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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09 (17:47) from 211.169.111.23' of 211.169.111.23' Article Number :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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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시민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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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시민사회


I. 머리말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시민사회"라는 주제는 신자유주의적 지구화가 진행되고 있는 오늘의
상황에서 매우 도전적인 주제가 되었다.
 신자유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기업의 소임은 영리추구이고, 국가는 기업이 자유롭게 영리
를 추구할 수 있는 조건을 제도적으로 만들어 주어야 한다. 기업이 자원할당의 효율성을 추
구하고, 기업의 인수 합병 등 투기수익 기회를 잘 활용하여 단기적인 영업수익을 극대화하
지 않으면, 주주들은 경영진을 문책하거나 개편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할 것이다. 이러한 상
황에서 기업 경영은 이윤극대화 강박 아래 놓이게 되고, 기업이 생활세계에 공헌하여야 한
다는 주장은 씨알조차 먹히지 않게 될 것이다.
 세상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시민사회라는 주제 설정은 시민사회가
주동이 되어 기업이 사회적 책임의 주체로 성숙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는 문제 의식을
내포하고 있다. 이 글에서 나는 우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생각해 보
고, 그 다음 기업이 사회적 책임의 주체가 되도록 시민사회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인가를 밝히기로 한다.

II.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1. 앞서 말한 신자유주의적 기업 상황은 물론 영미식 주주자본주의에서 파생한 극단적인 기
업 상황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극단성이 발현된 것은 근대이래 시장경제의 틀에서 기업에
부여된 조건들 때문이다. 근대 시장경제에서 기업의 발전은 영리와 가계의 분리를 역사적
조건으로 하였다. 시장경제에서 가계는 소비와 노동력 제공을 맡고 기업은 재화와 용역의
생산과 판매를 맡는다. 그리고 가계와 기업은 생산물시장과 노동시장을 통해 서로 연관을
맺는다. 기업은 이러한 역사적 조건 아래서 다른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하며 생존을 모색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기업은 비용절감 압력 아래서 더 많은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
하였고, 이윤 추구와 합리성의 추구는 기업의 생존전략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목적으로 인
식되기에 이르렀다. 기업의 성공은 채산성으로 판가름나고, 채산성은 경제적 효율성을 가늠
하는 준거가 된다. 이와 같은 효율성 추구의 압력 아래서 수행되는 기업활동은 생활세계로
부터 독립하여 독자적인 체제로 발전하고, 경제적 합리성은 생활세계의 규범적 합리성과 질
적으로 구별되기에 이르렀다.

2. 시장경제에서 기업은 사적 자본을 근간으로 해서 발전되었다. 이론적으로만 보면, 시장경
제에서 기업이 사적 소유에 근거할 필요는 없다. 기업과 사유재산제의 결합은 역사적 현상
일 뿐이다. 그러나 기업이 역사적으로 사적 소유에 근거하여 발전하고, 근대 시장사회에서
국가가 물건에 대한 절대적 지배권을 뜻하는 소유의 불가침성을 헌법을 통해 보장하였다는
것은 근대기업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3. 시장경제에서 기업의 활동은 크게 세 가지 정책으로 이루어진다. 경제정책과 인사정책,
그리고 사회정책이 그것이다.
 경제정책은 생산수단의 지배와 관련되어 있다. 기업활동의 물질적 기반은 생산자산이다.
생산자산의 투입, 확대, 이전, 매각, 청산 등을 다루는 기업의 경제정책은 생산자산의 소유자
나 그 소유자에 의해 생산자산의 처분을 위임받은 경영자의 전권으로 인식된다. 부르주아
사회에서 이 권한은 헌법에 의해 보장된다. 기업의 인사정책은 자본이 노동시장에서 구입한
노동력의 투입과 배치 혹은 퇴출과 관련되어 있다. 기업 경영자는 임금수준, 노동조건, 노동
시간 등을 규정하는 노동계약에 근거하여 노동력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하고자 한다. 이것이
노동에 대한 자본의 지배이다. 기업 경영자는 여기서 더 나아가 경영조건에 따라 노동력의
추가구입이나 퇴장을 결정하는 권한을 주장한다. 기업의 사회정책은 임금, 휴가, 상여금, 복
지후생시설 등 노동자의 복지와 관련되어 있고, 이 정책은 노사 쌍방의 교섭과 합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업활동의 핵을 이루는 이 세 가지 정책 결정은 사적 소유의 주체에게 맡겨져 있다. 소
유의 주체가 자연인인가, 법인인가는 이 점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 법인 기업의 가장 흔한
형태인 주식회사에서 생산자산의 운영을 위임받은 경영진의 고유한 권한도 이 세 가지 정책
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라고 말할 수 있다.

