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9/12/17 (15:45) from 164.124.80.171' of 164.124.80.171' | Article Number : 17 |
강원돈
(kwdt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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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14059 , Lines : 119 |
| 로마 8, 18-27에 대한 명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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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린교회 사순절 강연 2 고난과 연대 강원돈 목사 본문: 로마 8, 18-27 18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에 비추어 보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19 모든 피조물은 하느님의 자녀가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20 피조물이 제 구실을 못하게 된 것은 제 본의가 아니라 그렇게 만든 인간의 죄 탓(dia ton hypotaksanta)입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희망이 있습니다. 21 곧 피조물에게도 멸망의 사슬에서 풀려나서 하느님의 자녀들이 누리는 영광스러운 자유에 참여할 날이 올 것입니다. 22 우리는 모든 피조물이 오늘날까지 다 함께 신음하며 진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23 피조물만이 아니라 성령을 하느님의 첫 선물로 받은 우리 자신도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날과 우리의 몸이 해방될 날을 고대하면서 속으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24 우리는 이 희망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을 바라는 것은 희망이 아닙니다. 눈에 보이는 것을 누가 바라겠습니까? 25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기에 참고 기다릴 따름입니다. 26 성령께서도 연약한 우리를 도와 주십니다.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도 모르는 우리를 대신해서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깊이 탄식하시며 하느님께 간구해 주십니다. 27 이렇게 성령께서는 하느님의 뜻을 따라 성도들을 대신해서 간구해 주십니다. 구리고 마음 속까지도 꿰뚫어 보시는 하느님께서는 그러한 성령의 생각을 잘 아십니다. 로마서 8, 18-27은 바울로 서신에서 매우 특이한 작품이다. 낱말들만 놓고 보아도 바울로의 다른 서신들에서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독특한 점이 많다. 낱말들의 특수성보다 더 독특한 것은 이 작품에 담겨 있는 사상이다. 바울로는 인간들의 고난과 연대만을 말하지 않고 인간 들과 모든 피조물을 아우르는 고난과 연대의 지평을 열고 있다. 1. 이 작품에 담긴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작품이 성령의 체험을 한 사람에 의해서 쓰여졌음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령의 첫 열매를 맛본 사람의 감격은 로마서 8, 16-17에 잘 묘사되어 있다. 그는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 고 또 하느님의 상속자가 되었다는 확신을 갖는다. 초대 교회에서 이와 같은 성령의 경험은 열광주의를 낳았고, 이 열광주의는 가까운 시일 안에 마지막 때가 도달하리라는 희망에 의해 더 강화되었다. 열광주의적 감격을 갖고서 사 람들은 세상의 일에 등한시하게 되었다. 바울로는 이러한 열광주의의 위험을 잘 알고 있었 다. 그는 성령을 경험한 사람이 몸을 가지고 있음으로 인해 이 세상에 여전히 묶여 있고, 이 세상은 여전히 죄의 지배 아래 있음을 알고 있었다. 성령을 경험함으로써 하느님께서 허락 하는 자유를 미리 맛보고 있지만 여전히 죄의 지배 아래 있는 이 세상에 묶여 있음을 인식 해야 하는 그리스도인들의 실존이 오늘 우리가 읽은 작품의 배경이 된다. 이를 가리켜 에른 스트 케제만은 "이 세상에서 모순 아래 있는 그리스도인들의 실존"이라고 요약한 바 있다. 2. 성령의 자유를 경험한 바울로는 이 세상에서 겪는 부자유를 더욱더 예민하게 느낄 수밖 에 없다. 그의 눈에는 인간만이 부자유 아래 있는 것이 아니고 모든 피조물이 부자유 아래 있다. 이 부자유 아래서 사람들은 신음하고 있다. 인간만이 신음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피 조물도 함께 신음하고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죄의 지배 아래 있는 이 세상에 임재하는 성령 도 그 고통을 보고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탄식한다. 사람들은 이 부자유로부터 빨리 벗어날 날을 학수고대한다. 초조하게 기다린다. 그러나 인 간만이 그 날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모든 피조물도 그 날을 대망하고 있다. 이것이 바울로의 현실인식이다. 성령을 경험하고 있기에 예민해진 그의 현실인식의 내용 이다. 3. 이제 바울로는 묻는다. 모든 피조물이 온전한 상태에 있지 않고 멸망의 종살이를 하고 있 다면 그것은 왜 그런가? 20절은 피조물이 원해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 이유는 본문에서 dia ton hypotaksanta라는 어구로 표현되었다. 이 어구는 매우 주의 깊게 해석되 어야 할 난해구이다. 공동번역은 이 어구를 "하느님께서 그렇게 만드신 것"이라고 번역ㄷ했 다. 피조물이 본래의 좋은 상태를 잃어버리고 멸망의 종살이를 하게 된 것은 하느님이 그렇 게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아주 잘못된 번역이다. 희랍어 어법에서 전치사 dia가 4 격 목적어와 결합할 때에는 행위의 주체를 가리키는 법이 없고, 오직 나타난 결과의 원인을 가리킨다. 그러니 dia ton hypotaksanta를 "멸망의 종살이를 하게 한 분 때문"이라는 말로 번역하는 것은 애초부터 틀렸다. 