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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04 (23:59) from 164.124.83.246' of 164.124.83.246' Article Number :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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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적 지구화에 대한 독일 노동운동의 대응(수정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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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적 지구화에 대한 독일 노동운동의 대응



강원돈

I. 머리말

신자유주의적 지구화가 급속히 진척되면서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자본의 운동을 통제할 수 있는 기구는 사실상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그 동안 영토국가 안에서 소득재분배를 통해 소득분배의 경사를 시정하고, 노동시장의 규율을 통해 노동권을 보호하고, 시장규율을 통해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고, 생태학적 외부효과를 내부화하는 등 시장경제의 모순들을 완화하기 위해 설치되었던 기구들은 거의 힘을 쓰지 못하게 되었다. 한편에서는 자본수익자들의 환호성이 터지고 있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노동소득이 정체하거나 오히려 감소하고, 노동시장에서 퇴출되었거나 진입하지 못하는, "버림받은 사람들"의 한숨소리가 터지고, 산더미처럼 쌓인 부채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국가의 초라한 모습이 거기에 중첩되어 있다.
 신자유주의적 지구화가 가져 온 실업과 구매력 상실, 환경파괴, "20 대 80 사회"의 도래, 국가부채 증가는 독일에서도 당대 최대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고, 이 문제의 해결은 당대 최고의 과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의 상황에 대해 독일의 노동운동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이 글에서는 신자유주의적 지구화가 독일 노동세계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고, 이에 대처하는 독일 노동운동에서 어떤 대안이 모색되고 있는가를 살펴보기로 한다.

