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돈의 에세이
Kang Won-Don's Essay

1999/12/20 (13:09) from 164.124.80.97' of 164.124.80.97' Article Number :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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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위기와 그 극복방향
한국경제의 위기와 그 극복방향

강원돈

1997년 말 이래로 우리나라 경제는 외환위기를 비롯하여 금융위기와 실물경제 위기를 겪어 왔고,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 관리를 받고 있다. 우리 경제가 이처럼 큰 시련을 겪게 된 것은 여러
가지 원인들이 있겠지만, 1960년대 초 이래로 국가가 주도한 자본주의적 발전 과정에서 쌓여온
병폐들을 해소하지 못한 채 세계화의 거센 파도에 휩쓸렸기 때문이다.

국가주도 자본화 과정의 폐해들

국가주도 자본화과정은 자본축적과 자원배분에 대한 국가개입을 두 축으로 하여 진행되었다. 자
본축적 과정에 국가가 개입함으로써 나타난 결과들은 일단 차치하더라도, 자원배분에 대한 국가
개입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었던 관치금융의 폐해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관치금융은 자본의
국민경제적 배분을 왜곡하여 왔고, 효율적이고 책임있는 자본의 운영을 등한시하게 만들었다. 대
기업에 자본이 편중되면서 중소기업의 육성이 저해되었다. 자본의 관료주의적 배분은 관료적 부
패를 키워왔고, 한국경제가 "부패 자본주의"의 악명을 갖도록 만들었다. 관치금융 아래서 거대기
업들은 재벌의 소유구조와 지배구조를 강화했고, 공룡과도 같은 거대한 기업집단을 형성하여 시
장에서의 공급과 수요를 독과점하는 경제권력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내부거래 관행과 상호지급보
증 등의 방법으로 몸을 부풀린 거대한 가업집단들은 그러나 경제적 효율성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
했고, 세계화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없었다. 오늘의 심각한 경제위기는 국가주도 자본화
전략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잘 말해 주고 있다.

국제투기자본의 폐해와 이에 대한 대응의 실패

그러나 오늘의 경제위기는 국자주도 자본주의의 한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 위기는 아시아
로 몰려 들었던 국제적인 금융자본이 이 지역 경제권을 떠나 더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미국과 유
럽의 금융시장으로 흘러가기 시작하였기 때문에 가속화되었다. 빛과 똑같은 속도로 세계 금융시
장을 넘나들며 단기수익을 극대화하는 국제투기 자본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오늘의 상황에서
세계화된 금융시장에서 나타날 수 있는 변화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것은 분명 우리나라 경제주
체들의 태만 때문이다. 세계화가 장미빛 미래를 약속한다고 믿었을 뿐, 엄청난 덫을 깔아 놓고 있
음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거대기업들은 제 힘에 부치는 장기적인 투자계획을 세워 놓고 은행여신이나 단기해외차입금으
로 그 계획을 실현하고자 하였는데, 이것은 국제금융시장의 생리를 무시한 매우 무모한 발상이었
다. 정부는 역시 국민소득의 배분에서 투자와 소비의 관계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고 국민경제
운영에서 내수시장과 수출경제의 관계를 제대로 수립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 정부는 또한 세계화
의 조건들 아래서 국민경제를 관리하는 데 여러가지 정책적 실수를 저질렀다. 자본시장을 전면적
으로 자유화해 놓고도 외국자본의 장단기적 흐름을 적절하게 감독하지 못했던 것이 그 단적인 예
다.

