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01/22 (10:55) from 220.66.47.11' of 220.66.47.11' | Article Number : 265 |
강원돈
(kwdt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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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14989 , Lines : 47 |
| 교역윤리 2: 은사공동체로서의 교회 이해와 권위 문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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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역윤리 2: 은사공동체로서의 교회 이해와 권위 문제 강원돈 (한신대 신학과 교수/기독교윤리학) 권위주의를 문제삼는 까닭 교역자는 교인들이 영으로부터 받은 각기 다른 종류, 각기 다른 분량의 은사들을 활용하여 교회 공동체의 덕과 유익을 이루는 큰 과제를 맡고 있다. 이처럼 교회 공동체를 건설하고 발전시키는 일을 위해 교역자는 하나님의 특별한 은사를 받았다. 아마 이러한 은사를 받지 않고서는 교회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일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교역자가 받은 은사(charisma)는 교역자가 수행하는 직무의 근거이고, 그 은사는 교회 공동체를 구성하는 다른 사람들이 받은 은사와 구별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아마 교역자가 회중에게 권위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그 은사에 따라 교역자에게 부여된 직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여 훌륭한 결과를 이룩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교역자들은 자신이 받은 은사가 특별하기 때문에 회중이 자신의 권위를 당연히 인정할 것을 주장하고, 교인들에 대한 카리스마적 지배를 마땅한 일로 간주하는 경향을 보인다. 교회를 이끄는 교역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이와 같은 권위주의가 교회공동체에 미치는 폐해는 매우 크다. 교인들의 다양한 은사들이 사장되어 교회가 교회답게 성장하지 못하고 세상을 온전히 섬기지 못하는 일이 흔하다. 한국 교회에서 나타나는 권위주의의 폐해를 깊이 있게 분석하는 가운데 교회를 은사공동체로서 형성하기 위한 교역윤리적 성찰과 지침을 제시하는 것은 오늘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이러한 작업을 벌이려면 먼저 성서가 말하는 은사가 무엇인가를 살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은사와 교회 은사는 신약성서에서 오직 서신들에만 나오는 용어이다. 은사는 본래 “성령의 선물”을 뜻한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의롭다 인정받은 사람이 받은 성령의 선물은 의와 생명이다.(롬 5:15-17) 은사의 특징은 개개인에게 허락된다는 데 있고, 각 사람은 받은 은사를 소중히 여겨 자신을 계발하고, 남을 위해 봉사하고, 자신이 처한 삶의 여건을 하나님의 선물로 여기면서 자신의 본분을 지키며 살아간다.(고전 7:7) 이러한 가르침은 교회와 무관하게 개개인에게 주는 도덕적 교훈이라고 볼 수 있다. 신약성서에서 은사라는 낱말이 갖는 특별한 의미는 교회와 관련되어 있다. 바울은 교회가 다양한 지체들로 구성된 유기적 전체임을 강조했고, 각 지체가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은사가 다르고 그 양도 다르다고 생각했다.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능력과 재능의 종류와 양이 제각각인 사람들이 모여서 유기적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교회이기에 교회의 성장과 안정을 위해서는 은사가 제대로 관리되어야 했다. 바울은 이와 관련해서 몇 가지 주목할 만한 교훈을 남겼다. 첫째, 바울은 “신령한 은사”를 받는 일이 예수를 주(主)로 고백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 성령은 십자가에 달렸다가 높이 올리어 하나님 우편에 앉아 온 세상에 대한 주권을 주장하는 그리스도의 영이다.