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돈의 에세이
Kang Won-Don's Essay

2018/07/11 (15:05) from 121.166.65.234' of 121.166.65.234' Article Number : 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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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의 노동이사제 도입에 즈음해서 독일의 노사 공동결정 제도를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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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의 노동이사제 도입에 즈음해서 독일의 노사 공동결정 제도를 다시 생각한다

강원돈 (사회윤리/한신대 신학부 교수)

금호타이어의 노동이사제 도입의 의미

 지난 7월 6일 금호타이어는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노동조합이 추천한 인물을 사회이사로 임명하였습니다. 이것은 국내 민간기업으로서는 최초로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사례입니다. 금호타이어가 중국의 더블스타 그룹에 매각되는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노동측 대표를 이사회에 참여시켜 경영을 감시하여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고, 이 주장이 대주주인 산업은행에 의해 받아들여져 노동이사가 금호타이어 이사회에서 활동하게 된 것입니다. 노동이사로 선임된 인사는 노동법학자인 조선대학교 최홍엽 교수입니다.
 노동측에서 추천한 한 인사가 사외이사로서 이사회에 참여한다고 해서 노동자들의 이해관계를 제대로 대변하고 더 많이 구현할 수 있는가를 놓고 큰 기대를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노동측 대표가 기업의 핵심 정보들이 공유되고 주요 결정이 내려지는 이사회에 현존한다는 사실이 갖는 의미는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대기업들이 노동배제적인 입장을 취해 왔거나 노동자들을 대상화하는 입장을 취해 왔고, 자본의 결정에 노동이 관여하는 것을 금기시해 왔다는 것을 감안하면 금호타이어 이사회의 결정은 주목할 만합니다.
 첫 술에 배가 부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입니다. 저는 우리나라에서도 노동과 자본의 공동결정이 제도화되어 건강하고 생산적인 노사협력이 정착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노사 공동결정 제도가 자리 잡은 독일의 선례를 살펴보고 싶습니다.

독일의 노사 공동결정 제도

 독일에서는 노동과 자본의 공동 결정제도가 오래 전부터 발전되어 왔습니다. 기업의 경영진이 내리는 결정은 기업에 참여하는 모든 이해당사자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경영진의 결정을 민주적으로 규율하여야 한다는 원칙이 확립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경영진을 규율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감독위원회입니다.
 독일 기업의 지배구조는 경영이사회와 감독위원회로 이원화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말하는 경영진은 독일 기업에서 경영이사회에 해당합니다. 주주총회는 경영이사회를 선임하여 기업의 경제정책, 인사정책, 사회정책 등에 관련된 경영전권을 맡깁니다. 이러한 막강한 권한을 맡겨 놓았기에 주주총회가 경영이사회를 감독하여 주주들의 이익을 지키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만든 기구가 감독위원회입니다. 주주총회는 감독위원회를 선출하여 경영이사회를 감독하고, 경영진의 임면, 회사의 자산과 관련된 장부의 열람, 경영실적에 대한 실사, 경영정책에 대한 보고와 사후감독 등과 같은 강력한 권한을 맡깁니다.
 그런데 경영이사회의 결정은 주주들의 이해관계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구성원들인 노동자들에게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기 마련입니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은 오래 전부터 감독위원회에 노동자들이 추천한 인사들이 참여하여 노동자들의 권익을 지키는 방도를 모색해 왔고, 그 뿌리는 1848년 3월혁명 직후 국민의회 소수파가 제시한 공장법 초안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노동자들은 노동자들의 경영 참여를 줄기차게 주장해 왔고, 그 결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맺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전후 서독은 회사조직법과 주식법을 제정하거나 보완하여 주주총회가 노동자 대표들을 감독위원회에 선임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던 것입니다. 노동의 대표들과 자본의 대표들이 감독위원회를 구성하여 경영이사회를 감독하고 노동과 자본의 이해관계를 조절하는 이 제도는 노동과 자본의 공동결정 제도라고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독일 노사 공동결정 제도의 세 가지 모델

 독일 기업의 감독위원회에서 노동 대표와 자본 대표가 차지하는 비율은 산업별, 기업규모별로 세 가지 모델이 있습니다. 독일 금속 및 석탄 산업분야의 노사 공동결정 모델, 2천 명 이하의 주식회사와 합자회사의 노사 공동결정 모델, 2천 명 이상의 대기업 노사 공동결정 모델이 그것입니다.

