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08/18 (09:36) from 220.66.47.13' of 220.66.47.13' | Article Number : 234 |
강원돈
(kwdt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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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10124 , Lines : 50 |
| 은사와 목회윤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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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사와 목회윤리 강원돈 (기독교윤리학/한신대 교수) 머리말 “은사와 목회윤리”라는 논제는 우리 시대의 교회 상황을 들여다 볼 때 적절하게 설정된 것 같다. 목회는 하나님의 특별한 은사를 받은 사람이 교인을 돌보고 교회를 섬기는 일인데, 이 일을 잘 하려면 은사가 무엇인가를 잘 이해해서 교인들이 각기 다른 종류, 각기 다른 분량대로 받은 은사들을 활용하여 교회 공동체의 덕과 유익을 이루는 이치를 터득해야 한다. 목회윤리는 바로 이러한 이치에 따라 수행하는 목회를 뒷받침하는 윤리적인 작업이다. 오늘의 교회에서 은사와 목회윤리를 중시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많은 교회들이 그리스도의 한 몸을 이루는 데 실패하고 있고, 그 실패는 은사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목회자들이 보이는 카리스마가 과연 성서가 말하는 은사와 같은 것인지 살펴야겠지만, 흔히 카리스마를 지닌 목회자들은 교인들에 대한 카리스마적 지배를 당연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권위주의적 경향이 교회공동체에 미치는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교인들의 다양한 은사들이 사장되어 교회가 교회답게 성장하고 세상을 제대로 섬기지 못하는 일도 흔히 나타난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서 나는 이 글에서 먼저 성서가 말하는 은사가 무엇인가를 간략하게 살피고, 그 다음에 은사를 잘못 이해하는 데서 오는 교회의 실패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고, 끝으로 교회를 은사공동체로서 형성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점들을 몇 가지 제시하고자 한다. 은사와 교회 은사는 신약성서에서 오직 서신들에만 나오는 용어이다. 은사는 본래 “성령의 선물”을 뜻한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의롭다 인정받은 사람이 받은 성령의 선물은 의와 생명이다.(로마 5:15-17) 은사의 특징은 개개인에게 허락된다는 데 있고, 각 사람은 받은 은사를 소중히 여겨 자신을 계발하고, 남을 위해 봉사하고, 자신이 처한 삶의 여건을 하나님의 선물로 여기면서 자신의 본분을 지키며 살아간다.(고전 7:7) 이러한 가르침은 교회와 무관하게 개개인에게 주는 도덕적 교훈이라고 볼 수 있다. 신약성서에서 은사라는 낱말이 갖는 특별한 의미는 교회와 관련되어 있다. 바울은 교회가 다양한 지체들로 구성된 유기적 전체임을 강조했고, 각 지체가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은사가 다르고 그 양도 다르다고 생각했다.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능력과 재능의 종류와 양이 제각각인 사람들이 모여서 유기적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교회이기에 교회의 성장과 안정을 위해서는 은사가 제대로 관리되어야 했다. 바울은 이와 관련해서 몇 가지 주목할 만한 교훈을 남겼다. 첫째, 바울은 “신령한 은사”를 받는 일이 예수를 주로 고백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 성령은 십자가에 달렸다가 높이 올리어 하나님 우편에 앉아 온 세상에 대한 주권을 주장하는 그리스도의 영이다.(고후 3:17) 바로 이 성령이 교회에 은사를 내리고, 사도를 파견하여 복음을 선포하게 하고, 교회를 이끌어가게 한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주권을 전제하지 않는 은사는 참된 은사일 수 없다. 이것은 은사가 교회의 머리되시는 주를 섬기는 데 사용되어야 하고(고전 12:5), 받은 은사가 제아무리 대단한 것이라 할지라도 이를 자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은사의 미덕은 겸손이다. 둘째, 바울은 은사가 성령에게서 거저 받은 능력이나 재능임을 강조한다.(로마 5:15-17) 거저 받았다는 점에서 은사와 은혜는 서로 통한다. 인간이 하나님께 내세울 공로가 있어서 하나님으로부터 은혜를 받는 것이 아닌 것처럼, 은사를 받기 위해 사람 편에서 내세울 것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은사는 성령의 것이기에 성령에게서 받은 은사를 마치 자기 소유물로 여기고, 그 은사를 갖고서 자기 이익을 도모하는 데 골몰해서는 안 된다. 