II. 독일의 노동세계에 미친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의 영향

 신자유주의적 지구화가 독일의 노동세계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가 신자유주의의 공세 아래서 어떤 변화를 겪어 왔는가를 개략적으로 살필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사회적 시장경제는 건전한 경쟁질서, 사회적 연대를 위한 소득재분배, 강력한 노동조합의 육성 등 세 기둥 위에 세워진 시장경제의 한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1.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와 그 침식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독일 경제의 발전은 주로 사회적이고 공적인 개입의 결과였다고 볼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연방정부는 강력한 산업정책과 구조정책을 통해 경제부흥의 견인차 역할을 하였고, 질서자유주의(Ordoliberalismus)에 근거한 시장규율 정책과 강력한 소득재분배 정책을 통해 사회적 시장경제를 구축하였다. 사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국민경제 차원에서 효과적으로 소화하기 위하여 연방정부는 노동시간의 단축, 최저생계비를 훨씬 상회하는 임금상승, 사회보장제도의 구축, 그리고 교통, 수송, 통신시설 등의 사회적 인프라 구축과 교육, 연구, 학문장려 등 문화적 인프라 구축을 정책적으로 펼쳐 나갔다. 이로 인해 공급능력과 수요능력이 확대되자, 이 두 요소는 고용을 촉진시키는 혁신과 투자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와 같은 사회적 시장경제의 구축과 발전은 사회적이고, 심지어 혁명적인 논쟁의 산물이었다. 이 논쟁에서 노동조합(DGB)과 노동자정당(SPD)은 노동자들의 집단적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제도들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였고, 여기서 독일이 자랑하는 산별 노사협약 제도(Flaechentarifvertrag)와 공동결정 제도(Mitbestimmungswesen)가 형성되었다. 사회보장기구들은 시민들을 질병, 일시적인 실업, 산업재해로 인한 노동능력의 상실, 노후불안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애썼다. 이 논쟁에서는 또한 자유로운 인격계발, 사회정의, 민주주의적인 사회국가와 법치국가 등의 윤리적 가치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국가는 자본의 축적 과정에 개입하는 것은 물론이고, 경기순환과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역할의 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하기에 이르렀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독일에서 실현된 이 제도들은 "계급타협"의 결과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계급타협은 마르크스, 케인즈, 슘페터 등에 의해 진단된 자본주의 경제의 장기적인 침체 경향에 의해 점차 해소되고, 그 자리에 신자유주의가 자리잡기 시작하였다. 신자유주의자들에 따르면, 지구적인 차원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 아래서는 공급자 능력이 강화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노동시장 정책, 사회보장 제도, 구조정책과 과정정책 등 국가의 규제가 철거되어야 하며, 시장의 논리가 정상화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공급자 능력이 확대되면 투자가 그 뒤를 잇고 그 다음 자동적으로 고용이 증대된다는 것이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한 1970년대와 1980년대 초에 미국과 영국으로부터 독일 사회에 전해진 신자유주의의 복음이었다.
 1982년에 사민당과 자유당 연정을 붕괴시키고 집권한 기독교민주연합(CDU)의 헬무트 콜 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기 시작했다. 신자유주의적인 정책조합으로 인해 독일 사회에서는 소득과 부의 배분이 양극화되기 시작하였지만, 신자유주의가 약속하였던 투자증대와 고용증대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것도 그럴 것이 미국의 자본수지 균형을 위해 1980년대 초이래 국제금리가 끊임없이 높아지는 추세 아래서 축적자본의 상당부분은 실물경제로 흘러 들어가지 않고 화폐자본으로 독립하게 되었고, 거기에 더하여 실물경제에 투입된 자본은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임금비용을 줄이는 노동합리화 정책에 투입되었기 때문이다. 비용경쟁의 강박 아래서 기업은 한편으로는 생산설비의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생산기지의 해외이전을 과감히 추진했다. 그 결과는 대량실업과 새로운 가난의 확산, 이자 소득과 이윤의 증가, 해외 직접투자의 증가였다. 이를 통계 자료를 이용하여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실질 금리는 1970년대의 평균 2.8%에서 1980년대에는 평균 4.7%로 껑충 뛰었다. 투자율은 1970년대에 평균 22.3%에 이르렀으나 1980년대에는 평균 20.1%로 내려앉았다. 이윤율은 1970년대의 평균 12.4%에서 1980년대에는 평균 14.4%로 증가하였다. 노동생산성은 1970년대의 평균 2.6% 증가하였으나, 1980년대에는 1.6%에 그쳤다. 반면에 실질임금 증가율은 1970년대의 평균 3.1%에서 1980년대에는 0.7%로 줄어들었고, 실업률은 1970년대에 평균 2.2%에 불과했으나 1970년대에는 6.0%로 급증했다.
 1970년대의 투자율이 1960년대보다 2.6% 줄어든 것은 이윤율 하락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던 데 반해, 1980년대의 저조한 투자는 실질 금리가 상승하였기 때문이다. 이것은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실물경제로부터 이탈한 자본이 이자소득을 좇는 화폐자본으로 둔갑하기 시작하였음을 시사한다. 주목되는 것은 1970년대에 실질임금 상승률이 노동생산성 증가율보다 높았으나 1980년대에는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하회하였다는 점이다. 이것은 독일 산업의 자본집약성이 강화되면서 자본이 노동을 대체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기 시작하였다는 뜻이다.
 이러한 추세는 각도를 조금 달리 해서 작성한 통계들에서도 확인된다. 1980년에서 1995년까지 임금노동자들의 소득은 세금 공제 후 53% 증가한 반면, 농업을 제외한 자영업자들의 소득은 195%나 증가하였다. 이것은 위에서 말한 추세가 지속되고 있음을 말해 준다. 실업률은 1990년대에 들어와서도 계속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노동청에 등록된 실업자들을 임금노동자 총수로 나눈 실업률은 1991년 현재 7.3%, 1992년 8.5%, 1993년 9.8%, 1994년 10.5%, 1995년 10.4%, 1996년 11.5%, 1997년 12.5%로 가파르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198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대량실업은 독일 사회에 새로운 가난을 확산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대량실업이 새로운 가난을 불러일으킨 중요한 이유는 장기실업이 늘어나고, 독일 연방 정부가 신자유주의 원칙에 입각하여 사회 지출을 줄이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1980년 현재 실업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의 51.1%가 실업급여를 받고 13.7%가 실업부조금을 받았으나, 1988년에는 불과 37.4%만이 실업급여를 받고 25.9%가 실업부조금을 받게 되었다. 나머지 약 30%에 달하는 실업자들은 사회부조금을 수령하는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실업급여를 수령하는 기간이 점차 짧아지고 있는 데다가 실업급여 수령 기간 이후에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받는 실업부조금이나 사회부조금은 최소한의 생존만을 충당할 정도의 적은 금액이기 때문에, 이들은 급속히 가난 속에 떠밀려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전체 노동인구의 약 11% 정도가 노동시장에서 배제되어 사회적으로 버림받고 있는 이 상황은 흔히 "만성적인 스캔들"로 지적되고, 심지어 "자본의 테러"로 받아들여지기까지 한다. 15세 이하의 아동들 가운데 2백만 명이 빈곤선 이하에서 생활하고 있고, 사회부조금 수령자의 47%는 25세 이하의 아동들과 청소년들이다. 25세 이하의 청소년 가운데 약 50만 명은 일자리를 구경한 적조차 없다고 한다.
 부의 편중 현상과 사회부조금 지급액 증가 현상을 서로 비교하면, 신자유주의가 실천된 이후 독일사회가 양극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1970년 현재 개인자산은 4940억 마르크, 사회부조금은 33억 마르크에 불과했던 것이 1980년 현재 개인자산은 약 1조 4천 9백억 마르크, 사회부조금은 약 180억 마르크로 증가하였고, 1990년 현재 개인자산은 3조2천억 마르크, 사회부조금은 280억 마르크, 1995년 현재 개인자산 4조 6천 5백억 마르크, 사회부조금은 520억 마르크로 각각 증가하였다. 오늘날 독일의 총 자산 가운데 50%는 독일인구의 10%의 수중에 있다.
 1980년대 이후 독일 사회에 나타난 대량실업과 새로운 가난의 확산은 보다 유리한 생산 입지를 찾아 해외 직접투자에 나서는 기업들의 국제화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1980년대 이후 해외 직접투자는 무역 신장률을 크게 앞설 정도로 대규모로 이루어졌다. 무역 신장률은 1980년대에 년 15%였지만 해외 직접투자 증가율은 년 24%에 달했고, 1990년대에는 무역 신장률이 년 9%, 해외 직접투자 증가율은 년 20%에 이르렀다. 해외 직접투자로 인한 고용 감소는 산업 분야별로 다르지만, 1970년부터 1995년에 이르기까지 독일 제조업에서는 년 평균 1.2%의 고용감소 효과가 나타나 같은 기간에 총 25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전반적인 추세는 독일이 사회적 시장경제에 근거한 "문명화된" 사회로부터 자본주의 사회로 퇴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 노동에 대한 자본의 공격

