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돈의 에세이
Kang Won-Don's Essay

2019/12/08 (17:45) from 218.146.8.38' of 218.146.8.38' Article Number : 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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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불로소득을 남김없이 환수하여 모든 국민에게 균분(均分)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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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불로소득을 남김없이 환수하여 모든 국민에게 균분(均分)하자

강원돈(한신대 신학부 교수/사회윤리와 민중신학)

성서의 희년법은 인간의 존엄성 보장, 정의, 참여, 생태학적 규율 등 기독교 경제윤리의 네 가지 원칙들을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다. 사람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면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을 하나님의 ‘아훗짜’로 간주하여 소유와 독점의 대상이 될 수 없도록 한 성서의 희년법은 하나님이 모든 사람들에게 생활의 터전으로 허락하신 땅과 토지가 공익을 최대한 실현하는 방식으로 사용되어야 한다는 것을 끊임없이 되풀이해서 일깨워준다. 성서의 희년법은 토지 공(公) 개념의 원천이다.
오늘의 한국 사회에서 토지와 땅은 소유와 독점의 대상이 되었고, 부동산 소유라는 특권을 통하여 천문학적인 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지대를 추구하는 세력에 의해 무분별한 개발이 이루어져서 생태계가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된다. 부동산 불로소득이 엄청난 규모로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경제구조를 해체하지 않고서는 사회친화적이고 생태친화적인 시장경제를 형성할 길이 없을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 직면해서 교회는 토지 공(公) 개념을 구현하기 위하여 땅과 토지에서 발생하는 지대를 공유할 것을 촉구하고,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서 부동산 불로소득을 남김없이 환수하여 이를 모든 국민이 균분하는 경제를 형성할 것을 우리 사회를 향해 강력히 선포하여야 한다.

토지 공(公) 개념을 구현하는 방식

토지 공(公) 개념을 구현하는 방식은 크게 보아 세 가지이다. 하나는 토지 공(公) 개념을 문자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땅과 토지에 대한 소유를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땅과 토지에 대한 사용 전권을 국가가 행사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의 토지국유제를 여전히 엄격하게 시행하는 국가는 오늘의 세계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도가 아닐까 한다. 그곳에서도 개인이 채마 밭 정도를 경작하도록 허락하여 생계를 꾸리게 하는 일이 장려되고 있기는 하다. 이러한 엄격한 토지국유제는 오직 국가가 고도의 사회적 안목과 생태학적 안목을 갖고서 국토를 계획적으로 개발하고 보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때에만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땅과 토지에 대한 공공임대제도이다. 공공임대제도는 이론적으로 모든 땅과 토지를 국가의 소유로 하고, 특정한 땅과 토지를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국가로부터 일정 기간 동안 그 땅과 토지에 대한 사용권을 부여받고 그 대가로 임대료를 지불하는 제도이다. 땅과 토지에 대한 사용권을 다른 사람에게 매각하거나 양도하거나 재임대할 수 있도록 규정할 수도 있다.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과거의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 제도이다. 공공임대제도가 성공하려면 국가로부터 임대받은 땅과 토지의 사용료, 곧 전통적인 의미의 지대가 정확하게 산정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좋은 입지의 땅과 토지를 헐값의 임대료를 지불하고 사용하는 경우나 그 반대의 경우가 나타나 공공임대 제도가 관료적 부패가 성행하고 특권이 형성되는 복마전으로 전락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땅과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 광범위하게 성립되어 이를 단번에 폐지하지 못하고 용인하여야 할 경우에는 지대공유제와 부동산 보유세를 강력하게 시행하는 제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지대공유제는 땅과 토지에서 발생하는 지대를 모조리 환수하여 모든 국민들에게 나누어 주거나 모두에게 이익이 되도록 공적으로 사용하는 제도를 가리키고, 부동산 보유세제는 지대공유제를 구현하는 유력한 수단이다.
토지에 대한 소유와 독점이 크게 진전되어 있는 상황에서 토지국유제를 실시하려면 부르주아적 소유권을 소멸시키는 혁명적인 조치를 시행하거나 유상몰수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오늘의 정세에서 탈(脫)부르주아적 혁명을 성공시키기가 쉽지 않다. 만일 유상몰수를 시도한다면, 그 비용이 워낙 막대하기에 자칫 국가채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공산이 크다.
공공임대제는 우리나라에서 시행될 수는 있겠지만, 그 규모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다. 국가가 확보하고 있는 국유지와 공유지는 전 국토의 30%를 조금 상회할 정도인데, 그것도 산림, 하천, 강, 호수, 해안 등에 편중되어 있고, 경제적으로 활용 가능한 땅은 이미 도로, 도시 기반 설비 등에 상당히 많이 편입되어 있다. 따라서 주거용 택지와 농경지, 목축지, 공단 등 산업용지로 사용할 수 있는 토지를 공공임대제의 틀에서 더 많이 공급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장기간에 걸쳐 민간으로부터 토지를 대규모로 매입하여야 하는데, 그 비용 역시 천문학적일 것이다.
토지국유제나 공공임대제에 비하면, 지대공유제나 부동산 보유세는 토지 공(公) 개념을 구현하는 여러 제도들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의 제도이다. 그러나 그 제도를 도입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가장 적다. 지대공유제의 정신에 따라 부동산 불로소득을 거두어 모든 사람들의 이익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부동산 보유세제를 설계하여 운영하면 이 제도를 도입하는 데 큰 저항이 일어나지 않을 공산이 크다.