각 사람에게 은사가 허락된 것은 그 은사를 갖고서 각 사람이 공동체의 유익과 덕을 위해 일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고전 12:6) 셋째, 바울은 각 사람이 받은 은사가 다양하고 각각의 은사에 우열이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각 사람이 각기 다른 은사를 받은 것은 성령이 그렇게 하고자 했기 때문이며(고전 12:11), 각 사람에게 각기 다른 은사들이 부여된 것은 교회가 그러한 다양한 은사들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고린도전서 12장에 열거된 여러 은사들, 곧 지혜의 말씀과 지식의 말씀을 다루는 능력, 믿음, 치유의 은사, 예언의 은사, 영적 분별의 은사, 방언의 은사, 통역의 은사 등은 서로 명확하게 구별되는 능력이요, 기능이지만, 이 다양한 능력과 기능은 성령 안에서 유기적 통일을 이룬다. 바울이 이 유기적 통일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하는 몸의 비유(고전 12:12-26)는 각기 다른 은사를 받은 지체들이 유기적 전체의 필요불가결한 일부를 이루기 때문에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에 대해 우위를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모든 지체들은 서로 의존하고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넷째, 바로 그렇기 때문에 바울의 은사론은 바울의 유기체적 교회론의 바탕이 된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그리스도는 교회의 머리이다. 그리스도의 몸은 여러 지체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지체는 각자 받은 은사에 따라 사도, 예언자, 교사, 기적행위자, 치병행위자, 봉사자, 방언하는 자, 통역하는 자로서 각기 다른 일을 하며 그 직무를 통해 유기적 전체로서의 교회를 이룬다. 따라서 교회는 은사의 다양성에 바탕을 두고 여러 지체들이 역동적으로 유기적 연관을 형성하는 과정이며, 바로 이 과정이 은사공동체로서의 교회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은사공동체는 다양성 속의 통일이다. 이러한 다양성 속의 통일을 이루는 교회의 조직 원리는 민주적 협의체이다. 이 협의체적 교회 조직에서는 어느 하나가 중심을 이루고 다른 것들이 주변을 이루는 법도 없고, 어느 하나가 다른 모든 것을 위에서 아래로 지배하는 일도 없다. 은사공동체에서 필요한 미덕은 다른 은사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다른 은사를 갖고 있는 사람들과 힘을 합하여 선을 이루려는 태도이다. 오직 그러한 태도를 가질 때에만 각자 받은 은사의 원천인 성령의 뜻에 따라 교회 안에서 교통과 사귐을 이룰 수 있다. 그리고 그 태도를 기르는 것이 바울이 말하는 목회의 핵심이다. 은사와 권력 세상에서 역사적으로 다양하게 조직되고 발전되어 온 교회는, 많은 점에서, 바울이 구상한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와는 거리가 멀었다. 물론 바울이 활동하던 시기에도 교회는 원시적인 제도를 갖추기 시작하였다. 바울 서신에서 교회의 협의체적 성격과 사도권의 확립이 서로 날카롭게 맞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갈 2:8-9) 속(續)바울 서신으로 알려진 목회서신들에서는 교회 치리권이 특별하게 강조되고, 감독과 장로 등과 같이 직책을 맡는 사람들의 자격이 따로 언급된다.(데전 3:1-13). 이것은 교회가 시간이 흐르면서 매우 빠른 속도로 제도화되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제도화 과정에서 흔히 구원의 수단으로 알려진 말씀의 선포와 성례 집행의 권한을 차지한 사람들이 교회 안에서 권위를 주장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주후 1세기 말에 이미 성직계급이 교회 안에 등장하게 된다. 교회는 성직계급과 평신도계급으로 나뉘고, 구원의 수단을 중심으로 평신도계급에 대한 성직계급의 지배가 실질적으로 확립되어갔다. 제1클레멘스 서신 40장의 교회서열론과 44장의 사도계승론은 이를 잘 보여준다. 교회 안에 교권계급이 등장하면 현실 세계의 지배계급과 동맹을 맺는 경향이 나타난다. 지배계급은 종교를 이용하여 지배의 정당성을 확립하고 신민들을 교화시켜 지배권력에 순응하도록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교권계급을 압박하거나 회유하거나 특권을 부여하여 자기 편에 서게 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이러한 전략을 가리켜 흔히 종교에 대한 헤게모니 전략이라고 한다. 이렇게 해서 지배계급과 교권계급은 헤게모니 동맹을 맺게 되는데, 기독교의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성속동맹(聖俗同盟)은 콘스탄틴적 기독교라고 볼 수 있다. 