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돈의 신학아키브 논문자료실
Kang Won-Don's Social Ethics Article Archive

2002/05/20 (02:29) from 164.124.83.253' of 164.124.83.253' Article Number : 44
Delete Modify 강원돈 (kwdth@chollian.net) Access : 9996 , Lines : 37
미국의 경제 패권과 문명충돌론
Download : 문명충돌론.hwp (34 Kbytes)
미국의 경제 패권과 문명충돌론


미국의 이중 잣대

엊그제 신문을 보니,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세계무역기구(WT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비난했다고 합니다. 철강제품에 대한 30%의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 조치를 발동하고, 향후 10년 동안 농업보조금을 1천억 달러 증가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구상은 세계경제 성장과 무역자유화를 가로막는 중대한 장애물이라고 이 기구들이 반발하였다는 것입니다. 경제의 지구화를 앞장서 옹호하는 사람들로서는 미국의 조치가 괘씸하기 그지없었을 것입니다.
 저는 경제의 지구화에 매우 비판적이고 회의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미국이 취한 조치로 인해 경제의 지구화 추세에 제동이 걸리는 것이 나쁠 것 없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이 취한 조치가 함축하는 의미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제까지의 경험을 놓고 볼 때, 미국은 정치, 경제, 군사, 문화 등 대외 문제들을 다루면서 어떤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는 나라가 아니고, 자국의 이익을 중심에 놓고서 임기응변을 능숙하게 구사하는 나라입니다. 수입 자동차에 대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여 자동차 수입 시장을 줄이면서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7년 기준으로 향후 10년 동안 15% 감소시키자는 국제기후협약의 비준을 거부해서 생태계 안정을 위한 범세계적인 노력에 찬 물을 끼얹은 나라가 바로 미국이 아닙니까? 그래서 사람들은 "미국의 이중적 잣대"를 비난하는 것입니다. 미국은 아무런 원칙 없이 자국의 이익을 힘으로 밀어붙이는 나라인 것 같습니다.

미국의 경제적 패권

 오늘의 미국은 정치군사적인 패권 국가일 뿐만 아니라,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할 정도의 막강한 영향력을 갖는 경제적 패권 국가입니다. 미국은 IMF 총회의 투표권 17%, 세계은행의 투표권 16.67%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고정환율제도로의 복귀, 쿼터 조정, 협정문 개정, 상무이사수의 변경, 특별인출권의 창출 등 IMF의 주요 정책은 총 투표수의 85 퍼센트의 찬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미국은 IMF의 주요 정책 결정에 대해 비토권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국가입니다. IMF와 세계은행에서 미국은 두 기구에서 높은 지분율을 가지고 있는 영국, 독일, 일본, 프랑스 등과 협력하여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WTO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각료회의에서는 참여국들의 전원합의 원칙이 채택되고 있기는 하지만, 개별국가는 WTO 규범을 100% 받아들이던지, WTO 체제 바깥으로 나가든지 양자택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무역국가들은 거대 시장을 갖고 있는 미국과 선진경제들의 시장주의 논리에 제동을 걸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밖에 미국의 경제 패권을 뒷받침하는 기구들은 7대 선진국(G7) 각료회의와 국제결제은행 등입니다. 마지막 두 기구들은 어떻게 보면 G7 국가들의 배타적인 클럽 같은 성격을 띠고 있지만, 미국이 이 기구들을 통해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참으로 막강합니다.
 예를 들면, 연 4천억 달러에 달하는 무역적자로 곤경에 처했던 미국은 1985년의 플라자 합의를 통해 그 당시 최대 무역흑자국이었던 일본의 엔화 가치를 아주 짧은 시기에 80 퍼센트 절상하고, 곧이어 거의 120퍼센트 가까이 절상하게 만들었습니다. 막대한 미국 채권을 가지고 있었던 일본은 엔화 절상으로 천문학적인 자산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하나의 예를 들면, 1990년대 초에 국제결제은행이 결정한 은행건전성 기준 상향 조정은 일본 신용제도를 붕괴 일보 직전까지 몰고 갔습니다. 은행건전성 기준을 갑자기 올리자 일본 은행들은 급히 여신 회수에 나설 수밖에 없었고, 이에 응할 능력을 갖지 못했던 기업들은 줄줄이 도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기업들은 막대한 무역 흑자로 인해 유동성이 급격히 늘어나는 1980년대에 엄청난 부동산을 확보했고,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자, 이 부동산을 담보로 해서 천문학적인 대출을 받아 사업 확장과 현대화에 나섰던 참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기업들이 도산하면서 담보로 잡힌 부동산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자 부동산 가격은 폭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은행들이 기업 도산으로 엄청난 부실 채권을 안은 데 더해서 부동산 거품이 무너지자 신용공황이 나타났습니다. 기업들의 신규 투자가 얼어붙고, 실업이 늘어나기 시작하고, 가계 소비가 위축되었습니다. 일본 은행들은 예금이 있어도 대출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돌입했고, 은행 수신 금리는 제로 금리로 치닫기 시작했습니다. 제로 금리 아래서도 시중에 돈이 돌지 않자 마침내 일본은 격심한 디플레이션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일본은 거품 붕괴 이후 "잃어버린 10년"을 한탄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고, 일본 경제의 회생은 여전히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위에서 말한 두 가지 사례를 놓고서 미국이 막강한 경제 패권을 이용하여 일본 두들겨 패기에 나섰다고 말하곤 합니다. 여기서는 미국이 IMF를 움직여 외환위기에 빠진 국가들을 어떻게 다루었는가를 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전쟁 경제와 전쟁 명분

