 미국 남부의 기독교 근본주의에 근거하여 세계사에서 미국이 수행하는 역할을 인식하고, 이 역할을 수행하는 미국과 그것에 반대하는 국가들을 선과 악의 이분법에 따라 가르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 남부의 백인 기독교인들에게 널리 퍼져 있는 근본주의와 군사주의 경향, 그리고 세대론적 시오니즘(1)은 부시의 세계관에서 중핵을 이룬다. 이 세계관은 부시 독트린에 신성한 성격을 부여할 뿐만 아니라, 미국의 국시(國是)를 신의(神意)로 승격시키고 관철시킨다. 세속국가 미국이 하나님의 뜻을 규정하게 된 것이다. 이것은 명백한 신성모독이다.

이라크 파병에 대한 교회의 견해

 교회는 하나님 나라와 그 의를 추구할 것을 강조하지만 하나님 나라와 세상 사이의 거리를 인식하고 있다. 하나님 나라를 지향하는 교회는 세상의 어두운 측면을 제거하고 하나님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세상을 형성하는 데 동참할 책무를 갖고 있다. 교회는 현상의 유지를 위해 세상을 실증주의적으로 긍정할 수도 없지만, 세상을 묵시론적으로 부정해서도 안 된다. 세상은 타락하였지만,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세상이 하나님과 바른 관계를 맺고, 새로워지고, 완성될 때까지 하나님에 의해 보존되고 있음을 믿는 교회는 하나님의 인내와 신실성에 기대어 세상을 끝없이 개선하고자 한다. 국시나 정부의 독트린을 신의(神意)로 승격시키는 일은 국가마저도 그리스도의 통치 아래 있다는 교회의 신앙과 분명히 배치된다(참조 골로 1:15 이하). 교회가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는 이유는 부시의 군사정치적 노선이 갖고 있는 신성모독적 성격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는 또한 이라크 파병이 침략전쟁을 부인하는 대한민국 헌법과 유엔 헌장, 그리고 이 헌장에 근거한 한미군사동맹의 정신에 위배되기 때문에 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교회는 대한민국이 자위권을 가진 평화국가로 남을 수 있도록 정부를 설득하고, 국민들 사이에 공론을 불러일으키는 데 앞장을 서야 한다.
 미국의 대이라크 전쟁이 분쟁의 국제주의적, 제도적 해결의 원칙을 무시하였고, 그 결과 세계에 정글의 법칙이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교회는 미국이 벌이는 일방주의적인 전쟁과 그 뒤치다꺼리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밝혀야 한다. 만일 정부가 이라크 파병을 통해 미국의 전쟁 독트린을 지지하도록 방치한다면, 미국이 "악의 축"으로 지목한 북한을 공격하여 민족의 생존과 생명을 위협하는 사태에 직면해서도 교회는 자신의 입장을 밝힐 수 있는 명분과 신뢰성을 상실하고 말 것이다.
 교회는 중동과 중앙아시아의 석유 자원이 인류의 유산임을 인식하고, 지속가능한 세계의 형성을 위해 이 귀중한 자원을 평화적으로 사용하는 강령을 강구하여 전세계 시민단체들과 공유하여야 할 것이며, 대한민국 정부가 미국의 제국주의적 자원 약탈과 이를 위한 군사정치적 헤게모니 강화에 협력하는 어떠한 조치도 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천명해야 할 것이다.
 만일 이라크에 전투병 파병이 강행된다면, 교회는 시민불복종 운동을 이끌어 갈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납세 거부 운동과 양심적 병역 거부 운동,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국민 총파업을 조직해서라도 신의(神意)를 앞세운 제국주의 전쟁에 대한민국이 휩쓸려 들어가는 일을 저지해야 할 것이다.

주해 1: 세대론(dispensationalism)에 따르면, 그리스도의 천년왕국이 시작되기 전에 이스라엘의 회복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신념은 시오니즘 운동과 이스라엘 건국에 대한 미국 기독교 우파의 강력한 지지를 불러 일으켰다. 세대론적 시오니즘은 바로 이러한 기독교 분파 운동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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