콘스탄틴적 기독교는 오랜 박해 끝에 기독교인들의 종교가 AD 4세기 초에 로마의 한 종교로 공인되고, 4세기 말에 이르러 로마의 국교로 선언되면서 성립되었다. 국교로서의 기독교는 하나의 제국, 하나의 황제, 하나의 종교로 이루어지는 권력 삼위일체의 필요 불가결한 구성 부분이 되었다. 기독교가 하나의 제국과 하나의 황제를 뒷받침하는 하나의 종교여야 한다면, 기독교의 교리적 통일과 교회적 일치는 기독교가 제국 종교의 위상과 성격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 때문에 콘스탄틴은 삼위일체 논쟁과 도나티스트 논쟁에 직접 개입하여 교리의 제정과 교회 치리에 주도권을 행사하기까지 하였다. 콘스탄틴과 그 후계자들은 종교 내부의 일에 개입하여 종교의 정치화를 가속화하는 데 대한 대가로서 교회에 엄청난 특권을 부여했다. 일요일의 주일(主日) 제정, 성직자들의 공공의무 면제, 교회를 위한 재산 증여 제도의 확립, 교회의 안전 보장, 황제의 하사금 등은 그러한 특권들 가운데 일부였다. 콘스탄틴적 기독교는 더 이상 약자들 편에 서서 그들을 위한 하느님의 사랑을 구현하는 종교가 아니라 지배자의 종교였다. 교권세력의 의견과 다른 견해를 표명하는 사람들은 이단자로 낙인찍혀 가혹한 박해를 받았고, 기독교인들의 세계에서 영원히 추방당하는 형벌을 받았다. 이렇게 되면 가르침의 직무와 치리의 직무는 권력으로 등장한다. 교회의 이름으로 교권계급이 내거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고, 세속권력과 결탁한 교회권력에 대해서는 복종이 요구된다. 콘스탄틴적 기독교는 “교회는 지배한다!”는 명제로 성격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은사와 “카리스마” 물론 한국 개신교는 외형적으로 콘스탄틴적 기독교의 특성을 띠고 있지 않다. 19세기 말에 선교적 개신교로 뿌리를 박은 이래로 한국 개신교는 정교분리 원칙을 천명하였고, 해방 이후 대한민국 헌법은 종교와 국가를 분리하는 세속국가 원칙을 명시하였다. 그러나 식민지 시대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배계급이 교권계급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교권계급이 지배계급의 요구에 대해 용인적 태도를 취한 경우는 적지 않았다. 1960년대 중반에 시작된 국가조찬기도회는 세속국가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사로 평가될 수 있지만, 독재자를 위한 축도의 정치적 효과는 교권계급에 대한 암묵적인 후원과 특권 부여로 되갚아졌다. 한국 개신교 안에 형성된 최초의 교권계급은 선교 초기에는 신학정책, 교회정책, 선교정책 등을 좌우했던 선교사들이었다. 한국인 목회자들이 양성되면서 교권세력의 한 축을 형성한 사람들은 선교사들과 밀접하게 결합한 목회자들이었다. 그들은 교단 총회를 통하여 선교사들로부터 전수받은 신학적 견해를 정통 신학으로 확립하였다. 이러한 경향은 교회의 진리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총회에 부여한 장로교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 장로회에서 교리를 둘러싼 갈등과 교단 분열이 계속 이어진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 개신교의 교권 세력은 한국 교회가 급성장하던 1960년대 중후반 이후에는 조금 다른 성격을 띠기 시작했다. 오늘의 한국 교회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목회자들은 대부분 천막 교회를 대형 교회로 성장시키는 데 성공한 경력을 갖고 있다. 교인수의 급속한 증가와 헌금 액수의 급격한 증가로 요약되는 교회의 양적 성장은 경제 성장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와 맞물리면서 성공적 목회의 가늠자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양적 성장은 사회학적 관점에서 다각적으로 설명될 수 있지만, 그것이 성령의 임재와 역사(役事)의 결과로 해석되면서 신학적 정당성을 획득하였다는 것이 중요하다. 양적 성장에 성공한 목회자는 성령의 능력을 받은 사람으로 인정되어 카리스마적 지도자의 반열에 오르게 되고 교회에서 신성불가침의 권위를 행사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카리스마적 지도자들은 교회의 양적 성장이 가져온 엄청난 인적 자원과 물질적 자원을 동원하고 활용함으로써 교회 내부뿐만 아니라 교단 차원에서, 교단 지도자들의 각종 협의체들이나 교회 연합 활동의 틀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종교권력의 담지자로 등장한다. 그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세속권력에 접근하여 종교권력을 강화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경향이 얼마나 강력한가를 보여주는 실례들은 매우 많다. 