 대량실업과 새로운 가난이 확산되는 가운데 노동에 대한 자본의 공격은 집요하게 계속되고 있으며, 그것은 다음의 몇 가지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첫째는 산별 노사협약 제도를 해체시키고 개별기업 차원의 노사협약을 제도화하자는 것이다. 독일에서는 산별 노사협약이 사회적 이해당사자들 사이에서 체결되면 이 노사협약은 산별 산하의 모든 작업장과 기업에 법률에 버금가는 구속력을 가지고 관철되도록 제도화되어 있다. 자본측은 노동제공자와 노동수령자가 원하는 경우 일반적인 노사협약 수준 이하에서도 단일작업장 차원에서 노사협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자고 주장한다. 직장조직법(Betriebsverfassungsgesetz) 제77조 3항의 폐지를 요구하는 자본측의 이 주장은 사회적 관계들을 경영내부의 일로 축소시키자는 의도를 담고 있는데, 이 주장은 독일 통일 이후 힘을 얻기 시작하였다. 구 동독 지역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을 1996년까지 구 서독 지역 노동자들의 임금과 동일한 수준이 되게 하자는 1993년의 임금협약은 자본측의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노동생산성의 차이가 크고, 지역간 발전 격차가 엄연한데도, 총괄 단체교섭(Flaechentarifvertrag)을 무차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사용자단체들은 이 논리를 내세워 총괄 단체교섭을 무력화시키고, 노사교섭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려고 한다.
 
 둘째, 생산성 향상에 따라 임금을 조정하는 정책을 포기하고, 그 대신 우리 사주 형태로 기업의 이득을 배분하여 임금상승을 스스로 억제하는 데 따르는 보상이 현직 임금노동자들 중심으로 나누어지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값싼" 신규노동력 투입이 원활해지고 고참 노동력의 성과에 대한 소득배분이 만족스럽게 이루어지며, 신규노동력과 고참노동력의 임금차별화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 제안은 생산자산의 형성에 노동자들이 참여하도록 허용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전진적인 성격을 띠고 있으나, 오늘의 거대 기업에서 노동자들의 생산자산 지분은 비현실적일 정도로 적기 때문에 이 지분에서 나오는 주식배당금이 임금조정분을 상회하기 어렵다는 데 기만성이 있다. 더구나 산별 단체교섭의 결과 작성되는 교섭임금표는 직장 근무연한에 따른 호봉 차별화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사용자측의 제안은 교섭임금표에 대한 임금 차별화의 정당성에 의혹을 제기하면서 임금노동자들을 고참과 신출내기로 분단시켜 노동자들의 단결을 해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셋째, 사용자단체들은 노동조합의 임금평준화 정책을 분쇄하고자 한다. 노동조합의 이 정책은 독일에서 단순노동 비용을 너무 비싸게 만들었기 때문에 단순노동자들의 실업이 극단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사용자단체들이 내세우는 논거이다. 자본측은 노동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지역적 부분시장들과 부문적 부분시장들에서 노동력 공급과 수요의 관계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도록 하자고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다.
 사용자단체들은 노동조합의 임금평준화 정책이 인위적이고 시장논리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으나, 독일 노동자들이 전국적으로 거의 비슷한 임금을 받고 비슷한 생활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사회적 평화를 위해 바람직한 일일 수 있다. 사용자단체들이 이 점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노동조합의 임금평준화 정책을 공격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산별 단체교섭 제도를 무력화시키고 해마다 노동생산성 향상과 적정 노동 소득 수준을 분석하여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는 독일노동조합총연맹의 지도력에 타격을 가하겠다는 의도이다.
 
