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돈의 강의실
Kang Won-Don's Social Ethics Class

2003/11/28 (19:20) from 220.66.162.132' of 220.66.162.132' Article Number :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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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이 노동과 삶을 위한 활동의 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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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돈교수님의 '노동의 신학과 윤리' 강의 시간에 발제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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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이 노동과 삶을 위한 활동의 결합
-사회적 기업과 지역화폐를 중심으로

이대성(성공회대학교 신학대학원생)

Ⅰ. 서론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 아래서 지구화가 진행되면서 지역사회, 국민국가, 지구사회 차원에서 노동세계는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이미 노동을 보호하는 국가의 제도적 장치들은 노동시장의 유연화로 집약되는 탈규제화 조치로 인해 무력해졌으며, 실업은 구조적이고 만성적인 성격을 띠게 되었다.
결국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경제의 지구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됨으로써 실업의 증가, 노동시장 유연화와 비정규직 노동의 확산 그리고 노동소득 감소와 가난의 확산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렇게 실업의 증가, 즉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의 양이 절대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노동 개념을 "삶을 위한 활동" 개념으로 전환하여 생활세계 차원에서 구현해야만 하며, 그 구체적 방법으로 사회적 기업과 지역화폐를 살펴봄으로써 그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Ⅱ. 본론
 
1. "삶을 위한 활동"과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
인간이 생존하는 한, "삶을 위한 활동"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본시 "삶을 위한 활동"이었던 노동은 시장경제가 역사적으로 조직된 이후 임금소득을 얻기 위해 노동력을 파는 일이 제도화되면서, 노동시장을 거치지 않는 노동은 단순한 활동으로 간주될 뿐, 업적보상이나 사회적, 정치적 권리 실현으로부터 배제되기에 이르렀다.  
시장경제에서는 상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노동, 곧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만이 의미를 갖는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활동들 가운데 많은 것은 시장사회에서 그 업적을 전혀 보상받을 길이 없다. 예를 들면, 가계의 틀에서 이루어지는 육아나 교육, 생활의 재생산을 위한 활동, 혹은 이웃을 위한 봉사 등이 그것이다. 이런 활동들은 엄밀히 말하면 "삶을 위한 활동"이다. 그러나 시장사회에서 이러한 노동은 군더더기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서 여전히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이 오직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만을 근거로 삼는다면, 노동세계에서 배제된 다수의 사람들의 삶의 처지는 극단적으로 몰리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삶을 위한 활동"이 중심이 되고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이 부차적인 역할을 맡도록 하는 발상의 일대전환이 필요하다.

2. 사회적 기업을 통한 "삶을 위한 활동"의 조직과 보상
"삶을 위한 활동시간"은 다양한 형태의 공공봉사 활동으로 조직될 수 있다. 공공봉사 활동은 시장 활동도 아니고, 국가 활동도 아닌 제3의 활동 형태이다. 이 제3의 활동 형태는 타자를 위해 자신의 활동력을 "이전하는 노동"(transduktive Arbeit)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약한 사람들과 동행한다든지, 문화적 관계들을 돌본다든지, 자연적인 생활환경을 보존한다든지 하는 활동이 그것이다.
독일의 울리히 벡에 따르면, 오늘의 사회는 노동사회로부터 벗어나 시민노동의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노동사회로부터 벗어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만이 인정되는 시장사회의 논리를 상대화시키고 "삶을 위한 활동"에 공공적 의미를 부여한다는 뜻이다. 벡은 시민들이 "삶을 위한 활동시간"을 할애하여 공공적 목적을 위해 활동하는 것을 가리켜 "시민노동"이라고 명명하고, 시민노동에는 반드시 "시민수당"이 부여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 시민수당의 액수는 적어도 실업보조금과 사회부조의 온당한 수준은 넘어서야 할 것이다".
벡은 시민노동을 제3의 노동 부문으로 간주하고, 이 노동 부문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실업자"로 간주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시민노동에 대한 보상은 국가가 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복지 기업"이 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공공복지 기업"은 시민사회의 공적인 유용성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인적 자원을 활용하여 양질의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것에 대한 수수료를 받음으로써 시민노동에 대한 보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2-1. 사회적 기업의 등장 배경
국가중심적 노동정책의 한계가 드러나고, 노동시장 유연화로 사회적 양극화 현상이 더욱 노골화되면서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사회적 기업이 대두하게 되었다. 또한 복지국가의 위기에 따른 복지체계의 붕괴 현상, 그리고 복지체계의 붕괴로 인한 양극화 현상 속에서 심화되어지는 경쟁의 강화는 공동체성을 파괴하고 사회적 유대의 약화를 가져왔으며, 이것이 사회적 기업의 출현의 계기가 되었다.
이와 같이 경제적 위기상황, 복지국가의 위기, 사회적 유대(bonds)의 약화 등에 대한 기존 정책적 접근의 한계는 시민사회의 새로운 대안으로서 제3섹터를 등장시켰으며, 보다 최근 들어 새롭게 등장한 대표적인 형태가 사회적 기업인 것이다.

