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돈의 에세이
Kang Won-Don's Essay

2018/07/09 (09:52) from 121.166.65.234' of 121.166.65.234' Article Number : 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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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년법에 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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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년법에 관한 단상

1. 희년법은 출애굽 전승의 정수를 담고 있지만, 문서 형태로서는 레위기의 성결법전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성결법전은 포로기 후기나 포로기 이후에 편찬된 문서입니다. 성결법전은 이스라엘이 야훼 신앙에서 이탈함으로써 겪었던 왕국들의 멸망과 바빌론 포로기의 암울한 역사를 냉철하게 성찰하고, 야훼 신앙을 회복하여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고자 하는 열망을 담고 있습니다. 바빌론 포로상태로부터 제2의 출애굽 사건을 고대하거나 이미 경험한 사람들은 새로운 사회를 향해 가졌던 꿈을 희년법에 아로새긴 것입니다.
 많은 학자들은 희년법이 이스라엘 역사에서 시행된 적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희년법의 핵심 내용은 출애굽 전통에 충실한 노예해방 법, 채무면제 법(출애굽기 21장; 신명기 15장 등), 안식년 법(출애굽기 23:11)에 이미 담겨 있었고, 예언자들의 날카로운 사회비판을 통해 표출되었습니다.(아모스 2:6-8; 8:4-6; 미가 2:1-2 등) 땅을 아예 팔지 못한다는 희년법 규정은 땅이 다른 지파에 넘어가지 못하게 하는 규칙을 세운다든지(민수기 36:1-9) 나봇의 포도원 사건처럼 남의 땅을 빼앗아 자신의 소유로 삼거나(열왕기상 21: 1-10) 다른 가족이 경작하는 땅을 침범하는 일을 엄격하게 금지하는 고대 히브리 관습법(잠언 23:10)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이사야 61장은 희년 정신을 종말론적 비전과 연결시키고 있고, 이 비전은 예수의 메시아 취임 설교(누가 4:16-21)의 배경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런 점들을 놓고 볼 때, 희년 사상은 출애굽 사건을 기억하고 그 사건에서 드러난 야훼의 정의를 그때그때의 현실에서 구현하고자 한 히브리 사람들의 실천과 행위를 통해 면면이 이어져 왔다고 하겠습니다.

2. 희년법은 레위기 25장 8-17절, 23-55절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레위기 25장 1-7절은 안식년에 관한 법이고, 25장 18-22절은 안식년 법을 보충해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희년법에 직접 관련되지 않습니다.
 희년법은 크게 보아 다섯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째 부분은 레위기 25장 8-17절인데 희년법의 전문에 해당합니다. 둘째 부분은 땅의 원상회복을 다루는 레위기 25장 23-28절입니다. 셋째 부분은 주택의 원상회복을 다루는 레위기 25장 29-34절이고, 넷째 부분은 이자 금지를 명시하는 레위기 25장 35-38절입니다. 마지막 다섯째 부분은 노예 해방과 채무 면제를 다루는 레위기 25장 39-55절입니다.
 아래에서는 희년법의 다섯 부분을 차례차례 살피기로 하겠습니다. 지면 관계로 전문 부분을 상세하게 다루고 나머지 네 부분은 간략하게 한 데 묶어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3. 희년법의 전문에는 희년을 계수하는 방법, 희년의 성격, 희년에 실행하여야 할 일들과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들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1) 희년은 안식년이 일곱 번 지난 뒤 제50년째 되는 해의 첫 날인 7월 10일에 시작됩니다.(레위기 25장 8절) 따라서 첫 안식년을 지킨 해를 확정할 수 있다면, 희년으로 선포되는 해도 결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희년은 대사면의 해라는 성격을 갖고 있기에 특별히 숫양의 뿔(요벨)을 불게 하여 다른 해와 구별하였습니다. 희년은 거룩한 해로 선포되었던 것입니다.(레위기 25장 9절)