 넷째, 사용자단체들은 사회부조금 제도의 개혁을 요구한다. 자본측은 사회부조금 제도가 일자리를 갖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특혜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사회부조금의 액수가 임금교섭에서 마치 최저임금처럼 여겨지는 데 강력한 불만을 갖고 있다. 비록 사회부조금이 연방정부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적고, 이를 위해 기업들이 지출하는 비용도 무시할 정도이지만, 대량실업은 사회부조금 액수에 의해 저절로 확정되는 너무 높은 최저임금 수준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자본측은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는 사회부조금을 현재의 관행에 따라 지급할 것이 아니라 적은 임금을 받고 노동하는 사람들에게 보상금을 주는 형식으로 사회부조금 제도를 운영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자본측은 낮은 임금과 국가에 의한 보상을 결합시키는 이른바 콤비론(Combi-Lohn)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이 제안이 담고 있는 파괴력은 실로 대단하다. 왜냐하면 자본측의 제안은 사회적 시장경제의 골간을 뒤흔들고, 사회국가를 자본친화적인 활동에 묶어두려는 의도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노동에 대한 자본측의 공격은 90년대 중반 이후 열병처럼 번져나가는 메가톤급 기업 인수 합병을 통해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기업 인수 합병은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의 경우 대주주의 지위를 갖는 출자은행들이나 은행의 지원을 받는 대주주들의 결정에 따라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1976년도의 독일 공동결정법(Mitbestimmungsgesetz 1976)은 기업의 경제정책에 관한 노사의 동등한 공동결정을 보장하지 않았으므로, 대주주들의 인수 합병 결정을 가로막는 제도는 없는 셈이다. 독일 공동결정법은 경제정책의 결과로 나타나는 고용조정에 대해서는 노사 쌍방의 합의에 따른 사회계획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고용조정이 평화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있지만, 이 제도는 기업 인수 합병으로 인한 대량실업을 예방하는 장치라고는 볼 수 없다. 따라서 세계 다국적 기업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거대한 기업 인수 합병이 고용불안을 불러일으키고, 기업 차원에서 자본과 노동의 건설적인 파트너관계를 적대적인 파트너관계로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게 되었다.

III.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에 대한 노동운동의 대응

신자유주의적 지구화 아래서 진행되는 노동에 대한 자본의 공격에 대응해서 노동측은 전통적인 산별 노동협약의 고수, 공동결정 제도의 확대, 노동시간 정책, 그리고 사회국가의 재건을 술로건으로 하여 자본측에 대항하고 있다.

1. 산별 노사협약 제도의 고수

 산별 노사협약 제도는 1918년의 11월 혁명 이후 1918년 12월 23일에 반포된 노사협약 규정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49년에 공표된 독일 기본법 9조 3항의 결사자유 규정과 1953년에 제정된 단체교섭법은 노사교섭의 자율성 원칙의 법적 기반이다. 노동측은 산별 단체교섭 제도가 사회정의를 실현시키는 중요한 도구로 인식하고 있고, 이러한 노사교섭의 자율성을 부정하는 세력은 사회적 평화를 파괴하는 세력으로 규정하는 데 서슴지 않았다.
 직장내 노사협약을 앞세워 산별 노사협약 제도를 허구화하려는 자본측의 집요한 공세는 단체교섭법 제4조 3항이 허용하는 유리성의 원칙에 근거한다. 이 조항은 단체교섭과 개별적인 노사협약이 상호 배타적인 개념이 아니고, 상호 보완적인 개념이라는 취지로 해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을 받아들이면, 개별적인 노동자들은 단체협약이 규율하는 바대로 임금 수준과 노동조건들에 관한 노동계약을 맺을 수도 있고, 사용자측이 노사협약을 무시하고 제시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 어떤 방식을 취하든 노동자들에게 유리하면 된다는 것이다. 자본측의 주장이 먹힐 수 있는 상황은 많이 있다. 특별히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이에 따라 임금을 조정할 경우가 대표적이다. 노동시간과 임금은 산별 단체교섭에 의해 규율되는 것이 상례이기는 하지만, 직장마다 경영조건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 둘을 연결하여 직장내 노사협약을 맺는 것이 합리적인 경우가 없지 않을 것이다. 또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구 동독 지역과 구 서독 지역의 노동생산성이 큰 차이를 보이는데도 산별 단체교섭의 내용을 독일 전역의 직장들에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노동측은 이와 같은 자본측의 공세에 대해 "직장내 노사협약에 대한 산별 단체교섭의 우위성"은 "헌정질서"에 속할 뿐만 아니라, 유리성의 원칙은 사회적 우위에 있는 세력으로부터 노동자들을 보호하려는 취지로 주어진 것이라는 논거를 내세우고 있다. 예를 들면, 노동시간 단축과 이에 대한 임금조정은 오직 노동자들에게 유리하다고 객관적으로 입증되고, 이에 관한 노사간 합의가 일자리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성문화될 경우에만 인정될 수 있다. 노동측은 또한 현재의 산별 노사협약 제도의 틀 안에서도 개별기업 차원의 노사협약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이 있다고 응수한다. 기술도입과 투자기회 등 개별기업들 사이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직장조직법이 규정하는 노사협약 제도를 탄력적으로, 건설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산별 단체교섭 수준을 밑도는 개별기업 차원의 노사협약을 인정할 수 없지만, 그 수준을 넘어서는 노사협약을 산별 단체교섭 제도는 가로막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직장내 노사협약을 위해 산별 단체교섭 제도를 허구화하려는 자본측의 공격은, 많은 경우, 노동비용을 줄이려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사회적 정당성도 없고 국민경제의 균형발전을 위한 시각도 결여되어 있다고 노동측은 공격한다.

