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돈의 에세이

2007/05/31 (22:54) from 61.75.33.147' of 61.75.33.147'	Article Number : 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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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윤리와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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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윤리학의 동향(V)

기업윤리와 교회

강원돈

우리 사회와 교회에서 기업윤리에 대한 논의는 그렇게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국민경제와 세계경제에서 기업이 점점 더 강력한 행위 주체로 등장하여, 기업사회라는 말이 나올 정도가 되었는데도 기업윤리가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생활세계가 기업의 식민지로 전락하고, 국가권력 구성에 기업이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점을 감안해 보면, 기독교인들이 기업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방법을 놓고 고민하고 기업윤리의 지침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이 글에서는 다양한 주제들이 논의되는 최근의 기독교윤리 연구에서 기업윤리 연구 동향을 따로 떼어내서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1. 기독교 기업윤리의 역사적 뿌리

기업의 문제를 그리스도교 신앙의 관점에서 논의해 온 역사를 꼽을 때, 1848년 프랑크푸르트 국민회의에서 노동자들이 주도한 공장법 제정 운동 이후 독일의 사회적 개신교에서 이루어진 논의들을 먼저 짚어볼 필요가 있다.(프랑크푸르트 국민회의에 소수파 의견으로 제출된 공장조직법 발의에 대해서는 Traugott Jaenichen, Vom Industrieuntertan zum Industriebuerger. Der soziale Protestantismus und die Entwicklung der Mitbestimmung,(1848-1955), Bochum 1993, 22ff.를 보라.) 왜냐하면 이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오늘의 신자유주의적 기업관에 대항하는 대안적 기업 모델을 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19세기는 노동과 자본의 갈등에서 비롯된 사회문제의 시대였기에 기업의 문제도 바로 이 틀에서 다루어져 왔다. 이 시기에는 기업 구조와 기업 정책에 관한 폭넓은 스펙트럼의 제안들이 나타났다. 자본가의 가부장적 노동 보호(Johann Hinrich Wichern)나, 노동자의 자활을 위한 협동조합 설립(Viktor Aime Huber), 혹은 헌정질서 안에서 노동과 자본의 건설적 협력의 제도화(Viktor Aime Huber/Friedrich Naumann) 등이 그것이다.(G. Brakelmann, Die soziale Frage des 19. Jahrhunderts, 9. Aufl., Bielefeld 1987을 보라.) 이러한 논의에서 주목되는 것은 노동과 자본의 공동결정 제도에 관한 원초적인 논의가 싹텄다는 것이다.
개신교 사회협회(Evangelisch-Sozialer Kongress)는 아돌프 폰 하르낙이 의장으로 활동하던 기간(1903-1909)에 기업에 관한 논의를 심화시켜서 국가의 사회정책과 시장규율을 통해 기업의 영리 추구와 사회적 의무 사이의 균형을 제도적으로 마련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개신교 사회협회는 무엇보다도 경제적 자유주의에 맞서서 해고법 제정, 노동 시간과 노동의 종류에 관한 법적 규율, 노동자와 경영자의 공동결정 제도, 노동자 숙소 건립에 대한 기업 의무 등을 제안하였다.(Die Protestantischen Wurzeln der Sozialen Marktwirtschaft. Ein Quellenband, hg. von G. Brakelmann und T. Jaenichen, Guetersoh 1994, 151ff.) 