(고후 3:17) 바로 이 성령이 교회에 은사를 내리고, 사도를 파견하여 복음을 선포하게 하고, 교회를 이끌어가게 한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주권을 전제하지 않는 은사는 참된 은사일 수 없다. 이것은 은사가 교회의 머리되시는 주를 섬기는 데 사용되어야 하고,(고전 12:5) 받은 은사가 제아무리 대단한 것이라 할지라도 이를 자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은사의 미덕은 겸손이다. 둘째, 바울은 은사가 성령에게서 거저 받은 능력이나 재능임을 강조한다.(롬 5:15-17) 거저 받았다는 점에서 은사와 은혜는 서로 통한다. 인간이 하나님께 내세울 공로가 있어서 하나님으로부터 은혜를 받는 것이 아닌 것처럼, 은사를 받기 위해 사람 편에서 내세울 것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은사는 성령의 것이기에 성령에게서 받은 은사를 마치 자기 소유물로 여기고, 그 은사를 갖고서 자기 이익을 도모하는 데 골몰해서는 안 된다. 각 사람에게 은사가 허락된 것은 그 은사를 갖고서 각 사람이 공동체의 유익과 덕을 위해 일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고전 12:6) 셋째, 바울은 각 사람이 받은 은사가 다양하고 각각의 은사에 우열이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각 사람이 각기 다른 은사를 받은 것은 성령이 그렇게 하고자 했기 때문이며,(고전 12:11) 각 사람에게 각기 다른 은사들이 부여된 것은 교회가 그러한 다양한 은사들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고린도전서 12장에 열거된 여러 은사들, 곧 지혜의 말씀과 지식의 말씀을 다루는 능력, 믿음, 치유의 은사, 예언의 은사, 영적 분별의 은사, 방언의 은사, 통역의 은사 등은 서로 명확하게 구별되는 능력과 기능이지만, 이 다양한 능력과 기능은 성령 안에서 유기적 통일을 이룬다. 바울이 이 유기적 통일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하는 몸의 비유(고전 12:12-26)는 각기 다른 은사를 받은 지체들이 유기적 전체의 필요불가결한 일부를 이루기 때문에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에 대해 우위를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모든 지체들은 서로 의존하고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넷째, 바로 그렇기 때문에 바울의 은사론은 바울의 유기체적 교회론의 바탕이 된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그리스도는 교회의 머리이다. 그리스도의 몸은 여러 지체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지체는 각자 받은 은사에 따라 사도, 예언자, 교사, 기적행위자, 치병행위자, 봉사자, 방언하는 자, 통역하는 자로서 각기 다른 일을 하며 그 직무를 통해 유기적 전체로서의 교회를 이룬다. 따라서 교회는 은사의 다양성에 바탕을 두고 여러 지체들이 역동적으로 유기적 연관을 형성하는 과정이며, 바로 이 과정이 은사공동체로서의 교회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은사공동체는 다양성 속의 통일이다. 이러한 다양성 속의 통일을 이루는 교회의 조직 원리는 민주적 협의체이다. 이 협의체적 교회 조직에서는 어느 하나가 중심을 이루고 다른 것들이 주변을 이루는 법도 없고, 어느 하나가 다른 모든 것을 위에서 아래로 지배하는 일도 없다. 은사공동체에서 필요한 미덕은 다른 은사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다른 은사를 갖고 있는 사람들과 힘을 합하여 선을 이루려는 태도이다. 오직 그러한 태도를 가질 때에만 각자 받은 은사의 원천인 성령의 뜻에 따라 교회 안에서 교통과 사귐을 이룰 수 있다. 이러한 태도를 기르는 것이 바울이 말하는 교역의 핵심이다. 교회의 제도화와 권력 현상 교회가 제도화되면서 교회는 바울이 구상한 은사공동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띠게 되었다. 이미 예루살렘 공동체에서 사도와 집사의 일이 나뉘었고,(사도 6: 2-4) 바울 서신에서는 교회의 협의체적 성격과 사도권의 확립이 서로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갈 2:8-9) 목회서신들은 교회 치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교회를 이끌어가는 직책을 맡는 감독과 장로의 자격을 상세하게 규정한다.(데전 3:1-13) 주후 1세기 말에 이르러 교회는 급속하게 제도화되었다. 