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05/23 (03:00) from 211.60.252.25' of 211.60.252.25' | Article Number : 37 |
강원돈
(kwdt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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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14144 , Lines : 157 |
| 저금리와 고리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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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와 고리대 강원돈 서민들의 돈 값 최근 가까운 사람에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자기가 아는 동료가 창업을 하기 위해 은행으 로부터 대출을 받으려고 했는데, 그 일이 몹시 힘들었다는 겁니다. 그 사람은 우선 신용조사 의 문턱조차 넘을 수 없었습니다. 가족 중의 한 사람이 신용불량에 걸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대통령의 신용불량자 사면 조치에 힘입어 가까스로 그 일을 처리하였더니, 이번에는 가게를 낼 건물과 전세로 든 주택에 가압류가 들어 있어서 대출이 어렵다는 대답을 은행으 로부터 들었습니다. 허겁지겁 그 일을 애써 해결했더니, 이번에는 주택 임대 전세계약서를 확인하자고 해서 그 일을 위해 또 발 품을 팔아야 했답니다. 다행히 대출은 받을 수 있었으 나, 그 동안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몸이 녹초가 되고, 대출이 될 듯 안 될 듯해서 마음을 조린 생각을 하면, 뭘 모르고 은행 대출을 받겠다고 나섰지 사정을 알 았다면 은행대출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않았을 것이랍니다. 은행 문턱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는 여전히 높은가 봅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신용기관은 마을 금고들입니다. 이 금고들은 여러 금융상 품들을 내 놓고 있지만, 신용대출의 경우 금리는 매우 높습니다. 서민들의 신용이 낮게 평가 되기 때문입니다. 금고들은 많은 경우 담보를 잡고 대출을 해 주는데, 집이 없는 서민들이 내 걸 수 있는 담보는 전세권 설정뿐일 것입니다. 대부분의 집주인들은 이 일을 꺼리기 때 문에 서민들이 담보를 잡히고 금고들로부터 돈을 꾸는 일도 여의치 않습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기댈 수 있는 곳은 사채업자들밖에 없습니다. 사채업자들은 그들에게 찾아와 돈을 꾸려는 사람들의 처지를 너무나도 잘 압니다. 돈 값을 올려도, 울며 겨자 먹기로 그 비싼 돈을 얻어갈 수밖에 없는 사정을 꿰뚫어 보고 있는 것이 지요. 당연히 사채 이자는 높아집니다. 요즈음 같은 문명 사회에 여전히 연 24 퍼센트에서 36 퍼센트의 사채가 거래된다면, 지각 있는 사람들은 세상 망할 징조라고 개탄을 할 것입니 다. 그러나 그 정도의 사채 이자는 그래도 격조가 있는 것이랍니다. 최근 언론에서도 많이 보도되었지만, 악질적인 사채업자들은 꿔준 돈 가운데 비싼 돈 값 을 미리 떼는 횡포에 더하여, 원리금 상환을 연체할 경우에는 천문학적인 연체이자를 부과 하여 그 이자율이 연 1천 퍼센트를 넘어서는 경우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사채업자들에게 돈 을 꿀 정도로 신용상태가 나쁜 서민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을 갚을 길이 있을 리 없지 요. 그럴 경우, 사채업자들은 온갖 폭력을 동원하여 억울한 빚을 기어코 받아낸답니다. 말만 들어도 끔찍한 신체 포기 각서니 채무자를 산 채로 매장하겠다는 공갈 이야기는 이런 맥락 에서 나왔습니다. 형편없이 떨어진 제도권의 돈 값 서민들의 돈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데 반해 제도권의 돈 값은 역사상 가장 낮게 형성되고 있습니다. 제도권 수신금리는 약 6 퍼센트 선입니다. 이 금리는 물가상승률과 이자소득세를 감안하면 제로 금리에 가깝다고 합니다. 제도권 신용기관들 사이에 초단기로 거래되는 돈 값(콜금리)은 요즈음 5 퍼센트인데, 만일 이 금리를 조금만 더 내리면 마이너스 금리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제도권의 돈 값이 이처럼 떨어지는 것은 자금시장에서 돈의 공급과 수요가 잘 맞아떨어지 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중자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다는 말은 누구나 익히 들어 알 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4개월 동안 기업들이 증시나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실적은 형편없이 나쁩니다. 4대그룹이 약 6조 원 정도이고, 중소기업들은 겨우 8천여 억 원 에 불과합니다. 수시 입출금식 예금이나 단기 정기예금 등의 형태로 단기 부동화하는 자금 의 규모가 늘어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자금의 수요가 적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세상이 어수선하면 마음 편하게 자금을 저축성예금으로 은행에 묶어두는 것이 낫다고 해서 은행수신고가 늘어나는 모양입니다만, 시중은행들은 기껏 개인을 상대로 한 신용거래나 담 보물 대출, 혹은 국공채 매입 등에 자금을 사용할 뿐, 좀처럼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수요를 창출하려 들지 않습니다. 