2. 공동결정 제도의 강화

 공동결정제도와 관련해서 노동측은 중요한 결정이 내려지는 곳에 노동의 대표가 파견되어야 하고, 그 결정기구에서 노동과 자본의 동등성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독일의 공동결정 제도는 노사관계를 규율하는 독특한 모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모델은 경영진의 활동과 회사 경영 상태를 감독하는 감독위원회에 노동측 대표와 자본측 대표가 함께 참여하여 쌍방의 권리와 이익을 함께 실현하기 위해 협력하자는 취지에서 구상된 것이다. 독일 기업에서 감독위원회에는 경영계획, 경영실적, 재무상태 등을 감독하는 권한뿐만 아니라 경영진의 임면을 결의하고 주주총회를 소집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이 부여되어 있기 때문에 감독위원회의 위상은 대단히 높다. 따라서 감독위원회에 노동측의 대표를 파견하여 자본측 대표와 마주 앉게 하는 것은 노동측의 권리와 이익을 실현하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 된다.
 독일의 공동결정 제도에는 세 가지 모델이 있다. 하나는 1951년에 법제화된 석탄 및 철강 산업 분야의 공동결정 제도(Montanmitbestimmung, 몬탄 공동결정 제도로 약칭)이다. 이 모델은 공동결정이 이루어지는 감독위원회를 노사동수로 구성하도록 규정하는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가부동수로 인해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경우에 대비하여 중립적인 인사를 두었지만, 이 인사는 노동측 대표와 자본측 대표의 과반수가 반대하는 경우에는 선출될 수 없다. 기업의 인사정책과 사회정책을 관장하는 경영자(Arbeitsdirektor)는 노동측 대표의 과반수가 반대하는 한 임명되거나 파면될 수 없다. 그 동안 몬탄 공동결정 제도는 여러 차례 개정되었으나(1956년, 1957년, 1981년, 1987년), 노사동수참여권 조항 등 본질적인 조항들은 변경되지 않았다.
 또 하나의 모델은 1952년에 제정된 직장조직법의 틀에서 석탄 및 철강 산업 분야 바깥의 주식회사나 합자회사의 감독위원회에서 노동 측이 3분지 1의 대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한 공동결정 제도이다. 이 제도는 1972년의 직장조직법 개정안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세 번째 모델은 1976년의 "공동결정법"이 규정하는 공동결정 제도이다. 이 법은 석탄 및 철강 산업 분야 바깥에 있는 종업원 2천 명 이상의 주식회사, 합자회사, 콘체른에 적용되었다. 1972년의 "공동결정법"은 대기업의 감독위원회에서 노동과 자본의 동등권을 실현하지 못하고 자본측 대표와 노동측 대표가 약 7:5의 비율로 감독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였다.
 이처럼 독일 기업의 역사를 통해 각각 형성되어 발전되어 온 중소기업, 대기업, 콘체른, 다국적 콘체른, 지주회사 등에서는 최고의 결정이 내려지는 감독위원회가 다양하게 조직되어 있지만, 노동측은 회사의 규모와 중층구조, 그리고 다국적화 정도를 감안한 공동결정 제도의 확대를 요구하고, 기업 차원의 중요한 결정으로 인해 노동측의 이해관계가 저해되지 않도록 기업결정에 영향권을 행사하거나 예방조치들을 강구하고자 한다. "본래적인 의미의 공동결정"이 필요한 영역, 곧 기업의 경제정책과 인사정책 영역에서 노동과 자본의 동등성을 확보하는 것은 노동조합이 당면한 가장 중요한 미래과제들 가운데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독일의 공동결정 제도는 특히 석탄 및 철강 산업이 밀집되어 있었던 루르 지역에서 전통산업을 지식과 관광 중심의 생태친화적 산업으로 변화시키는 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사회적 평화를 존중하면서 구조정책과 과정정책을 결합하도록 건설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것은 공동결정의 제도적 틀을 존중하면서 지역정부가 구조정책과 과정정책을 적절하게 결합하여 노동측과 자본측을 설득하는 데 성과를 거두었다는 뜻도 된다. 독일 공동결정법이 규정하고 있는 사회계획의 틀 안에서 노동과 자본, 그리고 국가가 서로 협력하여 산업구조조정과 실업대책, 지역경제 안정을 효과적으로 조합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유럽 통합 이후 독일 노동 단체들은 유럽적 차원의 사회 모델이나 기업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독일 노동자들은 비록 독일 특유의 노사문화를 다른 나라 노사관계에 직접 적용하도록 할 수는 없지만, 독일 모델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독일의 참여적 노사협력 모델을 장기간 유지하면서 다른 나라 노동조합들과 연대망을 구축하면서 사회적 유럽을 구축하는 데 이바지 하고자 한다. 경제의 지구화 추세로 인해 초국적 차원의 기업 인수 합병이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상황 아래서 노사결정 제도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제도화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좀더 추이를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것은 독일의 노동조합이 공동결정 제도를 우선 유럽 차원에서나마 국제화하고, 그 다음 전세계적으로 노동과 자본의 관계를 규율하는 규범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3. 노동시간 정책