4. 기업에서 자본과 노동은 서로 협력하면서도 근본적으로는 서로 대립하고 있다. 자본과 노
동은 각각 기업의 불가결한 구성요소로서 서로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기업에서 자본과 노
동은 서로 상반되는 이해관계를 갖고 대립한다. 시장사회에서 기업의 역사는 위에서 말한
세 가지 정책을 둘러싼 자본과 노동 사이의 협력과 투쟁의 역사라고 볼 수 있다.
 자본측은 생산자산의 절대적 지배권을 행사하며 이윤 추구에 나선다. 자본측의 경제정책
은 노동측에 기회가 되기도 하고 파멸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극단적인 예를 들면, 공장
폐쇄나 매각은 자본측의 당연한 권한 행사라고 말할 수 있을는지 모르지만, 노동측은 그 즉
시 길바닥에 나앉아야 한다.
 인사정책을 자본측의 고유한 권한이라고 하지만, 노동력은 사람됨의 불가결한 구성요소이
다. 노동력의 지배는 노동력을 지니고 있는 장본인(Person)에 대한 지배와 분리되지 않는다.
그리고 경영조건 때문에 자본측이 고용조정에 나서면, 해당 노동자와 그 가족의 삶은 파탄
에 빠지게 마련이다.
 사회정책을 노사 쌍방의 교섭과 합의에 의해 결정한다고 쳐도, 노사교섭을 어떻게 제도화
하는가에 따라 노동자의 이익은 큰 영향을 받게 되어 있다. 단위사업장 차원의 노사교섭에
서 사회적 압력과 심리적 강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노동측 교섭대표들이 있을 수 있
을까? 산업별 노사교섭을 제도화하여 노동측이 좀더 대등한 위치에서 강박에 시달리지 않고
자본측과 협상에 나서고 싶다고 제안하는데 자본측이 이 제안을 수용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
인가?
 이렇게 보면, 기업 경영자들에게 맡겨진 세 권한은 절대적 권한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
권한의 행사가 자본의 이해관계뿐만 아니라 노동의 이해관계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한, 그 권한의 행사는 자본측의 감독도 받고 노동측의 견제도 받아야 한다. 경영전권의 행사
가 자본의 이해관계만을 고려한 나머지 노동의 이해관계를 중대하게 침해했을 경우, 그 결
과에 대한 책임은 누가 어떻게 질 것인가? 바로 이 지점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물어야 하
는 첫 번째 자리이다.

5. 기왕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묻자고 나선다면, 기업이 추구하는 합리성이 생활세계의 합
리성으로부터 독립하여 실체화된 것부터 문제 삼아야 할 것이다. 기업의 장은 생활세계이다.
생활세계는 생태계, 사회간접자본, 재화의 교환체계, 신용제도, 이해관계의 조절기제, 공동생
활의 규율장치, 학습체계, 규범의 제정과 일탈행위의 제재 과정 등이 어우러져 있는 복합체
이다. 이 복합체의 이상은 개인의 발전과 공동체의 발전을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시키는 것
이다. 이를 위해서는 생활세계를 규율하는 규범들에 대한 공동체적 합의를 도출하고 실천하
는 것이다. 이것을 가리켜 생활세계의 합리성 추구라고 말한다.
 
