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돈의 논단
Kang Won-Don's Column

2020/01/07 (17:37) from 95.222.193.125' of 95.222.193.125' Article Number : 151
Delete Modify 강원돈 (kwdth55@daum.net) Access : 28 , Lines : 11
트럼프의 도발
트럼프의 도발

지난 1월 3일 트럼프의 지시를 받은 미 군부에 의해 이란의 이슬람혁명근위대(쿠드스) 사령관 카쎔 솔레이마니가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에서 로케트 미사일에 피격되어 암살당했다. 이란 정부는 즉각 미국에 대해 ‘가혹한 보복’을 맹세했고, 사령관의 장례식에 운집한 수십만의 이란 시민들은 미국에 ‘복수’하겠다고 외쳤다. 트럼프의 도발로 시작된 이번 사태는 아주 오랫동안 엄청난 후유증을 남길 것이다.

이번 사태는 세 가지 점에서 주목된다. 첫째, 미국 대통령이 암살 지령의 정점에 서 있다는 것이 공공연하게 드러났다는 점이다. 칠레 아옌데 대통령 암살 때처럼 미국 대통령이 암살 사건의 배후에 있다는 의심을 받은 경우가 과거에도 종종 있었지만, 이번에는 미국 대통령이 나서서 중동 평화를 위해 솔레이마니를 의도적으로 제거했음을 밝혔다. 전쟁이 선포되지도 않았는데, 한 국가의 합법적인 군대의 사령관을 폭살하는 것은 그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제법이 금지하는 범죄 행위이다.

 둘째, 이번 사태는 미국이 더 이상 헤게모니 국가가 아니라 폭력을 앞세우는 깡패국가임을 드러내 보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미국은 ‘자유세계’의 수호자임을 자처했고, 세계 평화를 지키는 경찰의 역할을 자임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해서 많은 나라들이 ‘자유세계’에 결속한 것은 해당 국가들의 가치 공유를 전제했다. 미국은 동맹국들과 결속 국가들을 설득하여 자유와 민주주의를 중심 가치로 삼는 헤게모니 동맹을 구축했다. 그러나 오늘의 미국은 무력과 채찍으로 상대국들을 굴복시키고 미국의 이익을 위해 수많은 나라들을 지배하려고 한다. 트럼프는 심지어 자신이 출마하는 대통령 선거 국면을 유리하게 조성하기 위해 전쟁정책을 수행하고, 그 대상으로 이란을 꼽았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헤게모니가 종말을 고하고, 강한 국가가 약소국가들을 힘으로 제압하는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세상이 도래했다는 탄식이 세계 도처에서 커지고 있다.

 셋째, 트럼프는 자신의 테러 행위에 대한 응징을 다짐하는 이란을 향하여 미국 시민이나 시설, 군사기지 등에 대해 공격이 가해질 경우 주요 군사기지 52곳을 폭격하고 10여 곳의 문화재를 파괴하겠고 공언했다. 문화재는 인류의 공동 유산이기에 전쟁 기간 동안에도 보호되어야 한다. 그것이 만민법의 요구이다. 한 국가의 합법적인 군대가 그런 짓을 자행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트럼프는 아주 오랜 세월에 걸쳐 뼈저린 시행착오를 거쳐서 가까스로 마련된 전쟁과 외교의 기본 규칙들을 일거에 무너뜨림으로써 인류를 문명 저편으로 몰아내겠다고 나섰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의 문화재들을 파괴하는 테러를 저질렀을 때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탄식하였음을 잊었는가? 어떻게 한 국가의 지도자가 테러를 일삼겠다고 나설 수 있는가?

 트럼프의 도발은 어떤 이유에서도 정당화되지 않는다.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 가동이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 등은 전쟁을 통해서가 아니라 외교를 통해서 해결될 문제이다. 트럼프는 대한민국 정부에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 요구에 결코 굴복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이 테러 동맹에 가담할 수는 없다.

Backward Forward Post Reply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