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돈의 신학아키브 논문자료실
Kang Won-Don's Social Ethics Article Archive

1999/12/13 (16:28) from 164.124.80.106' of 164.124.80.106' Article Number : 7
Delete Modify 강원돈 (kwdth@chollian.net) Access : 8785 , Lines : 251
자본의 지배로부터 언론의 내적 자유를 확보하는 길은 있는가?
Download : 편집자유.hwp (41 Kbytes)
자본의 지배로부터 언론의 내적 자유를 확보하는 길은 있는가?

강원돈

언론 자유의 두 측면

언론의 자유에 대한 기독교 사회윤리의 관심은 매우 크다. 인간은 대화하는 존재이다. 대화
가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모든 사람이 의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누려야 한다. 의견의 강
제와 표현의 억압, 그리고 이와 밀접하게 결합된 양심의 강요는 의사소통공동체의 존립을
위협한다. 의사소통공동체의 건전한 형성은 대화하는 존재로 창조된 인간의 책무이다.
 오늘의 사회생활은 정보의 생산과 유통에 점점 더 많이 의존하고 있다. 언론은 홍수 같이
범람하는 정보들을 취사선택하여 정보들의 흐름을 개관할 수 있게 하고 생활세계의 진상이
투명해지도록 하는 중요한 임무를 갖고 있다. "언론은 사회적 의사소통의 도구"라고 규정한
가톨릭 목회교서(Communio et Progressio)는 언론매체들이 사실에 근거한 논증과 판단을
통해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하고 연대적인 사회생활을 형성하는 데 이바지할 것을 강조한
다.
 사회적 의사소통을 위한 언론의 책임이 이처럼 크다 보니, 언론에 의한 정보의 왜곡과 일
방적인 의견형성에 대한 경계의 눈길을 거둘 수 없다. 현대사회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나는
까닭은 크게 보면 두 가지다. 하나는 언론에 의한 정보의 생산과 유통에 국가가 개입하여
이를 통제하는 경우이다. 또 다른 하나는 언론사가 스스로 정치적, 경제적, 사회문화적 권력
기관이 되어 자신의 이해관계에 종속되는 경우이다. 언론사의 권력은 언론사 설립과 운영에
엄청난 자본의 투입이 필요하고 이로 인해 정보의 생산과 유통에서 독과점적인 지위를 차지
할 수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언론의 자유는 이 두 가지 위험으로부터의 자유이다. 다시 말하면, 언론의 자유는 한편으
로 국가의 통제와 간섭으로부터 언론기관이 독립되어야 한다는 것을 뜻하고, 다른 한편으로
는 언론사의 권력에 의해 언론종사자들의 의견형성과 표현의 자유가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
다는 것을 뜻한다. 뒤의 것을 가리켜 특별히 편집의 독립성, 혹은 언론의 내적 자유라고 말
하기도 한다.
 여기서는 언론자유의 이 두 측면 가운데 언론의 내적인 자유에 대해, 그것도 활자매체에
국한해서 생각해 보기로 한다. 먼저 활자매체에서 언론의 내적 자유가 갖는 의미를 밝히고,
그 다음 언론의 내적 자유가 위협받을 때 나타나는 현상을 몇 가지 사례를 통해 관찰하고,
마지막으로 언론의 내적 자유를 어떤 제도적 틀에서 보장할 것인가를 말하겠다.