 우선, 금속 및 석탄 산업분야의 노사 공동결정 모델은 독일연방공화국이 창설된 직후인 1951년 3월 23일에 법제화되었습니다. 이 모델의 원초적인 형태는 1946-1947년 영국 점령지역의 석탄 및 철강 산업 부문에서 논의되기 시작하였고, 1947-1948년에는 영국 점령군의 북독 철강 감독위원회와 노동조합들 사이에서 기업 내부의 공동결정에 관한 협약이 체결되었습니다. 1951년에 법제화된 석탄 및 철강 산업 분야의 공동결정 제도는 이 협약에 근거한 것입니다.
 이 법은 공동결정이 이루어지는 11인의 감독위원회를 노동 대표 5인과 자본 대표 5인의 노사동수로 구성하되, 노사 쌍방에 중립적인 1인이 위원장을 맡게 하는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감독위원회에 참여하는 노동 대표 5인 가운데 3인은 산업별 노동조합 혹은 독일노동조합총연맹의 추천을 받게 함으로써 거시적인 국민경제의 흐름을 감안하면서 경영감독을 꾀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또한 경영진 가운데 인사 및 사회정책 담당 이사는 감독위원회에 참여하는 노동 대표자들의 다수가 반대하는 인물이 임명될 수 없도록 법제화하여 노동자들의 권익을 경영진 내부에서 보장하게끔 하였습니다.
 금속 및 석탄 산업분야의 노사 공동결정 제도는 여러 차례 개정되었으나(1956년, 1957년, 1981년, 1987년), 노사동수참여권 조항은 변경되지 않았습니다.

 둘째 모델은 석탄과 철강 산업 분야 이외의 다른 산업 분야들에서 활동하는 2천 명 이하의 주식회사나 합자회사의 노사 공동결정 제도입니다. 1952년 10월 14일에 제정된 기업조직법은 금속 및 석탄 산업분야의 노사 공동결정 제도와는 달리 주식회사나 합자회사의 감독위원회에서 노동 측이 3분지 1의 대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습니다.
 
 셋째 모델은 2천 명 이상을 고용하는 거대 기업들의 공동결정 제도입니다. 1963년 독일노동조합총연맹은 뒤쎌도르프 강령을 채택하여 2천 명 이상을 고용하는 거대 기업들에 석탄과 철강 산업 분야의 공동결정 제도를 적용하자고 주장했습니다. 뒤쎌도르프 강령 이후에 독일 사회에서는 공동결정 제도의 개혁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게 벌어졌고, 사회세력들과 학자들은 매우 다양한 개혁안들을 제시하였습니다. 이에 관한 치열한 논의를 거쳐 독일 연방의회는 1972년 기업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하고 1976년 ‘공동결정법’을 제정하였습니다.
 1976년의 공동결정법은 자본 측이 감독위원회의 위원장을 맡도록 하고, 노사의 가부동수로 인해 결정을 내릴 수 없을 때에는 감독위원장이 두 표의 결정권을 행사하도록 규정하였습니다. 이로써 노사 동수참여의 원칙은 후퇴하였습니다.(공동결정법 29조 2항) 더 나아가 중간 관리자들의 대표를 일반 노동자들이나 직원들의 대표와 분리해서 선출하되, 이들을 모두 노동 측 대표로 포함시킨 조항도 노사 동수참여 원칙에 충실한 것은 아닙니다.(7조 2항)
 1976년의 공동결정법은 노사동등 참여의 원칙에는 다소 미흡하지만, 국내외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여 기업의 신속한 결정과 경쟁능력을 보장하면서도 기업 차원에서 사회적 연대를 구현하려는 노력을 담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1976년 공동결정법 제정 이후의 노력

