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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17 (00:06) from 211.41.243.222' of 211.41.243.222' Article Number : 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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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기상이변과 식량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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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기상이변과 식량위기



강원돈

 전세계적으로 이상이변이 빈발하고 날이 갈수록 그 양상은 악화되고 있다. 올 여름 우리나라는 10년만의 이상고온 현상을 보였고, 유럽은 7월말까지 이상저온으로 시달렸다. 미국은 강력한 허리케인으로 플로리다를 포함한 동남해안 지역이 큰 피해를 입었다. 이와 같은 기상이변의 목록은 올 한 해만 해도 끝없이 길다.
 전세계적인 이상이변은 지구온난화에서 비롯된 기후변화의 결과로 여겨지는 것이 정설이다.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가져다주는 엘니뇨와 라니냐 현상도 지구온난화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생각되고 있다. 지구온난화에서 비롯되는 기상이변은 앞으로 문명의 지도를 바꾸어 놓을 것이며, 전세계의 농업, 축산, 어업 등에 큰 영향을 끼쳐 인류의 식량 문제를 지금보다 훨씬 해결하기 어렵게 만들 것이다. 이 점에서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본 발제에서는 먼저 지구온난화의 원인과 그 기제를 살펴보고, 이러한 기후 변화가 식량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밝힌다. 그 다음, 우리나라가 기후 변화에 대응하여 식량위기에 빠지지 않기 위해 어떤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를 말하고자 한다.

I.

 지구온난화는 이제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 북극 해양의 얼음 두께가 극적으로 얇아지고, 남극의 빙산과 고산 지대의 만년설이 녹고, 피지 섬 등지의 산호초가 죽거나 백화(白化) 현상을 보이는 것은 지구온난화의 결정적 증거로 꼽히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대기 중에 온실기체가 많이 축적되어 복사에너지를 많이 흡수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온실기체는 이산화탄소, 메탄, 염화불화탄소, 아산화질소, 사염화탄소, 할론가스, 수화불화탄소, 수화불화염화탄소, 과불화탄소, 육불화황 등을 일컫는데, 온실기체가 대기 중에 많이 축적된 까닭은 특히 18세기 후반의 산업혁명 이후에 석탄, 석유 등의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으로 많이 사용하고 19세기 말의 화학 혁명 이후에 화학제품을 많이 썼기 때문이다.
 발제 시간의 제약 때문에 모든 온실기체들의 복사강제력(온실기체의 농도 변화가 지구-대기 시스템의 복사에너지 평형에 어느 만큼의 변동을 일으키는가를 나타내는 지표)을 상세하게 밝힐 수 없기에, 여기서는 지구온난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이산화탄소(이산화탄소의 온난화 발생 기여율은 66-74%로 추정되고 있다.)에 대해 몇 가지 중요한 점들만을 언급하기로 한다. 남극에서 진행한 얼음봉 분석에 따르면,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지난 42만년 동안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180-280ppmv 수준이었으나, 20세기에 들어와서 300ppmv를 넘어섰으며, 2000년 현재 369.4ppmv에 이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제 지구 관측 해인 1958년 이후 하와이의 마우나로아 관측소와 남극점 기지에서 정기적으로 시행된 이산화탄소 농도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년간에 걸쳐 이산화탄소 농도는 연간 1.5ppmv씩 증가하였고, 특히 1990년대에는 연간 증가율은 1.6ppmv에 달했다.
 대기중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증가함에 따라 지구 온도는 지난 140년 동안 섭씨 0.6도 상승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와 대기 온도 상승은 비례 관계에 있다고 생각되고 있다.
 이산화탄소는 산업혁명이 시작된 1751년 이래로 화석연료를 태움으로써 2,710억 톤의 탄소가 대기에 방출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오늘날에는 해마다 63억 톤이 대기중에 축적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 협약(IPCC)에 속한 과학자들은 인구변동, 사회경제적 발전, 기술개발 추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이산화탄소 방출량 추이에 관한 여러 가지 시나리오들을 만들었는데, 그 가운데 여섯째 시나리오에 따르면, 2020년에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90-120억 톤, 2050년에는 112-231억 톤, 2100년에는 43-303억 톤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2100년까지는 9,830억 톤에서 2조 2000억 톤에 이르는 이산화탄소가 대기중에 축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558ppmv에서 825ppmv로 예상되고 지구 온도는 평균 섭씨 1.9도에서 2.9도 가량 상승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IPCC는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450ppmv로 안정화시킬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210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60-70% 줄일 것을 제안하고 있다.