헨리 조지의 지대공유 사상

지대공유 사상의 요지는 지대를 모조리 환수하여 모든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자는 것이다. 이 사상은 19세기 말에 헨리 조지(Henry George, 1839–1897)에 의해 정교하게 가다듬어졌다. 헨리 조지는 미국을 위시한 당대 세계에서 지대 수취에서 비롯되는 폐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그 해법을 찾기 위해 고심했다. 그는 문명이 진보하는 데도 빈곤이 확산되는 이유를 알고자 했고, 그 까닭이 지대에 있다고 보았다.
그는 근대 경제학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지대 문제에 깊이 파고들었던 데이비드 리카아도(David Ricardo, 1772-1823)의 이론에 주목했다. 농경지의 비옥도를 예로 들어 차액지대의 발생을 서술한 리카아도는 농경을 지속함에 따라 농경지의 비옥도가 점차 떨어지면 마침내 차액지대가 소멸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차액지대를 내세워 고율의 지대를 수취하는 것이 정당하지 않다는 뜻이다.
“땅은 하나님의 것”이고 사람들이 삶을 영위하도록 모든 사람들에게 그 사용이 허락되었다는 성서의 희년법 정신을 잘 알고 있었던 헨리 조지는 리카아도의 지대론을 가다듬어 아예 지대를 수취하는 것이 정당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고, 지주들이 수취한 지대를 공유하여 사회 발전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한다면, 문명의 진보를 촉진하면서 빈곤을 퇴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이러한 생각을 다음과 같이 알기 쉽게 정리했다.

“내가 주장하는 것은 사유토지의 매수도 환수도 아니다. 매수는 정의롭지 못한 방법이고, 환수는 지나친 방법이다. 현재 토지를 갖고 있는 사람은 그대로 토지를 갖게 한다. 각자가 보유하는 토지를 지금처럼 자기 땅이라고 불러도 좋다. 토지를 사고파는 것도 허용하고, 유증과 상속도 할 수 있게 한다. 알맹이만 얻으면 껍질은 지주에게 주어도 좋다. 토지를 환수할 필요는 없고 단지 지대만 환수하면 된다. 이 제도는 지대를 징수해 공공경비에 충당하면 그만이므로 정부가 토지 임대 문제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토지소유자에게 지대의 적은 부분을 남겨 두고 (...) 기존의 기구를 활용해서 지대를 징수해 공공경비에 충당한다면 잡음이나 충격 없이 토지에 대한 공동의 권리를 확립할 수 있다.”(김윤상/박창수, 『헨리 조지, 진보와 빈곤』(서울: 살림, 2007), 186f.)