 제조업 분야에서 나타나는 기술혁신과 생산성 향상으로 인해 나타나는 노동합리화에 대항해서 노동측은 노동시간의 단축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대량실업의 위기에 맞서서 일자리를 연대적으로 나누기 위한 노동시간 정책은 삶의 질을 높이고 소비를 진작시키는 부수적인 효과가 있다. 이런 점에서 노동시간 정책과 소득 정책은 시장경제에서 생산과 소비의 거시균형을 이루는 일과 관련해서 음미되어야 할 주제이다.
 독일노동조합총연맹과 산별노조들은 1980년대 중반 이래로 임금조정 없는 주 35시간 근무제의 즉각 도입을 관철하고자 하였으며, 휴가일수의 연장, 생애노동시간의 단축(조기은퇴, 연령에 따른 파트타임제), 교대근무자들의 노동시간 단축, 육아와 노인 보호의 책임을 진 사람들의 노동시간 단축 등 매우 다양한 방안을 도입하고자 하였다. 이것은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경영조건으로 인한 고용조정을 적극적으로 회피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독일의 노동조합들은 노동시간 유연화, 개인별 노동시간 통장 제도 등 매우 다양한 방안을 제안하여 노동자들의 시간 주권(Zeitsouveraenitaet)을 실현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왔다.
 노동시간은 본래 단체협약의 대상이기는 하지만, 산별 단체협약은 노동시간에 관한 기준을 정할 뿐, 노사 쌍방이 직장별 특성과 조업 조건에 따라 직장내 노사협약에 의해 규율하도록 허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노동시간 규율 방식은 매우 다양한 모델들을 갖게끔 되어 있다. 이와 관련된 몇 가지 모델들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노동시간의 유연화는 주문량, 계절적 수요, 생산변경, 환자 발생 등 다양한 조업조건 상의 변동에 맞추어 노동시간을 적응시키거나, 노동자가 개인적 사정에 맞추어 노동시간을 선택하게 하여 시간에 대한 노동자의 주권을 실현하기 위하여 도입되고 있는 제도이다.
 노동시간 통장 제도는 개별 노동자가 작업장에 반드시 현존해야 하는 시간과 노동 준비 시간을 규율하고, 초과 근무 시간과 결석 시간의 상계 처리 등을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마련되고 있는 제도이다.  
 연령에 따른 파트타임 제도는 사회보험에 가입한 노동자로서 지난 5년 동안 최소 1,080일을 노동하였을 경우 55세 이후에는 풀타임 노동시간의 50%만 노동할 수 있도록 법률로써 규정하고 있는 제도이다. 봉급은 종전의 실질소득의 70%를 지급하고, 연금보험 납입액은 풀타임 소득의 90%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나이 많은 사람들을 계속 고용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독일연방노동청의 보조금이 지급된다.
 노동시간 단축이 경제의 지구화와 기술 발전 압력 아래서 진행되는 고용조정으로부터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는 폴크스봐겐 주식회사(Volkswagen AG)의 노사협정이다. 1993년 지구적 차원의 경쟁에서 몰려 경영위기를 겪었던 폴크스봐겐 주식회사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로 결정하고 20%의 고용조정을 실시하겠다고 노동측에 통보했다. 이 통보에 접한 노동측은 직장조직법에 따라 노사협의에 들어갔고, 철강 산별노조의 중재를 요청했다. 노동측이 20%의 고용조정 대신에 20%의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고용안정을 꾀할 것을 요구하자, 경영측은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20%의 임금조정을 내세웠다. 노사 양측은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조정을 놓고 협상을 계속하여 임금조정 16% 안을 타결지었다. 노동시간은 주 35시간 근무에서 주 28.8 시간 근무로 단축되었고, 구조조정으로 인해 해고된 노동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노동자들의 연대에 바탕을 두고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고용조정 위기를 극복한 볼크스봐겐 주식회사의 사례는 노동시간 정책의 성공 사례로 널리 기억되고 있다.
 그러나 폴크스봐겐 주식회사의 성공 사례에도 불구하고, 자본측은 이 제도를 확대 적용하는 데 한사코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노동시간의 단축으로 고용을 종전수준으로 유지하면, 설사 임금조정이 100% 이루어지는 경우라 해도, 세계적인 경쟁 상황 아래서는 노동비용의 압박을 견뎌낼 수 없다는 것이 자본측의 논거이다. 자본측의 입장은 고용 문제를 시장논리에 맡기겠다는 겉모습을 띠고 있지만, 그 내용을 뜯어보면 고용조정으로 인해 외부화되는 사회비용을 국가가 떠맡으라는 이야기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노동측이 전체경제의 발전 추세를 감안하여 실질적인 임금상승에 양보적인 태도를 보이기까지 한 반면, 자본측은 개별경제적 이익을 앞세워 사회정의와 연대의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노동측도 노동시간의 단축 정책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은 단순노동 부문에는 쉽게 적용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왜냐하면 노동성과를 측정하여 계량화하기가 그 만큼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잡 숙련노동이나 고숙련 정신노동의 경우 노동시간의 단축은 개별경제 차원뿐만 아니라 전체경제적으로도 손실이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 정책의 도입과 확산은 다루어야 할 과제들의 까다로운 성격 때문에 앞으로도 많은 연구를 필요로 하지만, 적어도 연대적인 일자리 유지와 나눔을 위해서는 중요한 사회적 의제로 계속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4. 사회국가의 재건