맑스주의의 영향을 강력하게 받았던 게오르그 뷘쉬(Georg Wuensch) 등의 종교사회주의자 연맹은 기업에서 노동자가 주체적 지위를 향유하는 노동자 자주관리 방식의 기업조직법을 제안하고, 특히 테일러의 “과학적 경영”이 도입되면서 나타나는 노동의 기계화에 맞서서 노동의 인간화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깊이 있게 논의하였다.(G. Wuensch, Evangelische Wirtschaftsethik, Tuebingen 1927, 558. 657.) 파울 틸리히(Paul Tillich)를 중심으로 한 베를린 종교사회주의자 서클(카이로스 서클)은 프롤레타리아트에게서 삶의 의미 일반을 파괴하는 자본주의의 “악마성”(“악마성”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P. Tillich, Grundlinien des religioesen Sozialismus, in: Blaetter fuer religioesen Sozialismus, H. 8-10/1923, 7ff.를 보라.)을 날카롭게 인식하고, 형제적이고 계급 없는 사회를 지향하는 노동자 운동의 대의를 받아들여 이 운동이 삶의 의미로 충만한 사회를 건설하는 동력이 되도록 사상적으로 지원하고 대안정책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였다.(P. Tillich, Klassenkampf und religioeser Sozialismus, in: 동저자, Gesammelte Werke, Bd. II, Stuttgart 1962, 143) 카이로스 서클에 속한 국민경제학자 에두아르트 하이만(Eduard Heimann)은 자본주의의 효율성과 사회적 연대를 결합시키는 방안을 “자본주의 안에서 자본주의에 거역한다”는 유명한 명제로 요약하고, 노동자에게 노동의 권리를 인정하고 노동자의 노동에서 비롯되는 권리들을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기업조직과 사회정책에 관심을 기울였다.
독일의 사회적 개신교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개신교회가 새롭게 출범한 이래 총회 차원의 사회위원회 이름으로 발표하는 백서들(Denkschriften)을 통해 기업 문제에 관한 중요한 입장들을 밝힌 바 있다. 1962년의 소유백서는 기업에서 노동자들이 지배의 대상이 되지 않고 주체적 지위를 획득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기업의 생산자산 형성에 노동자들이 참여하는 문제를 다루었다.(Eigentumsbildung in sozialer Verantwortung. Eine Denkschrift zur Eigentumsfrage in der Bundesrepublik Deutschland, hg. von der Kirchenkanzlei der Evangelischen Kirche in Deutschland, in: Denkschriften der Evangelischen Kirche in Deutschland. Bd. 2/1: Soziale Ordnung, hg. von der Kirchenkanzlei der Evangelischen Kirche in Deutschland mit einer Einfuehrung von E. Mueller, 2. Aufl., Guetersloh 1978, 19-35) 1968년의 공동결정 문서는 노동자들이 기업 운영의 책임을 공유하도록 부름을 받았다는 원칙 아래서 기업 차원에서 노동과 자본의 공동결정을 규율하는 방식을 깊이 있게 논의한 바 있다.(Sozialethische Erwaegungen zur Mitbestimmung in der Wirtschaft der Bundesrepublik Deutschland. Eine Studie der Kammer fuer soziale Ordnung, hg. vom Rat der Evangelischen Kirche in Deutschland, in: Denkschriften der Evangelischen Kirche in Deutschland Bd. 2, a.a.O., 85-111) 특별히 독일 통일 이후 1991년에 발표된 “공동체 복지와 개인의 이익”이라는 백서는 사회적 시장경제의 틀에서 기업의 합리성 추구와 사회적 의무의 결합이라는 사회적 개신교의 신념을 기업정책에 반영하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업활동에서 비롯되는 외부비용을 내부화하여 기업의 생태학적 친화성을 촉진하여야 한다는 것을 제시하였다.(Gemeinwohl und Eigennutz. Wirtschaftliches Handeln in Verantwortung fuer die Zukunft. Eine Denkschrift der EKD, hg. vom Kirchenamt der EKD im Auftrag des Rates der EKD, 2. Aufl., Guetersloh 1991, 특히 Ziffer 97.112.137)

