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돈의 에세이
Kang Won-Don's Essay

2010/02/03 (08:42) from 220.66.47.11' of 220.66.47.11' Article Number : 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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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래아의 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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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래아의 예수』

강원돈 (민중신학과 사회윤리/한신대학교 신학과 교수)

 심원 안병무(1922-1996)는 한국 민중신학의 아버지들 가운데 하나이다. 그는 역사 현실에서 억눌리고 빼앗기고 밀려난 민중이 역사 형성과 현실 변혁의 주체임을 인정하고, 민중이 역사의 주체로서 새로운 세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민중신학적 비전을 가장 명확한 언어로 가다듬은 신학자였다.
 안병무는 1960년대 말 이래로 박정희 군부독재에 저항하며 인권과 민주주의와 민중 생존권를 위해 기독교인들이 벌인 투쟁의 한복판에서 하나님이 민중과 더불어 일으키는 사건을 경험하였고, 이를 성찰하는 새로운 신학적 언어를 모색하였다. 그는 사건 자체로부터 눈을 돌리고 오직 사건에 대한 특수한 해석에 근거한 선포(케리그마)에만 집착하는 서구신학의 관점과 방법을 갖고서는 민중사건 속에 현존하는 그리스도를 증언할 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그는 오늘 여기서 일어나는 민중사건을 통해 예수 사건, 곧 예수의 고난과 죽임 당함과 부활이 재현된다는 것을 증언하는 신학을 “사건의 신학”으로 제시하였는데, 바로 이 신학이 “신학하는 방법의 혁명적 전환”을 불러일으키고, 오늘 여기서 벌어지는 민중운동의 신학적 근거를 가장 명료한 언어로 제시할 수 있게 만들었다.
 안병무는 역사의 예수를 연구하면서 예수 사건에서 예수와 민중이 주와 객으로 나뉘지 않는다는 점을 통찰하였다. 그는 바로 이러한 사건의 개념을 통하여 민중을 생동적인 주체로 보는 획기적인 성서 해석을 준비할 수 있었다. “태초에 케리그마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물론 예수 사건이다.”는 안병무의 말은 민중운동의 한복판에서 새로운 성서 읽기가 준비되었음을 웅변했다. 그는 예수 사건의 민중적 전승이 케리그마가 아니라 이야기라는 점에 주목함으로써 복음서 안에 케리그마 전승과 확실하게 구별되는 전승 궤도가 있음을 밝혀내었다. 그는 민중의 이야기 전승을 통하여 그리스도 케리그마에 의해 탈정치화되고 탈역사화되었던 예수 사건의 진상을 밝힐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예수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하여 이 사건이 벌어진 현장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뿐만 아니라 그 사건의 사회사적 맥락을 재구성하고자 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그는 사건의 맥락과 그 진상을 공시적이고 통시적인 관점에서 파악하고자 했다. 그는 예수 사건이 벌어진 팔레스틴 사회의 정치·경제·이데올로기 지형을 사회학적으로 면밀하게 분석하여 그 사건의 공시성을 확보하고, 예수 사건을 가로지르는 하나님 나라 사상이 고대 이스라엘에서 비롯된 하나님의 직접 통치 사상의 맥을 잇고 있음을 밝힘으로써 예수 사건의 통시성을 부각시킬 수 있었다.
 바로 이와 같은 획기적인 관점을 갖고서 역사의 예수를 탐구한 책이 안병무의 필생의 대작인 『갈릴래아의 예수』이다. 이 책에서 그는 하나님 나라의 내용에 대해 알 수 없다고 한 서구 신학의 불가지론을 넘어서서 예수 사건의 창을 통해 하나님 나라의 진상을 향해 나아가는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믿었다.
 예수의 민중운동의 핵을 이루는 하나님 나라에 관한 안병무의 다각적이고 예리한 분석을 여기서 다 설명할 수 없지만, 하나님 나라에 관한 비유에 대한 안병무의 고찰은 그가 얼마나 대담한 신학적 상상력의 소유자인가를 잘 말해 준다. 그는 예수가 하나님 나라의 비유를 말할 뿐 그 나라 자체에 대해 “일언반구”도 말하지 않은 것은 “하나님 나라에 대해서 새삼스럽게 정의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그렇게 전제한 다음에 곧바로 “당시에 이미 하나님 나라 운동하고 있던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던 바로 그것을 예수가 그대로 수용”했다고 말했다. 바로 여기서 예수의 민중운동이 열어젖힌 창문을 통하여 예수가 선포한 하나님 나라가 구체적으로 어떤 나라인가를 인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갈릴래아의 민중은 로마 제국과 성전체제의 압제와 수탈 속에서, 그리고 율법에 의해 이른바 “죄인”으로 낙인찍히는 차별과 배제의 현실 속에서, 하나님 나라 도래의 염원을 품고 살았는데, 그들에게 하나님 나라의 실현은 지배와 수탈이 없고, 차별과 배제가 없는 공동체의 회복 이외에 다른 것일 수 없다.
 안병무는 하나님과 민중 사이에 끼어들어 하나님의 통치를 방해하는 사탄을 단순히 종교적 고정관념으로 이해하는 것에 반대하고, “주권화된 이데올로기”나 “구조악”으로 파악할 것을 제안한다. 그것은 “제도의 어느 한 부분이 아니라 그 제도를 절대화하는 바탕”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근원적 힘과 대결하기 위해서는 “사회개혁”을 넘어서서 “철저한 혁명”을 추구하여야 한다고 안병무는 역설할 수 있었다. 그러한 혁명을 통해 민중이 추구하는 것은 지배 없는 세상, 권력과 물질의 독점을 인정하지 않는 공(公)의 세상이다.
 안병무가 『갈릴래아의 예수』에서 증언하는 역사의 예수는 지구적 차원에서 주권을 형성하며 만물을 지배하고자 하는 제국의 현실에 맞서서 하나님의 나라를 새롭게 추구할 것을 촉구한다.

* 서지사항: 안병무, 『갈릴래아의 예수』 (천안: 한국신학연구소,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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