시중은행들로서는 예대마진 폭을 적당히 유지하면서 안전하게 수 익을 올리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기업들도 지난 해 말이래 지속되어 온 경 기침체에 기가 죽어서인지 투자를 확대할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올들어 인플레이션이 4 퍼센트 이상 높아지고 있는데도 시중금리는 낮게 형성되고 있는 것입니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 시중자금은 수익을 찾아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이 정상입니다. 증 권시장 진입이나 회사채 매입 등이 그런 움직임일 것입니다. 은행에 저축을 해 보아야 수익 을 실현할 수 없으니 다소 위험 부담이 있더라도 증권이나 회사채를 매입하는 것이지요. 그 러나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직접금융시장은 아직도 잠잠할 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시중자 금의 흐름은 극도로 왜곡되고 있습니다. 한 두 가지 예를 들자면, 올 초 이사철에 나타난 전세대란이 그 하나입니다. 전세계약이 끝나자 집주인들은 앞을 다투어 전세를 월세로 바꾸었습니다. 신문 보도에 따르면,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비율이 80 퍼센트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집주인들은 은행으로부터 싼 비용으 로 돈을 꾸어 전세대금을 갚은 다음, 조정된 전세금에 대해 적게는 월 1부 5리, 많게는 2부 이자로 월세를 받아 챙기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임대를 통해서 고리대업을 하자는 것인데, 그렇지 않아도 실업에, 비정규직 취업에, 실질 임금삭감 등에 허리가 휠 대로 휜 서민들은 백주에 돈을 강탈하는 임대 폭력 앞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만 것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투기 바람입니다. 갈 곳 없는 돈이 대박 터진다는 소문을 듣고 가만히 앉 아 있을 리 만무합니다. 어떤 사업이 고수익을 보장할 것 같다고 하면, 그곳에는 투기꾼들이 몰려듭니다. 개발 예정 지역의 부동산 투기 조짐이 다시 나타나고, 임대사업에 유리한 소규 모 아파트 분양이 활성화되는 것이 그것입니다. 정부는 이 때다 싶어서인지 주택을 매매하 는 쌍방에게 갖가지 세제 혜택을 주겠다고 팔을 걷고 나섰습니다. 정부가 투기 수요를 은근 히 부추기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렇게라도 해서 돈이 제대로 돌아 투자와 소비의 선순환이 이어진다면 좋겠지만, 그 동안 우리 경제에서 투기는 개별기업이나 국민경제의 비용부담을 높이는 데 더 큰 공헌을 했을 뿐입니다. 저금리 속의 고리대 현상이 나타나는 더 깊은 속내 물론 저금리로 인해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직장이 확실하거나 주택이나 큼직한 담보물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에게는 확실히 돈 값이 쌉니다. 국가 전략 산업 부문에 속하거나 4대그룹에 속한 기업들도 싼 이자의 혜택을 즐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렇지 않은 사람들은 여전히 신용제도의 음지에서 허덕이고, 더 나아가서는 고리대의 희생자 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최근 정부는 고리대로 인한 서민들의 희생이 크다고 인식하여 사채시장의 큰 손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하고, 사채이자의 한도를 법으로 묶고, 신용불량으로 인해 제도 금융권에서 소외 된 사람들에게는 한시적으로 채무 변제 후 신용불량 사면 조치를 취했습니다. IMF 경제관 리 기간에 근 3백만 명 정도로 불어난 신용불량자를 구제하여 제도권 신용기관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잘 한 조치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사채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큰 실효를 거둘 것 같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고리대 사채시장의 번성은 좀 더 깊은 이유가 있 기 때문입니다. 고리대 사채시장은 지난 몇 년 동안 금융시장 구조조정을 통해 지역 신용제도가 붕괴되면 서 번창하기 시작했습니다. 금융구조조정은 여러 측면에서 진행되었습니다만, 제가 보기에 지역 신용제도와 관련해서는 두 가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하나는, 무역이나 외환 업무와 관련 없는 지역 은행들에도 엄격한 BIS 비율(국제결제은행 이 규정한 은행의 자기자본 비율)을 적용한 것입니다. 금융건전성 지표로 활용된 BIS 비율 8 퍼센트를 정해진 기간 내에 맞추지 못한 지방은행들은 불량은행으로 낙인찍혀 퇴출되고 말았는데, 이로 인해서 지역 경제를 뒷받침해 온 지역 신용제도는 마비되고 말았습니다. 지 역 은행들이 몰락하면서 제도권 은행들은 서울에 집중되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여신은 중앙 집중적으로 운영되어 지역 경제의 특수한 사정들을 제대로 감안할 수 없게 됩니다. 당연히 지역 중소기업들은 투자수요가 있을 경우나 손실처리를 위해 비용을 조달해야 할 경우, 혹 은 채무이행을 해야 할 경우에 제도권 은행들로부터 대출을 받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러 자 지역의 많은 중소기업인들은 사채시장으로 몰려들었습니다. 고리로 급전을 빌리고도 살 아남을 기업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법입니다. 