새 정부의 경제개혁의 방향

오늘날 정부는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병행 발전"이라는 구호를 내세우고 크게 변화된 여건에
국민경제와 기업의 구조를 맞추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새 정부는 개방경제체제에서 국민경제
적 자원할당의 합리성을 개선하고 기업경영의 효율성을 향상하지 않고서 우리나라는 심각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는 커녕, 한국경제의 미래를 결코 보장할 수 없다고 인식하고 있다. 새 정부의 경
제개혁은 IMF의 부과조건들과 많은 점에서 유사하지만 금융개혁, 재벌개혁, 기업의 지배구조 개
혁 등은 국가주도 자본주의의 병폐를 인식한 진보적인 학자들이 오래 전부터 요청해 왔던 항목들
이었음을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 비록 IMF의 부과조건들에 의해 경제개혁이 외부로부터 강요
된 측면이 없지 않지만, 이를 주체적 개혁으로 바꾸어냄으로써 국민경제의 효율성을 높이고 각
경제주체들, 특히 기업의 효율성을 향상시켜 장기적으로는 한국경제의 체질을 강화시켜야 할 것
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어려운 조건들 아래서 정부가 이제까지 추진하여 온 금융구조 개혁과 기업
구조조정, 중소기업 육성 방안 등이 비록 여러 가지 미흡한 점이 있기는 하지만 건전한 시장경제
를 육성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한다. 새 정부의 경제개혁이 시장경제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규제일변도를 지양하고 시장경제의 규율로 방향을 잡았다는 것도 평가되어야 한다. 또한 경제구
조를 전면적으로 개조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노사정위원회를 조직하여 노동과 자본을 동등한 사회
권력으로 인정하고 개혁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에 초대하였다는 것도 역사적인 의
의를 갖는다.

새 정부의 경제개혁의 문제점들

그러나 나는 IMF가 부과한 이행조건들 아래서 추진되는 경제개혁 조치들이 경제적 약자들의 엄
청난 희생이 강요되고 있다는 데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IMF가 내어 놓은 처방의 요점은
국민경제의 수요부문을 억압하고 공급부문을 강화하는 한편, 경제구조를 세계무역구조에 적응시
키라는 것이다.
 경제정책, 구조정책, 금융정책의 중점은 재정지출을 억제하고, 자본축적을 용이하게 하여 외채
와 이자를 우선적으로 변제하는 데 놓이게 된다. 이러한 조건 아래서는 사회정책과 환경정책이
등한시될 수밖에 없다. 자본의 수익성과 경제적 효율성만을 최고의 원리로 강조하다 보니 기업의
노동정책, 사회정책, 환경정책도 크게 퇴조하고 있다.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고자 하는 정부의
노력이 실업급여 등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기는 하지만, 세계화의 조건 아래서 정부의 운신의 폭
은 사실상 매우 좁아지고 있다. 노동시장의 유연화 정책으로 실천되고 있는 정리해고제가 커다란
사회적 저항에 직면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IMF의 경제관리 아래서 경제운영의 기본 틀이 외화가득을 통한 외채상환에 있다 보니 수출 드
라이브 정책이 새롭게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수출 드라이브 정책은 내수시장과 수출경제의 균
형을 깨뜨려 우리 경제의 해외시장 의존도를 지나치게 높이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다. 거
기에 더하여 단순한 수출 드라이브 정책은 우리 경제를 수출주도형 저임금 경제로 다시 후퇴시킬
염려가 있다.

경제위기 극복의 새 방향

이러한 문제점들을 인식하기에 나는 세계시장의 발전에 개방적이면서도 국민경제의 균형성장 가
능성을 상실하지 않도록 모든 경제주체들이 협력하는 방식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미래의 한국
경제의 큰 틀이 짜여지기를 기대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 경제가 단순히 경제적 효율성과 수익성
만을 중심으로 짜여지지 않고 모든 경제주체들의 사회적 안전과 생태학적 안정에 아울러 이바지
할 수 있도록 형성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시장경제를 건전하게 육성하는 과제를 포기할 수는 없
지만, 시장경제를 절대화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과 자본의 권력이 동등한 사회권력으
로 인정되어 "대랍 속의 협조"를 경제의 여러 수준들에서 달성할 수 있어야 하고, 시장경제의 민
주주의적 규율이 신자유주의나 단순한 질서자유주의에 의해 대체되지 않도록 경계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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