 미국은 국제경제기구들과 자국의 발전된 금융서비스산업을 통해 세계경제에서 패권적 지위를 구축하고 있지만, 미국 국민경제 전체를 놓고 보면 군산복합체 비중이 매우 높은 전쟁경제 시스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금융자본은 세계 곳곳에서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고, 세계경제의 실물부문을 좌지우지할 정도의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화폐자본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카지노 자본주의의 규칙을 아무리 새롭게 제정하여도 수익률이 점차 떨어진다는 데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군수산업은 엄청난 수익을 약속하는 분야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군수산업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채택된 군사 케인즈주의로 인해 급팽창되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방 세계의 정치군사적 패권을 장악한 미국은 냉전 체제가 구축되자 "자유 세계"의 보호자로서 군비 확대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과잉 축적된 자본의 일부를 퍼내 군사 기술 개발과 군수 산업에 쏟아 부었고, 조세 수입이 부족할 경우 채권 발행으로 국방 예산을 메워 나갔습니다. 1950년대 말과 1960년대 초에 냉전 체제가 극에 달했을 때, 미국 연방정부 예산 가운데 국방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50 퍼센트가 넘었습니다. 군사 케인즈주의 아래서 미국 경제는 민간부문과 군사 부문이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면서도 서로 결합하는 독특한 구조를 취하였습니다. 미국 경제는 항구적인 전쟁경제로 탈바꿈되었고, 거대한 군산복합체가 구축되었습니다.
 미국 경제에서 군수산업이 차지하는 압도적인 지위 때문에 미국은 군수품의 생산과 소비를 촉진하고, 군사 기술의 혁신을 이끄는 전쟁정책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전쟁정책을 채택하기 위해 미국 정부는 전쟁의 명분과 정당성을 국민에게 설명하고 국민이 그것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전쟁의 명분과 정당성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 연방 정부는 역사적으로 다양한 전쟁 패러다임을 제시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참전을 위한 반 파시즘 전쟁론, 냉전 시대의 반공 방어벽 이론, 데땅뜨 시대의 지정학적 세력균형론, 신보수주의 시대의 소련 사탄론과 미사일 봉쇄전략론 등이 그것입니다.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에 벌어진 소련과 동구라파의 붕괴는 미국의 군산복합체에는 일대 위기였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전쟁 패러다임은 국민의 동의를 더 이상 얻을 수 없었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군수산업의 팽창에 종지부를 찍고, 군수산업을 평화산업으로 전환하는 일대 산업 구조조정을 꾀하는 것이었겠지만, 이미 전쟁경제의 틀이 고착된 미국으로서는 소련과 동구라파 붕괴 이후의 탈냉전 상황에 걸맞는 새로운 전쟁 패러다임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충돌론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충돌론

