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돈의 에세이
Kang Won-Don's Essay

1999/12/21 (00:37) from 164.124.80.101' of 164.124.80.101' Article Number : 15
Delete Modify 강원돈 (kwdth@chollian.net) Access : 11101 , Lines : 52
새 천년을 향한 카리스마 공동체
새 천년을 향한 카리스마 공동체

강원돈

새 천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비록 연대기적인 시간의 흐름에 한 표지가 덧붙여지는 것
이긴 하지만, 천년 단위의 세월이 바뀌다 보니 여러 가지 감회가 떠오릅니다. 교회 여성 지
도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새 천년을 향한 길목에서 오늘의 교회는 보는 각도에 따라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납니
다. 선교 100여 년이 지나는 동안 전국 방방곡곡에서 성도들이 예배를 드리고 그리스도 예
수의 뒤를 따라 살아가는 것을 보면 자랑스럽습니다. 여러분들은 그 일에 앞장을 서 왔고,
또 그 일을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회의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성서의 가르침에 따라 개혁해야 할 점들도 눈
에 많이 뜨입니다. 여러 가지를 지적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교회에 뿌리 깊은 권위주의를
안고 새 천년을 향해 나아가도 될는지 걱정스럽습니다.
 권위주의는 교회의 여러 지체들이 각자 받은 카리스마(은사)에 따라 일하되 서로 유기적
으로 결합하여 공동체를 이루어야 한다는 성서의 가르침(고전 12장)과는 거리가 멉니다. 권
위주의는 어떤 한 은사를 우위에 두고 다른 은사들을 그 아래 두려는 태도에서 비롯됩니다.
그렇게 되면 위계구조가 나타나고 어느덧 지배와 굴종이 일상화됩니다. 그런 곳에는 교통과
사귐이 있을 수 없고, 따라서 공동체가 이루어질 수도 없습니다.
 성서가 가르치는 카리스마 공동체를 이루려면, 각자 받은 은사의 원천이 성령임을 인식하
는 데서 출발하여야 할 것입니다. 성령께서 각자에게 무엇인가를 주셨다면, 각 사람은 그 받
은 것을 가지고 성령께서 원하시는 일을 해야 할 것입니다. 성령은 교통과 사귐의 영입니다.
따라서 교통과 사귐을 깨뜨리는 것은 성령의 뜻을 거스르는 일이 될 것입니다. 카리스마 공
동체를 깨뜨리는 권위주의는 바로 이런 점에서 중대한 신학적 문제입니다.
 권위주의는 성령으로부터 받은 선물을 제 소유물로 간주하여 자기 뜻에 따라 쓰려는 데서
비롯됩니다. 그것은 우리 시대에 편만해 있는 소유 관념을 알게 모르게 성령의 은사에까지
적용하는 태도입니다. 소유권은 소유물을 임의대로 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하고, 따라서
소유물에 대한 절대적 지배권을 뜻합니다. 성령께서 주신 은사를 성령의 뜻에 따라 쓰지 않
고, 자기 뜻대로 사용하여 남을 지배하려는 사람은 성령의 카리스마를 소유물로 여겨 제 뜻
대로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성령께서 원하시는 교통과 사귐은 개방성을 전제합니다. 개방성은 나의 뜻을 남에게 강요
하지 않고 남이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내 앞에 있는 너의 남됨을
인정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나를 너에게 강요하고 너를 내 안에 통
합하여 나의 일부로 삼으려는 태도가 사람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네가 나와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나와 다른 바로 그 다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도리어 나를 비우고 그
빈자리에 남이 들어오게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러나 이처럼 자기를 비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습니까?
 사도 바울이 고린도 교인들에게 가르친 카리스마 공동체는 각자가 받은 카리스마를 자랑
하거나 남이 받은 카리스마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하지 않는 공동체였습니다. 그것은 다른 카
리스마들을 성령의 은사로 인정하고 카리스마의 서로 다름이 도리어 사귐과 교통을 촉진하
는 공동체였습니다. 서로 다른 카리스마를 받은 사람들이 자기 비움을 통해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공동체가 사도 바울이 염원하였던 공동체였습니다.
 새 천년의 길목에서 카리스마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권위주의와 맞서 싸우는 것은 교회를
새롭게 하고, 더 나아가서는 인류의 역사를 새롭게 형성하는 일과 통합니다. 왜냐하면 인류
의 역사는 나와 다른 너를 용납하지 않고 그 다름을 부정하거나 나와 다른 너를 나의 일부
로 삼아 지배해 온 폭력의 역사였기 때문입니다. 남성중심주의가 그렇고, 인간중심주의가 그
렇고, 인종주의가 그렇습니다.
 여러분은 교회와 사회에서 카리스마 공동체를 이루는 일에 앞장서야 합니다. 왜냐하면 여
러분은 여성 교역자들로서 권위주의의 무서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카리스
마 공동체를 위해 기도하고 권위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실천하는 것은 새 천년의 교회와 문
명을 일구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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