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돈의 에세이
Kang Won-Don's Essay

2018/06/14 (17:08) from 220.66.47.11' of 220.66.47.11' Article Number : 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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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에 관한 최근의 논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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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에 관한 최근의 논란에 대하여

강원돈(한신대 신학부 교수/사회윤리)

 최저임금 인상은 문재인 정권의 핵심적인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의 주요 의제이다. 소득주도성장은 급속한 자본 축적을 통한 박정희의 국가주도식 경제성장이나 그 아류인 이명박의 기업주도적인 747 성장 모델(경제성장 7%, 국민소득 4만불, 세계 랭킹 7위의 경제대국 건설)이 우리 시대의 상황에 적합하지 않다는 성찰에서 비롯된 성장 전략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수출국가에서 자본 축적을 통한 경제성장은 강력한 노동절약적 합리화를 추진하는 일과 맞물려 ‘고용 없는 성장’으로 귀착되었다. 이로 인하여 내수 시장은 위축되고 인구의 대다수는 가난의 함정에 빠져 들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소득주도성장은 유효수효를 확대시켜 내수 시장을 활성화하고 고용을 촉진하는 방편으로 채택되었다고 볼 수 있다.
 문재인 정권이 오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시급을 1만 원으로 인상하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 1월 1일 시급을 6,470원에서 7,530원으로 16.4% 인상하자 최저임금은 우리 사회의 뜨거운 이슈가 되었다. 경영계와 특히 중소상공업자들과 영세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에 반대하였고, 최저임금 상승이 실업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6월 초에 발표한 한국개발연구원의 『최저임금 인상이 분배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시급을 1만원으로 인상하면 일자리 32만 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처럼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비판과 저항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국회는 지난 5월 28일 정기상여금과 식사비, 교통 지원비 등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이 상정되고 처리되는 과정에서도 그랬지만, 법안이 통과된 뒤에도 노동계는 격렬하게 저항했다. 민주노총은 법안이 통과된 6월 12일 오후 한시적인 총파업에 돌입하고 최저임금위원회 불참을 선언하였다. 한국노총 역시 최저임금위원회를 탈퇴하고, 방금 국회를 통과한 법에 대해 위헌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국회의 입법으로 인하여 노동계, 경영계, 정부 등 3자로 구성되는 사회적 합의 기구가 기능 불능 상태에 빠지게 된 것이다.
 한 마디로,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위해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인상하였는데, 이에 대한 사회세력들과 입법부의 대응으로 인하여 정부와 국회, 그리고 사회세력들은 격렬한 갈등과 대립 관계에 놓이게 되었다. 이러한 갈등과 대립의 소용돌이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나? 그 해법을 찾기 위해 정부와 국회, 그리고 사회세력들이 할 일을 생각해 본다.

 첫째,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의 청사진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소득주도성장에서 최저임금 정책이 갖는 의의를 사회세력들과 시민들에게 설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주도성장의 일부일 수는 있지만, 전부는 아니다. 소득주도성장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두 가지 전제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하나는 OECD 국가들 가운데 하위 3위에 그치고 있는 노동소득분배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IMF 경제신탁 이전에 62%에 달했던 노동소득분배율은 IMF 경제신탁을 받으면서 58%로 떨어졌고, 그 뒤에도 본질적으로 개선되지 않았다. 국민소득에서 노동소득에 돌아가는 몫이 적어지니, 기업의 사내유보금이 천문학적 규모로 늘어났다. 기업들은 투자할 곳이 없어서 쌓아두고 있다고 말도 되지 않는 변명을 일삼고 있지만, 노동소득분배율을 선진국 수준인 70% 정도로 높이면, 쓸 데 없는 사내유보금을 줄이고 유효수요를 획기적으로 늘려서 내수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노동소득분배율을 급격히 높이기 어렵다면, 정부는 사내유보금을 세금으로 털어내고 사회·복지 부문 지출 확대 등을 통하여 이를 소비 부문으로 돌려놓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사내유보금에 대한 누진적 법인세를 도입한다면, 노동임금 인상이 빠른 속도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중소기업들이 노동임금을 인상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추게 하는 것이다. 정부는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들에게는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하지만, 정부 지원금은 한시적인 효과를 가질 뿐이고 지속가능한 것이 아니다. 중소기업들이 임금인상 능력을 갖기 어려운 것은 대기업들에게 갖가지로 수탈당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부품 단가 후려치기와 외주이다. 큰 자본이 작은 자본을 가혹하게 수탈하는 것은 큰 자본이 금융자본의 지배 아래서 더 많은 수익을 올려야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만일 정부가 이러한 상황을 바꾸기 위한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최저임금 인상만으로 소득주도성장을 달성하겠다고 한다면, 중소기업들이나 영세사업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반기를 들게 될 것이고,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연목구어(緣木求魚)가 될 공산이 크다.
 위에서 말한 두 가지 전제조건들을 충족시키기 위해 정부는 사회세력들과 진지한 대화에 나서고 시민들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소득주도성장은 우리 사회의 분배제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지 않고서는 이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그러한 노력을 진지하게 하지 않고, 다만 최저임금 인상을 통하여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겠다고 한다면, 사람들은 정부를 우스꽝스럽게 여기게 될 것이다. 최저임금 제도는 문자 그대로 임금노동자(와 그 가족)이 생활을 꾸려나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임금의 최저 단위를 법으로 정하는 것이기에 최저임금 제도를 갖고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현실적인 발상이 아니다.

