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돈의 에세이
Kang Won-Don's Essay

2018/02/15 (15:59) from 211.199.108.218' of 211.199.108.218' Article Number : 326
Delete Modify 강원돈 (kwdth@dreamwiz.com) Access : 4037 , Lines : 11
국민개헌자문특별위원회의 발족에 부쳐
Download : 국민개헌자문특별위원회의 발족에 부쳐.hwp (16 Kbytes)
국민개헌자문특별위원회의 발족에 부쳐

강원돈 (한신대학교 교수/민중신학과 사회윤리)

 엊그제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정해구 위원장은 국민개헌자문특별위원회에 참여할 인사들의 명단을 발표하고, 오는 3월 13일에 대통령에게 정부 개헌 자문안을 보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국민개헌자문특별위원회에는 총강·기본권 분과, 정부형태 분과, 지방분권·국민주권분과 등 3개 분과를 두어 약 한 달간 분과별 자문안을 만들고, 네 차례의 전체회의를 열어 정부 개헌 자문안을 확정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습니다. 각 분과에 참여하는 인사들은 해당 분야에서 전문적인 식견을 갖추고 그 동안의 활동을 통해 시민사회의 신뢰를 쌓은 분들이어서 많은 기대를 갖게 합니다.
 물론 정부가 나서서 개헌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별로 좋은 모양새가 아닙니다. 우리나라 개헌의 역사에서, 4·19 민주항쟁과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의 개헌을 제외하면, 대통령이 주도한 개헌은 집권 연장을 도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대통령이 나서서 추진하는 개헌에 대한 국민의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만일 정부안이 4년 임기 대통령 중임제를 골자로 확정된다면, 야당들을 위시한 여러 정치세력들이 집권 연장책이라고 반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나서서 개헌 정부안을 마련하겠다고 하는 것은 일종의 고육책일 것입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거의 모든 대통령 후보들은 이번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회부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으나, 정작 국회를 구성하고 있는 정치 세력들은 개헌과 관련하여 서로 잽을 날리며 의중을 타진하고 있을 뿐 개헌안을 마련하기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대통령이 정부 개헌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서서 헌법 개정에 관한 정치적 논의를 촉진할 필요가 있었을 것입니다.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정치적으로 관철시킬 수 있는 능력은 없습니다. 대통령을 도와 개헌을 추진할 여당 의원은 120여 명에 불과한데, 개헌안을 확정하여 국민투표에 회부하기 위해서는 재적 국회의원의 3분지 2가 동의해야 합니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국회를 구성하는 정당들 사이에서 대타협을 하여야 할 터인데, 이를 위한 시간도 충분하지 않은데다가 그러한 정치세력들 간의 대타협은 국민을 헌법 개정 과정에 참여시키지 않은 채 기득권 정치세력들 사이의 흥정과 거래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난을 살 공산이 매우 큽니다.
 국민을 철저하게 배제시킨 채 기득권 정치세력들 사이의 흥정과 타협에 의해 만들어진 헌법의 부작용은 1987년 헌정질서에서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기득권 정치는 시민과 민중의 욕망을 담아내지 못하였고, 지역주의에 기반을 둔 퇴행적인 정치를 끝없이 되풀이하였습니다. 정당들 사이의 이념적 분화는 물론이고 정당정치를 중심으로 한 책임정치의 구현도 요원합니다. 급기야 제왕적 대통령의 자의적인 권력 행사로 인해 공화국의 기틀이 뒤흔들리는 국정농단이 벌어지기까지 했습니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헌법을 개정하여야 한다면, 이번 제10차 헌법개정은 국민이 헌법개정 논의 과정에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국민이 헌법 개정에 대한 논의에 참여하고 국민이 동의하는 개헌안을 절차에 따라 확정하여 국민투표에 회부하는 길을 걷자는 것입니다. 나는 계급· 계층, 성, 연령, 정체성 등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욕망들과 의견들이 표현되고 수렴되는 숙의공동체가 조직되어 새 헌법에 관한 충분한 논의를 거쳐 개헌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인간과 시민의 권리들에 대한 검토와 재규정이 이루어지고, 새로운 권리들이 창설되고, 국가의 가치체계와 목표가 설정되고, 국가와 사회의 운영 원리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져서 나라다운 나라를 제대로 세울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러한 헌법 개정 절차를 밟으려면, 오는 6월의 지방선거 때 헌법 개정에 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조금 뒤로 늦추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나는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서 정당 대표들과 정치적 합의를 하여 개헌 일정을 조정하고 국민이 참여하는 개헌 과정을 마련하여 가기를 바랍니다.

Backward Forward Post Reply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