앞에서 언급한 국가조찬기도회를 일단 제쳐 놓고, 최근의 몇 가지 사례들만을 꼽는다면, 2003년 이후에 나타나는 기독교 정당 결성 움직임이나 2007년의 노골적인 대통령 선거 개입, 최근에 미국 쇠고기 파동이나 대운하를 둘러싼 소용돌이 속에서 나타난 “장로 대통령”에 대한 강력한 지지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실례들을 들여다 보면, 그들이 추구하는 성속동맹은 콘스탄틴적 기독교의 세속국가적 버전인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권위주의의 폐해 한국 개신교의 카리스마적 지도자들이 “성령의 능력”을 받은 사람으로서 교회에 의해 인정받아 행사하는 권위는 워낙 막강해서 그 권위에 도전하는 것은 거의 생각할 수 없는 것처럼 여겨지기까지 한다. 평신도들은 그들의 권위에 맹종할 뿐, 그 권위의 정당성을 묻지 않는다. 그들이 종교권력으로 등장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카리스마적 지도자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그들의 “카리스마”가 성령의 값없는 선물이라기보다는 특별한 인물에게 부여된 소유물이나 특질로 생각되는 듯한 인상을 자아낸다. 성령으로부터 받은 선물을 제 소유물로 간주하여 자기 뜻에 따라 쓰려고 하기 때문에 자신의 업적을 자랑하고 자신이 특별난 존재임을 과시한다. 이것은 우리 시대에 편만해 있는 소유 관념을 알게 모르게 성령의 은사에까지 적용하려는 태도이다. 로마의 물권법 전통을 이어받은 근대적 소유권은 소유물을 임의대로 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하고, 따라서 소유물에 대한 절대적 지배권을 뜻한다. 성령이 주신 은사를 제 소유물로 여겨 제 마음대로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성령의 뜻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의지를 절대화하려는 경향을 보이기 마련이다. 최근에 대형 교회들에서 나타난 담임목사직 세습은 교회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에서조차 비웃음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일은 카리스마적 지도자들이 자신의 직책을 소유물로 여기고, 그 소유물을 혈통에 따라 계승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일어났을 것이다. 성령의 은사를 받은 대로 교회의 직책을 수행한다는 생각은 실종되고, 성령의 인도 아래서 교회의 총의를 모아서 담임목사를 선출하여야 한다는 공교회의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설사 목사 선출 절차를 형식적으로 밟는다 할지라도, 평신도들이 권위에 굴종하도록 길들어져 있다면 카리스마적 지도자의 후계자 지명 의지를 물리칠 수는 없을 것이다. 담임목사직 세습이 이루어질 정도로 한국 교회는 권위주의에 절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권위주의는 교회의 여러 지체들이 각자 받은 카리스마(은사)에 따라 일하되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공동체를 이루어야 한다는 성서의 가르침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권위주의는 어떤 한 은사를 우위에 두고 다른 은사들을 그 아래 두려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교회는 권위적인 경직된 위계구조로 변하고 거기서는 어느덧 지배와 굴종이 일상화된다. 이렇게 되면 평신도들에게 각기 다른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른 분량으로 부여된 은사들은 사장된다. 평신도들이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교회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회가 목회자 독재에 의해 억압될 것이기 때문이다. 교회성장 지상주의에 매몰된 목회자의 독단이 아무런 제재를 받지 못하는 교회에서 세상을 섬기는 데 필요한 평신도들의 다양한 은사들이 발휘될 수 있는 기회는 찾을 수 없을 것이다. 한국 교회에서 권위주의의 폐해는 교회 안의 위계구조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여성과 남성의 역할 분담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하나님도 한 분이요, 주님도 한 분이요, 성령도 한 분이라고 고백하는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유대인과 헬라인의 차별이 없고, 주인과 종의 차별이 없고, 여성과 남성의 차별이 없다고 선언한다. 성령의 은사는 성별에 따라 달리 주어지지 않는다. 여성들도 성령으로부터 각기 다른 은사들을 받고 그 은사에 따라 교회에서 다양한 직책을 맡아 일할 수 있고, 또 마땅히 그래야 한다. 그렇지만 여성이라는 이유 때문에 성령으로부터 받은 은사를 살리지 못하는 것이 교회의 현실이다. 교회가 여성에 대한 남성의 지배라는 뿌리 깊은 권위주의 문화로부터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이 받은 각기 다른 은사들이 사장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많은 경우 교회 안에서 가르치는 직책을 맡지 못하고, 교회 치리의 직책에 접근하지 못한다. 