2-2. 사회적 기업의 목적과 특징
사회적 기업은 이윤의 추구보다는 공익을 우선하는 영리법인이며, 사회적 기업의 목적은 공익이지만 운영원리는 기업적 합리성에 의존한다. 사회적 기업은 추구하는 공익적 목적에 따라 크게 사회적으로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과 불이익자들의 고용을 촉진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크게 분류되며, 이 두가지 성격을 통합한 형태도 있다.

사회적 기업의 존재형태는 매우 다양하지만 다음의 세 가지 공통적인 특징을 갖는다.
첫째, 기업지향적이다(enterprise oriented). 사회적 기업은 직접적으로 시장에 대한 상품의 생산과 서비스의 공급에 관계하며, 거래를 통해 잉여를 창출하고자 한다.
둘째, 사회적 목적(social aims)을 지닌다. 사회적 기업은 일자리창출, 거래, 지역서비스의 제공과 같은 분명한 사회적 목적을 지닌다. 그들은 윤리적 가치를 지니며 사회적, 환경적, 그리고 경제적 영향에 대해 구성원들과 광범위한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이 있다.
셋째, 사회적 소유(social ownership)의 형태를 띤다. 사회적 기업은 이해당사자나 수탁자(trustee)들의 참여에 기초한 협치(governance)와 소유구조를 가진 자율적인 조직이다. 이윤은 주주들에게 배분되거나 사회의 이익을 위해 사용함으로써 분배된다.

2-3. 사회적 기업의 활동 영역
사회적 기업의 활동 영역은 매우 광범위하다. 생태학적 경제 영역으로 재활용, 에너지 효율 등의 사업이 있으며, 보호서비스 사업으로 탁아, 노인보호, 재택보호 등의 사업이 있다.  그밖에도 보건서비스, 식료품업, 제조업, 콜센터, 건축업 등 그 범주가 매우 넓고 다양하다.

3. 지역화폐를 통한 "삶을 위한 활동"의 조직과 보상
"삶을 위한 활동"은 사회적 기업 등을 통하여 금전적 보상을 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금전적 보상을 뛰어 넘는 방식으로도 조직될 수 있다. 우리의 전통 사회에서 면면히 이어져 온 "두레"를 현대화하여 삶의 다양한 조건들에 적응시키는 것이 그것이다. 집수리, 보육, 학습지도, 노인 돌보기, 사용가치 중심의 물물교환 등 "기회비용"으로 따져볼 때 의미 있는 모든 경제활동을 "두레" 형태로 조직하는 것이 그 예이다. 만일 상품 생산방식과 다른 형태의 재화를 생산하고 교환하는 데 목돈이 필요한 경우에는 신용대출을 받을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전통사회에서 상부상조의 정신으로 조직되었던 "계"를 현대화하여 운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것은 거대 은행들과 화폐자본가들로부터 "두레" 활동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과정을 현실화 시키는데에 있어서 우리는 지역화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3-1. 지역화폐(LETS : Local Exchange Trading System)
지역화폐는 한마디로 요약하면 현대적 의미의『다자간(多者間)품앗이』 제도로 각자가 소지하고 있는 기술과 자원을 필요한 사람에게 제공하고 대신 그 대가로 자기자신도 필요할 때 언제든지 타인의 기술과 자원을 제공받을 수 있는 지역통화 창출운동이다.
우리나라에는 두레, 품앗이 등의 공동체적 상호부조체계가 있으며 지역화폐 운동은 기본적으로 그러한 체계와 다르지 않다. 지역화폐 운동이란 기본적으로는 물물교환의 현대적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기존의 화폐경제체제가 경제를 조직화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닐 것이다. 지역화폐운동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비록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하더라도 어떤 능력이든 가지고 있고, 그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철학에 근거하고 있다.