5.1 기업활동은 생활세계를 기반으로 하고, 생활세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기업이 생활
세계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은 잘 훈련된 노동력을 생활세계로부터 공급받는다는 데서 확연
하게 드러난다. 또한 기업 활동을 뒷받침하는 사회간접자본은 기업에 엄청난 혜택을 주고
있다. 이와 비슷한 실례들의 목록을 작성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이러한 혜택 아래서 기업
활동이 이루어진다면, 기업 활동의 이익 가운데 일부를 생활세계에 환원시켜 생활세계의 발
전을 위해 공헌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특히 지역사회에서 기업의 기여는 매우 중요하
다.
 기업활동은 생활세계에 엄청난 폐해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예를 들면, 어떤 기업이 시장권
력을 독점하는 경우, 시장의 질서는 극도로 문란해진다. 독점금지법의 허술한 구멍을 뚫고서
계열 기업들 사이의 내부거래를 도모할 경우에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경쟁업체들이나 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 또한 고용조정을 통해 수많은 노동자들을 실업으로
내몬다면, 그들의 생활비용은 누가 감당해야 하는가? 거기서 발생하는 사회비용은 친족복지
체계에 의해 부분적으로 흡수된다 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만인의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다.
기업 활동으로 인해 환경오염이 발생하였을 때, 환경오염을 제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또 누가 부담하는가? 제 아무리 외부비용의 내부화를 법적, 제도적으로 강제한다 하더라도,
천문학적인 환경비용을 개별기업이 감당하지 못하고 나가자빠지면, 결국 그 비용 역시 만인
의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다. 기업의 이익 추구를 위해 마약을 생산, 판매하거나 군산복합체
같은 것을 만들어서 무기를 생산, 판매하는 일에 혈안이 된다고 하면, 그러한 상품의 소비가
가져오는 결과는 생활세계들의 파멸일 것이다.

5.2 따라서 기업의 영리활동을 이끌어가는 경제적 합리성은 생활세계의 합리성 요구 아래
놓여야지, 그 반대일 수는 없다. 오직 이러한 선후관계가 분명할 때에만, 기업활동은 생활세
계에 의해 통제될 수 있고, 기업의 경영자들은 기업활동의 정당성을 생활세계로부터 인정받
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기업활동으로부터 발생하는 외부효과들을 내부화하고, 생활세계의
합리성을 대변하는 사람들이 기업 경영이나 경영감독에 참여하도록 열린 대화의 경영을 추
구하는 것이 그 구체적인 대응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5.3 물론 시장경제가 자원할당의 효율성을 다른 경제체제보다 더 낫게 실현한다고 전제될
수 있는 한, 시장경제의 경쟁 압력 아래서 기업이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기업은 생산요소들을 효율적으로 투입하기 위해서 비용의 압력이나 기술진보를 고려하면서
공정의 "생산성잠재력"을 최대한 구축하여야 할 것이고, 생산요소 투입 공정의 도구적 합리
성에 입각하여 효율성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 이런 의미의 효율성 추구는 기업의 생존전
략이라고 말해도 무방하다. 문제는 이 생존전략이 기업의 목적으로 둔갑하여 스스로를 절대
화하는 것이다. 나는 이 문제를 제대로 풀 때 기업이 생활세계에서 책임 있는 주체로 성숙
할 수 있다고 본다.
 
5.4 시장경제의 역사적 조건 아래서 기업의 생존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룩하기 위해 고
려할 점이 또 한 가지 있다. 기업은 하나의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효과적으로 통제되어야
한다. 기업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는 경영혁신의 압력과 구조변화를 염두에
두면서 "성공잠재력"을 최대화하는 전략을 짜지 않으면 안 된다. 예를 들면, 과거 한국 기업
이 채용했던 병영적 노사관리나 테일러식 위계구조는 노동에 대한 자본의 지배나 노동 배제
원칙에 입각한 것이어서, 변화된 경영 환경에서는 기업 시스템 운영을 극도로 곤란하게 만
들 수 있고, 기업의 성공잠재력을 크게 잠식할 수 있다. 오히려 노동의 권력을 강화시켜 자
본의 권력과 대등한 지위에 올려놓고서 노사 쌍방의 참여적인 협력관계에 입각하여 기업 시
스템을 운영하는 것이 기업의 성공잠재력을 최대화하는 길일 수 있다. 이를 위한 제도적 장
치들은 참으로 많다. 독일에서는 작업장의 인간화와 민주화를 촉진하는 노사협력적 작업장
조직, 경영 감독 기구에 노동과 자본의 동수 참여를 보장하는 공동결정제도, 산업별 노사교
섭 제도 등을 도입하고 있는데, 나는 이 제도들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6. 위에서 말한 것을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시장사회에서 기업이 생존을 유지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1) 기업의 정책결정 차원에서는 단순한 채산성 기준에 따르지 않고
노동의 이익을 함께 실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2) 생활세계에서의 기업의 지위를
고려한다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자원할당의 조작적 효율성 추구, 기업 시스템 통제의 전
략적 효과, 기업활동의 생활세계적 정당성 확보 등 세 가지 기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할 사
안이다.