헨리 조지의 생각은 단순하면서도 설득력이 있다. 토지소유제가 확립되어 있는 역사적 조건들 아래서 그의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제도는 문자 그대로 지대공유제이다. 그는 지대공유를 통하여 토지 공(公) 개념을 실질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땅과 토지에서 발생한 지대를 세금으로 환수하여 모든 사람들의 이익을 위하여 사용하면, 땅과 토지에 대한 소유는 명목일 뿐 땅과 토지의 보유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모든 사람들에게 공유되기 때문이다.
지대공유제의 핵심은 지대세이다. 지대세를 징수하여 공익을 위해 사용하면, 국민소득에서 지대로 빠져나가는 것이 사실상 사라지기 때문에 국민소득은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으로 분배되어 두 가지 소득이 모두 증가하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 자본소득이 증가하면 경제 활력이 강해지고, 노동소득이 증가하면 구매력이 강화되고 복지가 향상될 것이다. 정부의 경제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였던 헨리 조지는 지대세 이외의 모든 세금을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고, 자본소득과 노동소득에서 세금을 거두는 것은 결코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자본소득세와 노동소득세 징수는 생산 활력과 소비 능력을 저하시켜서 국민경제의 선순환을 가로막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논거였다. 헨리 조지는 지대가 발생하지 않는 국민경제에서는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의 발생을 그대로 두어도 자본주의 경제는 원활하게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바로 이 점에서도 헨리 조지는 리카아도의 충실한 제자였다.
그는 리카아도와 마찬가지로 자본주의 경제에서 결정되는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리카아도는 노동력과 노동을 개념적으로 구별하지 못해서 자본주의 경제에서 합법의 가면을 쓰고 자행되는 노동력 수탈을 인식하지 못했고, 임금(노동소득)이 노동시장에서 공정하게 교환된 ‘노동’의 대가라는 허위의식에 매몰되어 있었다. 따라서 필자는 데이비드 리카아도의 가치론에 따라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의 정당성을 그대로 인정하고 있는 헨리 조지의 견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지대에 대한 과세가 제대로 이루어지면 노동소득이나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를 폐지해도 좋을 것이라는 견해도 받아들일 수 없다. 지대의 공유를 전제하더라도, 자본의 이해관계와 노동의 이해관계를 조화시켜 국민경제의 거시 균형을 달성하는 방법을 강구하기 위해서는 데이비드 리카아도와 헨리 조지의 이론을 뛰어넘어야 한다.

부동산 불로소득의 환수

헨리 조지의 이론이 갖는 한계를 지적한다고 해서, 그가 주장한 지대공유제가 빛을 바래는 것은 아니다. 지대를 공유해서 할 일은 많다. 교육, 복지 등을 위시하여 사회, 경제, 문화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사용할 수도 있고, 그것을 모든 국민들에게 균분할 수도 있다. 헨리 조지는 땅과 토지에서 발생하는 전통적인 의미의 지대에 대한 징세를 생각하였지만, 땅과 토지를 위시한 부동산이 상위 1% 혹은 상위 10%에 집중되어 있어서 부동산 보유가 특권을 형성하고 있는 현실에서는 부동산 보유의 특권에서 발생하는 ‘지대’를 훨씬 더 넓은 의미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땅과 토지의 소유로 인하여 발생하는 이익은 실로 다양하다. 전통적인 의미의 지대는 그 이익들 가운데 하나이고, 그 규모는 그 이익들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토지거래로 인한 차익, 토지의 증여 혹은 상속으로 인한 재산이득, 토지가치의 상승으로 인한 이득 등이 오하려 훨씬 더 많다. 도시와 산업이 발전하면서, 주택과 부속토지, 공장과 부속토지 등 단순히 땅과 토지의 개념으로 축소할 수 없는 부동산의 소유로 인해 발생하는 이득이 커졌고, 그 이득의 실현형태도 다양해졌다. 단순히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기만 해도 부동산 가치 상승으로 인해 얻는 재산이득이 엄청나고, 그것은 고스란히 부동산 매매 차익으로 실현된다. 도시 구역과 공장 구역에서 임대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매 차익 실현보다는 적은 편이지만, 2014년 이후에는 그것을 조금씩 앞지르고 있다. 증여, 상속 등에서 발생하는 재산이익도 막대하다.
부동산 보유에서 발생하는 이득은 부동산을 매입하는 데 들어간 자금의 시장이자와 부동산을 관리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공제하고 나면 불로소득의 성격을 띤다. 이러한 불로소득은 남김없이 징수되어 모든 사람들의 이익을 위하여 사용되어야 마땅하다. 지난 연재 29회(“부동산 투기를 통한 불로소득은 죄악이다”)에서 필자는 전강수 등의 연구를 인용하여 부동산 보유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의 규모가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GNP의 25%에 달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러한 불로소득을 모조리 환수하여 모든 국민에게 배분했다면, 2007년부터 2015년까지 국민총소득이 달러 기준으로 평균 2만8천 달러였다고 계산할 경우, 국민 한 사람에게는 년 평균 약 7천 달러의 소득이 증가하는 효과를 냈을 것이다.

우리나라 부동산 세제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데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가?