활자매체에서 언론의 내적인 자유가 갖는 의미

언론의 내적인 자유는 방송매체나 인쇄매체를 가릴 것 없이 똑같이 중요한 주제이지만, 이
주제는 두 매체의 서로 다른 성격 때문에 매체별로 다르게 논의되어야 한다. 방송매체는 전
파의 공익성 규정 때문에 공법상의 규율을 받고 있지만, 인쇄매체는 그 소유의 사적인 성격
때문에 공법의 규율을 받기 어렵게 되어 있다.
 인쇄매체는 한편으로 사경제의 영역에 속해 있어서 발행인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실현하는
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 다른 한편으로 인쇄매체는 여론 형성이라는 공적인 과제를 실
현하여야 한다. 인쇄매체의 서로 다른 이 두 속성은 서로 충돌할 수 있고, 언론자본의 집중
이 심화되는 현대 사회에서는 이 충돌이 점점 더 잦아질 수밖에 없다.
 신문기업의 경우, 사익과 공익의 충돌 이외에 발행인과 편집인의 권한배분을 둘러싼 갈등
도 중요한 문제이다. 신문기업이 역사적으로 발전하면서 발행인과 편집인의 기능은 서로 분
화되고 각기 전문화되었다. 발행인은 신문사의 경영을 책임질 뿐만 아니라 신문 고유의 기
능을 수행하기 위하여 편집인을 직원으로 채용한다. 사경제의 논리에 따르면 고용자는 피고
용자에 대해 업무지시권을 갖는다. 이 업무지시가 정보전달과 여론형성이라는 편집인의 전
문기능과 양심에 배치되는 경우에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한 신문의 정치적,
문화적, 세계관적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발행인의 권한인가, 편집인의 권한인가?
 이렇게 보면, 사경제에 속한 인쇄매체에서 편집의 독립성 내지는 언론의 내적 자유를 실
현하는 것은 결코 역사적 자명성이 아니다. 인쇄매체에서 언론의 내적 자유는 발행인과 경
영진의 정치적, 경제적, 이념적 영향으로부터 취재 및 편집 당사자들의 자유를 어떻게 확보
하는가에 직결된 문제이다. 언론자본이 집중되고 언론기관의 권력이 커지는 현대 사회에서
이 문제는 많은 경우 자본의 논리에 터잡은 언론사의 지배구조를 어떻게 극복하여 편집의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로 첨예화한다.

"이스베스티아" - 한 러시아 신문만의 운명인가?

모스크바 일간지 이스베스티아는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 이후 되찾은 편집의 독립성을 또다
시 잃어버릴 위험에 처한 러시아 신문사들의 운명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오늘날 러시
아 신문들의 독립성을 해치고 있는 것은 국가기구가 아니라 금융계이다. 1991년 이스베스티
아는 최고소비에트 관영지에서 자유주의 색채의 일간지로 변모하였다. 이스베스티아는 새로
얻은 언론의 자유를 상징하였으며, 정부, 군부, 정보기관들의 비리를 폭로하는 데 앞장섰다.
1996년 말 이 언론사에는 황금의 시대가 도래하는 것처럼 보였다. 금융자본가 올무티 루코
일이 신문사 주식의 19.9 %를 인수했기 때문이다. 이스베스티아 편집장 이골 골렘비오브스
키는 사업확장을 원했고, 금융자본가의 주식매입으로 인해 신문사의 자유와 독립성을 잃어
버릴 염려가 있다는 주변의 우려를 일축하였다. "우리 신문의 정치 노선이나 그 수준을 변
경시키려는 시도들을 우리는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루코일이 신문사 주식의 51 %를 인수한 지 6개월도 지나지 않아 골렘비오브스키
는 2개월 간의 강제휴가 명령을 받았고 그 직책을 내놓을 지경이 되고 말았다. 사건의 발단
은 그가 쓴 정부비판적인 기사에 있었다. 이 기사에서 그는 체르노미르딘 수상이 1992년 취
임한 이래로 약 50억 달러에 달하는 재산을 모았다고 폭로했다. 이 폭로기사는 르 몽드에
의해 인용되기까지 했다. 체르노미르딘이 이를 부인하자, 루코일이 임명한 신문사 경영진은
편집장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카자흐스탄의 유전을 개발하는 데 체르노미르딘의 인