III.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촉진하기 위해 시민사회가 할 일은 무엇인가?

1. 헤겔이 말하는 시민사회는 시장사회를 지칭했지만, 오늘날 이 개념은 좀더 확장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시민사회는 다양한 가치관과 이해관계와 이데올로기적 지향을 갖는 사람들
과 모임들의 네트워크라고 볼 수 있다.
 시민사회는 자본의 초국적 운동으로 인해 국가가 쇠퇴하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서 매우 중
요한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국가가 쇠퇴하면서 시장의 무질서가 극심해지고 있기 때문에,
시민사회는 시장의 질서를 바로 잡기 위해서 감시 기능, 압력 기능, 향도 기능을 떠맡지 않
을 수 없게 되었다. 시민사회는 시장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시장세력들을 감시하고, 그 결과
를 생활세계에 공개하여 제재를 받게 하든지, 국가에 압력을 가하여 시장의 무질서를 규율
하는 입법활동에 나서게 만들어야 한다. 더 나아가 시민사회는 윤리적 투자 운동을 조직하
여 기업 활동을 향도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오늘날 자본의 초국적 운동은 이러한 시민사회의 활동을 초국적으로 조직할 것을 요청하
고 있다.

2.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구현하도록 하기 위해서 시민사회가 우선 할 수 있는 것은 기업활
동을 감시하는 일이다. 이 일을 잘 하려면, 우선 감시 목록부터 제대로 작성해야 할 것이다.
 
2.1 우선 기업 경영의 고유한 권한으로 인정받고 있는 세 가지 기업정책들이 자본의 이익에
만 기여하고 노동측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가를 감시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목록은 한없이 길겠지만 다음의 몇 가지만큼은 빼놓을 수 없다:

- 임금 착취, 열악한 노동조건, 장시간 노동의 강요 등을 일삼는 기업
- 일터의 민주화와 인간화를 외면하거나, 노동자들을 기업 운영의 책임 있는 파트너로 간주
하지 않고, 단지 지배와 착취의 대상으로 삼는 기업
- 해고회피 노력이나 사회계획을 마련하지 않고서 경영조건의 변화를 빌미로 삼아 고용조
정에 나서는 기업
- 노사교섭을 단위사업장에 고착시키고 노동측 교섭대표들을 사회심리적 강박상태에 밀어
넣는 기업

2.2 만일 생활세계에서 기업의 책임을 논할 경우에는 감시 목록은 좀더 길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목록에는 최소한 다음과 같은 기업들이 망라되어야 할 것이다:

-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실현하지 못하여 자원할당의 효율성 측정을 어렵게 만들거나 불가
능하게 만드는 기업
- 이른바 경영자의 황제식 전횡이나 기업내 의사소통의 형해화로 인해 기업 성공의 잠재력
을 잠식하는 기업
- 생활세계에 대한 기업활동의 부정적인 효과를 방치하고, 그것을 처리하는 사회비용과 환
경비용을 외부화하는 기업
- 생활세계의 감독 기능을 기업 경영에 내부화하는 것을 한사코 거부하는 기업
- 지역사회에 등을 돌리는 기업
- 문어발식 경영과 내부거래를 통해 실질적인 시장권력을 독점하는 기업

2.3 시민사회가 이와 같은 기업들을 감시하고 그 결과를 생활세계에 공표하면, 생활세계는
그 기업들을 제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기업 이미지를 땅에 떨어뜨려 기업 브랜드 가치를
하락시키거나, 상품 불매 운동을 조직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별적
인 대응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기업들을 제재하여 시장질서를 바로 세우는 입법활
동에 나서도록 국가를 설득하거나 강제하는 일이다.

3.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촉진하기 위해서 시민사회는 윤리적 투자 운동을 조직하여 기업을
향도하는 일을 떠맡을 수 있다.

