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돈의 에세이
Kang Won-Don's Essay

2014/08/24 (08:21) from 175.197.8.106' of 175.197.8.106' Article Number : 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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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특별법’ 논란에 붙여 -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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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특별법’ 논란에 붙여
-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라!

강원돈 (한신대 교수/사회윤리)

지난 8월 7일과 8월 19일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놓고서 두 차례 합의안을 만들었으나 세월호 유가족들은 두 가지 합의안을 모두 단호하게 거부했다.
 여야 1차 합의안과 2차 합의안은 약간의 기술적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진상조사위원회와 특별검사제도를 서로 구별하여 진상조사위원회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조사하는 일만 맡고, 특별검사가 수사와 기소를 전담하도록 하는 이원적인 구조를 설정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얼개가 같다. 1차 합의안은 진상조사위원회에 유가족과 야당이 추천하는 위원의 수를 2인에서 3인으로 늘리고, 특검법에 따라 여야 동수로 특검추천위원을 둔다는 것이었다. 1차 합의안은 유가족들과 시민사회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쳤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총회에서 인준을 받지 못해 파기되었다.
 2차 합의안은 1차 합의안의 전제 아래서 유가족들과 야당의 동의를 받아 여당의 특검추천위원 2인을 정한다는 것이 그 핵심내용이다. 그렇게 되면 여야가 추천하는 특검추천위원 4인을 사실상 유가족들과 야당이 추천하는 결과가 되니, 여당으로서는 양보할 것을 다 양보했고, 야당은 여야 협상에서 얻어낼 수 있는 것을 모두 얻어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8월 20일 총회를 열어서 2차 합의안을 거부하는 동시에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라고 강력하게 주장하였다. 그것은 ‘세월호특별법’을 놓고서 여야가 협상을 하기 이전에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진상조사를 제대로 할 것을 주장하며 애초부터 내걸었던 요구였다. ‘유민 아빠’ 김영오 씨는 ‘세월호특별법’을 제대로 제정할 것을 요구하며 40일이 넘어서까지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유가족들의 강력한 주장에 대해 여론은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여야합의안을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과 유가족들의 뜻을 담을 수 있도록 ‘세월호특별법’ 협상을 다시 시도해야 한다는 의견이 서로 맞서고 있다. 여당은 야당이 세월호 희생자들의 유가족들이 내거는 요구에 발목이 잡혀 2차 합의안마저 파기한다면 의회민주주의가 종언을 고하는 엄중한 사태를 맞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직접 수사하고 기소하는 것은 문명국가의 타부라느니, 유가족들이 사법체계를 잘 몰라서 민간인들로 구성된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니 이를 철회해야 마땅하다느니 하면서 그들을 훈계하고 시민사회로부터 고립시키고 있다.
 이 점에서는 야당도 다를 바 없다. 야당은 2차 합의안을 받아들이도록 유가족들을 설득하다가 실패로 돌아가자 일단 2차 합의안에 대한 의원총회 인준을 보류하고 여론이 여야합의안을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기를 기다리고 있다. 청와대가 나서서 유가족들의 요구를 들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행정부가 입법권 행사에 개입해 달라고 매달리는 볼썽스러운 모양이라는 것은 야당 자신이 이미 잘 알고 있다.
 ‘세월호특별법’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희생자와 피해자 보상 등을 통해 세월호 참사를 정리하고,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가 확실하게 구별되는 세상, 생명이 존중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하다. 그런데 그 법이 제정되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다. 그 이유들을 제대로 짚어야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에 가져온 엄청난 문제들을 제대로 풀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유가족들이 여야의 두 가지 합의안을 모두 거부하고 나선 것은 행정부 수반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가족들은 특검추천위원회가 어떻게 구성되든지 간에 특검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한다면, 세월호 참사에 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수사와 그것에 바탕을 둔 기소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그 참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무능하고 무책임한 대한민국 정부 기관들과 그 정점인 행정부 수반까지도 수사의 대상이 되어야 할 판인데, 수사 대상자가 수사의 위탁자를 임명하도록 되어 있는 특검법의 절차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 유가족들은 진상조사권과 수사·기소권을 이원적으로 설계한 입법자에 대해서도 신뢰를 거두었다. 입법자는 상설특검법 제도의 틀에서 세월호 참사에 관련된 사법 처리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침을 고집하였기에, 경우에 따라서는 진상조사 과정에 강제수사권이 부여되어야 한다는 것과 수사의 결과에 따라 정치적 고려 없이 피의자를 기소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를 외면하였다. 입법자를 대표하는 여야 원내대표들이 상설특검법의 형식주의에 얽매여 정치적 상상력과 정치적 조정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기에 입법부에 대한 유가족들의 불신이 극에 달하게 된 것이다.
