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돈의 에세이
Kang Won-Don's Essay

2009/07/26 (09:56) from 220.66.47.13' of 220.66.47.13' Article Number : 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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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살리는 경제 - 사회적이고 생태학적인 지향을 갖는 민주주의적 시장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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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살리는 경제
- 사회적이고 생태학적인 지향을 갖는 민주주의적 시장경제

강원돈(한신대교수/경제윤리)

머리말

 경제는 모름지기 생태계와 경제계의 상호의존관계로부터 생태계의 경제적 활용의 한계를 인식하고, 공동체 전체의 기본적인 욕망을 안정적으로 충족시키고, 일하는 사람들의 인간성을 실현하는 데 이바지하여야 한다. 예로부터 경제를 오이코노미아(oikonomia)로 표기하고, 이를 살림살이로 풀이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나는 경제가 그 본령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이고 생태학적 지향을 가진 경제민주주의를 경제운영 원리로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 글에서 나는 인간의 노동과 자연에 대한 자본의 공격이 극에 달한 우리 시대의 문제점들을 염두에 두면서 사회적이고 생태학적 지향을 갖는 경제민주주의의 과제들을 몇 가지 말해 보려고 한다.

자본을 규율하기 위한 글로벌 거버넌스의 필요성

사회적이고 생태학적인 경제민주주의는 시장의 실패를 극복하기 위한 정치가 조직되어야 한다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그것은 시장의 실패가 시장원리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시장의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된 수단은 국가의 시장규율이나 경제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었다. 전자는 시장경쟁의 공정성을 보장하는 법제화로 나타나고, 후자는 축적과정에 국가가 개입하여 강력한 소득재분배를 실현함으로써 국민경제적 차원에서 생산과 소비의 거시균형을 이루려는 일련의 정책들로 나타난다.
 금융의 지구화로 인하여 경제를 규율하는 국가의 힘은 크게 약화되었지만, 영토국가를 넘어서서 자유롭게 활동하는 자본을 규율하기 위해서는 국가들의 협력에 기반을 둔 글로벌 거버넌스(global governance)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요청되고 있다. 오직 이러한 글로벌 거버넌스가 제대로 조직되고 작동할 때, 노동 수탈적이고 생태계 파괴적인 자본의 운동이 효과적으로 규율될 수 있을 것이다.

시장경제의 생태학적 규율

사회적이고 생태학적인 경제민주주의는 무엇보다 생태계의 경제적 활용을 제한하는 것을 옹호하고, 이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조직하는 정치적 결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것은 생태계의 경제적 활용이 시장원리에 의해서는 규율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저(低) 엔트로피 수준의 희귀성과 환경재의 미래적 희귀성을 가격장치에 반영할 수 있는 환경시장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저 엔트로피 수준을 경제적으로 고려하기 위해서는 환경경제학이 강조하는 환경용익 개념을 뛰어 넘어야 한다. 왜냐하면 환경용익 개념은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에 대한 인간의 욕구를 출발점으로 삼고 있는 매우 인간중심적인 발상이기 때문이다.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에 대한 욕구가 인간의 기본욕구들의 분포에서 하위를 차지한다는 것도 문제다. 가난한 사람들과 가난한 국가들이 환경용익에 무관심하다는 것이 단적인 증거이다. 생태계와 경제계의 관계에 시스템 이론으로 접근한다면, 생태계와 경제계 사이의 에너지-물질 교환을 양적으로 계산하고 생태계 안정을 위해 그 규모를 제한하는 “결산” 방식이 도입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에너지-물질-결산에 입각하여 폐기가스와 폐기물 방출의 한도를 정하고 그것을 초과하는 방출량에 대한 부담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 부담금의 규모는 적어도 방출량을 줄이기 위한 비용지출이 부담금을 지불하는 것보다 적거나, 부담금 지불이 경쟁기업들과의 가격경쟁에서 불리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결정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가리켜 부담금 차등부과의 원칙이라고 부른다.
 이 부담금 차등 부과 방식은 행정당국의 업무를 폭증시켜서 효과를 거두기 어렵기 때문에, 생태계의 안정을 깨뜨리지 않는 한도의 배출허용량을 정하고 이를 명시하는 배출허용권을 발행한 후 이를 거래하는 환경시장을 형성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환경오염의 권리를 인정해 준다는 도덕적 비난을 받을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생태계의 안정을 기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방안이기에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자연국가적 헌정 구상