II.

 지구온난화가 가져오는 결과들은 무엇인가? 만일 지구 온도가 평균 3도 가량 상승하게 되면, 해수면은 40cm 상승하고,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의 열대림과 초지가 사라지고,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인도의 30억 인구가 물 부족으로 시달릴 것이며, 동남아시아의 9천 만에서 1억 9천 만의 사람들이 홍수로 고통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략적 예측은 지구온난화가 미치는 영향들을 몇 가지 측면에서만 부각시켰을 뿐이다. 지구온난화는 육상생태계, 수자원, 농작물 수확, 질병 및 인간의 주거 환경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끔 되어 있다.
 발제의 시간적 제약상, 식량 생산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지구온난화 효과만을 살펴보기로 하자.

 1.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증가는 햇빛과 수분 공급이 원활할 경우에는 탄소비옥도 효과로 인해 광합성 작용을 활성화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기온이 상승하면 잎의 공기구멍이 덜 열리게 되어 증산이 억제된다고 한다. 지구온난화가 식량 증산으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기후온난화는 또한 생태계 구조에 큰 영향을 미쳐서 기온 상승에 적응하는 개체는 번성하게 만들지만, 그렇지 못한 개체는 멸종으로 이끌 수 있기 때문에 생태계에는 일정한 천이군락을 거쳐서 지금과는 다른 극상군락이 형성될 전망이다.
 
 2. 기후온난화를 가져오는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곡물 생산에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탄소비옥도의 효과를 많이 받는 C3 작물과 수목(벼, 밀, 보리, 콩, 감자 등과 50만 종에 달하는 대부분의 수목)의 경우에는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로 증산이 기대되지만, 탄소비옥도의 효과가 적은 C4 작물(사탕수수, 수수, 조 등 1천여 종의 식물)의 경우에는 탄소비옥도 효과가 기온 상승으로 인한 잎의 호흡 감소 효과에 의해 상쇄됨으로써 큰 증산이 기대되지 않는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현재보다 섭씨 3도 가량 높아지면, 등온선이 북방으로 300-460㎞ 정도 올라갈 것이기 때문에 고위도 지방에서도 남방 지역 작물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고온이 지속됨으로써 미생물 활동이 가속화되면 토양유기물 분해가 촉진되어 토양생산력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3. 기후온난화는 지구상의 물 순환과 수자원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구에서 물 순환은 수분의 증발과 강수에 의해 일어나고, 그 원동력은 태양에서 지구로 오는 복사에너지이다. 지구 대기의 상단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는 1.96cal/㎠이며, 그 가운데 4분지 1이 수분 증발에 사용된다.
 기온이 올라가면 공기 1㎥당 수증기량은 급증하며, 따라서 기후온난화는 지금보다 더 많은 강수량을 가져올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가 속한 극동 지역에는 10-15% 가량 강수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강수 패턴에는 큰 변화가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열대 지방이나 아열대 지방에서 볼 수 있는 집중호우가 빈발하고, 강수가 일어난 다음에는 고온 건조기가 지속될 수 있다. 집중호우는 토양침식을 일으킬 염려가 크다.
 지구온난화는 수분증발을 가속화할 것이다. 기후 모델에 따르면, 기온이 섭씨 1도 상승하는 데 따라 수분 증발이 3-4%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설사 강수량이 늘어난다고 해도 수자원의 증가는 거의 없을 것이고, 강우 패턴의 변화로 수자원 관리가 더욱 더 어려워질 것이다.
 수문학자들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인해 대체로 적도 지방과 고위도(60°) 지방의 습기는 높아지고, 아열대에서 중위도에 걸치는 지역은 건조해질 것이라고 한다. 세계의 대곡창 지역은 서서히 반건조 상태로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토양 수분의 증발을 막기 위해 북반구의 미국 대평원, 러시아 대평원, 중국 곡창 지대, 남반구의 라틴아메리카 대평원 지대 등에서는 대수층 활용이 급증할 것이며, 대수층 자체가 재생가능한 자원이 아닌 까닭에 이 지역의 식량 생산은 한발로 인해 중대한 차질에 직면할 것이며, 토양 수분 증발은 농지의 소금 및 염류 함량을 증가시켜 농지의 광범위한 황폐화를 가져올 것이다.