말씀과 성례전 같은 구원의 수단을 차지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계급 분화가 나타나 교회는 성직계급과 평신도계급으로 나뉘고, 구원의 수단을 중심으로 평신도계급에 대한 성직계급의 지배가 실질적으로 확립되어갔다.(클레멘스 1서 40장: 교회서열론; 44장: 사도계승론) 제도화된 교회는 제도의 안정과 발전에 일차적인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게 되고, 그것은 또한 제도화된 교회에서 헤게모니를 장악한 성직계급의 관심사이기도 했다. 교회의 역사는 이러한 관심사를 실현시키는 두 가지 맥락을 보여주는데, 하나는 교권세력이 진리의 해석을 독점하는 것이다. 교회의 역사에서 교권세력이 내세우는 견해가 참된 견해, 곧 정통(orthodoxy)으로 간주되고, 그것과 다른 견해가 이단(heterodoxy)으로 정죄된 것은 교권세력이 진리의 절대성 주장을 독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하나는 교회의 지배세력과 현실 정치의 지배세력 사이에 밀접한 협력관계를 맺는 것이다. 로마 제국에서 교회가 초기의 몇 세기 동안 간헐적으로 박해를 받다가 4세기 초에 로마의 종교로 공인되고 4세기 말에 로마의 국교로 승격되어 콘스탄틴적 기독교가 성립되는 과정은 교회의 지배세력과 정치적 지배세력 사이의 동맹관계가 어떻게 확립되었는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실례이다. 로마의 황제는 제국의 통일을 유지하는 데 종교의 이데올로기적 통합 기능을 중시하였기에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교회의 교리적 통일과 일치를 위해 삼위일체 논쟁과 도나티스트 논쟁에 직접 개입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교역의 핵심을 이루는 가르침의 직무와 치리의 직무는 더 이상 은사에 근거하였다기보다는 오히려 교회의 권력에 근거하였다고 말해도 무방할 것이다. 교회의 이름으로 교권계급이 내거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고, 세속권력과 결탁한 교회권력에 대해서는 복종이 요구된다. 콘스탄틴적 기독교는 정교분리의 원칙이 확립되면서 역사적으로 청산되었다고 하지만, 그 잔재는 다양한 형태로 남아 있다. 교회에서 가르침과 감독이 위에서 아래로 지배하는 일종의 권력 현상으로 나타나는 일은 우리 시대에도 흔히 볼 수 있다. 이러한 교회 내의 권력 현상을 보고 해방신학자 레오나르도 보프는 교회가 권력에 근거할 것인가, 은사에 근거할 것인가 양자택일을 하라고 주장하며 교회의 교권구조에 저항하였는데, 이것은 1980년대 중반에 브라질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한국 개신교 안의 종교권력 한국에 이식된 선교적 기독교는 한편으로는 선교사 중심의 교권세력을 확립하여 신학정책, 신학교육 정책, 교회정책, 선교정책 등을 지배하였고, 다른 한편으로는 선교적 기독교의 제도적 안정을 위해 교회와 국가의 관계를 규율하였다. 교회의 참된 견해에 대한 최종적 결정권이 총회에 부여되어 있었던 장로교회에서 교권의 신학 포섭은 가장 철저한 형태로 나타났고, 정교분리 원칙은 많은 경우 식민지 권력에 대한 교회의 용인을 뜻했다. 해방 이후 교회가 재건된 이후에도 신학은 교권의 지배 아래 놓였고, 겉으로 정교분리를 내세우며 속으로 세속권력에 순응하거나 반공 궐기대회나 국가조찬기도회 등을 통해 지배세력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교회 엘리트들의 태도는 거의 변함이 없었다. 교권으로부터 신학이 자유로워질 것을 주장하고, 한국 교회를 위한 자주적인 신학과 신학교육을 주장한 조선신학교의 전통을 이어받은 한국기독교장로회의 탄생과 이 교단에 속한 교역자들을 중심으로 한 민주화, 인권, 민중 운동은 한국 교회의 역사에서 획기적인 사건들임이 틀림없지만, 우리 교단은 한국 기독교의 지형에서는 여전히 소수파에 속해 있을 뿐이다. 한국 교회가 급성장하던 1960년대 중후반 이후에 한국 개신교에는 성격을 달리 하는 교권 세력이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천막 교회를 대형 교회로 성장시킨 성공 신화의 주인공들이다. 교인수의 급속한 증가와 헌금 액수의 급격한 증가로 요약되는 교회의 양적 성장은 성령의 임재와 역사(役事)에서 비롯된 결과로 주장되었고, 그러한 주장은 한국 개신교 일각에서 점차 수용되다가 성장주의와 물량주의를 정당화하는 신학적 논거로 자리를 잡기에 이르렀다. 양적 성장에 성공한 목회자는 성령의 능력을 받은 사람으로 인정되어 카리스마적 지도자의 반열에 오르게 되고 교회에서 신성불가침의 권위를 행사하게 되었다. 