2. 최근의 기업윤리 연구

기업에 관한 본격적인 신학적, 윤리적 성찰은 1980년대 초 이후 특히 미국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1980년 마이클 노박(Michael Novak)이 “기업의 신학”을 발표하자 이 책은 신학자들에게 큰 도전이 되기 시작했다. 경제적 자유주의를 신학적으로 옹호하는 노박은 기업에 신적인 속성을 부여하는 것조차 서슴지 않았다.(Michael Novak, Toward a Theology of the Corporation, Washington:American Enterprise Institute 1981, 34ff.) 그는 삼위일체의 원리를 공동체성, 창조성, 자율성으로 요약하고, 이 원리들이 이 세상에 육화되어 나타난 것이 기업이라고까지 주장하였다. 그는 자본, 노동, 자연자원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결합되어 있는 기업이야말로 노동자와 자본가와 생태계에 최적의 이익을 가져다주는 제도라고 간주하고, 기업이 법적인 인격을 부여받아 자연인의 한계를 넘어서서 유사불멸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였다.
노박의 1980년 저술과 그 후 발간된 주요 저서들(특히 Michael Novak, The Spirit of Democratic Capitalism, Washington:American Enterprise Institute 1982; 동저자, Business as a Calling, Washington:American Enterprise Institute 1996 등을 보라.)은 레이거노믹스의 전개와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레이건은 노동운동을 탄압하고 시장의 탈규제화를 앞세우면서, 복지예산의 감축, 노동시장의 유연화, 기업의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합리화 조치 등을 밀고 나갔다. 레이거노믹스 아래서 미국 사회는 서로 화해할 수 없는 두 세계로 양극화되었다고 많은 사람들은 지적한다. 비용 계산의 강제 아래서 해외이전과 고용조정으로 활로를 모색하기 일쑤였던 미국식 기업 경영의 현실을 감안할 때, 노박의 기업 신학은 바로 이 현실을 자유주의적 기업 신화의 안개 속에 가리는 신학 작업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노박의 기업 신학은 물론 매우 극단적인 예이다. 1980년대 초이래 미국에서는 기업의 지도력, 효과적인 기업 조직 관리와 기업문화, 주주이익의 실현과 생활세계에 대한 공헌, 기업에 대한 시민사회의 통제와 감시, 초국적 기업의 윤리 강령 등 다양한 주제가 기업윤리의 차원에서 다루어졌다.(이에 대해서는 Karl-Willehlm Dahm, 기업에 관한 윤리의 매개 - 서구에서의 논의를 중심으로, 채수일 편, 기독교 신앙과 경제문제, 천안:한국신학연구소 1993을 보라.) 이러한 논의에서 주목되는 것은 주주자본주의의 득세 아래서도 기업을 이익당사자들의 집합으로 인정하여 주주, 경영진, 종업원의 이익을 각각 최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제도들을 윤리적-실천적으로 모색하기 시작하고, 시민사회 안에서 기업 활동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하였다는 점이다. 이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전개한 사람들은 “이익의 실현이 곧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못박은 밀턴 프리드맨(Milton Freedman)의 주장과 그 바탕이 되는 소유권 개념과 “시장계약” 개념을 비판하고(Milton Friedman, The Social Responsibility of Business Is to Increase Its Profits, New York Times Magazine, Vol. 33/1970 [13. September 1970], 122-126), 기업에서 일하는 이해당사자들(Stakeholder)의 관계를 “파트너 계약” 관계로 인식할 것을 제안하였다. 그리고 이들은 이와 같은 파트너 계약 관계의 원형이 성서의 “계약” 개념에서 나타난다고 보았다.(Max Stackhouse, The Moral Meaning of Covenent, in: The Annual of the Society of Christian Ethics, ed. by Harlam Beckley, Washington: Georgetown University Press 1997, 249ff.)

미국에서 발전된 기업윤리가 초기의 기업 혁신과 기업 체제의 효과적인 운영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되어 기업의 생활세계적 정당성 확보 차원으로 발전하고 기업에 대한 시민사회의 능동적 통제와 감시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은 독일어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방면에서 탁월한 업적을 이룩한 학자는 위르겐 하버마스(Juergen Habermas)와 칼-오토 아펠(Karl-Otto Apel)의 담론윤리를 경영학과 접목시켜 “경제적 이성의 전환”을 시도한 페터 울리히(Peter Ulrich)일 것이다.(Peter Ulrich, Transformation der oekonomischen Vernunft. Fortschrittsperspektiven der modernen Industriegesellschaft, 3. Aufl., Bern/Wien/Stuttgart 1993, Teil I) 그는 생활세계에서 독립하여 목적으로 전도된 경제적 합리성을 상대화하고 이를 생활세계의 실천적 이성에 의해 규율하는 야심찬 기획을 전개하고 있다. 그는 자원할당의 효율성, 기업 체제의 효과적인 통제, 생활세계에서의 기업의 정당성 확보를 통일하는 열린 대화의 경영을 시도할 때 기업이 생활세계에서 책임을 다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페터 울리히의 기업윤리 구상은 독일어권의 그리스도교 기업윤리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이에 대해서는 Karl-Wilhelm Dahm의 논문, 113ff. 134ff.를 보라.) 특히 트라우고트 예니헨(Traugott Jaehnichen)은 사회적 개신교의 전통을 이어받는 가운데 거대 주식회사의 기업조직을 민주화하고, 생태학적 친화성을 고려하면서 노동과 자본의 공동결정 제도를 더욱더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사회윤리적으로 제시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사회적 상호행동의 여지를 보장함으로써 목적합리적으로 조직된 세계를 제한하는 방안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페터 울리히와 동일한 관심사를 갖고 있다.(Traugott Jaenichen, Sozialer Protestantismus und moderne Wirtschaftskultur. Sozialethische Studien zu grundlegenden anthropologischen und institutionellen Bedingungen oekonomischen Handelns, Muenster 1998, 230ff.)

