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돈의 에세이
Kang Won-Don's Essay

2016/03/01 (12:44) from 211.106.190.92' of 211.106.190.92' Article Number : 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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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지글러, 『탐욕의 시대 : 누가 세계를 더 가난하게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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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지글러, 『탐욕의 시대 : 누가 세계를 더 가난하게 만드는가?』

강원돈 (한신대 교수/사회윤리)

장 지글러, 『탐욕의 시대 : 누가 세계를 더 가난하게 만드는가?』, 양영란 옮김 (서울 : 갈라파고스, 2008).

 장 지글러의 『탐욕의 시대 : 누가 세계를 더 가난하게 만드는가?』는 매우 특별한 책이다. 이 책은 전통적인 의미의 고전도 아니고 학술적인 책도 아니다. 지글러는 경제의 지구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오늘의 세계 구석구석에서 나타나는 가난의 현실을 직접 관찰하고  분석한 것에 근거하여 이 책을 썼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지글러가 발로 뛰어다니며 쓴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결코 지구화 시대의 가난에 대한 레포트나 저널리즘에 그치지 않는다. 지글러는 모든 인간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들, 곧 일할 권리, 먹을 권리, 건강을 돌볼 권리, 배울 권리, 자유를 누릴 권리, 행복해질 권리가 부정되는 야만의 현실을 드러냄으로써 이를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연대하여 인간의 권리들을 실현하는 새로운 세계를 형성하기 위해 나서게 하자는 일념으로 이 책을 썼다. 지글러는 바로 그것이 오늘 지식인들이 가장 먼저 수행하여야 할 일이라고 본다.(장 지글러, 『탐욕의 시대 : 누가 세계를 더 가난하게 만드는가?』, 331)
 이 특별한 책을 쓴 지글러는 누구인가? 지글러는 1934년 스위스에서 독일어권의 개신교 법률가 가문에서 태어났고, 법학과 사회학을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조핑엔 학생조합에 가담하여 활동하였다고 전해진다. 1961년 1월 콩고 국가수반인 패트리스 루뭄바가 암살당한 직후에 2년 동안 유엔 요원으로 아프리카에 체류하며 그곳에서 벌어지는 가난의 참상을 목격하였으며, 이 경험으로 인하여 그의 입장은 근본적으로 변화되었다. 이는 그가 1996년에 발표한 소설 『마니마의 금』(Das Gold von Maniema)에 잘 묘사되어 있다. 1967년부터 1983년까지 스위스 국회의 사회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었으며, 1987년에 다시 국회에 입성하여 1999년까지 사민당 국회의원으로 활동하였다.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유엔 인권위원회와 유엔 인권평의회의 위임을 받아 유엔 식량특별조사위원으로 활동하였고, 인도적인 이라크 지원을 위한 유엔 태스크포스의 일원으로 활동하였다. 이 시기에 그는 나이지리아(2002), 브라질(2003), 방글라데시, 팔레스타인 자치지역(2004), 에티오피아, 몽고(2005), 과테말라, 인도, 레바논, 나이지리아(2006), 볼리비아, 쿠바(2007) 등 세계 여러 지역에서 나타나는 가난과 기아에 관한 세밀한 보고서를 작성하였으며, 이 보고서들은 『탐욕의 시대 : 누가 세계를 더 가난하게 만드는가?』에 기초 자료로 활용되었다. 이제까지 우리말로 번역된 지글러의 책들은 모두 위의 조사 자료들에 근거하여 쓰였다. 『탐욕의 시대』 이외에『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서울 : 갈라파고스, 2007),『빼앗긴 대지의 꿈』 (서울 : 갈라파고스, 2010)이 그것이다.
 지글러는 2008년 유엔 인권평의회 자문위원으로 선출되었고, 시민과 인간의 권리 기구에서 기업범죄통제 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정치 활동과 유엔 활동 이외에 그는 제네바 대학교의 사회학과 교수와 소르본느 대학교의 상임 객원교수로서 2002년 은퇴할 때까지 활동하였다. 그는 장 폴 사르트르와 시몬 드 보부아르의 오랜 친구였고, 체 게바라와도 친분을 쌓았다.
 그는 스위스가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 돈세탁과 금거래를 통해 나치와 협력하여 전쟁을 연장하는 데 이바지하였다고 맹렬하게 비판하였으며, 이 때문에 그는 국가반역자라는 비난을 받기까지 했다.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자 그는 소련을 맹렬하게 비난하였다. 오늘 그는 지구화의 급속한 진행에 대해 가장 격렬하게 반대하는 지식인들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초국적 기업의 이윤극대화로 인해 세계 곳곳에서 기근이 만연하게 되었다고 고발하였고, 인구증가를 세계적 기아 확산의 원인으로 꼽는 것을 얼토당토하지 않은 일로 일축했다. 그는 조지 부시 2세의 정치가 초국적 기업과 미국 금융자본의 과두지배를 위한 정책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경제의 지구화 조건들 아래서는 시민이 인간과 시민의 권리들을 잃고 극소수의 지배 아래 예속되는 현실이 나타나는데, 지글러는 이러한 현실을 “세계의 재봉건화”라는 개념으로 정식화하였다. 그는 러시아의 체첸 침공, 대인지뢰 확산, 이라크 전쟁에 대한 강력한 비판자로 명성을 얻었다.
 『탐욕의 시대 : 누가 세계를 더 가난하게 만드는가?』의 원제는 “수치의 제국”(L'empire De La Honte)이다. 오늘의 세계를 새로운 봉건사회로 만들고 있는 제국은 “수치”스러운 제국이고, “수치”를 모르는 제국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제국을 지배하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희귀재를 만들어냄으로써 이익의 극대화를 실현하며, 제국의 지배를 달성하는 수단으로서 “폭력”을 동원한다. 전쟁은 제국의 정상적인 일상이며, “제국의 존재이유”이다. 장 지글러, 『탐욕의 시대 : 누가 세계를 더 가난하게 만드는가?』, 44.
이 제국의 화신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은 인류가 시민혁명들을 통하여 쟁취한 인간과 시민의 권리들을 짓밟으면서도 그런 행위에 대한 “수치”마저 불식시키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고 보일 정도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글러가 선택한 “수치의 제국”이라는 원제는 오늘의 세계에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가난과 기아와 치욕의 삶 속에 밀어 넣는 구조적 폭력의 현실을 매우 적절하게 포착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지글러는 “수치의 제국”을 넘어서서 어떻게 새로운 세계를 만들 것인가를 놓고서 그 나름대로 청사진을 그린다. 그는 책의 말미에서 프랑스 혁명의 성과를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하여 사회주의적 전망을 내세웠던 그라쿠스 바뵈프를 인용하는데, 이로 미루어 볼 때, 지글러는 오늘의 세계를 지배하는 탐욕과 폭력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사유재산제도를 지양하고 평등을 실현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앞의 책, 333) 그는 “민중과 민중의 적 사이에는 (...) 오로지 양날 검만이 있을 뿐이다.”고 말한 상쥐스트를 인용하면서 “지구상의 사회정의 구현과 봉건 권력 사이에는 영원한 전쟁이 있을 뿐”이어서 가난과 기아를 넘어서서 모든 인간이 인간과 시민의 권리들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혁명”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음을 강력하게 시사한다.(앞의 책, 328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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