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돈의 논단
Kang Won-Don's Column

2009/07/10 (10:31) from 220.66.47.13' of 220.66.47.13' Article Number :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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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제안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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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제안할 것인가?

강원돈 (한신대교수/사회윤리)

 비정규직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매우 뜨거운 이슈로 부각되었다. 2007년 7월 1일자로 비정규직 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나면서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계속 근무와 해고의 갈림길에 서게 되었다.
 사정이 이렇게 된 것은 비정규직 법의 고용의무 조항 때문이다. 고용의무 조항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2년 이상 고용하여 같은 일을 하게 할 경우, 비정규직 노동자를 무기한 계약 노동자로 고용하도록 강제하는 조항이다. 이 조항 때문에 사용자는 2년 기한을 채우지 않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하려고 들기 십상이다.
 정부와 여당은 고용의무 조항의 적용을 1년 6개월 유예해서 대량해고 사태를 막자고 제안하고 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이 조항을 유예 없이 적용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 노동자들로 전환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민주노동당과 양대 노총은 여기서 더 나아가 현행 비정규직법의 여러 가지 맹점들을 고쳐서 비정규직의 사용 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하여 비정규직의 확산을 아예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의 확산은 문명의 스캔들이라고 말해야 옳다. IMF 경제관리 시기에 노동시장의 유연화 조치가 취해지면서 비정규직 노동은 급격하게 늘어났다. 1999년 3월 현재 임시직과 일용직 근로자의 비율은 각각 33.1%와 17.4%를 차지하여 취업인구의 50.5%에 이르렀고, 1999년 9월에는 그 비율이 53%로 급속히 증가하였다. 오늘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비율은 총 노동인구의 55-56% 선에서 고정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남성 노동자들의 비정규직 비율은 45% 정도이고, 여성노동자들의 비율은 80%에 가깝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안정된 일자리를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매우 불안한 삶을 살아가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더하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받는 급여의 40% 정도의 소득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노동빈곤층을 형성하기 마련이다. 같은 일터에서 같은 일을 하는 데도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는 하늘과 땅 사이의 거리만큼이나 크다.
 교회는 이러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에서 이웃의 고통과 좌절을 보고 이웃의 울부짖음을 들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을 제도화하는 것이 과연 용인될 수 있는 일일까?
 기독교인들은 하나님께서 노동을 제정하셔서 사람에게 맡기셨다고 믿는다. 하나님은 인간의 노동을 축복하셨고, 인간으로 하여금 노동을 통하여 삶을 꾸려나가도록 허락하셨다. 인간은 이웃과 더불어 일하고 노동의 성과를 함께 나누며 공동체를 형성하고 발전시킨다. 인간은 또한 노동의 성과 가운데 일부를 하나님 앞에 바쳐 하나님의 뜻에 따라 일할 능력이 없거나 일할 기회가 없는 사람들에게 생활 기회를 보장한다. 이것이 바로 십일조의 본래 정신이다. 이렇게 보면, 노동은 공동체 형성과 연대 실천의 기반임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성서적-신학적 노동 이해에 근거해서 생각해 볼 때, 비정규직 노동과 정규직 노동을 구별하고 비정규직 노동을 차별하는 것은 하나님이 원하시는 공동체와 연대 형성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 오늘의 세계에서 노동에 대한 자본의 공세는 비정규직 노동과 정규직 노동을 분할하여 노동자들 사이에 연대와 단결을 약화시키고, 노동에 대한 수탈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자본의 공세는 시간이 갈수록 더 거세지고 있다.
 하나님 앞에서 비정규직 노동과 정규직 노동이 구별될까? 그럴 리 만무하다. 하나님 앞에서 인간은 노동을 통하여 삶을 공동체적으로 꾸려나가도록 허락받았을 뿐이다. 하나님이 축복하신 노동이 고통과 좌절의 나락으로 빠지게 된 것은 전적으로 인간이 만든 잘못된 제도 때문이다. 비정규직 노동을 양산하고 이들을 이등국민 취급하는 제도는 마땅히 철폐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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