현행 우리나라 부동산 세제는 부동산 보유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취득세, 양도소득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증여세, 상속세 등 부동산 보유에 관련된 많은 세목들이 있지만, 거래세를 제외하면 실효성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지대나 임대료 소득에 대한 과세는 법인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부동산 세제가 부동산 불로소득을 실효성 있게 환수하지 못하는 까닭은 무수히 많은 예외조항들이 부동산 세제에 구멍을 뚫어놓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세제는 단순하여야 하고, 예외를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 예를 들면,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면제는 서울 강남 지역처럼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리는 곳에서는 부동산 투기의 유인이 된다. ‘똘똘한 집 한 채’를 통하여 몇 억, 십 몇 억, 몇 십억의 차익을 실현하면서도,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면, 불로소득을 얻기 위한 투기판이 끝 갈데없이 달구어질 것이다.
양도소득은 보유 부동산의 가치 상승에서 비롯된 것이고 그 가치상승에 부동산 보유자가 특별히 기여한 것이 없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에 전형적인 불로소득이다. 이러한 불로소득은 예외 없이 세금으로 징수되어야 한다. 이 경우, 세무 당국은 양도소득에서 부동산 취득에 투입된 자금에 대한 시장이자, 부동산 건물의 감가상각비용, 관리 및 수리비용 등을 공제한 불로소득 금액을 정확하게 계산하기만 하면 된다.
양도소득은 1가구 1주택자를 포함하여 다주택 소유자들에게도 똑같은 기준으로 적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가 지정하는 특정 지역에 한해서 2주택자들과 3주택 이상 소유자들에게 기본세율에 각각 10%와 20%의 가산세율을 부여하는 징벌적 성격의 징세보다는 주택 소유의 양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소득구간별 양도소득 누진세율을 매기는 것이 훨씬 더 낫다. 세금 부여 원칙은 단순하여야 하고, 징세가 부동산 거래를 가로 막는 장애물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부동산 세제의 문제를 하나하나 따지려면 한정이 없기에, 부동산 투기를 잠재우기 위해 동원되는 세제 가운데 종합부동산 세제에 대해서만 한 마디 하고 넘어가고 싶다. 종합부동산세제는 다주택 소유자들에게 재산세 부담을 가중시키기 위해 만든 제도이다. 이 제도는 각 사람이 갖고 있는 모든 부동산의 가액을 합산하여 누진세율을 적용하도록 설계되었다. 종합부동산세제는 부동산 보유세를 늘려서 부동산 투기와 불필요한 부동산 보유를 억제하겠다는 좋은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 제도는 ‘세금 폭탄’이라는 비난이 쏟아질 정도로 많은 저항에 부딪쳤고, 그 저항에 밀려서 임대사업자들에게 종합부동산 징세의 예외를 인정하는 등 무수히 많은 예외 규정들을 두어 이제는 실효성을 거의 잃다 시피 했다. 종합부동산세의 세수 규모도 보잘 것이 없다. 그런데도 종합부동산 세제가 큰 저항에 부딪친 것은 세금을 내는 사람과 그 혜택을 입는 사람이 분리되었기 때문이다. 종합부동산세는 국세로 징수되고 부동산 교부세로 지방자치단체에 배분되도록 설계되어 있었던 것이다. 재산세가 지방세임을 감안한다면, 재산세의 일종인 종합부동산세를 국세로 편성할 이유가 논리적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부동산 세제가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데 얼마나 실효성 있게 기여하는가를 놓고 판단하자면, 그 대답은 부정적이다. 불로소득의 규모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과 부동산 보유세의 비율은 2017년 현재 21 ; 0.8 정도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보유세가 부동산 세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감안한다 할지라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불로소득의 대부분이 부동산 보유자들의 정상적인 소득으로 인정되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부동산 보유세의 강화