 둘째, 국회가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대한 경영계와 노동계의 합의를 기다리지 않고 지난 5월 28일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법으로 정한 것은 적절한 입법행위로 보기 어렵다. 국회가 그럴 권한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어떻게 정하는가에 따라 사용자와 피고용자의 이익이 크게 갈리는 사회적 문제의 경우에 국회는 이해당사자들의 사회적 논의가 충분히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옳다. 최저임금법 개정 시한이 임박했기 때문에 국회가 입법을 서두르지 않을 수 없다는 변명은 별로 설득력이 없다.
 최저임금법을 처리하면서 국회가 보여준 실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국회가 최저임금에 정기상여금과 식사비 등 복리후생비를 법으로 산입하였기 때문에 하위 소득등급에 속하는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 인상효과는 거의 없게 되었다. 국회를 구성하는 정파들과 그 구성원들이 우리나라 경제의 오늘과 내일을 운영하는 데 소득분배가 갖는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었다면 이런 부적절한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관련된 국회의 입법이 부적절하다고 보는 또 다른 이유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와 통상임금 산입범위가 따로 놀게 되었기 때문이다. 통상임금에는 식사비나 교통비 지원 같은 복리후생비는 산입되지 않는다. 따라서 국회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관한 입법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와 통상임금 산입범위를 일치시킬 필요가 있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우리 사회가 통상임금의 산입범위를 정하는 까다로운 과정을 계속 밟지 않고 기본급 중심의 임금체계를 도입하도록 국회가 법제를 재정비하는 일을 추진하고 이를 위해 사회적 논의를 촉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점들을 감안한다면, 국회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관한 법을 신속하게 개정하는 절차를 밟아나가는 것이 옳다.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사회적 대화를 촉진시키기 위해 국회가 빨리 결단하면 결단할수록 더 낫다. 기왕에 개정안을 다룰 것이면 우리나라 기업의 임금체계를 전면적으로 검토하여 전향적인 입법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셋째, 경영계와 노동계는 사회적 대화에 더 성실하게 임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할 정도로 우리 사회의 소득분배 상황은 나쁘고, 소득의 원천이 되는 고용 상황도 악화일로이다. 소득분배와 일자리 창출은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한 사안이다. 노동계와 경영계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신뢰관계를 구축하며 계속 논의하지 않고서는 고용과 소득분배 개선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은 불가능하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비교적 작은 규모의 노사정위원회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둘러싼 사회세력들의 논의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국회로 공이 넘어가 관련 입법이 이루어진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정하는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소득분배 개선에 관련된 전반적인 문제들만이 아니라 고용 상황에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들도 철저하게 논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어쩌면 최저임금위원회의 틀을 넘어서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틀에서 논의를 확대하고, 경영계와 노동계가 최선을 다하여 당사자들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논거들을 제시하여야 했을 것이다.
 국회가 나서서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관한 입법을 한 이상, 그 법을 시행하기 이전에 법을 개정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 경영계와 노동계는 사회적 대화의 당사자들로서 개방적인 국민경제 차원에서 생산과 소비의 거시균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소득분배 개선과 일자리 창출을 위하여 사회적 합의에 최선을 다해 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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