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돈의 에세이
Kang Won-Don's Essay

2018/05/14 (19:26) from 121.166.65.234' of 121.166.65.234' Article Number : 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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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등장한 성장주의 담론을 경계하며
또다시 등장한 성장주의 담론을 경계하며

강원돈 (한신대 교수/사회윤리)

 최근 주요 경제신문들은 서로 앞을 다투어가며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평가하고 본격적인 경제성장 정책을 실시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에는 경제위기가 심화될 것이라는 엄포를 놓는 것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보수지로 알려진 일간 신문들도 같은 논조를 펴고 있습니다. 개혁 정부가 들어서서 경제의 틀을 짜려고 하면, 1년도 지나지 않아 성장 담론이 고개를 들고 목소리를 높이곤 했는데, 이번 정권이 들어선 뒤에도 예외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신문들이 우리 사회의 거대 자본의 논리와 전통적인 경제 성장론을 답습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기에 최근에 불거진 성장 담론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경제 성장론은 국민소득에서 자본에 돌아가는 몫을 늘리고 노동에 돌아가는 몫을 줄이면 자본 투입량이 늘어서 경제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성장의 혜택이 자본뿐만 아니라 노동 쪽에도 더 많이 돌아간다는 주장을 그 핵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 성장론은 오늘의 세계에서는 더 이상 먹혀들지 않습니다. 자본 투입을 늘리면 노동절약적인 합리화가 더욱 더 빨리 진행되어 일자리가 줄어드는 ‘고용 없는 성장’이 자리를 잡았기 때문입니다. 수출을 통해 채산성을 맞출 수 있는 거대기업들은 ‘고용 없는 성장’을 통하여 지구 시장에서 더 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는지 모르지만, 내수에 의존하는 산업들과 기업들은 생존 위기에 부딪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민경제에서 내수의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안을 마련하여야 합니다. 이를 위한 정책들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내수를 늘리는 가장 중요한 방안은 산업 발전과 변화의 추이에 따라 새로운 일자리들을 많이 만들어내고 사람들이 그 일자리들을 얻을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일입니다. 이와 더불어 노동임금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일자리를 찾고 있는 사람들의 소득을 보전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임금을 높이면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걱정하지만, 임금상승에 따르는 내수 증가의 효과로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직업교육과 실업자들의 소득보전에 막대한 재정수단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세수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사실이 그렇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정책이 필요하고 그 시행 규모를 확대할 때입니다. 재정확대를 위해서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실효 법인세를 추정해 보건대, 법인세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안을 마련하여 실행하는 것이 절실해 보입니다.
 우리나라 노동인구 가운데 절반 정도에 이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소득을 높이는 방안도 체계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과 내일의 경제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수효는 더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이 늘어나더라도 비정규직 노동과 정규직 노동이 동일노동에 대한 동일임금의 원칙에 따라 임금을 지불받고, 업종과 계약상의 근로 시간에 따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경우에는 정부가 소득보전 프로그램을 펼칠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누구나 손쉽게 노동 기회를 다시 얻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비정규직 노동이 단순히 기피 대상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경제에서 적폐 중의 적폐로 지목되는 것이 거대 기업들과 중소기업들 사이의 하청관계에 근거하여 이루어지는 거대 기업들의 지대 추구입니다. 이를 제도적으로 근절하여 중소기업의 적정 이윤과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 향상을 보장하는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한국 경제의 진로를 놓고 많은 논란이 벌어질 것입니다. 박정희식의 발전주의 국가가 신자유주의 국가로 급격하게 전환되는 과정에서도 국민소득에서 자본이 차지하는 몫은 줄어들기는커녕 끊임없이 증가해 왔고, 어느 때에는 극적으로 늘어나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국민경제에서 생산과 소비의 거시균형이 깨어질 수밖에 없고, 그 타개책은 자본과 상품을 국외로 밀어내는 것밖에는 없습니다. 그 결과, 우리 사회에는 가난이 확산되고 구조적인 가난의 함정에 빠진 사람들의 좌절과 절망이 심화됩니다. 그런 현실은 타개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대외적인 변수들에 요동치지 않는 튼튼한 내수 경제에 바탕을 둔 건강한 개방경제를 추구하여야 할 것이고, 그 연장선상에서 통일경제를 설계해야 할 것입니다. 노동하는 사람들의 소득을 증가시키고 노동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소득을 보전하는 것이 그 첩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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