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01/24 (02:45) from 210.120.167.212' of 210.120.167.212' | Article Number : 34 |
강원돈
(kwdt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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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14346 , Lines : 159 |
| 실업자 노조 결성에 대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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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자 노조 결성에 대해서 강원돈 독일 집권 사민당사 옥상을 "점령"한 실업자들 지난 2월 10일 독일의 진보적 일간지인 "프랑크푸르트 룬트샤우"에는 재미있는 기사가 실렸 다. 12시 5분 바라크의 실업자들이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곳은 독일의 집권 사민당 옥상이었 다. 독일 전역의 실업자 단체 대표들이 본에 있는 집권 사민당사 옥상을 "점령"하는 상징적 인 행위에 나선 것이다. 수위들이 또 귀찮은 일이 생겼다고 불평하고 몇몇 경찰이 안전사고 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수위들이나 경찰들은 곧 쓸모 없게 되었다. 왜냐 하면 당 지도부가 사민당사의 "점령"을 순순히 인정하였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는 지난 해 연방의회 선거 때까지 사민당이 당사에 걸어 놓았던 것과 비슷한 내용의 현수막을 실업자들 이 내거는 것을 허락하기까지 하였다. 그 현수막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었다. "일 자리를 공평하게 나누자. 먹고살기 위해서는 돈벌이가 있어야 한다!" 매달 10일이면 뉘른베르크의 독일연방노동청은 실업자 통계를 발표한다. 사람들은 이 날 을 "야고다의 날"이라고 부릅니다. 독일연방노동청장의 이름이 야고다이기 때문이다. 지난 2 월 10일의 실업통계는 실업퇴치를 주요 정책으로 내건 사민-녹색당 연정 100일의 성적이 별 로 좋지 않았음을 보여 주었다. 실업률은 구 서독 지역에서 10.6 %, 구 동독 지역에서는 17.6 %에 달했다. 이것은 물론 헬무트 콜이 집권하고 있었던 작년 1월과 비교하면 구 서독 지역 0.9 %, 구 동독 지역 0.2 % 가량 줄어든 수치이긴 하지만, 올해 겨울이 비교적 따뜻해 서 날씨로 인한 실업증가가 비교적 적었던 것을 감안하면 실업해소에 별 진전이 없었다고 하겠다. "야고다의 날"에 독일인들은 실업문제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는 우울한 소식을 또 한번 듣게 된 것이다. 바로 이 "야고다의 날"을 하루 앞두고 실업문제 해결에 성과를 내지 못한 사민-녹색당 연 정 100일을 비판하기 위해서 전 연방 지역 실업자단체 대표들이 사민당사 옥상을 점령한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노동조합에 의해 조직된 실업자 집단들의 연락사무소(빌레펠트 소 재)는 "야고다의 날에 일자리와 부(富)의 재분배를 연방정부에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성 명을 발표하였다. 실업자들은 사민-녹색당 집권 100일을 맞는 날 약 100 군데의 시와 군에 서 새 연방정부의 정책을 시험대에 올려놓겠다고 결의한 바 있다. 점령자들은 사민당 연방총무와 면담을 갖고 그들의 구체적인 요구사항들을 내 놓았다. 아 동수당을 사회보조금에 포함시키는 일을 즉각 중지할 것, 직업과 직능자격을 보호할 수 있 도록 일자리 촉진법을 즉각 개정할 것, 실업자 보조금의 연 3 퍼센트 삭감을 중지할 것 등 이 그것이다. 의무적인 실업자 등록이나 구직활동처럼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고 실업자들을 차별하는 억압조치들을 폐지하라는 요구도 빠지지 않고 추가되었다. 이 대담을 끝낸 후에 사민당 연방 총무는 실업자들이 오는 3월 2일 "실업자들의 장관" 리스터(사실은 연방 노동 사회부 장관)와 면담할 수 있도록 주선하겠다고 확약하였다. 실업자들은 그 소리를 듣고 해 산하였다. "리스터 씨, 우리는 감기에 들려 코를 훌쩍 거린다오!"라는 현수막을 접어든 채 말이다. 고개든 실업자들 독일 사회에서 실업자들은 쉬운 말로 "고개 숙인 사람들"이었다. 실업자들은 대개의 경우 의기소침해 있고 자신이 실업자라는 사실을 내놓고 이야기하지 못했다. 실업의 고통이 잘못 된 경제 때문이라고 탓하기보다는 나에게 무엇인가 잘못된 것이 있어서 그렇게 되었다고 자 기 탓을 찾는 경향이 강했다. 적어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이와 같은 경향은 독일 사회에 깊이 뿌리 박혀 있는 루터의 소명론과 밀접한 관계가 있 다. 루터의 소명론을 신학적으로 설명하려면 많은 지면이 필요하겠지만, 통속적으로 한 마디 로 설명하면 네가 서 있는 자리에서 하고 있는 일이 하느님의 부름을 받아 하는 일이라는 가르침이다. 루터는 길거리를 빗자루로 청소하는 하녀를 보고 "지금 저 하녀가 하느님의 일 을 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이 말 속에 루터의 소명론이 잘 함축되어 있다. 이 소명론이 19 세기의 부르주아 시대에 독특한 직업윤리로 발전하여 직업의 성실한 수행이 도덕의 기본이 라고까지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 전통이 강하게 남아 있는 독일 사회에서 "직업"을 갖지 못 한 사람들은 하느님의 소명에서 제외되었다고 생각하기 쉽고, 사람됨이 제대로 되지 못했나 보다 하는 주변의 눈초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은 자괴감이 소명에 대한 뿌리 깊은 통속적 해석에서 비롯된 것이지 신학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설명하는 것은 분명 신학의 중요한 몫이다. 