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돈의 에세이
Kang Won-Don's Essay

2014/11/03 (11:53) from 220.66.47.11' of 220.66.47.11' Article Number : 311
Delete Modify 강원돈 (kwdth@chollian.net) Access : 4026 , Lines : 23
독일개신교협의회의 백서 지침
Download : 독일개신교협의회의 백서 지침.hwp (21 Kbytes)
독일개신교협의회(Evangelische Kirche in Deutschland = EKD)는 정치적인 문제들과 사회적인 문제들, 경제적인 문제들과 문화적인 문제들에 대해 교회의 입장을 공적으로 표명하는 전통을 지켜왔다. 이러한 공적 입장의 표명은 당대의 현안 문제들에 대한 종교개혁자들의 입장 표명에서 그 역사적 뿌리를 찾을 수 있다. 19세기의 사회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다양한 기독교 협회들과 단체들은 공론의 장에 그들의 입장과 견해를 밝혀 왔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에 EKD가 재건된 뒤에는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는 현안 문제들에 대하여 EKD 차원에서 백서(Denkschrift)를 발표해 왔다. 이것은 공교회가 공론의 장에 참여하여 교회의 공적인 견해를 밝혀 강력한 여론 형성의 역할을 수행하는 매우 주목할 만한 실례이다.
 백서의 성격, 과제, 규준에 대해서는 매우 폭넓은 스펙트럼에 걸친 견해들이 있었다. 백서를 내는 것이 마땅하다는 견해로부터 적절하지 않다는 견해에 이르기까지 여러 의견들이 서로 다투는 상황에서 EKD는 두 차례에 걸쳐 교회의 공공성 위임을 다루는 백서를 발표하였다. 하나는 1970년에 나온 「사회적인 문제들에 대한 교회의 의견 표명의 과제와 그 한계에 관한 백서」 (이하  「백서 지침서」)이고, 또 다른 하나는 2008년에 나온 「제 때에 바른 말을 : 교회의 공공성 위임에 관한 EKD 평의회의 백서」(이하 「교회의 공공성 위임 백서」)이다. 이 두 백서들은 역사적 연속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백서 지침서」를 상세하게 분석하면서, 「교회의 공공성 위임 백서」의 내용을 보완해서 설명한다.

1. 1970년의 「백서 지침서」는 백서를 정치적 문제들과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교회의 공적인 의견 천명으로 이해하고 있다. 교회의 공적인 입장 표명은 “교회의 주로부터 받은 포괄적인 선포의 위임과 파견의 위임”에 의해 정당화된다.(§ 10) 「백서 지침서」는 한편으로는 사회윤리적으로 잘못 이해된, 축소된 ‘두 왕국론’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19) 다른 한편으로는 ‘내면성’으로 퇴각하는 개인윤리적 입장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다.(§ 20) 「백서 지침서」는 교회의 ‘공공성 위임’(§ 27)이 ‘세상을 변혁하는 복음 선포’와 ‘인간의 공동생활 영역에서 수행하는 제자직의 실천’에 근거한다고 주장한다.(§ 24)
 2008년의 「교회의 공공성 위임 백서」는 세상에 대한 그리스도의 주권을 전면에 내세운 바르멘 신학 선언의 전통을 계승하여 “교회에 맡겨진 메시지가 포괄적이고도 보편적으로, 다시 말하면 공개적으로 선포되어 그 메시지의 의미가 모든 사람들과 백성들에게, 우리의 삶의 모든 영역들에서 분명히 인지될 수 있도록 하는 권한뿐만 아니라 그럴 의무를 부여받았다."(§ 41)고 천명한다.
 「백서 지침서」는 세계가 정치와 경제와 기술의 고유한 법칙과 강박에 맡겨져 있다고 보는 사고유형을 비판한다.(§ 25) 여기서 「백서 지침서」의 의도가 이미 드러나고 있다. “그때그때 일어나는 정치적, 경제적, 기술적 발전의 원인들과 조건들과 결과들을 살피고, 그러한 발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도를 숙고하고, 제도적 강박들에 대항하면서 책임 있는 결단을 하여야 할 인간의 자유를 고취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25; 참조 § 14)
 이것은 세상의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를 예의 주시하면서 그 일에 개입하여 사태의 전개를 규율하는 데 이바지하는 것이 교회의 선택이라는 뜻이다. 규율 개념은 세계를 형성하는 데 기독교인들이 공동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회윤리적 주장의 출발점을 이룬다.