 여야 합의안에 대한 유가족들의 반발과 거부를 들여다보면, 세월호 참사를 겪고 그 참사의 결과들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이 과연 민주공화국의 면모를 보이고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민은 국민 각자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인간의 존엄과 자유, 그리고 공익에 바탕을 두고 행복을 추구하는 것을 보장하도록 대표를 선출하여 행정과 입법을 맡겼다. 국민이 갖고 있는 권력을 입법부와 행정부에 위임하는 일은 위임자와 피위임자 사이의 신뢰를 전제한다. 그런데 바로 그 신뢰가 무너진 것이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유가족들이 입법자가 제정하고자 하는 법안을 거부하고 무기한 단식을 통해 이에 단호하게 저항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으로서 근본적인 위기에 처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하여야 하나? 온 국민이 TV 생중계를 통하여 장시간 보고 있는 가운데 생떼 같은 어린 학생들이 대다수인 294명(실종자 10명 제외)이 당국의 구조를 전혀 받지 못한 채 죽어간 미증유의 참사와 거기서 파생된 엄중한 결과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주공화국의 원칙에 충실하여야 한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그와 같은 참사의 재발방지가 국민의 요구라면, 입법자는 그 요구에 따라 법을 제정하고, 행정부는 그 법을 엄중하게 집행하여야 한다. 그렇게 해야 비로소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만일 그렇게 하지 못하여 국민이 신뢰를 거두고 만 행정부 수반과 입법부는 민주공화국을 구성하는 기관의 자격을 실질적으로 상실하였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유가족들은 ‘세월호참사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할 것을 요구했고, 많은 국민이 이를 지지하고 있다. 그러니 입법자는 국민의 요구에 따라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릴 수 있도록 법을 제정하려는 의지를 갖고 그렇게 하면 된다. 그렇게 하는 데 법리상 장애가 되는 것은 사실상 아무 것도 없다.
 우선, ‘세월호특별법’에서는 진상조사위원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유가족으로 직접 채워지는 것이 아니고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춘 사람들 가운데서 선발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따라서 진상조사위원회의 활동은 피해자가 가해자를 직접 조사하거나 수사하거나 기소하는 일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은 진상조사위원들의 일부를 추천하는 데 관여할 뿐이며, 법에 따라 활동하는 조사위원들을 조종하는 위치에 있을 수 없다.
 둘째,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은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과도 아무 상관이 없다. 진상조사위원회는 ‘세월호특별법’에 의해 구성되는 국가기관이고, 진상조사위원은 국가기관에서 일정 기간 공무를 수행하는 요원들이다. 입법자가 그 공무수행자들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겠다는 의지를 갖는다고 해서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가? 이미 경찰과 검찰 이외에 다른 국가기관들에게도 사법수사권을 부여하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또한 특검제도 역시 검찰기소독점주의의 틀을 기왕에 깨뜨리고 있지 않은가?
 위와 같은 두 가지 점을 고려하면서 ‘세월호참사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때, 한 가지 더 심사숙고할 것이 있다. ‘세월호참사진상조사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처럼 행정부로부터 독립적인 위치에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진상조사위원들이 행정부 수반에 의해 임명된다고 하더라도, 행정부 수반에게는 오직 임명의 절차적 책임만이 부여될 뿐 진상조사위원들의 임명에 실질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여지가 없도록 하여야 한다. 행정부 수반의 정치적 고려가 작용할 수 있는 복수추천 제도를 아예 없애라는 뜻이다.
 세월호 참사와 그 참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국가기관들의 행태들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밑바닥까지 추락하였음을 보여주었다. 그 참사로 인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한이 쌓였다. ‘유민 아빠’ 김영오 씨는 세월호 참사로 아이들이 왜 죽어갔는지 그 진상을 밝히지 못하면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제대로 진상조사를 할 수 있도록 ‘세월호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요구하며 40일 이상이나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한이 천추에 사무쳤다.
 그 한을 푸는 데 이제 우리 모두 나서야 한다. 우리는 교회다. 잃은 양 한 마리를 찾아 헤매는 주의 제자들이다. 우리가 한에 맺힌 사람들의 절규를 듣고 그것을 대변하지 않으면, 돌멩이들이 일어나서 하늘을 향해 울부짖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세윌호 참사의 진상을 한 점의 의혹 없이 밝히는 데 필요한 강제수사권이 진상조사위원회에 부여되고, 진상조사와 수사의 결과에 근거하여 참사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법정에 세울 수 있는 권한이 진상조사위원회에 부여되는 ‘세월호특별법’을 제정할 것을 입법자에게 엄숙하게 요구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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