 사회국가의 침식에 대항해서 노동측은 공정한 조세정책과 재정정책을 요구하고, 국가의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과 소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효과적으로 조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법인세 인하와 최고세율 인하, 그리고 노동소득세 인하를 주장하는 자본측에 대항해서 노동측은 그 동안 법인세는 충분히 인하되었고, 최고세율도 명목상으로는 53%로 매우 높은 것으로 되어 있지만 각종 특혜조항 등으로 인해 실질적으로는 겨우 36%에 불과한 만큼, 한 묶음 조세 인하 정책을 갖고서는 공정조세에 이바지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물론 노동조합도 실업급여, 실업부조금, 사회부조금 지출 등 소극적 노동시장 정책으로 인해 국가가 과중한 부담을 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독일연방노동청의 1996년도 공식통계에 따르면, 서부 독일의 경우 실업자 10만 명이 줄면 실업자 급여만 해도 1억 8천 7백 5십만 마르크가 줄고, 질병보험, 연금보험, 후생비 지원비를 감안하면 1억 2천 8백 6십만 마르크가 추가로 줄어드는 것으로 되어 있다. 소극적 노동시장 정책은 본래 단기실업에 대한 대책으로 마련된 것이기 때문에 장기 대량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적절한 정책일 수 없다. 따라서 노동측은 국가의 적극적인 노동정책을 통해 실업을 위해 국가재정을 사용하기보다는 노동을 위해 국가재원을 활용할 것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있다. 적극적인 노동정책은 노동시장의 필요에 따라 신규노동력 훈련을 체계적으로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제조업 분야의 생산성 향상이나 일부 산업부문의 사양화로 인해 노동시장에서 퇴출된 노동력을 재교육하여 노동시장에 재진입시키는 데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게 조직될 수 있다는 것이 노동측의 기본인식이다.
 그러나 아무리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이 활성화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인간적 생존을 위한 국가의 사회비용 지출을 자본측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줄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노동측의 일관된 입장이다.
 자본측이 제안한 콤비론 제도에 대해서는 시장을 통한 노동력 착취를 제도화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노동측은 일관되게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입장은 주당 18시간 노동에 630 마르크를 지급하는 미니직업(Mini-Job) 제도에 대한 노동측의 완강한 반대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연방 정부는 부족한 연금 재원을 마련하고 비공식 노동시장의 창궐을 막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고용주의 사회보장 의무와 피고용자의 조세부담 원칙를 연계시킨 미니 직업 제도를 법제화했지만, 실질적으로 이 제도는 제2미니직업에 대한 과중한 조세부담 때문에 비공식 노동시장을 폐쇄하는 데 성공하지도 못했고, 저소득층의 미니 직업 시장을 촉진시키지도 못한 채, 인간의 최소한의 생존마저 보장하지 못하는 직업군을 합법화하는 데 머물렀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다.
 경제의 지구화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무역량이 늘어나고 해외 직접 투자가 급증하는 조건 아래서 독일노동조합은 사회규범과 노동규범을 존중하는 무역과 직접투자를 옹호하고, 이 규범들에 저촉되는 제품의 수출입과 직접투자 행위를 저지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발전도상국가들과 문턱 국가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와 같은 캠페인이 노동조합의 국가이기주의로 비칠 수 있는 측면이 있지만, 사회규범과 노동규범 아래 무역 조건과 직접투자 행위를 종속시키려는 이 노력은 주목할 만한 점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차원에서 추진된 다자간 투자협정(MAI)이 좌절된 데에는 독일 노동조합을 위시한 OECD 역내 노동조합들과 NGO들이 큰 공헌을 했다는 것이 기억되어야 한다. 사회적인 유럽연합(EU)를 건설하고 사회적 가치들의 실현을 감시하는 기구들의 창설을 위해 독일 노동조합이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또한 세계시장에서 무역 조건을 규율하는 세계무역기구(WTO)에 노동측의 대표들이 참여하여 수출품 제조와 교역을 감시할 수 있도록 하자고 독일노동조합이 제안한 것은 역내경제와 세계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다.