트라우고트 예니헨은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적 의무를 서로 결합시키는 신학적 출발점을 이웃 사랑의 계명에서 찾고 있다. 그는 자기이익을 제한하고 이를 상대화하라는 요구로 이웃 사랑의 계명을 해석한다. 오직 이러한 관점 아래서만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을 통일시키는 제도를 사회윤리적으로 구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웃 사랑의 계명을 이웃 섬김으로 해석하고 이를 역사적인 현실 조건들 아래서 제도화하려고 진지하게 노력한 것은 독일의 사회적 개신교 이전에도 마르틴 루터 마르틴 루터는 상업자본이 형성되고 발전되던 초기자본주의 시대에 이웃 사랑의 계명을 실현하는 제도로서 이자제한, 빈자금고의 설치, 매점매석의 방지 등을 사회정책적 강령으로 제안한 바 있다.(이에 대해서는 Hans-Juergen Prien, Luthers Wirtschaftsethik, Goettingen 1992, 83ff.를 보라.) 이래 독일 루터교에서 엿볼 수 있는 좋은 전통이다.

3. 한국 교회에서의 기업윤리 논의

앞에서도 지적하였지만, 한국 교회와 신학계에서 기업윤리에 대한 논의는 매우 빈약하다. 1997년에 우리나라가 IMF의 경제관리를 받게 되면서 경제 문제와 기업 문제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지고 기업윤리에 대한 논의도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이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연구를 진행한 학자는 신기형이다. 그는 미국에서 성서적 “계약” 개념에 근거하여 기업윤리를 전개한 학자들의 이론을 받아들여 기업의 책임과 지배구조에 대한 기독교윤리적 판단의 근거를 밝혔다.(신기형, 기업윤리 - 언약적 해석과 계약적 해석을 중심으로, 서울: 한들 1998)
필자도 기독교 사회윤리의 관점에서 기업의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다룬 바 있다.(졸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시민사회, in: 신학연구, 제42집, 한신신학연구소 편, 오산, 한신대학교출판부, 2001; 노동과 자본의 공동결정 제도에 대한 교회의 관심-독일의 사회적 개신교의 논의를 중심으로, in: 신학이해, 제17집, 광주: 호남신학대학교출판부 1999; 노동문제와 환경문제에 대한 경제윤리적 접근 I-III, in: 기독교사상, 서울, 대한기독교서회, 제417-419호[1998년 10월-12월]).

