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10/25 (23:13) from 210.120.174.170' of 210.120.174.170' | Article Number : 31 |
강원돈
(kwdt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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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11214 , Lines : 149 |
|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사회적 협약 체결을 보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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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사회적 협약 체결을 보면서 강원돈 우리 나라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우리 나라 근로기준법은 주 44시간 노동을 법정 근로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 기구(OECD)에 가입한 나라들 가운데서 우리 나라는 법정 근로시간이 가장 긴 나라에 속한 다. 또한 노동자 한 사람이 일년 동안 수행하는 노동 시간은 2,457 시간에 달한다. 우리 나 라와 똑같이 주당 법정 노동시간이 44시간인 싱가포르에서 노동자 한 사람이 연간 2,455 시 간 일하는 것을 제외하면, 우리 나라 노동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 일한다고 말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몇 년 전 노동시간 단축을 법제화한 프랑스에서 주당 법정 노동시 간이 35시간이고, 노동자 일인당 연간 평균 노동시간이 1,634 시간이라고 하니, 그 격차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주 44시간 노동을 하려면 주 6일 근무가 보편적일 수밖에 없는데, OECD 국가들 가운데 이와 같은 근무형태를 유지하는 곳은 우리 나라밖에 없다. 6일 동안 44시간 근무를 하고, 거 기 더하여 초과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은 우리 나라에서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노동과 휴식의 리듬을 잃기 쉽다.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도 적을 수밖에 없고, 자기계발을 위해 시간을 내기도 어렵다. 저임금 문제가 해결되어 적정 수준의 소득이 보장된다면 모든 노동자들은 주 5일 근무에 노동시간이 대폭 줄어들기를 바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삶의 질과 관련 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생산성이 빠른 속도로 향상되어 노동력 수요가 급격히 줄어드는 오 늘의 사회에서는 실업을 줄이는 차원에서도 추천할 만한 일이다. 상품을 생산하고 교환하는 데 필요한 노동력의 양이 줄어들면, 오직 노동자 일인당 노동시간을 축소할 때라야만, 노동 능력이 있고 노동 의욕이 있는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골고루 나누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인용한 바 있는 프랑스의 노동시간 단축은 정부의 노동시장 정책 차원에서 도입된 중 요한 방안이었다. 지난 10월 23일 노사정위원회는 법정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주 5일 근무형태를 도입하기로 합의하였는데, 이것은 위에서 말한 몇 가지 점들을 감안할 때 참으로 획기적인 조치라고 말 할 수 있다. 노동시간에 관한 사회적 협약과 그 반향 이번 노사정위원회의 합의는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하고, 법정 노동시간을 40시간으로 줄이 고, 연간 노동시간을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2,000 시간 이하로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하 고 있다. 그 동안 사용자측이 생산성 저하와 임금상승을 우려하여 노동시간 단축에 완강하 게 저항해 온 것을 감안하면, 이번의 노사정 합의는 우리 나라에서 최초로 노동시간 문제에 관한 사회적 협약을 체결한 선례로 중요한 역사적 평가를 받을 만한 일이다. 물론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하여 임금조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문제를 휴일·휴가제도 운영 문제와 어 떻게 연계할 것인가 하는 세부사항을 놓고서 노사정 차원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 에 이 제도가 시행되기까지는 많은 진통이 따를 것이다. 그렇기는 해도 이 사회적 협약이 체결됨으로써 노동시간에 관하여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원칙적으로 정해졌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임에 틀림없다. 노사정위원회의 합의 내용이 공표되자 사용자측과 노동자측, 그리고 사회 각계층은 다양 한 반응을 보였다. 사용자측은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해 노동비용이 증가되어서는 안 된다고 못박고, 이를 위해서는 각종 수당 및 휴가·휴일을 조정하고, 연장근로에 적용되는 임금할증 률을 대폭 하향 조정하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노동시간 단축이 노동 비용 증가 등 경영여건을 크게 악화시킨다고 보고, 가급적 이 제도가 시행되지 않기를 바라 고 있다. 