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돈의 논단
Kang Won-Don's Column

2020/01/24 (05:49) from 95.222.193.125' of 95.222.193.125' Article Number : 152
Delete Modify 강원돈 (kwdth55@daum.net) Access : 20 , Lines : 17
독일 대통령의 홀로코스트 죄책고백
독일 대통령의 홀로코스트 죄책고백

지난 1월 23일 예루살렘에 있는 홀로코스트 기념 센터인 야드 바솀(Yad Bashem)에서 제5회 세계홀로코스트포럼이 열렸습니다. 이 포럼의 주제는 홀로코스트를 기억하고 반유대주의와 맞서 싸우자는 것이었습니다.

야드 베솀에서 거행된 세계홀로코스트포럼에는 독일 대통령이 참석했습니다. 독일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으니, 예루살렘의 홀로코스트 기념 센터에 발을 디딘 것도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이 포럼에서 독일 대통령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Frank-Walter Steinmeier)는 기념할 만한 역사적인 연설을 했습니다. 그는 홀로코스트를 자행한 독일의 역사적 죄책을 고백하고 홀로코스트 같은 일이 다시는 되풀이해서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운을 떼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것은 결코 새로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 이전에도 역대 독일 대통령들과 총리들은 그러한 죄책고백을 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슈타인마이어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갔습니다. 역사에 대한 회상이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교훈을 주어야 하는 것이라면, 그 기억을 갖는 사람으로서 오늘의 독일 상황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다고 그는 생각했습니다. 그는 오늘의 독일에서 반유대주의와 인종차별을 선동하는 ‘악’의 세력들이 준동하고 있다는 것을 고백하고, 이로 인해 독일 민주주의가 근본적인 위기에 봉착했다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했습니다. 독일의 국가원수가 외국 땅에서, 그것도 나치에 동조한 선조들에 의해 엄청난 희생을 치른 후손들이 살아가는 땅에서 독일의 문제를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은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그런 말을 굳이 하지 않아도 독일 대통령의 격을 잃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말했고, 다음과 같이 덧붙여 말했습니다.

“저는 우리 독일인들이 언제나 역사로부터 가르침을 받아왔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증오와 선동이 확산되고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 저는 그런 말을 할 수 없습니다.”

독일의 대통령이 행한 이 인상 깊은 연설은 역사적 교훈을 잊지 않는 독일 국민들이 나서서 인종차별과 반유대주의로 치닫기 시작하는 민족주의적 선동으로부터 독일 민주주의를 수호하자는 강력한 권면을 담고 있습니다.

지난 해 12월 9일 독일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앙엘라 메르켈이 수백만 명의 유대인들이 학살당한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를 찾아 독일의 ‘깊고 깊은 부끄러움’을 고백한 것도 오늘의 독일을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민주주의 국가로 계속 발전시켜 나가자는 국민적 호소를 담은 정치적 행위일 것입니다.

한국과 일본을 위시한 동북아시아에서도 역사의 교훈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역사적 죄과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움직임이 이 지역 사람들뿐만 아니라 정치 지도자들 사이에서도 활성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은 이 지역의 평화를 위해 꼭 필요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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