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돈의 에세이
Kang Won-Don's Essay

1999/12/24 (22:22) from 164.124.80.171' of 164.124.80.171' Article Number :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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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원유 가격 상승을 보고 생각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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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원유 가격 상승을 보고 생각한 것

강원돈

원유 가격의 가파른 상승

요즈음 원유 값이 폭등하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의 원유수입량의 70 퍼센트에 달하는 두바
이 산 원유 가격은 올해 1월 배럴당 10.76 달러였지만, 최근에는 22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지난 3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생산량을 줄이기로 합의한 후 나타난 유가 상승세는
하반기에도 계속되어 연말에는 30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극단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 이행률이 92 퍼센트에 달하고 북반구 국가들의 계절적 에너
지 수요가 급증한다면 고유가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되니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오기 시작합니다. 산업자원부는 원유 값이 배럴당
1달러 오르면 수입은 8억7000만 달러가 늘고 수출은 1억7000만 달러가 줄어 무역수지 흑자
가 10억4000만 달러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무역수지 흑자 폭을 늘려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자 한 정부의 시나리오에 제동이 걸리게 된 것입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원유 값 폭등에 따라 원가상승폭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으로 석
유화학(5.13 퍼센트), 항공, 교통(4.45 퍼센트), 화학제품(2.42 퍼센트), 자동차(1.61 퍼센트) 산
업 등을 꼽고, 고유가 추세가 지속되는 한 이 분야의 침체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하였습
니다.
 재정경제부는 원유 가격 상승의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해 에너지 최고가격을 시행하지 않
고 유가 상승을 에너지 공급 가격에 그대로 반영하기로 방침을 정했습니다. 교통세나 에너
지 소비세를 인하하여 공급 가격을 낮추는 방법도 쓰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재정 수
요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나라 살림을 감안해서 취해진 조치겠지만, 추운 겨울을 맞이
하여 서민 가계가 부담해야 할 에너지 소비 비용이 만만치 않게 늘어날 것이라고 걱정을 많
이 합니다.
 이번 겨울에 전세계적으로 원유 공급이 모자라 석유 파동이 우려된다는 소식까지 전해지
는 만큼 정책당국이나 기업, 일반 가계는 또 한 차례 힘겨운 고개 길을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습니다.

원유 가격 상승은 나쁜 일이기만 한가?

사실 연초의 유가 가격은 사상 유례 없이 낮게 형성된 것이었습니다. 공급 재고가 넘쳐 나
는데도 산유국들은 증산 경쟁을 벌였고, 아시아, 남미 등 신흥시장의 얼어붙은 경제로 인해
세계적인 원유 수요는 급격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산유국들이 원유 증산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였던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원유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입니다. 내국총소득에서 원유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산유국들로서는
그 동안 감산합의가 번번이 깨졌기 때문에 원유 증산을 통해 내국총소득 감소 문제를 해결
하려 들었습니다. 그 결과 원유 가격은 더욱 더 폭락했고, 산유국들은 다시 증산에 박차를
가하는 악순환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는 원유 생산에 들어가는 자본비용이 늘어가는 추세 때문에 끊기 어
려웠습니다. 탐사, 채굴, 설비유지와 개체(改替) 등 엄청난 자본을 필요로 하는 원유 산업에
서 감가상각비용과 이자를 지불하기 위해서는 매출을 늘려야 하는데, 유가가 낮게 형성되어
있는 조건에서는 증산 이외에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없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원유매
장량이 바닥을 드러내 이 귀중한 화석연료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데도 석유의 공급과잉
과 원유가 폭락 문제를 풀 수 없었던 것입니다.
 원유가가 낮으면 전세계적으로 석유 사용이 늘게 마련입니다. 그렇게 되면 생태계의 재앙
은 피할 길이 없습니다. 생태계와 경제계는 다같이 "열린 체계"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고, 서
로 긴밀하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열린 체계"는 체계의 안과 밖 사이에서 에너지와 물질의
교환이 일어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상대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일종의 시스템입니다. 단세포
생물도 생물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일종의 "열린 체계"입니다. 단세포를 이루는 생명체가 주
변 환경으로부터 에너지와 물질을 흡수하여 동화시킨 뒤, 사용한 에너지와 물질을 환경에
배설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에너지-물질 대사를 하는 동안 그 생명체는 내부적인 안정성을
유지합니다. "열린 체계" 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경제계는 생태계로부터 에너지와 물질을 흡
수하고 이를 변형시켜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재화로 만들고 이 생산과 소비 과정을 통
해 생성된 폐기 에너지와 물질을 생태계로 방출합니다. 문제는 생태계로부터 과도하게 에너
지와 물질을 끌어들이게 되면 미래의 경제 활동을 위한 기반이 없어지게 되고, 생태계에 방
출되는 폐기가스와 폐기물의 양이 과도하게 증가하면 생태계의 안정이 교란되어 경제 활동
의 자연적 기반이 붕괴된다는 데 있습니다.
 석유의 남굴과 과도한 사용 때문에 생태계와 경제계의 관계가 커다란 위기에 빠지고 말았
다는 것은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석유 사용량의 급격한 증가에 바탕을 둔 대
량생산과 대량소비가 정착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가 소비한 에너지량은 그 이전까지의
에너지 소비량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지금 추세대로 원유 소비가 계속되면, 2015년이면 석
유의 매장량이 바닥을 드러낼 것입니다. 오랜 세월 식물의 광합성 작용을 통해 축적된 태양
에너지가 아주 짧은 시기에 탕진되면서 우리 후손들은 에너지원 고갈이라는 고통을 고스란
히 안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그러나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화석 연료의 과도한 소비는 특
히 이산화탄소와 이산화황 배출량을 급격하게 늘렸고, 이것이 대기권 온도 상승과 산성비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석유자원의 처리에서 부산물로 파생한 스티렌모노머, 프로필
렌, 플라스틱 등 석유화학 제품들은 아주 짧은 기간 경제적으로 활용된 다음에는 썩지 않는
폐기물로서 생태계에 엄청난 규모로 축적됩니다.
 이렇게 보면, 원유 가격이 급등하는 것을 꼭 나쁘다고만 할 수 없습니다. 원유 가격이 올
라가면 원유 소비가 줄어들 수 있고, 생태학적 재앙도 극히 적은 규모나마 줄어들 수 있겠
기 때문입니다.