 4. 기후온난화는 해수의 열팽창, 양극 빙하와 고산 지대 만년설의 융해 등을 촉진하여 해수면을 상승시킬 것이며, 저지대의 침수뿐만 아니라 하천과 담수호의 염수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것은 장기적으로 농업용수와 생활용수를 얻기 어렵게 할 것이다.
 특히 북극 빙하의 융해로 인해 고위도 지방의 바닷물이 담수화되기 시작하면, 멕시코 만류의 순환이 고위도 지방에 이르지 않게 되어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라인강 이북에 이르는 서유럽 주요 지역과 북아메리카 동북부 고위도 해안 지역은 다시 빙하기로 접어들 것이라는 시나리오(1999년 막스 프랑크 기후연구소)도 작성되어 있다. 이렇게 되면 이 지역의 거주 환경과 산업 지형의 급격한 변화가 발생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이 지역의 식량 생산량도 급격하게 감소하게 될 것이다.

III.

 지구온난화 조건 아래서 우리나라의 식량 수급 문제는 어떻게 전망되는가? 여기서는 이와 관련된 몇 가지 주요 사항들만을 짚고자 한다.
 
 1.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식량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지적해야 한다. 식량 자급률은 2004년도 현재 26.9%에 불과하다. 쌀이 가까스로 자급률을 달성했다고 하지만, 주곡을 제외한 나머지 식량의 자급률은 형편이 없다고 말해야 할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식량위기를 잊고 있는 것 같다. 1960년대 중반까지 이어진 ‘보리고개’는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이야기로 치부되고, 많은 시민들이 비만을 걱정하고 다이어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식량자급률은 내년부터 쌀 시장을 포함해서 농산물 시장 전체에 대한 외국인 농산물의 실질적 접근이 허용되면 더욱더 낮아질 것이다.
 알려져 있다시피, 2001년 카타르 도하에서 개최된 WTO 제4차 각료회의는 농산물도 공산품과 마찬가지로 무역 자유화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관철시켰다. 당시 우리나라 정부는 지역 국가의 생태계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고려하여, 농산물을 단순히 공산품과 똑같이 취급할 수 없고, 따라서 농산물의 비교역적 성격을 인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지만, 이 주장은 묵살되었다. 따라서 우리나라 정부는 공산품 수출을 위해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는 것 이외에 달리 선택할 방도가 없는 딱한 처지에 몰렸고, 주곡 생산 기반을 위시하여 식량 산업 전체가 가격 경쟁에 밀려 와해될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식량 수급 구조는 장기적으로 외국의 식량 공급에 크게 의존하게 될 것이다.