이러한 카리스마적 지도자들은 엄청난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을 활용함으로써 교단 차원에서, 교단 지도자들의 각종 협의체들이나 교회 연합 활동의 틀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바로 그들이 오늘 한국 개신교에서 종교권력을 장악한 세력이다. 그들은 미국의 기독교 보수주의자들처럼 세속권력을 등에 업고 자신들의 정치적 의제를 관철시키고자 한다. 바로 이 맥락에서 많은 사람들은 종교권력의 정치세력화를 우려하고 있다. 한국 개신교에서 나타나는 권위주의의 폐해 한국 개신교의 카리스마적 지도자들은 회중에게 엄청난 권위를 행사한다. 그들이 군림하는 교회들에서는 권위에 맹종하는 권위주의 의식이 지배한다. 회중은 카리스마적 지도자들의 탈선과 오류가 만천하에 드러나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도리어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결속하는 경향을 보이기까지 한다. 카리스마적 지도자들에게서 “카리스마”는 성령의 값없는 선물이라기보다는 특별한 인물에게 부여된 소유물이나 특질로 생각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시대에 편만해 있는 소유 관념이 성령으로부터 받은 은사에 대한 생각까지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성령이 주신 은사를 제 소유물로 여겨 제 마음대로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성령의 뜻을 따를 리 만무하다. 그들은 남다른 능력의 소유자로서 자신의 의지를 절대화하려는 경향을 보일 수밖에 없다. 성령의 은사를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기 때문에 나타나는 두드러진 현상이 다름 아닌 담임목사직 세습이다. 카리스마적 지도자들이 자신의 직책을 제 소유물로 여기지 않고서는 담임목사직을 혈통에 따라 계승하려는 생각을 가질 수는 없었을 것이다. 담임목사의 직책이 성령의 은사에 근거한 것이라면, 담임목사는 그 은사를 받은 개인으로서 자신의 직책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으로 그쳐야 한다. 카리스마적 지도자들의 권위주의적 지배에 길들여진 회중이 그들의 후계자 지명 의지를 거스르지 못한다는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청빙절차를 거쳐 카리스마적 지도자의 혈통을 후계자로 세우면서 교회법의 요구를 충족시켰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야말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밖에 되지 못한다. 담임목사직 세습은 성령의 인도 아래서 회중의 의지를 모아 담임목사를 선출교회야 한다는 공교회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정상적인 절차라면, 임시당회장을 중심으로 한 청빙위원회가 전임자의 간섭이나 영향력 행사로부터 인도롭게 교회의 형편과 요구에 따라 청빙의 원칙을 정해서 후임자를 교인총회에 추천하는 것이 옳다. 한국 교회에서 권위주의의 폐해는 여성과 남성의 역할 분담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하나님도 한 분이요, 주님도 한 분이요, 성령도 한 분이라고 고백하는 교회(엡 4:4-6)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유대인과 헬라인의 차별이 없고, 주인과 종의 차별이 없고, 여성과 남성의 차별이 없다고 선언한다.(갈 3:28) 성령의 은사는 여성이나 남성이나 차별 없이 주어진다. 여성들도 성령으로부터 각기 다른 은사들을 받고 그 은사에 따라 교회에서 다양한 직책을 맡아 일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그렇지만 교회가 여성에 대한 남성의 지배라는 뿌리 깊은 권위주의 문화에 묶여 있기 때문에 여성이 받은 각기 다른 은사들이 사장된다. 한국 개신교를 지배하는 권위주의는 담임목사직 세습이나 젠더 차별 이외에도 다양한 형태를 취한다. 교역자 중심의 일방적인 교회 운영으로 인해 회중이 극단적으로 분열하는 경우도 있고, 담임목사의 가르침 이외에 회중이 책이나 교회 바깥의 집회를 통해 성서나 신학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접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경향도 매우 강하다. 