노동자측의 입장은 노동시간이 단축되더라도 노동자들의 실질소득이 줄어드는 것을 용납 할 수 없다고 주장하다. 민주노총은 여기서 더 나아가 이제까지 제도적으로 보장되어 왔던 생리·월차 휴가 및 수당지급을 폐지하는 것을 묵과하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 보수 언론은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오늘의 상황에서 노동시간 단축이 시기상조라고 주장하고, 설사 이 제도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경제여건을 감안하면서 생산성 유지 등 경제 적 효율성을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장기간에 걸쳐 도입되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시민들은 각자의 임금수준에 따라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기는 하지만, 이 제도의 도입이 사회생활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 올 것임을 알고 있다. 물론 소득이 적은 노동자 가정은 여가 시간을 즐길 수 있는 물질적 기반이 없어서 상대적 박탈감을 더 크게 느낄 것이다. 이 문제를 푸는 방법은 노동시간 단축과 소득정책을 연계시키는 것인데, 이와 관련해서는 우리 사회의 지혜가 모아져야 할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의 의미 노사정위원회는 노동시간 단축에 합의하면서 이를 정보화 사회의 도래와 연관시켰다. 노동 자들은 여가를 이용하여 자기를 계발하여 정보화 사회의 요구에 대응하고, 경영자들은 노동 시간 단축을 통해 생산성의 질적 향상을 이루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노동시간 단축을 도입하기 위해 노사정위원회가 제시한 이 논거가 완전히 틀렸다고 보지는 않지만, 우리 사회의 변화를 정확하게 읽고 내건 논거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정보화 사회에 노동자가 대응하기 위해서는 학습할 시간이 있어야 한다는 식으로 읽힐 수 있는 이 논거는 어떤 면에서는 일방적이기까지 하다. 왜냐하면 이 논거는 여가를 노동시장 의 요구에 맞추어 활용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일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닌 다음에야, 여가를 삶의 문제로 의미 있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생산을 위해 노동력을 재창조하는 과정으로만 인식하는 것은 일종의 강박증세이다. 우리 사회는 생산력의 발전으로 인해서 근본적으로 변화되고 있다. 그 변화는 "사회적으 로 필요한 노동"의 양이 급격하게 줄어들기 때문에 나타나고 있다.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 동"은 일종의 전문적 표현인데, 시장사회에서 상품을 생산하고 교환하는 데 필요한 노동을 뜻하다. 이 노동은 물론 노동시장에서 교환되는 노동력으로부터 나온다.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의 양이 줄어들면 노동시장에서 교환되는 노동력의 양도 덩달아 줄어들기 마련이다. 쉽게 말하면 고용기회는 줄어들고, 실업은 늘어난다는 뜻이다. 혹자는 앞으로 정규직 노동에 종사하면서 생활을 제대로 꾸려 가는 사람들의 수효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수효가 20대 80 정도로 나타날 수 있다는 극도로 어두운 전망을 말하기도 한다. 나는 노동시간 단축이 바로 이러한 노동사회의 변화 때문에 필요하다고 본다. 노사정위원 회가 왜 이러한 논거를 내세우지 않았는지 나는 잘 알지 못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노동 시간 단축을 연대적인 노동시장 정책의 틀에서 정당화하기 쉬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동시간 단축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의 총량을 노동능력이 있고 노동의욕이 있는 사람들에게 가급적 골고루 나누는 사회적 연대의 실천으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 일주일에 한 시간 일을 해도 취업자로 분류하는 현행 노동인구조사 방법 때문에 실업률이 4 퍼센트대 로 나타나서 그렇지, OECD 기준을 적용하면 우리 사회의 실업률은 훌쩍 10 퍼센트를 넘게 된다. 노동을 통해 생계를 꾸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실업자로 등록하고, 이 사람들을 집계하 여 실업자 수를 발표하는 독일식 제도에 따를 때, 우리 사회의 실업률이 어느 정도에 이를 까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할 지경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실업률 4 퍼센트대라는 공식 통계 에 의지해서 일자리 나누기의 중요성을 뒷전에 밀쳐두는 것은 마땅치 않은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자리를 연대적으로 나누기 위해서는 노동시간 단축을 제도화하고 사용자 들이 노동력 부족 사태를 연장근무의 편법으로 해결하지 못하도록 연장근무의 임금할증률을 상향조정해야 할 것이다. 오늘의 노동시장의 상황을 고려하면, 노동시간을 보다 더 급진적으 로 단축하기 위한 사회적 협약이 체결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만일 주 4일제 근무에 28시 간 정도 일하는 급진적인 노동시간 정책이 법제화된다면, 일할 능력이 있고 일할 의사가 있 는 사람들은, 적어도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부문이 아닌 한, 모두 일자리를 갖게 될 것 이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더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늘어나는 일자리는 반드시 정규 노동시장을 통해 분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 정부 들어 노동시장의 유연화 가 촉진된 나머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비율은 작년 9월에만도 노동인구의 51 퍼센트에 달 했고, 이 비율이 상승일로에 있다는 것은 쉽게 추정할 수 있는 일이다. 