 2. 외국의 식량 공급에 우리나라 식량 수급이 크게 의존하게 되면, 우리나라의 식량 주권은 크게 약화되고, 식량위기는 가시화될 것이다. 공산품을 팔아 번 돈으로 농산물을 사다 먹으면 된다는 생각은 세계의 식량 수급 구조를 살펴보면 아무런 설득력이 없다.
 세계의 식량 사정은 공급 측면에서나 수요 측면에서 결코 안정적이지 않다. 먼저 공급 측면에서 보면, 쌀이나 밀, 옥수수 등 주요 곡물은 1960년대의 ‘녹색혁명’에 힘입어 20세기 말까지 3-4배 가량 증가한 것이 사실이지만, 식량 증산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이것은 화학비료와 농약 살포, 관개시설 확충에 힘입은 ‘녹색혁명’이 증산 한계에 도달하였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제는 화학비료 투입을 증가시켜도 곡물의 단위 생산량이 늘어나지 않게 되었으며, 병충해 방제를 위해 투입되는 농약은 식료품의 안전성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인구 증가와 공업의 발전은 관개용수의 절반 정도를 공업용수와 생활용수로 돌리게 하고 있으며, 도시의 확대로 우량 농지의 면적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더구나 농약과 비료의 과도한 사용, 토양의 산성화, 토양침식 등에 의해 세계경작지의 38%에 달하는 5.5억㏊의 토지가 저급화되었다는 1990년도 유엔 보고서도 나와 있다. 이러한 ‘녹색혁명’의 생산 한계는 우리나라 농업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수요 측면에서 인구 증가에 따라 식량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일부 국가에서 나타나는 소득 향상에 따른 축산물, 가금류, 양식어류 등의 소비 증가는 생산 곡물의 4분지 1 이상을 육류 생산을 위해 쓰게끔 하고 있다. 소고기와 양고기 1㎏의 생산에 곡물 7㎏이, 가금류 및 양식어류 1㎏ 생산에 곡물 2㎏이 소비되는 것을 감안하면, 식생활 습관의 변화로 인해 곡물 소비량은 엄청나게 늘어난 셈이다. 육류 섭취가 많은 미국 시민 한 사람의 곡물 소비량이 세계 평균 곡물 소비량의 4배에 달한다는 통계는 식량 분배가 전세계적으로 왜곡되어 있음을 말해 줄뿐만 아니라, 육류 중심의 식생활 패턴의 확산이 세계적인 식량 수급에 큰 영향을 줄 것임을 시사한다.
 식량 생산과 소비의 불안정한 균형은 세계적인 식량 재고가 2개월치를 약간 상회한다는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식량 재고가 2개월치 이하로 감소하면 식량의 시장가격은 폭등할 것이고, 식량을 수입하는 국가가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지출해야 할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3. 위에서 말한 식량 수급 상황은 아직 지구온난화 조건을 감안하지 않은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지구온난화가 우리나라 식량 생산과 세계의 식량 공급에 미칠 영향은 아직 충분히 예측되고 있지 않는 형편이지만, 위에서 말한 기후온난화 영향을 염두에 두면, 대곡창 지역의 건조화와 황폐화를 감안해서 우리나라 식량 수급의 장기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IV.

 지구온난화 조건 아래서 식량위기를 넘어서려면 어떤 정책적 노력이 기울어져야 하는가? 이와 관련해서는 수많은 정책들이 제안될 수 있겠지만, 몇 가지 정책에 주안점을 두고자 한다.

