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돈의 논단
Kang Won-Don's Column

1999/12/11 (12:01) from 203.252.22.54' of 203.252.22.54' Article Number : 4
Delete Modify 강원돈 Access : 7721 , Lines : 68
[한겨레신문 98.6.3] 노·사·정 이렇게 가자 - 1
한겨레신문 [ 사설칼럼 ] 1998. 6. 3. 水


노동시장의 유연화는 재론돼야 한다


강원돈/신학박사·한국기독교장로회 선교교육원 외래교수



`국제통화기금(IMF)경제관리' 아래서 노동시장의 유연화는 실업문제를 엄청나게 악화시킬 전망이다.

기업의 구조조정과 노동시장의 유연화는 사실상 국제통화기금 경제관리의 중요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기업의 구조조정을 원활히 하기 위해 노동시장을 유연화한다는 처방은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우리 사회와 경제의 여건상 노동시장의 유연화는 두 가지 점에서 매우 신중하게 도입되고 실천돼야 한다.

첫째, 실업보험 등 사회보장제도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노동시장의 유연화에 따른 실업의 증가는 수많은 가계들의 생존 기회를 박탈하게끔 돼 있다.

정부는 7조원 이상의 실업기금을 확충해 실업증가에 대처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이 기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그 구체적인 대안은 뚜렷하게 잡히지 않는 게 현실이다.

재정의 축소가 불가피하고, 금융 구조조정을 위한 국채발행으로 국민들의 납세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실업기금을 세계은행 등의 차관을 통해 확충한다는 것은 결국 외채를 끌어다 소비를 위해 쓰겠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둘째, 설사 실업보험을 위한 재원이 어렵사리 마련된다 하더라도, 일자리의 유지와 창출울 위해 비용을 지출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사실을 놓쳐선 안 된다.

선진경제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알 수 있다.

실업과 사회보장을 위해 연방예산의 30% 가까이 지출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 국가재정의 파탄을 우려할 정도이다.

이 때문에 노동시간을 줄이고 기왕에 있는 일자리를 쪼개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나누고 이에 따라 임금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냉철하게 살펴보면 우리 경제와 여건이 다른 독일의 경우 노동시간 줄이기와 일자리 나누기가 매우 어렵다.

사회복지 성격의 과외임금 비율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폴크스바겐은 노사의 합의를 통해 주당 노동시간을 35시간에서 28시간으로 단축하고 임금을 80%로 재조정하는 수준에서 엄청난 구조조정(노동절약적 합리화)의 압력 아래서도 정리해고를 회피할 수 있었다.

제2기 노사정위원회의 구성에 앞서서 노동쪽이 정리해고제로 집약되는 노동시장유연화 정책에 대해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이제까지 한국경제와 기업의 경쟁력을 지탱해 온 것은 노동력 투입의 극대화에 있었다고 보아도 지나치지 않다.

영국이나 독일보다 기술능력과 노동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조건에서 노동임금을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자본의 감가상각 대 매출액 비교에서 국제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조건, 곧 노동력 투입을 극대화하는 3교대 24시간 공장가동이라는 조건에서만 가능했다.

국제통화기금 경제관리 아래서 이러한 경영방식은 난관에 부딪쳤다.

단기적으로 보면, 그것은 수요축소에 따른 내수시장의 붕괴 때문이고, 이를 조장하는 것은 근본적으로는 신용경색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이 정리해고를 통해 공급과잉 현상을 단기적으로 조절하려는 것은 기업운영의 부담과 금융경색의 부담을 송두리째 노동쪽에 전가하려는 성격을 띤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의 사회복지 부담이 유럽 여러 나라들보다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운신의 폭은 상대적으로 넓다.

실업이 늘면 내수시장이 더욱더 악화되어 수요축소와 투자축소의 악순환이 악화된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

숱한 논란을 겪으며 제2기 노사정위원회가 출범한다.

과연 그동안 노동계가 요구한 쟁점들은 어떻게 해소될 것인가. 2기 노사정위원회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2기 노사정위가 바람직한 사회협약이 되기 위한 모색의 하나로 앞으로 벌어질 주요문제에 대한 특별기고를 두 차례에 걸쳐 싣는다.

첫번째 주제는 노동시장 유연화의 문제이고, 두번째 주제는 노동의 경영참가에 대한 문제이다.

- 한겨레신문 편집자 -




Backward Post Reply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