루터가 소명과 연결시킨 직 업 개념이 시장경제에서 일반화된 돈벌이 노동과 똑같은 의미를 가진 것이 아니라고 설명하 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루터의 소명론에 바탕을 둔 부르주아적인 직업윤리가 노동에 대한 자본의 지배가 통용되는 시장경제에서 이데올로기의 역할을 수행했다든지, 심지어 나치 시 대에 테러와 학살의 완벽화가 권위에 맹종하는 직업윤리에서 비롯되었다든지 하는 주장들에 대해서도 신학자들은 사회사가들과 더불어 연구하여 책임 있게 답변하여야 할 것이다. 아무튼 독일사회에 남아 있는 소명론에 대한 통속적 해석과 부르주아적인 직업윤리가 대 량실업의 원인을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는 데에는 별 이견이 없 을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대량실업은 하느님의 소명으로부터의 배제가 아니라, 잘못된 경제 구조에서 비롯된 "스캔들"인데도 이를 개인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대량 실업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이지 하느님이 죄인들에게 내린 재앙이 결코 아니지 않은가? 사람들이 만들어낸 스캔들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책임을 지고 대량실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독일에서 실업자들이 동맹을 결성하여 그들의 견해를 집단적으로 대변해야겠다는 움직임 이 최초로 나타난 것은 1997년 초이다. 그 때만 해도 그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 졌다. 프랑스에서 실업자 동맹이 중요한 정치세력으로 자리잡고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중앙 정부나 지방정부의 노동청사들을 점거하며 시위를 벌이는 장면이 간혹 전파를 타고 전해지 곤 했지만, 독일에서 실업자들의 동맹이 결성되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이다. 비스마르 크 시대이래 가부장적 국가의 실업자 구제에 익숙했던 독일인들도 1970년대 말 이후 반전 (反轉)을 모른 채 계속 악화되는 실업문제와 복지국가의 후퇴에 자극을 받고 자구책에 나선 것임에 틀림없다. 나는 실업자 동맹을 결성하려는 움직임을 보고 독일사회에서 가치관과 현 실인식이 변화되고 있다는 강한 인상을 받았다. 실업자들이 사민당사 옥상을 점거하고 현수막을 내걸었다는 것이 이 변화를 잘 말해 주고 있다. "일자리를 공평하게 나누자. 먹고살기 위해서는 돈벌이가 있어야 한다!" 이 구호는 그 동안 실업 문제에 관심을 가진 학자들과 교회나 사회복지사업 종사자들이 내건 테제들을 요 약한 것이지만, 실업자들이 스스로 이 구호를 외치고 행동에 나서기 시작하였다는 것이 중 요한다. 독일 실업자들은 이제 더 이상 "고개 숙인 사람들"이 아니다. 실업자들의 절박한 고통 IMF의 경제관리를 받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실업 문제는 날로 악화되고 있다. 지난 2월 16 일 노동부는 올 1/4 분기에 실업자가 185만 명으로 늘어나 실업률이 8.7%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특히 2월중 실업률이 9%를 넘어서고 실업자수도 2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우리나라의 심각한 실업 문제는 IMF 경제관리의 특수조건을 감안해 서 인식되어야 하겠지만, IMF 경제관리 이후에도 우리 사회가 높은 실업률을 감내할 수밖 에 없다는 데에는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정부와 각계 각층은 실업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애쓰고 있다. 실업의 고통이 그 만큼 크고 실업으로 인한 사회적 부담이 그 만큼 무겁기 때 문이다. 그러나 실업의 고통은 당사자와 그 가족에게 가장 극심할 것이다. 실업으로 인해 사 회적 교통으로부터 단절되는 데서 오는 고립감을 말하는 것은 어쩌면 사치스러운 일인지 모 릅니다. 먹고사는 데 필요한 돈벌이가 끊어지면서 오는 생활고와 이로 인한 가족구성원들의 갈등은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로서는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이 글을 쓰는 날 나는 KBS의 "이것이 인생이다"라는 프로그램에서 부도난 회사를 되살 리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던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시청하였다. 이 프로그램에서 내게 깊 은 인상을 남긴 장면들이 많이 있었지만, 공장기계를 압류하러 온 사람들이 지게차에 기계 를 실어 나르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아주머니 종업원들이 지게차를 막아서고 그 앞에 드러 누워 "그 기계를 가지고 가면 우리는 죽어요!"라고 절박하게 외치던 장면이 가슴을 뭉클하 게 했다. 자물쇠 공장에서 10년, 20년 일하던 사람들이 공장가동이 중단되어 길거리에 내몰 리면 다시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 나이 많은 노동자들이야 더 말할 것이 없다. 