 1. 지구온난화를 적정 수준에서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화석연료의 사용이 억제되어야 할 것이며, 각국 정부는 현재 교토의정서 발효가 좌절된 상황에서도 장기적으로는 이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도 화석연료 사용을 억제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탈탄소 에너지의 개발과 보급을 위한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일차적으로 필요하며, 농업 분야에서도 이에 상응하는 새로운 에너지 자원 개발이 필요하다. 탈탄소 에너지 시대는 석탄과 석유의 집중적 사용을 억제하고 천연가스를 활용하는 이행단계를 거쳐서 태양열 발전, 풍력 발전, 바이오매스(생체량) 발전, 수소 발전 등 재생가능한 에너지원을 활용하는 시대이다.
 탈탄소 시대를 향한 농업 부문의 에너지 혁명은 어떤 것일까? 수소 발전은 농가에서 감당하기 어렵지만, 태양열 발전과 풍력 발전은 농촌 지역에서 충분히 시도될 수 있으며, 특히 바이오메스 발전은 농촌 특유의 에너지 물질 순환 체계를 활용하여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 주(州)의 식물재배연구소는 15인의 농민이 10㏊의 농지에 중국 억새를 재배할 경우 인구 1천 명의 마을이 전기와 열을 완전 자급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1㏊의 농지에서는 약 30t 가량의 건조된 억새가 생산되는데, 여기서 가스를 추출하여 터어빈을 돌리면, 그 효과는 석탄 14톤, 석유 12,000 리터를 사용하는 것에 버금간다는 것이다.
 만일 식물뿐만 아니라 인간과 동물의 배변을 활용하면 바이오매스의 양은 늘어날 것이고, 바이오매스 발전과 태양열 및 풍력 발전을 결합시키면,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과 원자력 발전이 더 이상 필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농촌 지역에서 태양열 발전, 풍력 발전, 바이오매스 발전을 결합한 에너지 믹스(energy mix)가 전기와 열을 모두 공급할 수 있도록 하려면 세 가지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하나는 에너지 믹스 개발을 위한 연구가 국가적으로 지원되어야 한다. 또 다른 하나는 지역의 소규모 발전 사업자와 배전 사업자를 육성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끝으로, 지역 단위의 에너지 생산 및 공급 체계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국가의 에너지 독점 체제가 획기적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2. ‘녹색혁명’이 한계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우리 사회는 유기농 중심의 농법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녹색혁명’은 애초부터 석유농업으로 일컬어질 만큼 에너지-물질 집약적인 농업 경영 방식이었다. 석유농법이 관례농법으로 자리를 잡고 유기농 같은 대안적 농법을 배척해서 그렇지, 유기농은 화석연료로부터 벗어난 미래의 농법으로 인정되고 있다.
 농약의 사용을 지금의 10-15%로 줄여도 수확량에 별 차이가 없다는 통계 자료를 보면, 과도한 농약 사용에 의지하는 관례농법의 비효율성은 이미 드러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또한 화학비료의 사용을 현재의 절반에서 3분지 1로 줄여도 토양비옥도에 큰 차이가 없었다는 네덜란드 농민들의 경험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만일 농업 지역에서 농업과 축산 그리고 양식업 사이의 에너지-물질 순환을 강화하고, 도시와 농촌의 연계 효과를 높일 수 있다면, 유기농은 시행 3-5년만에 관례농법의 생산성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며, 여기에 더해서 화학비료의 염류 잔존으로 인한 농지의 황폐화와 수질 오염을 막고, 특히 아산화질산의 증발로 인한 온실기체의 증가를 막는 좋은 방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독일 정부가 전체 농지에서 유기농이 차지하는 비율을 현재의 2.4%에서 향후 10년 동안 20%로 늘리겠다고 선언한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기농의 확산을 위해서는 공신력 있는 기관의 유기농 인증제도가 필요하고, 유기농산물의 가격 지지를 위한 시민들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이 두 가지 노력은 시민사회가 담당해야 할 것이다. 유기농 인증제도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토양조사, 농산물 검사, 유기질 농약 및 비료의 개발 등을 뒷받침하는 연구 기관이 필요한데, 국가는 이를테면 ‘유기농법연구기금’을 조성하여 그 운영을 간접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국가가 한 가지 더 해야 할 것이 있다면, 화학비료, 농약, 종자 공급 등을 통해 다국적 농업 기업의 활동을 뒷받침해 왔던 이제까지의 정책을 재검토해서 획기적인 정책 전환을 모색하는 것이다.

