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08/22 (21:17) from 210.120.133.69' of 210.120.133.69' | Article Number : 30 |
강원돈
(kwdth@chollian.net)
|
Access : 14387 , Lines : 167 |
| 돈 이야기 한 토막 |
|---|
 Download : salim0009.hwp
(33 Kbytes)
|
|
돈 이야기 한 토막 강원돈(www.socialethics.org) 돈 이야기를 빼면 뭐가 남나? 제가 자라던 때에는 "배금주의"라는 말이 분명 멸시적이고 저급한 뜻을 지닌 용어로 쓰였던 것 같은데, 요즈음 이 말은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의식을 송두리째 지배하는 엄연한 현실을 지칭하고 있는 듯합니다. 돈은 사람들의 삶에서 최고의 가치를 지니게 되었고, 다른 그 무엇 도 그 옆에서는 빛을 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사람들이 모여 앉아 얼마쯤 수작을 나누다 보면, 어느덧 화제는 돈 이야기로 흘러갑니다.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경우도 많지만, 설사 드러내 놓고 말하지 않는 경우라 해도, 한 사람이 지배하는 돈의 양이 그 사람의 능력 을 나타내는 지표로 받아들여지곤 합니다. 사람이 무엇을 하고 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 고, 그 사람이 얼마나 많이 벌고 얼마나 많은 것을 물질적으로 향유하고 있는가에 사람들은 많은 관심을 기울입니다. 옛날에는 적어도 가진 것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미덕이었습니다. 우리 사회만이 아니라 적어도 문명사회에서는 대개 다 그랬습니다. 그러니까 초라해 보기까지 하는 어떤 늙은 신 사가 큰 상점의 주인이라거나 큰 회사의 사장이었고, 그것을 안 사람들이 그를 보고 존경에 가득 찬 탄성을 질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곤 했던 것입니다. 물질을 두고 닦아온 이러한 좋 은 풍습이 오늘 우리 사회에서는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가진 것을 홀딱 드러내어 전시하는 것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덕목인 것처럼 사람들은 여기고 있는 것만 같습니 다. 예전에는 그것을 졸부 근성이라고 해서 경멸하였던 짓이었는데! 이런 풍토에서는 돈 이야기를 빼면 남는 게 없습니다. 질투심과 좌절감이 서로 뒤섞인 분 위기 속에서 "자네 돈 얼마 벌었나?" 혹은 "자네 요즈음 얼마나 벌어?" 하는 이야기가 튀어 나오는 것입니다. 정말 살 맛 떨어지는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돈에 대해 세상사람들과 다르게 생각하나? 그리스도인들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니 이 세상 사람들과 다른 사람들이라고 생각 할 바 없고, 돈에 대해서도 엇비슷한 태도를 취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 나름대로 신 조를 갖고 사는 사람들이니 돈에 대해 세상 사람들과 조금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굳이 다른 점을 들춰 말한다면, 제게 주목되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재물이 하느님의 축복이라고 믿는 경우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그리스도인들은 의외로 무척 많습니다. 재물을 많이 쌓으면 하느님의 축복을 더 많이 받은 증거라고 믿는 사람들마저 있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60년대 초이래 한국 개신교의 많은 교회들에서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국 가가 강력하게 추구한 압축성장 시기에 그 교회들은 시대의 풍조에 걸맞게 성공주의 신앙을 크게 발전시키고, 이를 축복의 신학으로 체계화하였습니다. 그 골자는 하느님을 잘 믿으면 만사가 형통하여 물질과 건강의 축복을 받는 것은 물론, 천국에 참여하는 큰 보상을 받는다 는 것입니다. 이러한 가르침을 받은 사람들은 물질적 축복과 건강, 사회적 승진, 자녀들의 입학과 취직 등을 위해 하느님께 매달려 그 축복을 내려달라고 열심히 기도하였습니다. 정 말 열렬한 신앙 생활을 하게 된 겁니다. 그 분들은 그 분들이 걷는 열렬한 신앙 생활의 열 매가 곧 개개인의 물질적 복지의 증대로 나타난다고 믿어 의심하지 않았고, 그것이 하느님 께서 그들의 삶에 임하여 역사하는 증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이러한 생각은 서구에서 고리대금업과 매점매석 등이 성행하던 초기자본주 의 시대에 많은 개신교도들을 사로잡았던 통념이기도 하였으니, 동서를 막론하고 물질적 부 의 축적과 하느님의 축복을 연결시켜 생각하는 습성은 참으로 그 역사적 뿌리가 깊기도 합 니다. 또 다른 하나는 재물을 맘몬으로 여기는 경우입니다. 사람들이 재물을 섬기고 재물의 노 예가 될 때, 이 재물을 가리키는 낱말이 히브리어로 맘몬입니다. 맘몬을 섬기는 경황 중에 하느님을 주인으로 섬길 수 있을까? 이렇게 묻고 보면, 하느님과 맘몬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택하여야지 둘 다 섬길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섬김이라는 것이 일편단 심을 요구하는 것인데, 돈과 하느님을 동시에 일편단심으로 섬길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는 뜻이지요. 