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돈의 에세이
Kang Won-Don's Essay

2010/03/23 (20:01) from 211.104.79.80' of 211.104.79.80' Article Number : 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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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나누기와 소득분배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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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나누기와 소득분배 정책

강원돈

 경제는 성장한다는 신화에 익숙하였던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던 IMF 경제 관리 이후에 한국 사회는 신자유주의적 지구화 과정에 확실하게 편입되었다. 생산자본에 대한 금융자본의 지배가 확립되어 주주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경제의 원칙인 것처럼 자리를 잡게 되었다. 금융자본의 생산자본 수탈과 생산자본의 노동 수탈은 한국경제에서 극히 노골적인 형태로 나타났다. 그 결과, 고용 없는 경제성장과 사회적 양극화의 확대는 우리 사회를 성격화하는 지표가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복지를 강화해서 사람들이 보다 인간적이고 보다 사회친화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외침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한 마디로 그것은 더 많은 사회정의를 향한 요구이다.

 더 많은 사회정의에 바탕을 두고 복지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복지정책의 기본 틀이 바뀌어야 한다. 신자유주의 국가에서 추구되는 복지정책은 노동과 연계된 복지이거나 시장에서 낙오한 사람들을 위한 시혜적 복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의 정부 이래로 생산적 복지라는 개념이 정립되어 신자유주의적 복지정책의 기본 틀이 마련된 바 있다. 이와 같은 복지정책마저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에는 4대강 개발 같은 국책 사업에 우선순위가 밀려나고 있으며, 그 예산이 삭감되고 있다.
 
 오늘의 상황에서 우리 사회가 추구하여야 할 복지정책은 사회적이고 생태학적인 경제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여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지구경제와 국민경제를 효과적으로 규율하는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방안들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는 모든 방안들을 제시할 수는 없으므로, 우리 시대의 핵심 문제로 자리 잡은 고용 없는 경제성장과 사회적 양극화에 대응하기 위해 생각해 보아야 할 점들을 몇 가지 제시하는 데 그치고자 한다.

 오늘의 한국 사회를 극단적인 양극화 사회로 치닫게 하는 것이 실업과 노동시장의 분단이기에 복지사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노동 능력이 있고 노동 의욕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일자리를 요구하는 것은 노동권의 핵심 사항에 속한다. 이런 원칙 아래서 실업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매우 다양한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오늘의 실업 사태는, 고용 없는 경제성장이라는 말이 암시하듯이, 경기순환적 현상이 아니라 지구적 경쟁과 정보 혁명에서 비롯되는 구조적 성격을 띠고 있기에 대증 요법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노동생산성 향상이 제도적 강박으로 자리 잡고 있는 이상, 전통적인 1차 산업부문과 2차 산업 부문에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이 분야에서는 기존의 일자리를 쪼개는 방식으로 일자리 배분이 가능할 것이며, 그것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서 실현될 것이다. 그간 우리나라에서도 노동시간 단축이 법제화되었는데, 10% 정도의 노동시간 단축은 매우 미흡하다. 일자리를 나누기 위해서는 보다 급진적인 노동시간 단축이 필요하고, 임금조정의 최적성이 실현되어야 한다.
 오늘의 실업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휴 노동력을 서비스 산업 분야에 흡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민간 서비스 분야에서 일자리 창출이 매우 더디게 이루어지고 있고, 노동집약적인 서비스업 분야에서는 불완전 취업과 저임금이 일상적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가의 공공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 바람직하다. 일시적인 공공사업을 실시하는 것은 소득 이전 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오늘의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교육, 보건, 환경 분야에서 국가의 투자를 늘리고 교육 서비스, 보건 서비스, 생태계 안정을 위한 공공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확충하는 장기적인 공공 서비스 사업을 기획할 필요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시장과 국가 영역 바깥에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서도 사회적 일자리 창출에 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데, 외국에서는 이와 관련된 매우 정교한 이론들이 나타났다. 예를 들면, 시장경제와 자율적 자급경제를 결합시키는 이중경제(二重經濟, Dual Economy) 구상에 근거하여 노동사회를 지양하고 사회적이고 생태학적 친화성을 갖는 노동세계를 형성하자는 주장이 그것이다.
 비정규직 확산으로 나타나는 노동시장 분단은 노동권 실현의 요구조건인 노동자들의 연대와 단결을 통하여 극복해야 할 것이다. 노동시장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성차별, 인종차별을 금지하는 법제를 마련하기 위한 노동자들의 단결과 연대는 문명사회를 향한 진정한 첫 걸음이다.

 사회적 양극화에 대항하여 더 많은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중시하여야 할 또 하나의 과제는 소득분배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그 틀 안에서 기본소득 정책을 추진하는 일이다. 이와 같은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자본과 노동이 함께 참여하여 공동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회적 협약기구를 마련하여야 한다.
 소득분배 정책의 핵심은 성장과 복지의 조화이다. 이 중요한 과제는 오직 성장 속도에 대한 사회협약을 통해서만 민주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성장 속도를 시장에 맡기는 것은 경제 순환의 무정부성과 파괴성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 시장의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 규율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국가의 고유한 책무이지만, 국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성장 속도를 규율하기 위하여 국민경제의 사회경제적이고 생태학적인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정부의 기획을 강화하여 시장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성장 속도가 결정되면, 국민소득에서 저축과 투자의 비율이 결정될 것이고, 적정이자율도 계산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소득 협약은 위에서 언급한 바 있는 일자리 분배를 위한 획기적인 노동시간정책에 관한 협약과 같이 갈 때 그 의미가 커진다. 국민경제에서 경제성장을 위한 투자와 저축의 비율이 결정되면, 국민소득 가운데 노동소득비율이 계산될 것이고 이를 기본소득비율과 업적소득비율로 나누면 된다. 이러한 소득분배 정책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지대소득, 이자소득, 기업이윤, 노동소득, 양도소득, 상속소득 등 주요소득원 가운데서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부분을 세금으로 징수하여 기본소득 지급 기금을 조성하여야 할 것이다. 만일 이와 같은 소득정책에 대한 사회협약이 체결되고, 법정 노동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면, 새로운 생활세계 문화가 꽃 필 수 있다. 돈벌이 노동으로부터 해방된 생활 활동 시간은 노동자의 자기실현의 기회를 확대하고 이웃과 자연과 공동체를 돌보는 다양한 활동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생활세계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는 물론 시민사회의 역량에 달려 있지만, 노사정위원회의 사회협약은 그 기반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한국 교회가 우리 사회에서 이 두 가지 과제들이 제대로 해결될 수 있도록 특별한 역할을 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교인들이 이 두 가지 과제들이 갖는 사회경제적이고 정치적인 의미를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 더 많은 사회정의를 실현하고 복지사회를 수립하는 일과 관련하여 지교회, 노회, 총회 차원에서 해야 할 일을 찾기 위해 아래로부터 논의를 진척시키고 힘을 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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