 헌팅턴의 문명충돌론은 매우 단순한 이론입니다. 그는 우선 세계에 서로 다른 문명권들이 있다고 봅니다. 서유럽과 미국,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이슬람, 중화, 힌두교, 슬라브 정교, 불교, 일본 문명권이 그것입니다. 이 문명권들은 각각 총체적인 생활방식의 체계로서 나름대로의 "가치, 기준, 제도, 사고방식"을 갖추어 독자성을 띠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문명권들은 상호 호환이 불가능하고, 서로 수렴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서구 문명권의 독자성은 다음 여덟 가지에서 찾을 수 있답니다. 그리스-로마의 유산, 기독교, 유럽어, 정교분리, 법치, 사회적 다원주의, 대의제, 개인주의가 그것입니다. 이러한 제도, 관습, 신념은 서구 문명권 이외에 다른 문명권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고 합니다. 미국은 바로 이 독특한 서구 문명권의 계승자로서 이 문명권의 존속과 발전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문명권들은 지역적으로 구별되지만, 특정 지역에서는 서로 만나고 충돌합니다. 헌팅턴은 문명권들을 구별하는 지역의 경계를 "단층선"이라는 말로 표현했습니다. 단층선은 문명권들이 충돌하는 전선이기도 합니다. 오늘의 세계는 서구 문명권에 압도되어 있었던 여러 문명권들이 자기주장을 내세우기 시작한 다문화, 다극화 시대입니다. 비서구 문명권들은 경제력이나 군사력 차원에서 서구에 도전하기 시작하였고, 서구 문명권에 의해 감염되지 않는 독자적인 성격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각 문명권에서 종교가 강력하게 부활하고 토착화 운동이 활성화되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서구 문명권의 핵심국으로서 다극화, 다문화의 세계 속에서 서구 문명권의 독자성을 보존하고 이 문명권을 다른 문명권들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할 실력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고 헌팅턴은 역설합니다. 특히 서구 문명권과 이슬람 문명권은 독자적인 유일신 사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상호간의 타협이 불가능한 만큼 이슬람의 공격으로부터 서구 문명권을 보호하는 것은 미국의 절체절명의 과제라는 것입니다.
 이 단순해 보이는 문명충돌론이 오늘의 세계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서구 문명권에 대항하여 독자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문명권들을 적대세력으로 규정하고 이를 제압하기 위해 전쟁마저도 불사해야 한다는 전쟁 시나리오를 쉽게 작동하도록 만들기 때문일 것입니다. 탈냉전 시대에 전쟁의 명분을 찾는 미국의 군산복합체에 이보다 더 매력적인 전쟁 패러다임은 없을 것입니다. 헌팅턴의 이론은 물론 미국 행정부에 의해 선택적으로 취사 선택되고 활용될 것입니다. 그의 이론이 미국 행정부에 매력적인 것은 적어도 미국의 이익을 옹호하는 것이 분명히 선이고, 이를 위해 전쟁을 선택하는 것이 정의라는 확신을 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미국은 어떤 전쟁을 원하나?

 미국은 이미 여러 가지 전쟁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예를 들면,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의 풍부한 천연가스와 코카서스 산맥 이북 지역에서 새로 발견된 방대한 석유자원에 대한 지배권이 서구 문명권 이외의 다른 문명권들에 넘어가는 것을 결코 용납하려고 들지 않을 것입니다. 그 자원들은 다른 어떤 문명권들보다 월등한 서구 문명권을 위해 배타적으로 활용될 수 있어야 하며, 그러한 자원 배분이 가능한 문명의 질서를 수립하는 것이야말로 미국의 문명사적 책임인 듯 생각할 것입니다. 만일 이러한 문명의 질서를 교란하려는 책동이 있다면, 그것은 단호하게 분쇄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전쟁이 필요하다면, 그 전쟁은 충분한 명분을 가진 정당한 전쟁으로 간주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9·11 테러 이후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충돌론은 새롭게 조명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서구 문명권의 핵심국가인 미국에 대한 테러와 군사적 도발은 악으로 규정되고, 이 악을 징벌하기 위한 무력 행사는 "정의를 위한 항구적인 전쟁"으로 승격되었습니다. 이 전쟁 규정은 미국으로 하여금 여러 개의 전선을 동시에 설정하면서 상시적인 전쟁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미국 연방대통령 부시의 "악의 축" 발언은 다면적인 포석을 깔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미국이 이슬람 세력을 적대세력으로 규정하는 도식에 빠져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북한을 "악의 축"에 끼어 넣었다고 생각하지만, 북한을 "악"으로 규정하여 적대시하는 정책은 미국의 전선이 매우 폭넓게 설정되고 있고, 이러한 전선 확대를 통해 미국의 전쟁경제에 새로운 활동 기반을 제공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당장 북한의 위협을 빌미로 미사일 방어 체계 구축이라는 프로젝트 구상이 힘을 받지 않습니까?
 만일 미국이 서구 문명권의 핵심국으로서 중국 문명권의 부상이 서구 문명권에 어떤 경제적, 군사적, 정치적 영향을 주는가를 예의 주시한다고 가정한다면,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부시의 발언에는 동북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패권 유지를 위한 좀더 장기적인 전략이 숨어 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를 옹호하는 기독교인들은 미국의 전쟁 패러다임에 주의를 기울이고, 문명의 공존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Backward Forward Post Reply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