 3. 지구온난화 조건 아래서 정부는 식량자급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정책들을 개발해야 한다. 식량의 4분지 3을 해외 시장에 의존한다는 것은 지구온난화가 가져올 세계적인 식량 공급의 불안정성을 감안할 때 매우 위험한 시도이다. 뉴라운드 협상에서 정부가 시장 개방 이외에 더 할 것이 무엇이 있느냐고 말하는 것은 장기적인 안목이 결여된 탓이다. 이와 관련해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1) 무엇보다도 정부는 ‘농산물의 비교역적 성격’을 강조했던 예전의 자세를 갖고서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농업이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의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예를 들면, 135만㏊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논은 논둑 높이 20㎝, 담수 깊이 3㎝로 가정할 때 연간 23억 톤의 물을 저장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여섯 개 건설되어 있는 홍수조절용 댐의 담수 능력이 15.4억 톤 정도가 되는 것을 감안하면 논의 홍수 조절 기능과 재해 예방 기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논은 또한 여름철의 집중호우로 인해 연간 2,600만 톤에 달하는 토양의 침식을 막아주며, 대기 정화와 오수 정화의 탁월한 효과가 있다. 논에 담기는 물 가운데 지하로 침투하는 물의 양은 연간 350억 톤에 달하며 이는 지하수 저장을 통해 지반 침하를 막을 뿐 아니라 해수의 지하수 오염을 방지하는 역할도 한다. 생태 경관에 논이 기여하는 바를 아울러 감안한다면, 논은 단순한 생산농지의 역할을 넘어서서 엄청난 공익적 기능을 수행한다고 말해야 옳다. 이것은 단순히 논에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밭과 임야도 같은 기능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농지와 임야의 면적을 줄이는 정책은 가능한 한 막아야 한다. 농촌 지역에 도시 자본이 흘러 들어오는 것을 촉진하기 위하여 농지소유법 개정을 서두르고 있지만, 이러한 법제는 급기야 농지의 전용을 촉진하여 농지 면적의 절대적 감소를 가져올 것이다. 세계 농산물 수출 지역의 농지 생산성과 단위당 곡물생산량이 증가하지 않고 있는데다가 세계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사정을 인식하고 있다면, 그리고 지구온난화가 세계 식량 수급에 가져올 궤멸적 타격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정책 당국은 향후 식량 수급 안정을 위해 농지 면적을 유지하려는 필사적인 정책을 내어놓아야 할 것이다(참고로 우리나라 농지 면적은 1970년의 229.8만㏊에서 2002년 현재 186.3만㏊로 줄어들었다).  
 설사 가격 지지가 어렵기에 놀리는 농지가 있다고 한다면, 앞서 말한 바이오매스 생산을 위한 생산물 전환 정책을 실시하고, 휴경에 따른 직접 보상을 늘리는 것이 올바른 정책 내용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2) 식량자급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농민 소득이 적정 수준에서 보상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농지 소유의 규모화를 달성하면서 식량의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농지 소유의 규모화는 농민 후속 세대의 육성에서 중심 과제로 설정되어야 하며, 이것은 필연적으로 농민 수효의 감소를 전제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농촌을 떠나는 젊은 세대들을 위해서는 직업 재교육과 이주 대책을 강구하여야 하고, 농촌에 잔류하는 나이든 세대를 위해서는 기초 생활 지원 대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농촌 지역을 소득과 생활의 질이 함께 보장되는 지역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농촌 거점 도시를 형성하여 지역의 농업과 공업, 서비스업이 네트워크를 이루도록 하는 정책을 수립해서 시행해 볼 만하다.

 3) 식량 수급 조절을 점점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육류 섭취 증가이기 때문에, 육류 섭취를 줄이고 곡물 및 채소 소비를 늘리는 방향으로 식생활 개선 프로그램이 강력하게 전개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비만으로 인한 의료비 지출을 줄이고, 식량 수급 조절의 잠재력을 높이는 방안이기 때문에 정부는 이를테면 국민영양계획을 수립하고 강력한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4) 정부가 식량자급률 목표를 달성하도록 강제하기 위해서 국가는 식량자급 법제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 지구온난화는 기상이변을 촉진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하는 국가재난방지시스템이 확립되어야 한다. 게릴라성 호우나 장기간에 걸친 고온 건조 기후의 내습 등 강수 패턴의 변화는 이를 예측하여 적절하게 대비하지 않으면 엄청난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 식량 생산과 관련해서 수문학적 지식을 활용해서 홍수와 한발, 이상고온과 이상저온에 대비하는 재난방지 시설을 미리 준비하고 적절하게 가동하는 것은 기상이변 시대에 식량생산을 안정화하기 위한 국가의 농업 인프라 구축 사업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V.

 지구온난화와 이로 인한 기상이변은 생태계와 거기에 깃들어 사는 인간과 동식물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식량생산에 미치는 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의 영향은 천문학적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지구온난화 시대에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여 정치적 안정과 사회적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많은 대책들이 나와야 한다. 본 발제에서는 몇 가지 대책들을 제시한 것에 그치고 말았지만, 이와 관련된 논의는 우리 사회에서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며, 신중하게 선택한 대책들을 실천하기 위해 국가와 시민사회, 각 경제 주체들 사이의 협력과 대화가 절실하게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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