2. 법치국가의 질서와 복잡하고 다원주의적인 사회의 현실을 염두에 두고서 「백서 지침서」는 교회가 ‘파수꾼의 직무’만을 수행한다고 해서 교회의 공공성 위임을 더 이상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교회는 ‘사회세력들 사이의 동반자적 대화’(§ 6)를 형성하는 데 기여할 준비를 해야 한다. 교회의 입장 표명은 ‘특정한 문제들에 대한 공적인 토론’을 촉진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그것은 “의식의 형성과 의견 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망각되었거나 은폐된 사실들을 언어화하고, 무엇보다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자극을 주려는 시도이다.”(§ 46) 상대의 입장을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신의 이해관계만을 한사코 관철하려는 세력들을 향해서 교회가 제시하는 의견들은 공동체 전체에 관련된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49) 따라서 교회의 백서는 폭넓은 공중을 수신자로 삼는다.
 그런데 교회의 백서가 이처럼 이해당사자들의 대립을 넘어서서 공동체 전체의 관점에서 교회의 공적인 입장을 천명해야 한다는 지침에 대해서는 일찍부터 비판적인 견해가 제시되어 왔다. 독일의 사회적 개신교의 전통에 충실한 트라우고트 예니헨은 이 맥락에서 교회가 선입견 없는 입장을 대변한다고 하면서 과연 ‘자신의 이해관계들’로부터 전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가를 날카롭게 묻고 있다. 이것은 교회가 자신의 기득권 구조에 묶여서 현상유지를 택하는 정치세력들과 사회세력들 편에 서기 쉽다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지적이다.
 2008년의 「교회의 공공성 위임 백서」는 공동체 전체의 일반적인 이익을 중시한다는 1970년의 「백서지침서」보다 훨씬 전진된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교회는 ‘가난한 사람들과 약한 사람들,’ 아직 태어나지 않았기에 자신의 생존가능성을 주장할 수조차 없는 미래 세대들을 우선적으로 편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그들의 변호인이 되고 그들에게 정의로운 참여와 공정한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은 그리스도교 신앙이 촉구하는 봉사의 본질적인 징표이다.”(§ 44)

3. 「백서 지침서」는 교회의 공적인 입장 표명이 세 단계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첫 단계는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분석이다. 둘째 단계는 현안 문제에 대한 사회윤리적 판단의 규준과 이를 위한 신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일이다.(§ 61) 셋째 단계는 구체적인 실천 가능성을 제안하는 일이다.(§ 62)
 이러한 일련의 작업은 신학자들이나 교역자들만으로는 다루기 어려운 전문적인 내용을 포함하기 때문에, 이를 위하여 교역자들과 신학자들, 사회윤리학자들과 인문·사회과학자들, 해당 영역의 전문가들, 정치가들과 공무원들이 참여하는 연구위원회를 조직한다. 교회의 백서를 작성하는 작업은 폭넓은 학제간 대화와 협력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분석-판단-행위의 세 단계로 전개되는 사회윤리학적인 고찰 방식에 따라 교회는 자신의 공적인 의견을 논증적으로 제시하여 공중의 동의를 얻고자 하는데, 이러한 교회의 백서는 성서의 메시지에 부합하고 사실에 부합하기 때문에 그 권위를 인정받는다. 성서부합성과 사실부합성 - 이 두 가지가 교회의 공적인 의견을 판단하는 규준들이다.(§ 19)

4. 이것은 동시에 교회의 백서가 자신의 권위를 이미 주어져 있는 것으로 간주하지 않고 성서부합성과 사실부합성의 빛 안에서 자신의 진리를 논증적으로 입증하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32) 백서를 통한 교회의 입장 표명은 교회의 지위에서 비롯된 그 의견의 구속력을 당연하게 요구하는 데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백서에서 전개되는 논증을 통하여 사실적인 권위를 드러낼 수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5. 정치적인 문제들과 사회적인 문제들에 대한 교회의 공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경우, 교회의 백서는 교회법에 따라 소집된 백서위원회 구성원들의 의견일치에 따른 합의에 근거하여 채택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백서지침서」는 사회적 이해관계들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에 대한 토론에서 이와 같은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백서지침서」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의견 일치는 제도적으로 보장되어 있지 않고, 다만 과제로 설정되어 있을 뿐이다. 서로 조언을 하면서 합의를 찾고자 하는 노력을 제대로 기울이지 않는다면, 과연 발언을 하고 있는 것이 실제로 교회인가 하는 물음이 제기될 것이다. 왜냐하면 교회가 말씀을 선포하고 신앙의 가르침을 베풀면서 합의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과 똑같이 모든 사회윤리적 의견 표명도 합의를 위해 노력하는 것을 그 특성으로 삼아야하기 때문이다.”(§ 34)

6. 그렇지만 교회의 백서가 일차적으로 ‘교회 내부의 청중을 향해 설명하고 의식을 깨우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것도 망각되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교회내적인 목표 설정이 소홀히 여겨져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교회의 의견 표명은, 회중이 이를 수용하여 그들 자신의 책임 아래서 그 의견을 구현하거나 정치와 경제를 책임지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쳐 교회의 의견이 실현되도록 할 때, 비로소 그 효과를 발휘할 것이기 때문이다.”(§ 45).

7. 이러한 지침에 따라 독일개신교협의회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문제들에 대해 공적인 입장을 진실하게, 성실하게 표명해 왔다. 노동문제에 국한해서 살펴보면, 1) 재산형성의 사회적 책임 (1962), 2) 독일연방공화국의 경제에서 공동결정에 대한 사회윤리적 고려 (1968), 3) 업적원칙과 경쟁사회의 문제에 대한 사회윤리적 고려 (1978), 4) 노동하는 사람들과 실업자들의 연대공동체 (1982), 5. 공동복지와 사익 : 미래에 대한 책임을 의식하는 경제 행위, 6) 모든 사람들을 위한 노동 (1995) 등 독일 사회에 방향을 제시하는 획기적인 백서들을 꼽을 수 있다.

Backward Forward Post Reply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