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돈의 에세이
Kang Won-Don's Essay

2014/09/12 (21:15) from 175.197.8.106' of 175.197.8.106' Article Number : 306
Delete Modify 강원돈 (kwdth@chollian.net) Access : 7572 , Lines : 22
노동자들의 파업을 업무방해죄로 다스리는 나라가 정상적인 국가인가?
Download : 노동자들의 파업을 업무방해죄로 다스리는 것이 정상적인가.hwp (19 Kbytes)
노동자들의 파업을 업무방해죄로 다스리는 나라가 정상적인 국가인가?

강원돈 (사회윤리/한신대 교수)

 지난 8월 20일 대법원 형사2부는 2009년 철도노조가 벌인 파업에 참가한 노조원들에게 업무방해죄를 물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지난 8월 27일에는 대법원 형사3부가, 지난 9월 2일에는 대법원 형사2부가 같은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들에 대해서도 업무방해의 죄를 인정하는 같은 취지의 판결을 잇달아 내렸다.
 우리나라 법체계에서 노동자들의 파업은 ‘단체행동권’으로서 헌법 제33조 1항에서 기본권으로 보장되어 있고, 이에 관련된 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다. 노동자들의 파업을 업무방해로 다스리도록 하는 법적 근거는 헌법 규범에서도 찾을 수 없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서도 찾을 수 없다. 왜냐하면 업무방해는 ‘형법’에 적혀 있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2009년 철도노조 파업을 형법 제314조의 업무방해죄로 다스려야 한다는 대법원의 잇단 판결들은 매우 생뚱스럽기만 하다. 이 판결들의 기본적인 틀은 앞에서 언급한 대법원 형사2부의 8월 20일자 판결에 담겨 있다. 아래서는 이 판결에 담긴 심각한 문제점들을 살피고자 한다.

 첫째, 이번 대법원 형사2부의 판결은 노동자들의 쟁의행위가 헌법에 의해 보장된 권리 행사로 보기보다는 ‘위력’으로 타인의 업무를 방해할 여지가 있는 잠재적인 불법행위로 보는 데서 출발하고 있다. 이 점에서 그 판결은 대한민국 헌법 규범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은 노동조건의 개선이나 노동자들의 경제사회적 이익 등 노동자들의 요구가 단체교섭 등의 수단에 의해 실현될 수 없을 때 노동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며, 헌법은 이를 노동자들의 세 가지 기본적인 권리들 가운데 하나로 인정하고 있다. 세계의 모든 문명국가들은 이 권리의 행사를 법률로써 보장하고 있고, 노동자들의 쟁의행위를 업무방해의 소지가 있는 ‘위력’의 행사로 보는 경우는 없다. 오직 대한민국 사법부만이 노동자들의 파업을 ‘위력’ 행사의 여지가 있다고 보는 시대착오적인 관점을 오랫동안 고집해 왔을 뿐이다.

 둘째, 이런 시대착오적인 관점의 문제를 의식한 대법원은 2011년 3월 17일 노동자들의 쟁의행위를 형법 제314조의 ‘위력’으로 간주할 수 있는 기준을 엄격하게 설정하는 대법원전원합의체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 판결도 쟁의행위를 ‘위력’ 행사에 의한 업무방해의 소지가 있다고 보는 점에서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인정하고 보장하는 문명국가들의 보편적인 수준에는 훨씬 못 미친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2011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을 다루는 태도에서 일보 전진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파업의 적법성 여부의 판단과는 별도로 파업이 업무방해의 ‘위력’에 해당하는 경우를 적시하고자 했다. 즉, 노동자들의 파업이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 측이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위력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한 것이다.(대법원 2011.3.17., 2007도482)
 이 판결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기에 판례로 확립되었다. 따라서 검찰의 기소에 따라 노동자들의 파업이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가는 다투는 모든 재판에서 규범으로서 구속력을 갖는다.
 지난 8월 20일의 대법원 형사2부는 2011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판단의 근거로 삼기는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노조의 파업 예고에도 불구하고 회사 측이 “부당한 목적을 위하여 순환파업 및 전면파업을 실제로 강행하리라고는 예측할 수 없었다고 평가함이 타당”하고, 파업의 결과로 인하여 “한국철도공사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끼치는 상황을 초래하였음이 분명”하다는 이유를 내걸어 2009년 철도노조 파업이 업무방해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14.08.20., 2011도468) 철도노조 파업의 전격성과 거기서 파생된 큰 혼란과 손해를 감안할 때 업무방해죄를 묻는 것이 합당하다는 뜻이다. 이 판결이 아주 잘못되었다는 것은 철도노조의 파업이 이미 예고되었고, 사용자 측이 이에 대응하여 다각적으로 준비하였다는 증거들이 충분히 많다는 사실에 의해 입증된다. 따라서 대법원 형사2부의 판결은 이 증거들을 도외시한 판결이기에 판결 증거주의 원칙에 위배된다. 더구나 노동자들이 ‘부당한 목적’을 내걸고 파업을 하겠다고 예고하였기에 회사 측이 노동자들의 파업 실행을 예측하지 못했으리라는 평가에 근거하여 파업의 전격성을 인정한 것은 2011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근본 취지를 교묘히 왜곡한 것이다. 파업이 업무방해의 ‘위력’에 해당하는가를 판단할 때에는 파업 목적의 부당성에 대한 판단은 일단 도외시되기 때문이다.