부동산 세제는 거래세를 대폭 줄이고 보유세를 대폭 늘리는 방향으로 개편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유세는 지금까지 재산세라는 이름으로 통용되어 왔고, 종합부동산세의 형태로 강력하게 추진되어 왔다. 그렇기에 우리 사회에서 보유세는 이미 낯선 개념이 아니다. 건물에 대한 재산세, 토지에 대한 재산세 등의 용어가 정부의 공식 용어로 통용되고 있지만, 부동산에 관해서는 재산세를 보유세로 고쳐 부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건물은 감가상각의 대상이기에 보유세를 매기는 일이 다소 까다롭지만, 땅과 토지는 감가상각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보유세를 매기는 일이 훨씬 더 단순하다. 부동산 보유세의 핵심은 땅과 토지에 대한 보유세이다.
땅과 토지는 경제 발전에 따라 희소성이 더하여져서 그 값이 뛰는 경향을 갖는다. 모든 부동산이 그렇지만, 땅과 토지도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그 값을 정할 수 없다. 거래되지 않는 땅과 토지의 가격은 단지 평가액일 뿐이다. 국가는 세금을 매기기 위해 땅과 토지의 경제적 가치를 가늠하여 평가액을 정하여 이를 공시한다. 이것이 공시지가이다. 공시지가는 땅과 토지의 보유세를 결정하는 기준이다. 땅과 토지에 대한 보유세는 토지소유의 양이나 토지의 용도나 유형 등에 따르는 차이나 예외를 두지 않고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매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1평의 땅을 가진 국민이라면 모두 보유세를 내야하고, 논밭, 임야, 산림, 주택 부속토지, 공장 부속토지 등을 구별하지 말고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 땅과 토지에 대한 보유세는 2017년 현재 GDP의 0.8% 수준이고, 그것은 OECD 평균 0.91%에 밑돈다. 부동산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한 보유세 실효세율을 놓고 보면, OECD 평균이 0.435%인데 비해, 땅값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축에 속하는 우리나라는 0.156%에 불과하다. 미국이나 캐나다의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은 1%에 달한다. 정부는 부동산 보유세율을 GDP의 1% 수준으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 가격이 국민경제와 민간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IMF는 부동산 보유세율을 GDP의 2% 수준으로 높일 것을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보유세율을 GDP의 2% 수준이나 OECD의 평균 부동산 실효세율 수준으로 높이면, 부동산 불로소득을 장기간에 걸쳐 환수하고 부동산 투기를 잠재우는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게 될 것이다. 부동산 보유에 따르는 세금 부담이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커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부동산 보유 자체에 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고, 보유 부동산을 매각하려고 들 것이다. 물론 이러한 사태 발전에 맞서서 부동산 보유세 강화를 좌절시키려는 강력한 저항이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러나 그러한 저항은 분쇄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저항을 누그러뜨리고 분쇄하려면, 부동산 보유세를 낸 사람들이 직접 그 세금의 혜택을 받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한신대학교 강남훈 교수는 땅과 토지를 소유한 사람들에게서 보유세를 거두어 이를 모든 국민들에게 균분하는 ‘토지배당’을 도입하자고 제안한다. 땅과 토지의 보유세, 곧 ‘국토보유세’와 ‘토지배당’을 서로 연계하는 방안의 효과를 측정하기 위하여 전강수 교수는 노무현 정부 시절의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적용하여 국토보유세 징수액과 토지배당 액수를 추정하는 시뮬레이션 작업을 수행했다. 2018년 현재 국토보유세로 거두는 세수는 약 15조 5천억 원으로 추정되고, 이를 인구수로 나누면 1인당 30만원의 토지배당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토보유세를 거두어 이를 균분하면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들을 포함하여 전체 가구의 94%가 부동산 보유세 도입으로 인하여 경제적 부담을 지기는커녕 도리어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렇게 되면 부동산 보유세 강화에 반발하는 세력은 국민의 대다수로부터 지지를 얻지 못하게 될 것이다.

* 전강수, 『부동산 공화국 경제사』(서울 : 여문책, 2019), 234.

세금 납부와 그 혜택을 직접 결합시키도록 설계된 부동산 보유세제는 장기적으로 부동산 양도소득세를 폐지하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양도소득세에서 부동산 보유세를 공제하는 방식으로 세정을 운영하면 되고, 일정 기간이 지나서 부동산 보유세가 양도소득세를 초과하게 되면 양도소득세는 저절로 실효성을 잃게 될 것이다.
부동산 보유세가 제대로 정착되더라도, 부동산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의 중요성은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부동산 불로소득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이 임대소득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는 사각지대가 남지 않도록 치밀하게 설계되고 철저하게 시행되어야 할 분야이다.

맺음말

‘국토보유세’와 ‘토지배당’을 서로 결합시키는 방안은 주목할 만하다. ‘토지배당’은 기본소득의 한 형태이다. 기본소득은 연령, 성별, 직업유무, 재산 유무 등 일체의 수급 자격을 따지지 않고 국민 개개인에게 차별 없이 무조건 현금으로 지불되는 것이 원칙이다. 토지와 땅에 대한 소유와 독점이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국토보유세 강화는 부동산 투기를 잠재우고,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효과를 거둘 것이고, 토지배당은 기본소득을 우리 사회에 정착시키고 확장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다.
국토보유세와 토지배당을 결합하자는 제안은 땅과 토지에 대한 소유와 독점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지대공유제를 실현하는 현실적인 방안들 가운데 하나이며, 그 기본취지가 성서의 희년법 정신에 통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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