단기계약직, 일용직, 파견근무 등의 형태로 일하는 사람들이 소득감소와 불안정 고용으로 인해 말할 수 없는 고 통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 노동자들로 전환하는 일 을 서둘러야 하고, 이를 노동시간의 급진적 단축 정책과 결합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과 소득정책 노동시간 단축은 소득정책과 맞물릴 때 실효를 거둘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노동시간을 단 축하면 임금도 조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원칙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다.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데도 임금조정이 안 된다면, 임금이 실질적으로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렇게 해서 사 용자측의 부담이 늘어나면, 사용자측은 고용을 확대하려고 들지 않고 일자리를 줄이는 합리 화 투자에 박차를 가하게 될 것이다. 당연히 실업 문제 해결은 요원해진다. 따라서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조정은 일자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특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 서는 안 되고, 노동시장에서 배제되어 있는 사람들과 연대하는 정신으로 다루어져야 할 것 이다. 그러나 방대한 자본투자로 인해 부가가치의 상당부분이 자본에 의해 창조되는 오늘의 시 장경제에서 노동시간 단축에 비례해서 임금을 삭감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개별 기업만 놓고 보면, 그런 조치는 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국 민경제 차원에서는 결국 생산과 소비의 균형이 깨짐으로써 장기적으로는 심각한 공황이 올 수 있고, 그에 따르는 비용은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의 시장경제에서 기업 이윤을 전적으로 투자 부문으로 돌리는 것은 근시안적인 경제행위이고, 오히려 노동소득을 높이는 방향으로 기업이익을 분배하는 것이 이성적이다. 노동시간 단축과 임금조정은 결코 비례관계에 있는 것으로 생각할 이유가 없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을 고용 하고, 피고용자들의 임금을 적정 수준에서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업이윤이 자본 과 노동 사이에서 적정하게 분배되어야 한다. 물론 개별 기업은 이윤을 적정하게 분배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가 어렵다. 이 것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기구가 있다면, 그것은 성장과 복지의 조화를 목표 로 삼는 국가일 수밖에 없다. 국가가 면밀한 검토를 거쳐 적정성장률을 제시하면, 국민경제 차원에서 동원해야 할 적정 투자액이 산출될 수 있기 때문에, 개별 기업 차원에서도 적정 투자자본의 규모를 쉽게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 적정 투자자본의 규모 가 결정되면 기업이윤의 배분을 둘러싼 노사합의를 이끌어내기도 더 쉬워질 것이다. 만일 이와 같은 소득정책을 통해 노동에 돌아갈 몫이 결정되면, 그 몫을 노동자들 사이에 서 적정하게 분배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물론 이것은 쉽지 않은 문제이다. 그 러나 각 노동자가 그 가족과 함께 기본욕구를 충족하는 데 필요한 기본소득을 노동에 돌아 갈 몫으로부터 나누고, 그 나머지를 각 사람이 능력과 자격조건에 따라 수행한 업적대로분 배한다면, 그 몫은 연대적으로 분배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분배에서는 일할 능력이 있고 일할 의사가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일자리가 배분되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충 족되어야 한다. 물론 마찰적 실업과 같은 일시적인 실업현상까지 막을 수는 없으므로 그런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마땅히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신자유주의적 지구화가 진행되어 국가가 경제주권의 대부분을 상실한 마당에 위에서 말한 일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 또 이른바 "무한경쟁"에 노출된 기업이 국민경제 차원에서 고려 된 적정 투자자본의 크기를 고려할 이유가 있는가 하고 반문할 수 있다. 물론 지금은 국가 가 그런 일을 하기가 참으로 어렵게 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국가가 그런 일을 할 수 있 도록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에 제동을 거는 것이 중요하지, 국가가 그렇게 하지 못한다고 한 탄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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