 셋째, 대법원 형사2부는 2009년 철도노조 파업을 업무방해죄로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철도노조 파업이 목적의 정당성을 결여한 불법파업이라고 규정하였다. 그것은 수많은 법률가들과 시민단체들의 견해에 정면으로 부딪치는 주장이다. 왜냐하면 2009년 철도노조 파업은 대법원이 파업의 정당성을 판단하기 위해 판례(대법원 2001. 6. 12, 2001도1012)로 세워놓은 네 가지 기준들, 곧 파업의 주체, 파업의 목적, 파업의 절차, 파업의 방법 등에 관한 엄격한 기준들에 모두 부합하는 파업으로 간주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법원 형사2부는 철도노조의 파업이 노사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저지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였기에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이 주장은 첨예한 논란의 대상이 된다.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대법원은 기업의 구조조정 등의 조치는 경영전권에 해당하는 사항이기에 노사교섭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오랫동안 견지해 왔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법원은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포함된 구조조정 역시 고도의 경영 판단에 속하는 것이기에 이에 반대하기 위한 파업은 목적의 정당성을 결여한 불법파업이라고 판단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구조조정은 고용조정을 동반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러한 사태는 노동자 측과 사용자 측 사이에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하여”(“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5항) 분쟁상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공기업을 포함한 모든 기업의 구조조정은 노사 쌍방의 긴밀한 협의와 타협에 의해 사회친화적 성격을 띠는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하며, 바로 그것이 문명국가에서 노사교섭의 자율성 원칙 아래서 통용되는 문제 해결 방식이다. 그리고 구조조정에 관련된 노사 쌍방의 의견불일치를 해소할 수 없을 경우 노동자들이 파업을 결의하고 감행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당연한 권리 행사로 인정되고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대법원 형사2부의 판단은 명약관화한 이러한 사리 분별에 눈을 감았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과제들 가운데 하나는 경제민주주의의 실현이다. 경제민주주의는 노동과 자본의 권력균형이 제도적으로 보장될 때 비로소 제대로 실현될 수 있다. 경제민주주의는 자본주의 사회의 병폐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역사적 기획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노동과 자본이 날카로운 이해의 대립을 보이면서도 서로 협력하도록 강제되고 있고,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노동과 자본의 타협이 필요하다. 이러한 계급 타협은 어느 한쪽의 힘이 다른 한쪽의 힘을 압도할 경우에는 이루어질 수 없다. 노동과 자본의 대립과 협력의 역사로부터 많은 교훈을 얻은 문명국가들은 노동과 자본의 세력균형을 이룰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산별 노사교섭의 제도화, 기업 차원의 노사 공동결정제도의 법제화, 고용안정의 법제화 등이 대표적이다.
 노동과 자본의 세력균형 측면에서 우리 사회는 갈 길이 아주 멀다. 경제민주주의가 노사 세력균형에 근거한다는 인식도 우리 사회에는 깊이 뿌리 내리지 못했다. 경제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데 꼭 필요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들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사법부는 자본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입장을 유지하고 고집하고 있다. 우리나라 법체계에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3권의 행사가 까다로운 하위법 규정들에 의해 근본적으로 제약되고 있는 것만 해도 큰 문제인데, 사법부는 그 법들에 대한 해석을 통하여 노동자들의 권리 행사를 거의 봉쇄하다시피하고 있다. 8월 20일의 대법원 형사2부의 판결이 대표적인 실례이다. 이러한 법 문화에서 노동자들의 권익을 실현할 수 있는 방도를 찾기는 지극히 어렵다.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자본이 노동에 대해 힘의 우위에 서 있다. 그렇기에 자본의 지배와 횡포로부터 노동자들의 권익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정상적인 국가가 꼭 수행하여야 할 책무이다. 사법부는 헌법의 규범에 부합하는 법 해석과 법률적 판단에 따라 이와 같은 정상적인 국가 활동의 일익을 담당하여야 한다.
 성실한 노사교섭을 이끌어내고 노동자들의 권익을 실현하기 위하여 마지막 수단으로 선택되는 노동자들의 파업을 업무방해죄로 다스리는 나라는 정상적인 국가로 보기 어렵다. 노동자들의 파업을 업무방해죄로 다스리기 위하여 참으로 별나고 생뚱스러운 법적 논거들을 제시하는 최고의 사법부가 군림하고 있는 국가가 어떻게 정상적인 국가이겠는가?
 대법원은 법률적 판단에 관한 한 최고의 심급이다. 누구나 이와 같은 권능을 행사하는 대법원에 대해 최고의 경의를 표시하고, 그 권위를 인정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것은 대법원의 판결이 공론의 장에서 수용되어 공동체를 규율하는 정의로운 법률적 규범으로서 인정될 경우에 부여되는 영예이다. 대법원의 판결이 시민사회의 지지를 받지 못하다면, 그보다 더 비극적이고 우울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Backward Forward Post Reply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