 1976년 공동결정법이 제정된 이후에도 독일노동조합연맹은 이 제도를 확대하기 위하여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독일의 노사 공동결정 제도는 기업의 인사정책과 사회정책을 수립하는 데 노동의 이해관계와 자본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지만, 본래적인 의미의 공동결정이라고 할 수 있는 기업의 경제정책과 관련해서는 분명한 한계를 갖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독일노동조합은 공동결정제도의 확대를 시도하였고, 이를 보여 주는 성공적인 예는 폴크스바겐 주식회사입니다. 니더작센 주정부가 주식의 21% 가량을 소유하고 있는 폴크스바겐 주식회사는 특별법인 폴크스바겐 법의 규율을 받고 있는데, 이 법은 애초부터 기업의 인수와 관련된 주주총회의 결정이 80% 이상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고, 공장 이전에 관한 결정을 내릴 때에는 노사 동수로 구성된 감독위원회에서 3분지 2 이상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소유권에 근거한 자본의 지배를 제한하여 기업의 경제정책이 자본의 요구에 따라 일방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도록 법제화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이를 가리켜 ‘질적인 공동결정’라고 하는데, 폴크스바겐 콘체른 직장평의회는 이를 확대하는 것을 지구화 시대의 핵심 전략들 가운데 하나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폴크스바겐 콘체른 직장평의회는 2009년 질적인 공동결정의 원칙을 ‘노동관계헌장’에 담아 세계 전역의 폴크스바겐 지역회사들에 적용하도록 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독일의 노사공동결정 제도는 경제발전과 기술혁신으로 인하여 불가피하게 된 지역 차원의 산업구조조정 과정에서도 건설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러한 역할은 특히 석탄 및 철강 산업이 밀집되어 있었던 루르 지역에서 전통산업을 지식과 관광 중심의 생태친화적 산업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두드러졌습니다. 지방정부는 노동 측과 자본 측이 공동결정의 제도적 틀에서 사회적 평화를 유지하는 가운데 구조정책과 과정정책을 적절하게 결합하는 방안을 공동으로 마련하는 데 성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독일 공동결정법이 규정하고 있는 사회계획의 틀 안에서 노동과 자본, 그리고 국가가 서로 협력하여 산업구조조정과 실업대책, 지역경제 안정을 효과적으로 조합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유럽 통합 이후 독일 노동 단체들은 유럽적 차원의 사회 모델이나 기업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것에 주목하였습니다. 독일 노동자들은 비록 독일 특유의 노사문화를 다른 나라 노사관계에 직접 적용하도록 할 수는 없지만, 독일 모델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독일의 참여적 노사협력 모델을 장기간 유지하면서 다른 나라 노동조합들과 연대망을 구축하면서 사회적 유럽을 구축하는 데 이바지하고자 하였습니다. 여가서 더 나아가 경제의 지구화 추세로 인해 초국적 차원의 기업 인수 합병이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상황 아래서 독일의 노동조합은 공동결정 제도를 노동과 자본의 관계를 규율하는 규범으로 전세계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독일 노사공동결정 제도의 시사점

 독일의 노사 공동결정 제도는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적 연대를 동시에 구현하고자 하는 사회적 시장경제의 틀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발전해 왔습니다. 사회적 시장경제가 전후 독일에 번영과 사회적 안정을 가져왔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시장경제를 운영하는 방식이 독일과 너무나도 많이 다른 우리나라에서 독일식 노사 공동결정 제도를 곧바로 도입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독일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노동과 자본이 공동으로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 노동과 자본의 사회적 파트너 관계를 안정시키는 것이 사회적 연대 속에서 경제발전을 이루어가는 한 방도일 것입니다.
 금호타이어에서 노동이사제가 처음 도입되었으니 우리 사회에서도 노사 공동결정 제도가 실험되기 시작한 셈입니다. 독일의 노사 공동결정 제도를 잘 살펴서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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