에너지 가격과 정치

이번의 원유 가격 상승은 기본적으로는 산유국들의 공급조절로 인한 세계적인 수급불균형에
서 비롯된 현상입니다. 지난 3월 OPEC이 산유량을 하루 4백30만 배럴 줄이기로 합의한 이
후 러시아, 멕시코 등 비(非) OPEC 국가들까지도 감산정책에 동조하고 나서면서 하루 원유
감산량은 5백만 배럴 가량 줄어들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생태계 안정을 위해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것이 이성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로
서는 오늘의 원유 가격 상승이 생태학적 고려 없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쉽습니다. 지난
며칠 사이에 원유가는 25 달러 선을 가볍게 넘어섰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이것이 상한가가
될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왜냐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25 달러를 넘어서게 되면 대체 에너
지개발이 촉발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 동안 다양하게 개발되어 왔지
만 너무 싼 석유 가격 때문에 경쟁력을 잃고 사장되어 버린 대체 에너지 기술이 상용화되기
시작하면, 산유국들로서는 장기적으로 덕 볼 일이 없을 것입니다. 순전히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산유국들이 25 달러 선에서 유가를 조절하더라도 그 나라들의 소득은 지난 연초에 비
해 200 퍼센트 이상 늘어납니다. 이 소득 증가는 세계경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 동안 매출감소로 자본수지 위기와 경기침체를 겪어 왔던 산유국들이 소
득 증가에 힘입어 경기부양에 나서게 되면, 여러 나라들이 산유국들에 더 많은 수출을 할
수 있게 되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산유
국 특수(特需)를 말하면서 건설 수주 증가와 석유 개발 프랜트 수출 증가에 고무되는 분위
기가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이와 같은 생각들은 참으로 근시안적입니다. 생태계로부터 경제계로 투입되는 에
너지와 물질의 양을 줄이고 경제계로부터 생태계로 방출되는 폐기 에너지와 물질의 양을 줄
이기 위해서는 원유공급량 조절에 관한 산유국들의 정치적 합의보다 더 근본적인 정치적 합
의가 필요합니다.
 에너지의 공급과 수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에너지의 시장가격입니다. 그렇다
면, 에너지의 시장가격은 생태계 안정에 이바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형성되어야 할 것입니
다. 그러나 시장은 결코 생태학적으로 고려하면서 에너지 가격을 결정하지 못합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시장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공급과 수요는 언제나 현재의 희귀
성을 반영하지 미래의 희귀성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에너지의 교
환가치에는 에너지 자체의 고유한 가치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따라서 에너지의 가치는 이
론적으로 제로이기 때문입니다. 에너지의 가격 형성에서 엿보이는 이와 같은 맹점들은 어째
서 시장경제가 에너지 공급과 소비를 생태학적으로 규율하는 데 실패할 수밖에 없는가를 잘
설명해 줍니다. 따라서 생태학적으로 바람직한 에너지의 가격은 이론적으로 시장에 의해서
결정되어서는 안 되고 정치적으로 결정되어야 합니다.
 좀 이상하게 들릴는지 모르겠지만, 이번에 산유국들이 감산합의를 통해 원유 공급 가격을
올린 것은 매우 시사적입니다. 물론 1970년대 초와 1980년대 초에 오일 쇼크로 알려진 원유
가 폭등이 있었고, 그 때에도 산유국들의 정치적 합의가 사태 진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
습니다. 어쨌거나 산유국들이 공급 조절을 통한 일시적인 수익 증가만을 고려하지 않고 원
유의 미래적 희귀성을 반영하는 가격장치를 개발하여 공급조절에 관한 정치적 합의에 나선
다면, 높은 수준의 공급가격을 유지하여 수익 증가로 인한 혜택을 장기적으로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에너지 개발 이익 가운데 일부를 생태계 안정 기금에 출연하여 범세계적
관리 기구에 의해 운영하게 한다면 산유국들도 생태계 안정을 위해 큰 공헌을 하게 될 것입
니다.

