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돈의 논단
Kang Won-Don's Column

1999/12/11 (12:52) from 203.252.22.54' of 203.252.22.54' Article Number :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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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99.2.1] 기업윤리헌장 개정에 부쳐
[논단] /기업윤리헌장 개정에 부쳐/강원돈/

한겨레신문 [ 사설칼럼 ] 1999. 2. 1. 月

강원돈/한일장신대 아시아경제와윤리연구소장·신학

오는 11일 전경련 총회에서는 3년 전에 공표한 기업윤리헌장을 개정하여 채택할 예정이라고 한다.

전문과 13개 항목으로 이루어진 개정안은 재계 정화를 통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보겠다는 96년 헌장 정신을 계승하면서도 한국경제의 구조조정과 경제 세계화에 대응하는 기업의 자세를 새롭게 정리하고 있다.

전경련의 기업윤리헌장 개정 작업은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21세기가 기업의 시대라는 것을 굳이 강조하지 않더라도, 오늘날 기업은 생활세계를 형성하는 데 그 어느 때보다도 큰 소임을 지고 있다.

기업의 자산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지역사회와 국민경제, 그리고 세계경제에서 기업이 감당하여야 할 공적인 책임은 더욱더 커진다.

기업윤리는 이처럼 중요한 기업활동을 시장경제 틀 안에서 규율하는 원칙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오늘과 내일의 생활세계에서 기업과 기업윤리의 중요성이 크기 때문에 전경련의 기업윤리헌장 개정 작업은 결코 전경련이 내부 논의만을 거쳐 확정할 사안이 아니고, 좀더 널리 여론 수렴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

경제적 효율성 달성이나 기업 시스템의 전략적 통제에 의해서만 기업의 성공이 좌우되던 시대는 지났다.

기업경영의 정당성에 대한 생활세계의 동의를 구하지 못하는 기업은 그 발판을 잃고 마는 것이 21세기의 기업현실이다.

만일 전경련이 개정안 시안을 제출하고 공청회를 통해 여론을 수렴하여 기업운영과 관련된 구속력 있는 지침들을 확정할 수 있다면, 기업에 대한 시민사회의 신뢰가 더 커질 것이고, 기업활동의 정당성을 확고히 하는 데도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물론 이번에 제시된 개정안은 96년 헌장에 비해서는 진일보한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면, 정치권 및 정부와 건전하고 투명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지침이 전문뿐만 아니라 제4항목에서도 명시되어 재계가 국제적인 부패방지협약 정신에 부응하기 위해 애쓰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범세계적인 윤리원칙을 존중하여 세계화 시대의 국제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제12항의 결의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또한 개정안은 제13항에서 윤리위원회를 두어 기업윤리헌장을 위반한 기업들에 대해 제재조처를 취할 것을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미흡한 점들도 많다.

한두가지만 예를 들면, 개정안은 책임경영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인 소유와 경영 분리에 대해 매우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제4항에서 전문경영인의 육성을 위해 노력한다는 뜻이 밝혀져 있지만, 전경련이 선진적 소유구조와 지배구조의 도입에 매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인상을 씻어주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날의 낙후된 `오너' 중심의 기업 의사결정구조가 오늘 우리 국민이 겪는 고통스러운 경제위기에 적지 않은 책임이 있음을 생각하면, 전경련의 이 모호한 태도는 국민의 동의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개정안은 투명경영을 강조하고 기업의 이해 당사자들, 곧 주주·경영자·종업원의 공존공영 관계를 옹호하고 있지만, 이를 회계건전성이나 업적보상 수준에서만 생각하고 있지, 아직 이해당사자들의 참여와 책임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기업민주주의를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다.

협력적인 노사관계가 앞으로의 기업경영에서 점점 더 중요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점은 헌장 개정안에서 매우 취약한 부분이다.

이런 취약한 점들을 그냥 놓아둔 채 일정에만 쫓겨 기업윤리헌장 개정안을 확정하는 데만 매달린다면 언제고 여론의 도전을 받을 것이고, 여론의 동의를 받기 위해 또다시 고쳐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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