IV. 앞으로의 과제

 오늘날과 같이 자본축적과 기술혁신이 급속하게 이루어지고 소수만이 그 열매를 향유할 수 있는 시대에 "노동의 종말"이 이야기되고 노동이 불필요한 쓰레기처럼 취급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러나 종말에 처한 노동은 "돈벌이 노동"이다. 삶을 위한 노동은 언제나 너무 많이 필요한 법이어서 불필요한 쓰레기처럼 취급되어도 좋은 것은 결코 아니다.
 도대체 어떤 연유로 해서 어떤 노동에 대해서는 대가가 지급되고 또 어떤 노동에 대해서는 전혀 대가가 지급되지 않는 것일까? 그런 구별이 과연 언제까지 사회적, 정치적 정당성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일까? 일자리가 점점 더 희귀해져서 무수한 사람들이 노동시장으로부터 배제되고, 이로 인해서 사회적 삶으로부터도 제외되는 것은 결코 심상치 않은 문제임에 틀림이 없다. 이 때문에 위에서 던진 질문은 반드시 새롭게 답변되어야 한다.
 자급자족 경제가 해체되어 경제활동이 가계와 영리로 분리된 이래로 가계와 영리를 잇는 것은 무엇보다도 시장이었다. 그리고 이 시장에서 교환될 수 있는 재화와 용역을 생산하는 데 참여하는 노동만이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이고 이 노동에 대해서만 그 성과에 따라 임금이 지급된다는 것이 시장경제의 철칙이었다. 재화와 용역을 생산하는 데 노동력을 제공하여 성과를 발휘하기 위해 그 노동력은 무엇보다도 노동시장에서 팔리지 않으면 안 되었다.
 경제의 지구화가 진행되면서 노동시장에서 팔릴 수 있는 노동력의 양이 극도로 제한되고 있는 오늘의 상황에서 "돈벌이 노동"의 한계를 지적하고 "삶을 위한 노동"을 새롭게 조직하기 위해서는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사람의 삶을 돌보고 사람과 자연의 관계를 적절하게 유지하기 위해 할 "일"은 너무나 많이 있지만, 그 "일"이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따라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만일 앞서 말한 "일"이 삶의 활동으로서 공적으로 조직되어 최소한 "돈벌이 노동"의 체계와 병행을 이루기 위해서는 새로운 노동 개념이 정립되어야 할 것이고, 새로운 형태의 노동에 대해 보상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정치적으로 논의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논의가 최근에 독일 노동계에서 시작되고 넓은 호응을 받기 시작했다는 것은 범상히 넘길 대목은 아니다.
 경제의 지구화에 대한 노동세계의 대응에서 전세계적인 마셜 플랜을 수립, 전개하고, 세계금융시장의 질서를 새롭게 수립하자는 제안을 생략할 수 없지만, 이와 같은 논의는 독일 노동조합 차원에서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고, 오직 전문가들 사이에서만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인간의 얼굴을 한 개발"을 위해 독일의 노동계가 관심을 표명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지만, 노동자들의 세계적인 연대와 발전을 위해 남북문제의 획기적인 개선을 위한 이른바 전세계적인 마셜 플랜이 독일 노동계에서 주도적으로 논의되었던 흔적은 거의 찾을 수 없다. 경제의 지구화를 이끌어 가는 것이 화폐자본이고 화폐자본의 운동으로 인해 영토국가의 기능이 마비되고 국민경제 전체가 파괴될 수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지만, 경화국가 독일의 노동조합은 아직 이 문제를 남의 나라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 두 문제의 해결을 위해 독일 노동조합을 위시한 전세계 노동계의 인식과 실천이 조직되어야 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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