 3) 이 대사면의 해에 반드시 실행하여야 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그 땅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그 땅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유산(아훗짜), 곧 분배받은 땅으로 돌아가고, 저마다 가족에게로 돌아가게 하는 것입니다.(레위기 25장 10절)
 먼저, 그 땅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라는 말씀은 가난 때문에 종이 된 사람들을 해방시켜 자유민으로 살아가게 하라는 뜻입니다. 사람의 몸은 사람이 자유롭게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도록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유산(아훗짜)인데, 이 유산이 빚 때문에 타인의 지배 아래 놓여 있는 상태를 종식시켜서 원상을 회복하게 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노예해방은 채무 면제를 전제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그 땅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선포되는 해방은 채무 면제의 성격을 띠었습니다.
 그 다음에, 희년에는 빚으로 인하여 빼앗겼던 땅을 되찾게 해서 사람들이 대가족 단위로 살아가기 위하여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본래의 유산(아훗짜)을 회복하게 해야 하고, 흩어졌던 가족들이 다시 모여 살아갈 수 있도록 빼앗겼던 주택을 되찾게 해야 합니다. 주택도 사람이 가족을 이루며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이니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유산(아훗짜)으로 간주되었습니다.
 한 마디로, 희년은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이 하나님으로부터 허락받은 기업, 곧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하기에 빼앗기거나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기업을 되찾아 원래의 상태를 회복하도록 하는 해방의 원년입니다.  

 4) 레위기 25장 17절은 이러한 원상회복을 실행하여야 할 이유를 두 가지로 제시합니다. 하나는 형제를 억누르지 말라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야훼를 두려워하라는 것입니다. 형제를 억누른다는 것은 형제에게 폭력을 행사하여 부당한 이익을 취한다는 뜻을 갖고 있는 것이니, 사람들 사이에서 올바른 관계를 깨뜨려 사회를 적대적인 관계로 전락시키는 중대한 죄악입니다. 이러한 죄악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야훼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고 야훼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왜냐하면 야훼는 눌리고 빼앗기는 사람들 편에 서서 그들을 대신하여 복수하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야훼를 두려워하고 형제를 억누르지 말라는 분부는 출애굽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작은 사람들 편에 서서 그들을 압제와 착취와 강제노역에서 해방시키시는 야훼의 정의에 따라 사람들 사이에서 정의와 평화를 수립하라는 권고입니다.

 5) 희년법의 전문에는 원상을 회복하기 위해 두 가지가 더 고려되고 있습니다. 하나는 희년에 경작과 추수를 금하는 것인데, 이러한 조치는 땅이 본래의 상태를 회복하도록 하려는 배려입니다. 이러한 배려는 출애굽기 23장 11절과 레위기 25장 1-7절의 안식년 법에도 나타납니다. 사람이 경작하지 않아도 땅에서 맺힌 곡식과 열매는 가난한 사람들과 동물들이 취하게 하였습니다. 안식년 법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여 인간과 자연이 공생과 상생의 질서를 이루고, 가난한 사람들을 배려하는 정신을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안식년 정신은 희년법에도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또 다른 고려 사항은 땅을 되무를 때 땅의 값을 정하는 일과 관련됩니다. 고대 히브리 사회에는 동족이 빚으로 인하여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유산인 땅을 다른 사람에게 넘겼을 경우에 땅을 잃은 사람이나 그 사람의 친족이 나서서 땅을 되찾도록 하는 관습이 있었습니다. 땅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도 땅을 아예 팔 수 없게 한 관습법이 있었기에 땅을 무르는 일이 가능하였던 것입니다. 땅을 무르게 하려면 땅 값을 정해야 할 것인데, 그 땅값은 희년까지 남은 기간 동안에 그 땅에서 얻을 수 있는 소출의 양을 기준으로 해서 정하였습니다. 소출에는 사람의 노동이 기여한 부분과 땅이 기여한 부분과 접근로나 기후 환경이 기여한 부분이 있을 것이니 땅이 기여한 부분에 희년까지 남은 햇수를 곱하여 땅값을 계산하는 방식은 후대에 헨리 조지(Henry George, 1839-1897)가 주장한 지대과세론의 선구를 이룬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4. 희년법의 나머지 부분은 희년법의 전문에서 명시된 땅의 원상회복, 주택의 원상회복, 이자금지, 채무 면제와 노예 해방 등을 차례차례 다루고 있습니다.