에너지 소비절감을 위한 기회

원유 공급 가격이 비싸지면 원유 소비를 줄이는 것이 상책입니다. 원유 소비를 줄이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에너지를 허투루 낭비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에너지 사용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입니다.
 에너지 사용의 총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에너지 최고 가격을 정하거나 비축 원유를 서둘러
풀어서 일시적으로 원유 가격을 하향 안정시키는 것은 금물입니다. 이 기회에 에너지를 낭
비하고도 그 폐해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다같이 노력해야 할 것
입니다.
 만일 에너지 소비세를 거두어 다른 엉뚱한 곳에 쓰지 않고 생태계 안정 기금을 만들어 운
영한다면, 저는 에너지 소비세를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부과해서 에너지 소비 가격을 지금
보다 다섯 배 가량 높이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경제구조를 높은 에너지 가격
에 적응시키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 가격은 약 10년 가량의 이행 기간을
설정하여 점진적으로 인상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에너지 저효율 구조로 인해 에너지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산업 부문은 퇴출될
것이고, 살아남는 제조업체들은 고효율 에너지 사용법에 근거한 획기적인 생산공정을 갖추
게 될 것입니다. 그 동안 에너지를 엄청나게 낭비하고 이에 덩달아 방대한 소재 투입을 일
삼아 온 중화학 공업으로 인해 국토가 온통 오염되어 환경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하였음
을 감안할 때, 무거운 환경세의 강제 아래서 생산공정 정책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 상책입니
다.
   마침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지난 9월 17일 "기후변화협약관련 논의동향 및 경제적 파급효과"를 다룬 세미나에서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5 퍼센트 감축할 경우 내국총생산이 3.22 퍼센트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부가가치 손실은 산업별로 차이가 있을 것으로 진단되었는데, 에너지산업(석유 및 석탄)의 경우에는 30 퍼센트, 기초화학 6 퍼센트, 운송업과 창고업 4.8 퍼센트, 철강업과 건설업 4.1 퍼센트에 달할 것이라고 합니다. 비록 우리 나라가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되어 이산화탄소 방출량 축소 조치에서 제외되어 있기는 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들의 압력 때문에 에너지 다소비국인 우리 나라가 리우 협약에 따른 이산화탄소 방출량 제한에서 끝끝내 빠져나갈 길은 없어 보입니다. 이산화탄소 방출량을 15 퍼센트 가량 줄이고도 경제 운영을 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의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생산공정 정책이 수립되고 이 방향으로 나가는 기업들을 더 많이 지원하는 산업정책이 수립되어야 할 것입니다.

에너지 가격이 비싸지면 삶도 바뀐다!

만일 에너지 가격이 지금의 다섯 배 수준에서 형성되면 인건비는 상대적으로 떨어져서 경제
운영의 패턴이 바뀔 것입니다. 에너지 소비가 극소화되는 가운데 사람들이 더 많이 일할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입니다. 그러면 노동시장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서 노는 사람들의 수
효도 줄어들 것입니다.
 지금 요란하게 진행되는 경제의 세계화와 광역화도 주춤해 질 것입니다. 세계화와 광역화
는 값싼 에너지 가격에 바탕을 둔 것이기 때문에, 높은 에너지 가격 정책이 전세계적으로
추진되면 경제의 지역화가 선호될 것입니다. 저는 중소도시와 주변 농촌이 하나의 단위체로
결합하여 지역 차원의 경제공동체를 형성하는 일을 앞으로 많이 논의해야 한다고 봅니다.
노자가 꿈꾸었던 마을 공동체, 닭 울음 소리를 함께 들을 수 있는 마을 공동체까지 경제 단
위를 축소시킬 필요야 없겠지만, 농산물 생산과 가공, 효율적인 에너지 활용에 근거한 제조
업, 인간의 삶의 질과 생태계 안정에 봉사하는 서비스업이 서로 어우러지는 도농공동체는
지금처럼 에너지를 값싸게 이용하며 기동성을 증가시키는 경제에서는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머지 않은 장래에 저는 상대적으로 높은 자급구조를 갖는 도농공동체를 형성하려는 문명의
실험이 재개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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