가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골렘비오브스키를 해임하라는 경영진의 요구에 편집진은 공개적으로 저항하였다. 그들은
이스베스티아 지(紙) 1면에 "집 관리인의 도식 - 어떻게 러시아에 정치적 검열이 되돌아 왔
는가?"라는 기사를 게재했고, 이 저항에 모스크바의 10개 신문사들과 언론인동맹의 13인 편
집장들이 가세하였다. 그들은 한 목소리로 보리스 옐친에게 사태를 종결시키도록 요구하였
다. 상황이 이렇게 발전하자 이스베스티아는 신문사의 독립성을 보호하기 위하여 오넥심 은
행에 주식을 양도하여 루코일의 전횡에 맞불을 놓으려고 하였다. 오넥심 은행은 부수상 아
나톨리 추바이스와 가까운 관계였다. 그러나 이스베스티아가 추바이스의 미심쩍은 금융업무
에 관한 기사를 쓰자마자 골렘비오브스키는 결국 편집장직을 사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스베스티아는 자본의 지배 아래서 편집의 독립성을 잃어 가는 러시아 신문들의 운명만
을 보여 주는가? 우리 나라 신문들의 경우는 어떤가?
 한겨레신문이 지난해 5월에 자체 조사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 나라 국민들 가운데 언
론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는 대단히 낮다. 설문에서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은 독립성
57.5%, 중립성 49.9%, 균형성 49.8%, 독립성 57.5% 등이었다. 현직 기자·프로듀서·언론
학자들을 상대로 97년도 대통령선거에 대한 언론보도 태도를 묻는 질문에 대해 68.3%가 불
공정했다고 평가한 것으로 되어 있다. 불공정 보도의 책임 소재에 대해서는 63.5%가 경영진
(사주)을, 다음으로는 편집/보도국 간부(19.5%), 기업·이익집단(8.4%), 정부(6.3%)를 꼽았다.
언론종사자들과 학자들이 꼽은 신문의 문제점으로는 언론재벌의 횡포(32.7%), 권력유착
(23.1%), 무책임한 주관보도(21.9%), 편파보도(12.7%), 재벌의 언론소유(4.1%) 등이었다. 이
통계들은 신문사에서 언론의 공정성을 보장하는 편집의 독립성이 신문기업을 소유하거나 지
배주주로 있는 권력집단에 의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 재벌이 소유한 신문사들이 재벌의 이익을 정치적으로 대변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특히 IMF의 경제관리 아래서 기업의 구조조정과 관련된 계획이 구상되는 과
정에서 "중앙일보", "경향신문", "문화일보" 등은 사설, 해설기사, 외부기고문을 동원해서 대
기업 구조조정 계획이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고 정부주도의 밀어붙이기 식의 발상에 근거해
있다고 비난하고 나섰는데, 이것은 대기업 구조조정의 예봉을 일단 피하고 보자는 재벌의
입장을 대변한 증거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언론이 공적인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언론개혁을 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서 인용한 한겨레신문의 통계조사에 따르면, 언론 종사자들과 전문가들은 언론
발전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서 편집권 독립을 통해 공정성을 강화해야 하고(39.7 %), 언론사
의 소유구조를 개선해야 한다(31.0 %)고 요구한 것으로 되어 있다. 경영과 편집의 기능을
분화시켜 언론의 공정성에 대한 책임을 편집인이 지도록 하고, 거기 더하여 언론사 내부의
소유집중이 억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지극히 당연해 보이는 요구들을 법제화하
는 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여기서 나는 편집권의 독립을 법제화하는 데 실패한 독일언론의 역사에서 몇 가지 교훈을
얻어보려고 한다.

