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돈의 에세이
Kang Won-Don's Essay

2018/04/15 (20:02) from 121.166.65.234' of 121.166.65.234' Article Number : 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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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같은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재산권 개혁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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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같은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재산권 개혁의 과제

강원돈 (한신대교수/사회윤리와 민중신학)

 용산참사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려면 재산권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바꾸어야 합니다.

1. 지난 4월 3일 검찰 과거사 위원회는 용산참사를 재수사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용산참사는 2009년 1월 20일 용산 4구역 재개발로 인하여 사업 기반을 상실한 임차인들이 적정 보상을 요구하며 벌인 농성을 경찰이 특공대를 동원하여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화재로 농성자 5인과 경찰 1인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부상을 입은 사건입니다. 이 사건에 대한 수사는 미진하였고, 진상은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강제 진압을 명령하고 지휘한 그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은 그 어떤 처벌도 받지 않은 채 오사카 총영사를 거쳐 공기업 사장을 역임하고 국회의원직을 얻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사정을 살피면, 검찰이 용산참사를 재수사하기로 한 것은 만시지탄이기는 하지만 적절한 조치로 보입니다. 그러나 검찰 재수사만 갖고서는 용산참사가 우리 사회에 남긴 문제들을 해결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용산참사는 공권력의 부적절하고 무모한 행사로 인하여 고귀한 인명이 살상당한 사건이지만, 그 사건의 배경을 이루고 있는 것은 개발이익을 독점하는 재산권 행사자가 임차인의 권리와 이익을 철저하게 무시할 수 있게 하는 제도적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2. 용산참사 이후에 도시 정비사업 지역에서 강제철거를 금지하거나 예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과 방안이 제시되었습니다. 동절기(12월-1월) 철거를 허용하지 않는다든지 48시간 이전에 인도명령 집행을 통보한다든지 하는 것이 그 핵심 내용입니다. 그러나 용산참사가 부동산 개발의 여파로 상가구역이 소멸됨으로써 수익기회를 상실한 데 대한 정당한 배상이 재산권 행사라는 이름으로 무시되었기 때문에 일어났음을 감안한다면, 이와 같은 제도 개선책은 문제의 본질에 미치지 못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3. 용산참사 같은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 규범에 맞게 재산권 행사를 규율하는 제도를 마련하여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재산권은 자유권의 위상을 갖고 있어서 침해될 수 없는 권리로 인식되고 있고, 물권의 개념으로 좁게 이해되는 경향을 갖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재산권 이해가 지배적인 한에서는 용산참사 같은 일을 막을 수 없기에 그 문제점들을 차례로 간략하게 살펴보겠습니다.
 
 1) 전통적으로 재산권은 자유권에 속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재산권이 자유권의 하나로 규정된다면, 국가는 재산권을 보호하고 보장할 뿐 이에 간섭하거나 침해할 수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됩니다. 재산권의 자유권적 성격은 프랑스 혁명 이후 선포된 「인간과 시민의 권리에 대한 선언」(1791년) 제17조에서 명료하게 표현되었습니다. 이처럼 재산권이 신성불가침한 자유권의 성격을 갖게 된 것은 국가로부터 개인의 자유를 침탈당하지 않은 채 자주적인 삶을 형성하기 위한 물적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만일 국가가 개인의 생명과 자유롭고 자주적인 삶의 형성에 꼭 필요한 재산과 재산권 행사를 침탈한다면, 그러한 처지에 놓인 사람은 국가에 예속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재산권은 응당 자유권적 권리로 천명되어야 할 필요가 있었고, 이와 같은 재산권의 자유권적 성격은 현대 국가에서도 인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2) 근대에 들어와 자유권의 위상을 얻게 된 재산권은 로마 물권법 전통과 결합되면서 엄청난 권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로마법 전통에서 물권은 물건에 대한 권리로 한정되기에 사람의 행위에 관한 권리인 채권을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소유권이 물건에 대한 권리로 한정되었기에 물건에 대한 처분권은 절대화되고, 소유권의 제한은 한 물건에 대한 소유권의 행사가 다른 물건에 대한 소유권이나 그 행사를 침해하는 경우로 한정되었습니다. 이러한 로마법의 물권 개념은 판덱텐 법학 이론에 의해 정교하게 다듬어져서 대륙법의 민법 체계에 논리적 근거로 수용되었고, 여기서 확립된 재산권 개념이 일본을 거쳐서 우리나라에 계수되었습니다. 우리나라 헌법의 재산권 개념이나 재산권에 대한 법률적 해석이 물권으로 축소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로마법의 전통이 미치는 효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소유권이 자유권적 성격을 갖게 된 정치사회적 맥락을 도외시하고, 소유권의 자유권적 성격과 로마 물권법의 소유권 개념이 서로 결합되는 과정은 역사적으로 매우 파국적인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소유권은 소유자의 귀속 재산에 대한 절대적 처분권을 뜻하는 것으로 변질되었습니다. 이러한 소유권 개념은 사람의 물건에 대한 관계만을 추상적으로 포함할 뿐 사람의 물건에 대한 관계를 매개로 한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배제하기 때문에 치명적인 문제를 안게 되었습니다. 물권법의 전통에서는 소유자의 절대적 처분권에 대항할 가능성은 그 소유자의 재산권 행사로 인하여 자신의 재산권이 침해를 받지 않게 하려고 재산소유자가 맞서는 경우로 한정됩니다. 재산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사람은 상대의 재산권 행사에 맞설 수 있는 가능성이 논리적으로는 전혀 없습니다. 이러한 소유권 개념은 대토지소유자와 자본소유자의 사회적 권력을 공고화하는 데 기여하였습니다.