3-2. "지역화폐/지역품앗이"의 의의 및 운영방법
첫째, 지역품앗이에서는 빌려주고 빌리는 것이 개인간의 채무관계와 유사하나, 갚을 때 반드시 빌린 사람에게 갚을 필요가 없다. 재화와 서비스의 교환과정을 통하여 지역화폐가 회원간에 돌고 돌아 언젠가는 처음에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해준 사람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므로 회원 중 누구와도 서비스를 주고받을 수 있다.
둘째, 지역품앗이는 자원봉사와 유사하나 그 대가가 있다는 점이 다르다. 자원봉사의 정신이란 남을 도와준 것에 대해 보답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지역품앗이도 자원봉사 정신에 기인하나 지역품앗이에서는 봉사에 대한 반대급부로 자신의 계좌 잔액이 증가된다.
셋째, 지역품앗이는 은행의 계좌와 유사하나 그 잔액이나 거래내역을 회원에게 공개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은행 계좌의 잔액은 본인만 아는 것이지만 지역품앗이에서는 이것이 회원에게 공개된다.
넷째, 지역화폐는 교환의 매체로서 시중화폐와 같은 기능을 가지나, 다음과 같은 점에서 시중화폐와 다르다. 1)시중화폐는 어디서나 사용될 수 있지만 지역품앗이에서 사용하는 지역화폐는 한정적 지역내에서 회원간에만 사용된다. 2)시중화폐는 항상 희소하지만 지역화폐는 필요한 만큼 언제나 적절하게 있다. 3) 시중화폐는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이 돈을 적게 가진 사람을 지배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하지만 지역화폐는 권력행사나 지배의 수단이 되지 못한다.

3-3. 지역화폐의 경제학적 측면
1) 지역화폐는 타인을 위한 사람의 노동에 의해 창출된다. 이 화폐의 양은 사람들이 한 일의 양만큼 늘어난다. 이론적으로는 무한정이다. 그렇다 할지라도 지역화폐의 가치는 떨어지지 않는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남의 노동을 통해 편익을 제공받은 사람이 발행한 화폐는 바로 그 발행자가 남을 위해 일하는 즉시 사실상 변제되어 그 양이 자동적으로 조절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는 것이 곧 일을 하는 것일진대 한 사람이 자기에게 필요한 일을 모두 스스로 수행하면 어음은 발행되지 않을 것이요, 다른 사람의 일을 필요로 했다면, 이론적으로 바로 그 다른 사람은 남을 위해 일한 시간만큼 또 다른 남의 일을 필요로 하는 것이니, 일을 서로 교환하는 지역경제의 큰 틀에서 보면 어음의 가치는 늘 동일하다.  
2) 지역화폐는 축적될 수 있다. 하지만 지역화폐의 축적은 이자를 동반하지 않는다. 그것은 사람의 노동이 갖는 특성에서 기인한다. 사람이 일하지 않고 쉴 때, 그 사람 안에서 노동력이 축적되지는 않는다. 노동은 사람의 몸에 깃든 노동력을 지출할 때에만 발생한다. 사람의 노동이 응결되어 있는 재화의 양은 사람의 노동량이 증가하는 바로 그 만큼 늘어나지만, 재화 그 자체가 가치를 증식시키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노동시간이 가치 기준이 되는 곳에서 이자는 정당화될 수 없다. 이렇게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은 지역화폐의 가치안정에 절대적 공헌을 한다. 지역화폐의 양이 자동적으로 늘어나 통화팽창이 일어날 여지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3) 지역화폐는 노동력이 상품으로 거래되는 노동시장에서만 소득이 발생한다는 노동사회적이고 시장사회적인 신화를 허구로 만든다. 시장사회가 필요로 하는 노동에 대해서만 그 업적에 따라 보상한다는 신화는 지역경제에서 더 이상 쓸모가 없다. 공익이나 다른 사람들을 위해 한 일은 모두 노동시간 단위로 계산되어 지역통화로 표시되기 때문이다.

Ⅲ. 결론

자본주의는 부르조아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듯이 인간의 본성과 일치하고 그럼으로 영속적으로 유지될 경제체제가 결코 아니다. "삶을 위한 활동"을 배제하고 오직 노동시장을 거친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만을 인정하는 자본주의는 이제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실업의 증가, 노동시장 유연화와 비정규직 노동의 확산 그리고 노동소득 감소와 가난의 확산 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을 거치지 않는 노동 역시 업적보상이나 사회적, 정치적 권리 실현이 보장되어야만 하며, 이를 통하여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과 "삶을 위한 활동"이 서로 맞물려 개인의 발달과 공동체의 발전이 동시에 이루어지도록 하여야만 할 것이다. 이러한 "삶을 위한 활동"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중심으로 생활세계를 재건하는 데에 있어서 사회적 기업과 지역화폐가 갖는 의미는 매우 소중한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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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강원돈 「지구화 시대의 대안적 노동 세계에 관한 구상」
강원돈 「지리산과 지역공동체」
최민 「사회적 기업의 형성 및 운영조건에 관한 연구」 성공회대학교 시민사회복지대학    원 석사논문. 2002.
이창우 「지역품앗이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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