사회적이고 생태학적인 경제민주주의는 생태계 안정을 국가목표로 정하고 생태계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법인들의 설립을 뒷받침하는 자연국가적 헌법개정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이것은 환경재가 공공재적 속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여러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제도적 방안이다.
 오늘날 소유의 사회적 의무는 거의 모든 국가들의 헌법에 채택되어 있다. 이제는 소유의 생태학적 의무를 명시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자연국가를 향한 헌법개정의 핵심은 소유권 행사의 생태학적 결과를 반드시 고려하도록 생태계 보전의 헌법적 구속력을 명시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소유권 행사로 인해 피해를 볼 수 있는 생태계의 이해관계가 대변될 수 있어야 한다.
 국가는 생태계의 특수한 이해관계를 대변할 수 없다. 왜냐하면 국가는 보편적인 이해관계의 실현자이기 때문이다. 누가 생태계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수 있고 이 이해관계를 대변함으로써 얻는 이익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는 매우 까다로운 법리적 검토를 필요로 하는 문제이지만, 이 법인이 설립되면 거시경제적 소득분배에 참여하여 생태계의 경제적 활용에 따른 생태계의 손실을 보전하는 비용을 요구할 수 있고, 환경에 미치는 기업활동의 영향을 규율하고 이에 따른 손실보전을 요구할 수도 있다.

생태학적 정의를 구현하는 노동과 자본의 공동결정

 사회적이고 생태학적인 경제민주주의는 시장경제의 생태학적 규율을 위한 법제 개혁을 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태계의 권리가 폭넓게 인정되는 조건 아래서 자본의 권리와 노동의 권리가 동등하게 존중되는 제도를 요구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투자와 소비의 사회경제적 성격을 고려하면서 투자와 소비의 국민경제적 거시균형 계획이 수립되고, 이를 위한 이른바 “경제위원회”에 노동과 자본의 이해대변자들이 동등한 지위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과 자본의 동등권은 시장경제에서 노동의 이해관계와 자본의 이해관계가 서로 날카롭게 대립할 수 있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이런 조건 아래서만 거시경제 균형을 위한 소득분배율이 논의될 수 있고, 소득분배율이 일단 결정된 경우에만 성장률, 성장의 속도조절, 성장과 복지의 균형에 관한 거시경제 정책의 윤곽이 마련될 수 있다.
 자연국가적 법제 개혁이 이루어지면, 이 “경제위원회”에 생태계의 이해대변자가 참여할 수 있고, 생태계 보전을 위한 기금을 확보하는 데 노동소득과 자본소득 가운데 어느 만큼을 이 기금에 출연할 것인가를 거시경제 차원에서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 차원에서 노동과 자본의 동등권을 제도적으로 실현하여 기업지배구조의 민주화를 달성하는 것도 우리 시대의 중요한 과제이다. 여기서는 노동의 기능과 자본의 기능을 원칙적으로 구별하되, 기업의 경제정책, 사회정책, 인사정책 등에 의해 결정적인 영향을 받는 노동자들이 기업경영을 감독할 수 있어야 하고, 이 감독기구에 노동대표들과 자본소득대표들이 동등성의 원칙에 따라 참여하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수익성 원리를 앞세워서 노동자들의 사회적 요구와 인간적 요구를 무시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노동과 자본의 협력적 대립관계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의 의사결정과정에 기업의 환경을 이루는 생태계의 이해관계를 반영할 수 있도록 경영감독 기구에 생태계의 이해대변자가 참여하는 방안을 연구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맺음말

 위에서 말한 사회적이고 생태학적 지향을 갖는 경제민주주의의 과제들은 먼 곳의 이야기일 수는 없다. 이러한 과제들은 원칙적으로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에 대항하는 구상의 일부이다. 이러한 구상은 신자유주의적 지구화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끌어온 “고용 없는 경제성장”에 대한 강력한 저항과 맞물려야 한다. 이러한 저항이 일상적 차원에서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환경파괴 없는 노동”에 관한 구체적 실천 방안들이 제시되어야 한다. 나는 이이 관한 논의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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