편집의 독립성을 법제화하는 데 실패한 독일의 교훈

독일 언론의 역사에서 편집의 독립성을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은 멀리 바이마르 공화국 시대
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독일의 공동결정 제도를 언론사에 적용하여 편집의 독립성을 법제화
하려는 노력은 70년대에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 법제화 노력은 실패하였고, 독일 언론기업
에서 발행인과 편집인의 관계는 여전히 노사협약의 틀에서만 규율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된 까닭은 크게 보아 두 가지다. 하나는 언론기업을 노사 공동결정 제도 바깥에 위치하는
"경향기업"으로 규정해 온 법제이고, 또 다른 하나는 신문 편집 방향의 결정을 둘러싼 발행
인과 편집인의 권한 다툼이다.
 독일에서 언론기업이 "경향기업"(Tendenzbetrieb)으로 분류되어 공동결정 제도 바깥에 놓
이게 된 것은 바이마르 공화국 이래의 제도적 전통이었다. 1920년 공장평의회법이 제정될
때 발행인 측은 공장평의회가 신문사 안에 설립되어 언론사 고유의 활동에 영향력을 행사하
는 것은 언론 자유의 침해라는 논거를 내세워 이에 반대했고, 편집인 측도 언론인들이 공장
평의회에서 소수파로 전락하는 것을 우려하여 이에 반대하였다. 언론사의 정치적, 사회문화
적, 세계관적 방향을 규정하는 것은 발행인의 고유한 권한으로 인정되었고, 언론기업에는 언
론의 자유를 앞세운 발행인의 사실상의 독재가 허용되었다. 언론기업 내의 노사간의 경제적,
사회적 이해관계는 그 당시 일종의 노사정위원회로 구성되어 있었던 제국노동공동체의 틀에
서 조정되었고, 발행인과 편집인의 권한배분 문제는 독일신문발행인협회(VDZV)와 제국언론
인협회(RDP)의 노사협약의 틀에서 규율되었다.  이 시기에 편집인이 처한 지위는 RDP 의
장 파울 베커가 1924년에 한 말에서 잘 드러난다. "독일 언론은 병들었고 점점 더 크게 병
들 염려가 있다. 왜냐하면 언론인들은 더 이상 공적인 관심사의 변호자로 나설 수 없고, 출
판업과 그 배후에 도사린 (...) 이해집단들에게 예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RDP는 편집인의 예속적 지위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모로 투쟁하였으며, 이 노력은 1926
년 1월 VDZV와 RDP가 제국노동공동체의 틀에서 맺은 노사협약으로 결실을 맺었다. 노사
협약 제1조는 편집의 독립성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였다. "발행인과 편집인은 신문의 공적인
관심사를 구현하여야 하기 때문에 서로 협동할 수밖에 없다. 발행인은 편집인에게 양심의
강요를 해서는 안 된다. 편집인은 편집에 관해 발행인과 합의한 정치적, 경제적 혹은 문화적
지침의 틀 안에서 정신적인 활동의 자유를 보장받아 개개의 본문을 작성한다. 편집인은 신
문의 전체적인 관심사를 구현할 책무가 있고 신문을 제대로 공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 편집
인과 발행인이 서로 신뢰를 갖고 협력해야 설령 서로 미심쩍어 하는 일이 발생하는 경우라
해도 지도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 이 지도력을 위임하는 형식에 대해서는 협약이 체결
될 수 있다." 1926년의 노사협약은 협약을 위반했을 때의 효력 있는 제재조치를 규정하지
않은 원칙적인 선언에 불과하였지만, 편집의 독립성을 제도화하는 과정에서 이룩한 빛나는
금자탑이라고 평가된다. 이 협약의 기본정신은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하나는 신문 편집
방향의 결정에 관한 발행인의 권한을 인정하되, 이 권한 행사가 편집인의 동의를 필요로 한
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편집방향에 대한 원칙적인 노사합의가 체결된 이후에는 이 합
의의 틀 안에서 편집인의 자유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 노사협약의 정신은 모든 언론기관을 국가의 선전, 선동 기구로 재편한 나치 독일의 지
배가 종식된 후에도 오래 동안 독일 언론기업들에게 망각되어 있었다. 1951년에 체결된 신
문기업 부문의 총괄적인 노사협약은 1926년의 노사협약을 계승하였지만 정작 편집권 독립과
관련된 1926년도 노사협약 제1조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을 정도이다.
 전후 독일 언론은 국가의 지배로부터 언론의 자유를 다시 회복하였지만 언론의 내적 자유
는 거의 실현되어 있지 않았다. 언론의 내적 자유는 1950년대 말에 거론되기 시작하였고, 이
를 주동한 것은 마우러(B. Maurer), 하게만(W. Hagemann), 말만(W. Malmann) 등의 학자
들이었다. 이 때부터 언론의 내적 자유는 언론사의 경제적인 권력집단으로부터 편집을 보호
하는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이 인식은 1960년대 초 이래로 언론의 집중이 심화되어
언론사의 사기업적 성격이 부각되면서 국민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1962년 제2차 독일 언
론인 대회에서 언론인들은 언론의 내적인 자유를 공론화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 때 독일 기
본법 제5조가 보장한 언론의 자유는 언론의 "외적인 자유"이고, 편집의 자유는 언론의 "내
적인 자유"라는 발상이 제시되었고, 이 관점에서 발터 예니케는 언론의 내적 자유를 편집인