 4) 따라서 로마 물권법에 바탕을 둔 재산권 개념의 치명적인 문제는 극복되어야 합니다. 로마 물권법처럼 재산권을 물건에 대한 권리로 일면적으로 규정하게 되면, 재산권이 물건에 대한 사람의 관계를 매개로 해서 성립되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라는 측면이 사상되고 맙니다. 만일 재산권이 다른 사람의 간섭 없이 자신에게 귀속된 물건에 대한 관계를 규정하는 권한이라면, 재산권은 논리적으로 사람에 대한 물건의 귀속을 그 본질로 하고, 제3자가 그 물건에 대한 간섭이나 침해 금지의 의무를 받아들이고 소유자가 귀속 물건을 배타적으로 지배하는 것을 규범적으로 인정하는 것을 그 실체로 할 것입니다. 따라서 재산권은 귀속 물건에 대한 사용·수익·처분(uti, fruti, abuti)의 권능을 통일하는 로마 물권법의 추상적인 소유권보다 훨씬 더 포괄적인 개념입니다. 이러한 관점을 받아들인다면, 재산권은 사회적 동의에 근거하여 규범적으로 인정되는 권능이고, 국가의 법률에 의해 규율되는 권능으로 여겨져야 합니다. 재산권의 본질인 물건의 사람에 대한 귀속 관계와 재산권의 실체인 재산권의 행사 권능은 서로 구별되고, 재산권의 본질과 실체는 모두 법률의 규율 아래 놓인다는 것이 재산권의 법리가 되는 것입니다.  
 재산권의 본질과 실체 규정을 놓고 볼 때, 재산권은 사회적 인정과 규율 아래 놓인다는 원칙이 확인되어야 하고, 재산권 행사는 책임을 지며 그 책임은 법률에 의해 부과된다는 규범이 확립되어야 합니다. 예컨대, 토지에 대한 재산권이 귀속토지에 대한 사용·수익·처분의 권능으로 구현된다고 하더라도 그 재산권의 행사는 단순히 제3자의 간섭과 침해를 배척하는 것만을 전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재산권 행사로 인해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효과까지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바로 이 점에서 소유자의 귀속 토지에 대한 지배권은 사회적으로 승인되어야 할 권리입니다. 부동산 투기와 지대 수취로 인해 빈부격차가 확대되고 사회적 약자의 생활권과 주거권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오늘의 상황에서 부동산 소유자가 재산권 행사에 따르는 의무와 부담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은 사회규범에 부합하지 않는 일로 여겨져야 마땅합니다.

 3. 이와 같은 새로운 재산권 이해를 놓고 용산참사를 되짚어 봅시다. 부동산 소유자들이 특정 지역을 개발하여 그 지역의 상가구역을 소멸시켰을 경우, 수익기회를 상실한 사람들에게 손해를 배상하고 정당한 보상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특정 지역 개발을 위한 재산권 행사로 인하여 손해를 보는 사람들은 그와 같은 방식의 재산권 행사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소유한 재산을 내 마음대로 이용하고 처분하는 데 제3자가 왜 나서느냐고 말하며 손해를 보는 사람들의 항변을 나 몰라라 하는 것은 더 이상 허락될 수 없습니다. 또한 내가 가진 재산을 처분하여 네가 가진 재산을 침해한 것도 아닌 데 나의 재산권 행사에 왜 저항하느냐고 말하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가 재산권 행사로 인해 사람들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는 야만의 상태에 머무르지 않고 문명사회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재산권 정책을 새롭게 구상하여야 하고, 재산권 제도를 재설계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뜻에서 저는 우리 사회가 재산권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서 이를 개정 헌법에 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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