기업의 문제를 신학적 관점에서 성찰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모티프는 청지기 사상이다. 청지기 사상은 하나님이 맡긴 재물을 잘 관리해서 살림살이를 잘 꾸려야 한다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청지기 사상을 하나님과의 관련에서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청지기 사상은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할 수도 있다. 청지기직은 자기에게 맡겨진 것을 자기의 소유로 고집하지 않는 데서 출발한다. 재물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겨주신 것이고 우리는 그 재물을 잠시 맡아 관리한다는 성서의 가르침(레위 25,23)은 로마의 물권법에 뿌리를 둔 근대적 소유권 사상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근대적 소유권은 재물에 대한 소유자의 절대적 지배권 부르주아 헌법이 보장하는 소유권의 신성불가침 사상은 고대 로마의 물권법(物權法)에서 비롯되었다. 물권은 물건 소유자가 그 물건에 대해 갖는 절대적 처분권을 의미했다. 이 권리는 오직 그 권리의 행사가 타인의 물권을 침해할 경우에만 제한될 수 있었다(iustatia commutativa). 이와 같은 의미의 물권은 혁명 이후 프랑스 헌법에 뿌리를 내렸고, 나폴레옹 전쟁 이후 프랑스 헌법 정신이 구라파 여러 나라들에 확산되면서 각국 헌법에 명시되기 시작하였다.
을 의미하는데, 오늘처럼 기업의 자산규모가 커지고 국민경제와 세계경제에서 기업의 역할이 커지는 상황에서는 근대적 소유권 사상만 가지고서는 기업활동의 공적인 책임을 뒷받침할 수 없다.
생산자본을 출자한 자본소득자로서의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기업의 책임이라고 주장한 밀튼 프리드맨은 결국 부르주아적 소유권 사상에 기대어 기업의 목적을 규정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입장은 오늘날 영미식의 주주자본주의를 통해 강력하게 관철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소유자라고 불리는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환경보호를 위한 비용을 기업 바깥으로 떠넘기고, 비용절감을 위해 종업원들의 일자리를 없애고, 유리한 생산입지를 찾아 생산기지의 해외이전을 서슴지 않고, 국민경제나 세계경제 차원에서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골몰하기만 한다면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오겠는가? 이미 가시화되고 있는 생태학적 재앙은 더욱더 심각해지고, 이른바 “20 대 80”(Hans-Peter Martin/Harald Schumann, Die Globalisierungsfalle. Der Angriff auf Demokratie und Wohlstand, Reinbek bei Hamburg 1998, 147)의 사회가 가져올 사회적 재앙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자본소득자의 수익성을 제1원리로 삼는 경제는 사회적으로나 생태학적으로 지탱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지기 사상은 소유의 절대성 요구를 제한하는 기독교윤리의 요구를 담은 사상으로서 재해석되어야 한다. 기독교 기업윤리는 청지기 사상에 기대어 기업의 공적인 책임을 실현하기 위해서 기업의 생산자산을 “중립화”할 것을 요구한다. 기업의 생산자산을 중립화하는 것은 생산수단의 국유화와는 다르다. 생산수단의 국유화는 자산에 대한 국가의 소유를 뜻한다. 이것은 소유의 주체가 개인에서 국가로 바뀌었을 뿐이지 소유권의 본래적 의미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소유물에 대한 국가의 절대적 처분권을 인정한다고 해서 그와 같은 소유권의 행사가 경제의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생태학적 안정을 가져오지는 못했다.(O.Sik, Der dritte Weg. Die marxistisch-leninistische Theorie und die moderne Industriegesellschaft, hamburg 1972, 364-374; Hans Chr. Binswanger, Umrisse einer umweltkonformen Wirtschaftsordnung, in: Neue Ziele fuer das Wachstum, hg, von Johannes Schlemmer, Muenchen 1973, 125) 기업자산의 중립화는 노동의 이해관계와 자본의 이해관계가 거시균형 및 미시균형에 이르도록 하고, 경제와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게 하는 필요조건이다. 그것은 자본의 이해관계를 실현하기 위하여 노동의 이해관계와 생태계의 안정을 희생시키지 않기 위한 하나의 제도적 장치이다. 오직 생산자산의 중립화가 이루어지는 조건 아래서만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완성되고, 생산자산을 사회적이고 생태학적인 고려 아래서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 생산자산의 중립화는 두브체크 아래서 체코슬로바키아 경제총리를 지내고 프라하의 봄이 좌절된 이후 스위스로 망명하여 상트 갈렌 대학교에서 경제체제비교론과 시장경제 개혁을 위해 심오한 연구를 전개한 오타 쉬크의 중요한 제안이다.(Ota Sik, Humane Wirtschaftsdemokratie, Ein dritter Weg, Guetersloh 1979, 404.412)

한국 교회와 신학계의 일각에서 논의되고 있는 기업윤리는, 기업의 공적 책임 및 기업에 대한 민주적 통제에 관한 한, 아마도 가장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하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요즈음 한국 교회 일각에서 사회적 기업과 윤리적 투자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데, 기독교윤리는 이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졸저: 지구화 시대의 사회윤리, 서울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