의 생존권으로 규정하고 이 개념을 새롭게 정립하여 제도화할 것을 역설하였다.
 언론의 내적 자유에 대한 논의는 언론사의 언론정책을 수립하는 주체가 누구인가, 언론정
책의 구현자인 편집인의 임명에 대한 권한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행사할 것인가 하는 논쟁
으로 발전하였다. 이 논쟁에서 바이마르 시대의 제국언론인협회를 계승한 연방언론인협회
(BJV)와 산업노조 인쇄와 종이에 가입한 언론인 직업집단(DJU)은 각기 다른 입장을 보였
다. BJV는 1926년의 노사협약 정신에 입각하여 발행인의 언론정책 결정권을 인정하는 가운
데 발행인과 편집인이 합의한 편집지침 안에서 편집인의 자유로운 결정권을 주장하였고, 편
집진과 통신원의 변경이 있을 경우에는 편집국장의 동의를 받을 것을 주장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DIU는 이보다 훨씬 급진적인 요구를 내걸었다. 1968년 10월 DIU가 산업노조 인쇄와
종이의 이름으로 제출한 언론기본법 초안 제3조에 실린 "언론의 내적 자유"에 관한 규정은
다음과 같다. "(1) 언론의 공적인 과제를 수행하는 것은 편집이다. 발행인 혹은 자본소득자
에 의해 임명된 발간인은 편집을 통해 언론매체를 형성하는 데 개입하거나 출판의 종류, 내
용, 규모에 관한 지시를 내리거나 경제적인 소유관계에 근거하여 편집활동에 영향을 미칠
권한이 없다. 그러나 경제적인 관점에서 언론매체의 전체부수, 광고지면의 양, 편집예산을
결정하는 발행인의 권한은 이로 인해 저촉되지 않는다. 편집예산을 결정할 때에는 편집진의
자문에 응하여야 한다. (2) 출판사는 책임편집인들의 동의에 입각해서 편집국장을 임명한다
(...) (3) 출판사는 언론매체의 출판정책과 정치노선에 대한 기본 경향을 문서로 명시할 의무
가 있다 (...)". 이 초안의 골자는 국가와 사회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갖는 편집인의 출판활
동과 발행인의 경제적 활동을 깨끗하게 분리하자는 데 있다.
 1970년대에 독일연방신문발행인협회(BDZV)는 언론기본법을 제정하라는 BJV와 DJU의 요
구를 모두 묵살하였다. BDZV는 1920년대의 상황에 뿌리를 둔 "경향기업" 규정을 고수하면
서 언론사 내의 공동결정권 제도의 도입을 끝끝내 반대하였고, 독일기본법에 규정된 언론의
자유는 언론사 내부구조에 대한 그 어떤 간섭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하였다. BDZV는
"언론의 내적 자유"를 노동관계의 규율 문제로 규정하고 이것은 언론의 자유와 전혀 무관하
다고 강변하였다. 더 나아가 BDZV는 "언론의 내적 자유"는 지극히 전략적인 개념에 불과하
다고 비난하고, "이 개념은 공동결정에 대한 언론인들의 바람이나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정치적 계산에 좌우되는 상이한 요구들의 묶음에 헌법규정과 같은 위상을 부여하려고 한다"
고 혹평하였다. 한 마디로 헌법이 규정한 언론의 자유는 신문 발행인이 국가의 통제나 신
문사 내부의 노사간 공동결정제도 등에 의해 간섭받음 없이 신문사를 운영할 수 있는 자유,
곧 발행인의 자유이며, 언론사 내부의 발행인-편집인 관계는 노동관계를 규율하는 노사협약
의 틀에서 다루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이것은 편집방향이나 편집규약에 대한 발행인과 편집
인의 공동결정의 요구를 도외시한 주장이다. 언론의 공적인 과제를 구현할 책임이 발행인에
게 있지 않고 편집인에게 있다는 DJU의 주장은 아예 씨도 먹혀 들지 않았다. BDZV의 입
장은 발행인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의해 편집의 독립성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을 은폐한
채 사기업의 경영구조를 언론의 자유라는 헌법의 무기로 방어하려는 이데올로기적 발상이라
고 비난받았다.
 발행인단체와 언론인단체의 입장이 이처럼 정반대로 치닫자 언론의 내적인 자유을 규율하
는 언론기본법 제정에 나서고자 했던 독일연방정부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독일연방정부는
1976년 12월 16일의 "정부선언"에서 발행인과 편집인이 언론의 내적 자유를 자율적으로 규
율하고 이에 입각한 편집규약을 자율적으로 제정하도록 독려하고,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에는 정부 회기 안에 언론의 내적 자유를 규율하는 언론기본법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하였지
만, 이 약속은 지켜질 수 없었다. 1982년 중도좌파 정부가 무너지고 중도우파 정부가 들어선
이후 언론의 내적 자유와 관련된 논의에서 새로운 주장이 추가된 것은 없다.
 언론의 내적 자유를 법제화하는 데 실패한 독일의 예는 우선 "경향기업" 규정에 대한 자
의적 해석의 위험성을 보여준다. 경향기업 규정은 종업원의 경제적, 사회적 이익 실현을 위
한 공장평의회 활동이 본래의 권한을 넘어서서 언론의 자유에 치명적인 침해를 주는 것을
방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 소극적인 규정이지, 언론의 내적 자유의 실현에 결정적인 의미가
있는 발행인과 편집인의 권한배분과 공동결정을 배제하려는 취지에서 제정된 것이 아니다.
그 다음, 독일의 예는 의견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기본법의 규정을 국가와 언론사의 관계에
서 너무 좁게 해석할 때 언론의 내적 자유를 실현하는 데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보
여준다.