권위가 손상되었다고 느끼는 담임목사가 알게 모르게 회중에게 가하는 언어폭력이나 상징폭력이 끔찍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아마 교회 안에서 나타나는 권위주의의 폐해를 지적하는 목록을 작성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권위주의는 교회의 여러 지체들이 각자 받은 카리스마(은사)에 따라 각각의 직책을 수행하고,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공동체를 이루는 은사공동체로서의 교회 이해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가르침의 은사나 감독의 은사는 교회에 꼭 필요한 은사이지만, 그것은 여러 은사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따라서 가르침의 은사나 감독의 은사를 받은 개인이 다른 은사를 받은 사람들 위에 군림할 이유가 없다. 성서가 가르치는 바가 이와 같은데도, 어느 한 은사가 다른 은사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주장하게 되면,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교회에서는 주의 뜻에 대한 복종이 요구되기보다 교역자의 의지에 대한 복종이 당연시된다. 이렇게 되면 평신도들이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교회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회가 교역자 독재나 교역자 중심의 분파에 의한 독재로 대체된다. 은사공동체의 회복을 위한 교역윤리적 원칙 한국 교회가 권위주의로부터 벗어나지 않고서는 그 미래가 없을 것 같다. 권위주의를 신학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가 없을뿐더러 권위주의의 온상이었던 성장주의와 물량주의는 이미 그 한계에 봉착하였기 때문이다. 한국 교회의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교역윤리적 관점에서 은사공동체를 설립하는 데 필요한 몇 가지 원칙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개방성의 원칙에 충실하여야 한다. 교회에 다양한 카리스마들을 허락한 성령은 회중이 막힌 담을 헐고 소통하고 사귀기를 원한다. 이러한 소통과 사귐을 위해서는 자기 속에 유폐되거나 자신의 의지를 남에게 강요하는 태도를 버리고 다른 사람의 다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자 하는 개방성이 필요하다. 이러한 개방성이 없는 곳에서 자기주장과 타자에 대한 지배를 일삼는 교만이 등장한다. 교회가 성령으로부터 받은 은사들에 근거한 공동체라면, 각 사람이 받은 서로 다른 은사들은 사귐과 교통을 촉진하도록 육성되어야 한다. 교회는 서로 다른 카리스마를 받은 사람들이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개방적인 공동체로 세워져야 한다. 둘째, 교회는 민주적 협의체여야 한다는 원칙에 충실하여야 한다. 오직 각기 다른 은사들을 받은 회중이 민주적인 협의체로 조직될 때 은사들의 다양성 속에서 교회의 일치를 이룰 수 있다. 교회가 성장지상주의나 교역자 중심의 신학적 획일주의에 빠져 권위주의적 지배 아래 딱딱하게 굳어버리면 교회의 생명력은 고갈된다. 교역자 독재는 교역자 자신에게도 좋은 것이 아니다. 교역자는 회중을 가르치고 교회를 감독하는 중요한 직책을 수행하고 있지만, 그의 직책 수행은 오직 회중의 지지와 인정을 받을 때에만 성공할 수 있다. 교역자는 평신도들과 벌이는 항구적인 인정투쟁 가운데서 자신의 지도력을 승인받으며 직책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만일 회중의 일부나 전부가 제도 교회 안에서 권력을 구축하고 이에 기반을 두고 권위주의적 통치를 일삼는 지도자에 대한 인정을 철회한다면, 교회는 극렬한 분열에 빠지거나 교역자는 그 교회를 떠나야 할 것이다. 교회는 각 지체의 은사가 동등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각기 다른 은사들을 부여받은 사람들의 협의체적 공동체를 형성할 때 건강한 활력을 찾을 것이다. 이와 같은 원칙들에 따라 은사공동체를 세우기 위해서는 교역자는 교역자 나름대로 민주적 리더십을 익혀야 할 것이고, 회중은 회중대로 은사공동체 형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한 훈련을 받아야 할 것이다. 교단은 교역자의 민주적 리더십을 육성하는 교역 형성에 깊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오늘과 같이 각 분야가 전문화되고 급속하게 변화되는 시대에 민주적 은사공동체를 형성하고 세상을 바르게 섬길 수 있도록 회중 훈련의 모듈을 작성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饉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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