그런 분들에 게 실직은 "사망선고"와도 같을 것이다. KBS 프로그램은 실업의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기 위해 노동자들이 힘을 모아 회사를 회생시켜 가는 과정을 참으로 감동적으로 재현해 냈지 만, 나는 실업자가 되어 절망의 나날을 보내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 해졌다. 실업자들의 노조 결성을 둘러싼 논란 얼마 전부터 실업자들이 노조를 결성하는 것과 관련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제1기 노사정 위원회에서 실업자들을 노조의 틀에서 조직하도록 원칙적으로 합의해 놓고도 정부부처들이 이 합의를 오래 동안 묵살한 나머지 실업자 노조 결성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지난 1월 13일 청와대 회동을 끝내고 노동부 장관이 실업자 노조를 허용할 용의를 표명할 때까지 이 문제는 오직 노사정위원회 합의사항 이행을 요구하는 노동계의 메아리 없는 요구에 불과했 다. 이제까지 실업자 노조 결성에 반대해 온 사람들은 노동법 체계상 실업자를 근로자 범주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법리를 앞세우고 실업자들의 노조가 교섭상대가 있을 수 없는 만큼 노 조 결성의 실익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또 다른 사람들은 실업자들이 조직되면 그 자체가 세력화되어 공안질서를 위협할 수 있다는 논거를 내세워 실업자들의 노조 결성에 반대해 왔 다. 이러한 반대의견들은 나름대로 자유주의적 법리에 근거하고 있지만, 나는 이 법리에 기댄 논거들이 현대사회의 대량 실업사태의 본질을 외면한 단견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오늘의 실업문제를 인식하는 데에는 두 가지 점이 중요하다. 하나는 오늘의 실업자들이 일 자리를 박탈당한 사람들이고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일할 능력이 있고 일할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요구하는 것은 그들의 당연한 권리이고, 그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은 한 사회의 "윤리적" 의무이다. 또 다른 하나는 일자리를 박탈당한 사람들 이라고 해도 그들은 엄연한 생활상의 요구를 가지고 있고 이 생활상의 요구를 충족시켜 사 람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대국가의 의무라는 것이다. 일자리가 노동시장에 의해 공급되고 규율되는 시장경제에서 일할 능력이 있고 일할 의지 가 있는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원활하게 공급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임에 틀림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사용자, 노동자, 국가 등 모든 주체들의 협 력이 필수적이다. 이 협력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성숙한 사회라면 실업자 문제를 해결하 는 데 큰 어려움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현실에서는 실업문제 해결을 위한 시장주체들의 협력이 강제되어야 한다. 이 강제력은 오직 일자리에 참여하고 싶어도 참여하지 못하는 사 람들의 단결된 힘에서 나온다. 실업자들의 노조 결성은 설사 개별 기업들을 교섭상대로 삼 지 못하더라도 노동조합과 사용자단체와 국가를 교섭상대로 해서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경 제정책과 사회정책을 수립하도록 압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시간 정책과 일자리 재분배 계획, 임금조정 등의 문제는 노동시장 바깥에 있는 사람들까지를 포함해서 대안을 찾을 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노동시장에서 배제된 사람들은 사회적 안전망의 확충이나 실업자들의 생활상의 요구 를 실현하는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실업자들을 단순히 실업대책의 대 상으로만 묶어 두는 것은 결코 지혜롭지 않는다. 실업자 문제가 단순히 경제적 문제에 국한 되지 않고 사회심리적, 정신적, 영적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실업자 문제 해결에 실업자들의 능동적 참여를 유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실업 자들이 스스로를 조직해서 복지국가 운영에 참여하도록 제도를 만드는 것이 의미가 있다. 이것이 제가 실업자들의 노조 결성을 지지하는 둘째 이유이다. 나는 독일의 집권 사민당 옥상을 "점령"한 실업자단체들이 노동조합의 틀에서 조직되어 있다는 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대량실업 시대에는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일자리 를 가지지 못한 사람들 사이의 연대를 구축하기가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둘의 연 대는 시장경제에서 고용안정을 장기적으로 이룰 수 있는 길이기도 한다. 독일의 실업자단체 대표들이 사민당 연방총무를 만나고 노동사회부 장관의 면담을 성사시키는 과정을 보면서 나는 우리나라에서 실업자들의 노조가 결성되면 당사 "점령"보다 더 원활한 정치적, 사회적 의사결정과정이 조직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1999년 3월에 살림 지에 실린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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