언론의 내적 자유를 실현시키는 길

언론의 내적 자유는 헌법 21조 1항에 대한 적극적이고 포괄적인 해석을 필요로 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이 조항을 여전히 국가와 언론의 관계에서 끊임없이 재해석하고 강조해야 한다.
언론사의 설립이 국가의 허가사항이 아니라는 것도 물론 강조해야 한다. 그러나 언론사의
운영에 큰 규모의 자본이 투입되어야 하고, 이 자본의 논리에 의해 편집의 독립성이 심각하
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헌법 21조 1항은 발행인이나 자본소득자들이 임명한 신문경영인
의 영향으로부터 편집권의 자유를 보호하는 규정으로 넓게 해석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독
일 신문 발행인들처럼 발행인의 권한 아래 편집인의 권한이 종속되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우리 나라 상황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왜냐하면 바로 이 관행이 우리 나라에서는 언론
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위협해 왔기 때문이다.
 헌법 21조 1항에 대한 해석을 통해 언론의 내적 자유가 법적인 개념으로 정립될 경우 이
자유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하나는 활자매체의 정치적, 문
화적, 세계관적 노선에 대한 결정권과 그 결정 방식이고, 또 다른 하나는 편집인의 임면과
관련된 인사규정이다.
 우선, 신문사의 사시를 결정하는 것은 발행인의 권한으로 인정될 수 있다. 문제는 이 사시
의 규정 아래서 편집지침을 포함한 편집규약을 어떻게 제정하는가 이다. 이 편집규약의 제
정은 발행인과 편집인이 실질적으로 동등한 권력을 가지고 참여하는 가령 편집위원회에서
공동으로 결정하여야 하며, 그 결정 내용은 반드시 문서화하여 공시되어야 한다. 편집규약의
변경 역시 편집위원회에서 발행인과 편집인의 공동결정에 따라야 하고, 변경사항은 문서화
하여 공표되어야 한다. 중요한 사건들에 대해 언론사의 태도를 밝혀야 할 경우에도, 그 입장
은 발행인과 편집인의 공동결정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
 편집규약의 틀 안에서 편집인은 편집활동에 관한 결정의 자유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하며,
이 자유는 발행인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의해 침해될 수 없어야 한다.
 그 다음, 편집국장은 신문사의 사기업적 성격상 발행인이나 자본소득자들에 의해 임명된
경영인에 의해 임명될 수 있지만, 편집국장은 편집인들의 다수가 반대하는 사람으로 임명될
수 없어야 한다. 한겨레신문사가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편집국장 후보를 언론인 신분에 있
는 직원들의 비밀, 평등 선거에 의해 호선하고 이를 신문사 경영진이 임명하는 방식을 취하
는 것이 이상적이다.
 끝으로, 요즈음 많이 논의되는 언론사의 소유집중을 제한하는 조치는 그 자체만 가지고서
는 효과를 볼 수 없다. 소유집중을 제한한다고 해서 언론사의 사기업적 성격이 사라지는 것
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유관계가 편집의 독립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내부구조를 짜는
것이 문제를 푸는 열쇠이다.

* 각주를 필요로 하시는 분들은 File을 다운로드하시기 바랍니다.


Backward Forward Post Reply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