지역 경제의 기반은 이렇게 해서 허물어지 고 말았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제도권 은행들의 중앙집중화와 거대화를 위한 조치들을 꼽을 수 있습니 다. 제도권 은행들이 서울에 집중되고 지역에 영업점을 두게 되면, 자금이 지역 경제 안에서 순환하지 않고 중앙으로 유출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지역 경제에서 생산된 부가 지역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것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제도권 은행들이 인수·합병을 통 해 거대은행으로 탈바꿈하고, 이 거대은행들의 외국인 자본 비율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많 은 사람들은 지역 경제로부터 유출되어 중앙은행들에 축적된 돈이 다시 해외로 유출되고 말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지역 경제는 몰락하게 되고, 지역 경제에 몸을 기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극도로 피폐해질 것입니다. 지역의 제도권 자금시장에 돈이 말라 버리면서 서민들은 급전을 찾아 사채시장을 찾아 나설 것이며, 다시 고리대의 악순환 에 빠져 희망을 잃고 말 것입니다. 서울의 은행들에 돈이 차고 넘치는데도 지역 경제는 돈 가뭄에 시달리고, 무수한 중소기 업인들과 서민들이 고리대로 인해 고통받는 이러한 사태 발전은 분명 불행한 일임에 틀림없 습니다. 지역 신용제도의 재건을 위하여 혹자는 지구화된 경제 체제에서 은행의 건전성 확보와 거대화, 그리고 외국인 지분 확대는 불가피한 선택이고, 다른 어떤 대안도 없다고 말할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선진 경제들에서 지역 신용제도는 매우 중시되고 있습니다. 흔히 독일에는 도이췌 방크, 코메르츠 방크, 드레 스데너 방크밖에 없는 줄로 알지만, 이 은행들은 독일 총수신의 10여 퍼센트밖에 차지하지 못하고, 나머지는 무수한 지역 은행들에 예치되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지역 은행들이 살 아 있기에 독일의 지역 중소기업들은 든든한 기반 위에서 지구화의 도전을 이겨내고 착실하 게 성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독일의 국부는 지역경제의 견실한 발전을 떼어놓고서는 결코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독일만이 그런 것이 아닙니다. 선진경제로 손꼽히는 일본이나 미국도 지역 신용제 도는 시퍼렇게 살아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에서 화려한 인수합병에 나서는 거대 은행들은 이 들 국가의 신용제도에서 극히 적은 일부분을 이루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해 정말 시급한 것은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입니다. 경제의 지 구화를 우리 나라 경제의 조건으로 간주하는 경우라 해도, 국민경제의 지역적 기반을 강화 하는 것은 지구화의 도전을 이겨내는 길입니다. 경제의 지구화 조건 아래서 자본이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움직이고 있다 해도, 사람들은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거기서 경제활동을 하며 살아갑니다. 지역 경제가 붕괴되면, 지역 사회가 무너지고, 거기 깃들어 살아가는 사람 들의 삶도 망가집니다. 그들은 자본이나 상품과는 달리 국경을 마음대로 넘나들며 삶의 기 회를 제공하는 지역으로 이동할 수 없습니다. 지역 경제와 지역 사회를 살리려면, 지역 신용제도를 재건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정부는 지역 은행들이 손쉽게 창설될 수 있도록 불합리한 제도들을 뜯어 고쳐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지난 날 지역 은행들을 붕괴시키는 데 이바지했던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를 재평 가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지역 경제에서 돈의 흐름을 원활히 할 수 있는 지급 준비율을 합리적으로 설정해서 그 기준을 지키며 지역 은행들이 영업을 하도록 하면 되었 지, 스위스에 있는 하나의 민간은행에 불과한 국제결제은행의 권고를 하늘의 계명처럼 떠받 들 이유가 어디에 있다는 것입니까? 지역 주민들은 지역 은행들의 창설을 위해 다시 한번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지역 경제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는 앞으로 많은 연구를 통해 해결되어야 할 과제입니 다. 이론적으로, 지역 주민들이 다양한 지역 경제 활동을 통해 유기적으로 결합하면서 개방 적인 내포형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경제 영역을 지역 경제라고 규정한다면, 이를 뒷받침하 는 여러 지역 은행들이 창설되어 지역 안에서 자금이 순환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마련하 는 데 지역 주민들이 앞장을 서야 할 것입니다. 지역 은행들은 지역 경제의 적정 성장을 지원하고, 지역 경제의 적정 성장 조건 아래서 지역 기업들과 가계들의 위험 회피 비용을 계산하여 적정 이자율을 설정할 것입니다. 이렇 게 되면, 기업이나 가계가 터무니없는 자금조달 비용을 물며 피눈물을 흘리는 일도 사라지 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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