요즈음 이렇게 생각하는 그리스도인들의 수효가 얼마나 되는지 통 계적으로 알지 못하지만, 아마 예전보다는 퍽 많이 줄어들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하느님과 맘몬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택하라는 계명은 자칫 사람들의 일상생활 에서 재물이 갖는 중요성을 제대로 음미하지 못하게 할 염려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성속을 굳이 갈라 놓고 생각하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재물을 논하는 것조차 거룩하지 못한 일이라 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마련인데, 이렇게 되면 재물을 놓고 벌어지는 온갖 문제들에 대해 서까지 눈을 감기 쉽게 됩니다. 그런 못난이 짓은 사람들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과정에서 재 물의 형성과 배분을 제대로 이루어야 한다는 책임의식마저 없애 버릴 수 있습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말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 다음에야 재물에 대해, 돈에 대해 한번 깊이 있게 따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예수가 남긴 기괴한 이야기를 되짚어 가며 이 문 제를 한번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예수가 남긴 기괴한 이야기 마태복음 16장 1-13절에는 예수가 든 한 토막의 예화와 그것에 덧붙여 예수가 한 말이 전 해지고 있습니다. 이야기 전체의 줄거리는 퍽 단순하지만, 그 내용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예수가 든 예화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어떤 청지기가 있었는데, 그는 주인이 맡긴 재물 을 "불의"하게 다루어서 해고될 처지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꾀를 내어 주인에 게 빚진 사람들의 빚을 20 퍼센트에서 50 퍼센트까지 감해 주어 그들의 환심을 사려고 하였 습니다. 그렇게 하면 청지기 직책에서 해고된 이후에도 자기에게 은혜를 입은 사람들이 그 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하였던 것입니다. 이 청지기에게 재물을 맡긴 주인은 청지기의 소행을 보고 참 슬기롭다고 칭찬하였다는 것입니다. 이 예화를 든 다음 예수는 제자들에게 "불의한 재물을 가지고 친구를 사귀라"고 권했습니 다. 이 이야기에서 기괴하게 여겨지는 대목은 크게 보아 두 군데입니다. 예화 속의 주인이 청 지기의 소행을 칭찬하였다는 대목이 그 하나이고, "불의한 재물로 친구를 사구라"고 한 예 수의 난해한 가르침이 또 다른 하나입니다. 자기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여 빚진 자들의 환심을 사려고 한 청지기의 소행을 보고 주인 이 칭찬을 했다는 것은 분명히 기괴하고 또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 나 곰곰히 생각해 보면, 주인이 청지기를 칭찬한 뜻을 알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청지기가 주인이 맡긴 재물을 제 멋대로 처분한 것을 놓고 칭찬을 받은 것 같지는 않습니 다. 이미 주인은 청지기가 그 이전에 행한 "불의"를 적발하여 그를 해고하려고 결심한 만큼, 주인의 뜻에 따르지 않고 임의로 재물을 처분한 일이 용납되었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마태 의 본문에 주인이 불의한 청지기를 해고하지 않기로 마음을 바꾸었다는 말이 전혀 나오지 않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청지기가 주인의 칭찬을 받은 것은 오직 재물을 이용하여 사람들을 얻었기 때문 입니다. 주인은 바로 이것을 슬기로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청지기를 칭찬하였습니다. 재물 때 문에 사람을 잃는 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흔히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청지기는 재물을 자기 나름대로 활용하여 친구를 얻어 그 친구들이 나중에 자신의 뒤를 돌보아 주도록 사전 에 준비했습니다. 바로 이것이 슬기로운 일이라는 것입니다. 재물은 언젠가 없어질 수도 있 으나, 사람들은 그 뒤에도 그대로 남아서 공동체적 사귐을 계속 나눌 수 있다는 것을 청지 기는 슬기롭게도 잘 알고 있었던 셈입니다. 예수가 한 말도 난해하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말씀입니다. 물론 "불의한 재물 로 친구를 사귀어라"고 한 예수의 말은 "개같이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는 시쳇말과는 격이 다른 것 같습니다. 정직하지 않은 방법으로,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방법으로 재물을 모 아 그것을 멋지게 쓰면 하등 문제될 것이 없다는 생각을 예수가 한 것 같지 않다는 뜻입니 다. 예수는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걸까? 예수가 쓴 "불의한 재물"이라는 표현은 무슨 뜻인가? 재물은 불의하다 "불의한 재물"이라는 예수의 표현에는 재물은 불의하고, 따라서 관계를 깨뜨린다는 통찰이 담겨 있습니다. 그것은 재물에 깃들인 무서운 속성에 대한 통찰입니다. 그 통찰은 하느님과 맘몬을 함께 섬길 수 없다고 예수가 다른 곳에서 한 말에도 잘 나타납니다. 