이 어구는 멸망의 종살이를 하게 한 원인을 가리키는 표현 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 원인인가?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인간의 독특한 지위에 관한 히브리 적 이해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난 번 강연에서 하느님의 형상으로서의 인간에 대해 설명 한 적이 있는데, 이 사상에는 인간이 하느님의 청지기로서 인간과 인간의 관계, 인간과 다른 피조물의 관계를 책임 있게 규율해야 한다는 하느님의 위임이 담겨 있다. 인간이 이 하느님 의 명령을 지키지 않고 하느님의 뜻을 저버리면 인간과 인간의 관계, 인간과 온 피조물의 관계가 망가지고 폭력과 피조물공동체의 붕괴가 초래된다. 바로 이와 같은 생각은 성서의 여러 구절들(예: 호세 4, 2-3)과 지혜문학을 통해 전승되었다. 이 전승을 전제로 해서 생각 하면 피조물이 멸망의 종살이를 하게 된 원인은 자명하다. 그것은 인간의 죄 탓이다. 피조물 이 멸망의 종살이를 하게 된 데 책임을 지어야 하는 것은 따라서 인간이다. 그러나 여기까지만 말하는 것으로는 아직 충분치 않다. 피조물은 인간의 죄로 인해서 영 원히 멸망의 종살이를 해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인간의 죄는 역사 안에서 저질러진 죄다. 첫 사람 아담이 죄를 지어 죄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죄의 역사에 처음 출발이 있었으니 그 끝도 있을 것이다. 피조물이 멸망의 종살이를 하고 있는 것은 피조물에 부여된 영원한 형벌이 아니고 죄의 역사 속에서 피조물에게 부여된 조건이요 피조물이 처해 있는 역사적 실존이다. 피조물은 바로 이 역사적 실존으로부터 해방될 날이 도래하기를 고대한다. 그것은 하느님의 자녀가 나타나는 날이고, 인간이 몸의 해방을 경험하는 날이다. 23절에 나오는 "몸의 해방"이라는 표현도 주의 깊게 해석되어야 한다. 몸은 꼬집으면 아 픈 육신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이 말은 도리어 인간을 통틀어 표현하는 말이다. 인간의 총체 성을 나타내는 낱말이다. 따라서 몸의 해방은 인간이 총체적으로 자유로워지는 것을 가리킨 다. 그러나 무엇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건가? 죄의 지배 아래 있는 이 세상에 매여 있는 삶으로부터의 자유로워져야 한다. 이것이 "몸의 해방"이라는 특이한 표현에 담긴 의미 다. 피조물은 하느님의 자녀들이 나타나기를 고대한다. 인간은 몸의 해방이 이루어질 날을 기 다린다. 표현은 다르지만 뜻은 똑같다. 죄의 지배 아래 있는 이 세상의 역사적 조건으로부터 해방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는 뜻이다. 4. 본문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우리"라는 대명사와 "함께"라는 접두사다. 성령을 경험하였 기에 죄의 지배 아래 있는 이 세상의 역사적 현실에 더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그리스도인들 이 본문에서 "우리"라는 말로 표현되었다. 이 말에는 이 세상에서 겪는 고난의 연대의식이 짙게 묻어 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들끼리만 이러한 연대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니 다. "우리"의 눈으로 보니까 피조물도 이 세상에서 고난의 연대를 함께 나누고 있다. 피조물 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함께" 신음하고 진통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피조물의 이 고 난을 "우리"도 함께 나눈다. 23절의 "우리 자신도"라는 말은 이런 점에서 매우 의미 심장한 표현이다. 그러나 고난의 연대의식은 동시에 희망의 연대의식이기도 하다. 고난을 함께 나누고 있는 "우리"와 피조물은 고난으로부터 벗어날 날을 "함께" 고대하고 있고 희망도 함께 나누고 있 다. 우리는 피조물과 함께 대망의 공동체를 이루고 있으며, 이 세상의 고난으로부터 해방될 날을 향해 "함께" 나아가고 있다. 이 고난과 연대의 행진은 성령의 인도를 받는 행진이다. 성령도 "함께" 아파하고 "함께" 탄식하며 우리가 연약해서 하느님께 아뢰지 못하는 것을 "대신해서" 아뢰어 주며 우리와 동 행한다. 성령의 동행에 대한 이 체험은 성령께서 우리를 대신하여 아뢰는 것을 하느님께서 속속들이 알고 계시다는 확신에 의해 더욱더 소중하다. 5. 오늘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바울로가 가르치는 바를 깊이 되새길 필요가 있다. 우리가 살 고 있는 시대는 말할 것도 없이 고난으로 가득 찬 시대이다. 경제의 지구화가 가져 온 엄청 난 변화 속에서 약자들이 희생되고 있다. 노동자들이 직장에서 내몰리고 임금을 수탈당하고 악화되는 노동조건을 감내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남성들보다 여성들에게 더 큰 희생 이 강요되고 있다. 그리고 수익성을 절대화하는 경제질서에서 환경보호는 뒷전에 밀리게 되 었다.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면 모든 것이 잘 해결된다는 시장만능주의가 우리 시대가 겪는 고난의 원인이다. 고난의 원인을 잘 인식하면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길도 보이게 마련이다. 우리는 시장만능 주의를 분쇄해야 한다. 시장원리와 화폐의 지배로부터 인간과 자연을 해방시켜야 한다. 그 일을 위해 경제생활과 사회생활과 정치생활의 모든 차원들에서, 지역에서, 국민국가의 틀에 서, 그리고 국제적 차원에서 운동을 일으켜야 하고 그 운동을 이끌어 가는 데 필요한 전략 과 전술을 수립하여야 한다. 이 모든 운동은 그러나 고난을 통해 연대하는 사람들이 희망도 함께 나눌 수 있을 때 강 화될 것이다. 고난의 연대는 희망의 연대여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을 경험하며 살아가는 "우리"는 고난으로 가득 찬 이 세상의 역사적 조건을 극복하기 위하여 바로 이 메 시지를 끊임없이 전하면서 고난과 희망의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데 앞장을 서야 할 것이 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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