그들에게는 낮은 자리에서 봉사하는 일이 맡겨질 뿐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여야 하나? 한국 교회가 권위주의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할 일이 많이 있겠지만, 나는 세 가지를 특별히 강조하고 싶다. 우선, 교회에 다양한 카리스마들을 허락한 성령의 뜻에 따라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 무엇인가를 물어야 한다. 성령은 막힌 담을 헐고 소통하고 사귀기를 원한다. 이러한 소통과 사귐을 위해서는 개방성이 필요하다. 개방성은 나의 뜻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고 남이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내 앞에 있는 네가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에게는 네가 나처럼 되기를 강요하고 너를 내 안에 통합하여 나의 일부로 삼으려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 교만한 마음이 자기주장과 타자에 대한 지배를 불러일으킨다. 네가 나와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나와 다른 너의 바로 그 다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도리어 나를 비우고 그 빈자리에 네가 들어오게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러한 마음가짐을 갖기 위해서는 많은 훈련이 있어야 한다. 바울이 고린도 교인들에게 가르친 카리스마 공동체는 각자가 받은 카리스마를 자랑하거나 남이 받은 카리스마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하지 않는 공동체이다. 다른 카리스마들을 성령의 은사로 인정하고 카리스마의 서로 다름이 도리어 사귐과 교통을 촉진하는 공동체, 서로 다른 카리스마를 받은 사람들이 자기 비움을 통해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공동체 - 그것이 바로 바울이 바라는 다양성 속의 통일을 이루는 공동체이다. 둘째, 다양성 속의 통일을 이루는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교회 안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권력을 해체시켜야 한다. 종교권력을 해체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평신도들이 제도 교회 안에서 권력을 구축하고 이에 기반을 두고 정치권력과 헤게모니 동맹을 추구하는 종교 지도자의 권위에 대한 인정을 철회하는 것이다. 종교 지도자의 권위를 둘러싼 인정투쟁에서 평신도들이 이길 수 있다면, 교회의 민주화는 매우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교회의 민주화는 성서의 가르침에 따라 교회를 구성하는 각 지체의 은사가 동등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각기 다른 은사들을 부여받은 사람들의 협의체적 공동체를 형성할 때 제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셋째, 이러한 협의체적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교회의 지체를 이루는 각 사람이 성령으로부터 받은 은사를 인식하고 그 은사에 따라 교회의 일을 할 수 있도록 훈련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훈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각 사람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과 바른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하나님의 은혜를 받았고, 성령을 받아서 하나님을 아버지로 부르고 장치 올 구원을 미리 맛보는 특권을 받았음을 자각하는 것이다. 그러한 사람은 어떤 경우에도 지배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는 자유인으로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자리를 넘보는 것을 예리하게 분별하고 그것에 대해 분명하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분별 능력과 비판 능력을 키우는 훈련이 목회윤리의 시작이다. 그러한 능력이 갖추어져야만 권위주의와 성차별을 넘어설 수 있다. 타자의 인정과 존중, 무제약적인 교통과 사귐, 민주적이고 협의체적인 은사공동체 형성 - 이 모든 일은 그러한 능력을 기르기 위한 고된 훈련을 거쳐야만 달성될 수 있다. 한국 교회에 필요한 것은 그러한 훈련을 뒷받침하는 목회윤리적 지침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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