하느님을 섬긴 다는 것은 하느님의 뜻에 따르고 그 뜻에 순종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맘몬을 섬기는 사람 은 맘몬을 마치 하느님처럼 떠받들기 때문에 하느님을 섬길 자리에 설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예수가 재물을 중립적인 사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재물은 인간과 하느님의 관계에 개입해서 그 관계를 단절시키는 악마적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재물은 인간 사회에서 흔히 권력으로 나타납니다. 권력의 본질은 지배관계입니다. 셰익스 피어가 묘사했던 것처럼, 재물을 가진 사람은 그 재물을 이용하여 슬픈 사람들을 끌어내어 억지로 웃음을 짓게 만들 수도 있고, 무희로 하여금 춤을 추게 할 수도 있고, 사람들의 지식 과 양심을 살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재물이 갖고 있는 힘입니다. 재물은 사람들을 지배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힘은 사람들의 관계를 왜곡시키거나 단절시킵니다. 로마의 물권법 전통에 따라 재물에 대한 소유권이 인정되어 있는 사회에서 재물의 한 모 습인 자본은 그 자체가 곧 권력입니다. 자본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 규모를 무한대로 팽창 시키고, 그 지배를 무한정 확장할 수 있습니다. 자본을 단순히 화폐의 양으로 생각하는 것은 따라서 순진하기 짝이 없는 생각입니다. 자본은 축적과 팽창의 논리에 저항하는 일체의 것 을 용납하지 않고, 남김없이 파괴합니다. 자본의 논리는 그야말로 암세포의 무한생장 논리와 도 같습니다. 암세포의 무한 증식은 오직 그 암세포를 지니고 있는 몸 전체의 파괴를 통해 서만 중단될 것입니다. 자본의 논리가 이처럼 무서운 데가 있는데도, 오늘날 사람들의 욕망충족 과정에서마저 벗 어나 순수한 무한팽창과 무한지배를 꾀하는 자본은 오늘의 세계에서 신의 역할을 떠맡고 있 습니다. 그래서 돈이 곧 신이라는 말이 성립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 신을 예배하고, 이 신의 계율에 따라 살아가고 있습니다. 재물의 신은 그 신을 섬기는 사람들에게 편안함과 안 락함을 제공하고, 자유를 가져다주고, 힘도 줍니다. 재물의 신은 사람들을 유혹하고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이 유혹에 빠지는 사람들은 좀처럼 거기서 헤어 나오 기 어렵습니다. 사람들이 재물의 신에 마음이 사로잡히게 되면, 그들은 재물의 신에 충성을 약속하고 그 신을 맹종하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재물의 신은 이 세상에서 무소부재의 전능 한 힘을 발휘하게 되는 것입니다. 예수는 물론 자본주의 사회를 산 적이 없고, 따라서 자본의 축적과 팽창 과정에서 비롯된 문제들을 인식하지 못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예수가 쓴 "불의한 재물"이라는 표현은 자본의 생리에 적용시켜서 사용해도 좋을 만큼 재물에 담긴 악마적인 속성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 습니다. 불의한 재물로 친구를 사귀어라 재물에 담긴 악마적인 속성을 깊이 통찰하게 될 때 우리는 이제까지 재물을 다루면서 별 다 른 의식을 갖지 않았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재물의 유혹에 퍽 나약한 적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라게 될 것입니다. 재물의 악마적 속성을 알고 나면, 재물을 다룰 때 두려움을 떨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다면 재물을 어떻게 다루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문제를 깊 이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불의한 재물로 친구를 사귀어라"는 예수의 말씀에는 이 문제를 푸는 열쇠가 들어 있습니 다. 재물이 악마적인 속성을 발휘하는 것은 오직 우리들이 재물의 힘에 굴복할 때뿐입니다. 예수는 재물의 악마적인 속성을 충분히 알았지만, 그 재물을 보고 턱없는 두려움에 떨지 말 고, 도리어 그 재물을 이용하는 지혜를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는 것입니다. 재물을 어떻게 이용해야 할 것인가를 놓고 예수가 먼저 생각하고 관심을 기울인 것은 사 람입니다. 재물을 이용하여 사람들 사이의 공동체 관계를 이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 이 예수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입니다. 예화에서 청지기는 바로 이 때문에 칭찬을 받은 것 입니다. 그는 재물을 이용하여 사람들 사이의 공동체 관계를 형성하고자 했습니다. 그는 후 일을 위해 부정직한 방법으로 몰래 재물을 축적하지 않고 도리어 그 재물을 풀어 사람들을 사귀었습니다. 재물을 혼자 독차지하여 재물이 주는 자유와 힘에 빠져들면 사람들과 자유롭게 인격적으 로 사귀기는 힘들 것입니다. 거기다 자기 수중에 모은 재산을 드러내 놓고 자랑하는 것은 참으로 참람(僭濫)한 짓일 것입니다. 재물로 인해 공동체 관계가 파괴되는 일이 수없이 반복되는 우리 현실을 놓고 볼 때, 우 리는 어떤 경우에 재물이 공동체 관계에 이바지하는가를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부를 재분배하여 시민들이 골고루 잘 살고 사회적 평화를 이루며 살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 치를 잘 개발해서 재물이 사람들의 관계를 깨뜨리지 않도록 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입니다. 이런 일을 정치적으로 잘 조직하는 것이 한 사회의 문명수준을 재는 진정한 척도 일 것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