3.1 영어권 세계에서 윤리적 투자 운동은 19세기에 퀘이커나 감리교 등의 종교운동에서 비
롯되었다. 이들은 주로 기업문화나 고용조건 등에 관심을 가지고 주식 투자를 조직적으로
하고자 하였다. 20세기초에 이르러 감리교는 주식투자를 장려하되, 술의 제조나 도박과 연루
된 기업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금지하였다. 그 후 주식투자와 관련된 윤리적 판단 규준들을
세밀하게 작성하고자 하는 노력이 기울어졌다. 베트남 전쟁 기간에는 세계평화펀드을 조성
하여 전쟁에 개입한 기업들에 투자하지 않도록 캠페인을 벌이기도 하였고, 1980년대에는 남
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분리정책에 아랑곳하지 않는 기업들에 대한 투자반대운동이 조직되기
도 하였다. 이와 같은 활동 사례들은 매우 많다.

3.2 윤리적 투자 운동의 주체는 개인일 수도 있고, 개개인들의 출자로 구성되는 펀드일 수도
있다. 개개인의 투자는 분산되어 효과가 적다. 따라서 오늘날에는 펀드를 형성하여 윤리적
규준에 따라 주식 투자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것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투자에 앞서서
투자의 우선순위를 윤리적으로 재고하도록 촉진하는 효과를 갖는다. 영국의 경우에는 이와
같은 펀드들이 50개 이상 조직되어 있으며, 이 펀드들은 사회적인 규준들과 생태학적 규준
들에 따라 투자 대상을 선정하고 이를 생활세계에 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펀드들의 자
산은 2001년 8월 현재 수 억 파운드에 이른다고 한다.
 
3.3 윤리적 투자 운동은 이와 같은 직접 투자 활동 이외에 기업들의 활동을 감시하는 센터
를 운영할 수도 있다. 이 센터는 매우 구체적인 감시 항목들을 작성하고 감시 결과를 생활
세계에 공표할 수 있다. 감시항목의 예를 들면,

- 생태학적 친화성을 갖는 경영
- 기업의 환경정책
- 광산채굴과 폐기물 처리 방식
- 오존층 파괴 물질의 방출
- 제초제
- 열대우림 파괴
- 수질오염
- 대기오염
- 지역사회 기여
- 기업 지배구조
- 경영자의 수입
- 기회 균등
- 작업장 안전과 건강 보호
- 노동조합과 종업원 참여
- 직업교육과 훈련 수준
- 술, 담배 등 유해상품 제조
- 동물실험
- 유전자 조작
- 집약농법
- 인권 유린
- 군수품 제조와 판매
- 핵 산업
- 포르노그래피
- 제3세계와의 연대

3.4 윤리적 투자 운동은 시민사회의 활동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펀드를 운영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시민사회 활동의 취지와 역량을 고려하여 펀드 수익의 일부를 장기 저리 혹은 무
이자로 대부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IV. 마침말

오늘날 자본의 초국적 활동으로 인해 잉여는 지역으로부터 중앙으로, 주변부로부터 중심부
로 유출되어 그곳에 축적되고 있다. 주주자본주의가 확산되면서 기업의 이윤극대화가 최고
의 가치인 양 찬양되고 있다. 이 거대한 물결을 보고 많은 사람들은 절망적인 느낌을 받는
다. 시민사회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고취하고, 이를 촉진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개발한
다고 해도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의 물결을 당장 멈추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고취하기 위해 시민사회가 맡아야 할 감시 기능, 압력 기능,
향도 기능을 저버릴 수는 없다. 시민조직들은 지역적, 국내적, 세계적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에 제동을 걸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윤리적, 법적, 제도적으로 강제하
기 위해 애써야 할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규율하는 글로벌 가버넌시(Global
Governancy)도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서서히 그 윤곽을 드러낼 것이다.
 이러한 기업윤리적 노력은 지역경제(Community Economy)의 기반을 구축하고 지역사회
를 발전시키려는 운동과 결합될 때 비로소 더 큰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정책당국자
나 시장주체들, 그리고 시민사회는 이 분야에 대해 아직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나
는 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어 지역 사회에서 기업의 책임 있는 활동을 촉진하는
방안이 제시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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