 1) 땅의 원상회복을 다루는 희년법의 둘째 부분은 “땅을 아주 팔지는 못한다. 땅은 나의 것이다. 너희는 다만 나그네이며, 나에게 와서 사는 임시 거주자일 뿐이다.”(레위기 25장 23절)는 장엄한 선언으로 시작되고 있습니다. 땅에 대한 주권이 야훼께 있으니 땅에 대한 처분권을 인정하지 않고 다만 땅을 경작하고 활용하는 권리만을 세습적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고대 로마 사회에서 통용되었던 물권법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소유 사상입니다. 로마 물권법은 소유대상에 대한 이용, 수익, 처분의 권리를 포괄적으로 인정하고 있고, 이러한 소유권 사상은 프랑스 혁명 이래로 현대 자유주의 국가들의 헙법에도 그대로 계수되고 있습니다. 레위기 25장 23절의 점유사용권 사상을 갖고서 로마 물권법에 근거한 완전소유권 사상을 대체할 수 있는가를 놓고서는 많은 논의가 필요합니다.
 레위기 25장 23절이 규정하고 있는 토지의 점유사용권 사상은 한편으로 빚으로 잃은 땅을 되무르기 방식을 통하여 되찾게 하는 논거로 활용되고 있는데, 땅의 되무르기 방식에 대해서는 위에서 이미 설명한 바와 같습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 레위기 25장 23절은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유업인 땅을 희년에 무조건 원상회복시키는 논거이기도 합니다.

 2) 주택의 원상회복을 다루는 희년법의 셋째 부분은 성곽구역에 속한 주택의 경우, 농촌지역의 주택, 레위인의 주택과 부속 토지의 경우를 세부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여기서 세부 사항들을 상세하게 다룰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주택이 하나님이 허락한 유산(아훗짜)으로 간주되어 주택을 잃은 사람에게는 이를 되찾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이고, 성곽지역을 제외한 구역에서는 희년에 무조건적인 주택의 원상회복이 이루어지도록 규정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3) 희년법의 셋째 부분은 이자 금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히브리 사회는 이방인들에게 사업 대부를 할 경우에는 이자를 허락하였지만,(신명기 23장 20절) 동족이나 가난한 거류민들에게 생활대부를 할 경우에는 이자 수취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었습니다.(출애굽기 22:25; 신명기 23:19 등) 이러한 정신이 희년법에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4) 희년법의 마지막 부분은 노예 해방과 채무면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고대 히브리 사회에는 동족이 빚으로 인하여 노예가 되었을 경우에 친족이 나서서 속량금을 주고 동족을 해방시키는 관습이 있었습니다. 희년법은 노예의 몸값을 계산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것은 땅을 되무르기 위해 땅값을 계산하는 방법과 같습니다. 희년이 되면 모든 부채는 탕감되고 모든 채무노예는 해방되었습니다. 그것은 사람의 몸이 자유롭게 살아가도록 하나님이 허락한 기업(아훗짜)이기 때문입니다.

5. 레위기 25장의 희년법은 사회적 경제를 구상하는 데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습니다. 사람이 자유인으로서 사회생활을 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을 잃어버리지 않고 살아가도록 공동체적으로 배려하고, 만일 그런 것을 상실하였거나 확보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그런 것을 되찾게 하거나 확보할 수 있도록 공동체가 힘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인간이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자유롭게 존엄한 삶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 그것이 희년법이 말하는 유산(아훗짜)입니다. 희년법이 제정되던 시기에 아훗짜는 토지, 주택, 몸이었습니다. 오늘의 세계에서 우리는 어떤 아훗짜를 설정하고 그 아훗짜를 모든 사람들에게 보장하기 위하여 어떤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하여야 할까요? 이것이 레위기의 희년법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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