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9/12/14 (22:59) from 164.124.80.106' of 164.124.80.106' | Article Number : 4 |
강원돈
(kwdth@chollian.net)
|
Access : 12228 , Lines : 129 |
| "노동의 경영참가"를 둘러싼 논쟁을 듣고서 |
|---|
 Download : SALIM9805.hwp
(31 Kbytes)
|
|
"노동의 경영참가"를 둘러싼 논쟁을 듣고서 - 기업의 지배구조 개혁은 더 철저하게! 강원돈 제2기 노사정위원회를 둘러싼 진통 지난 6월 초에 제2기 노사정위원회가 구성되어 협의에 들어가기까지 노동과 자본과 정부는 큰 진통을 겪었습니다. 민주노총 측이 정리해고제, 노동의 경영참가, 공공부문 구조조정 등과 관련 된 문재들을 노사정위원회의 주요의제로 채택할 것을 요구하고, 이에 대해 자본측과 정부가 처 음부터 협상불가 방침을 정하고 나서자 일이 어렵게 풀리기 시작하였던 것입니다. 5월 말에 민 주노총 측은 시한부 파업을 결행하면서까지 이 의제들의 채택을 관철시키고자 하였습니다. 여기 서 저는 국가의 총체적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협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노사정위원회의 여러 주체들이 보여 주었던 협상 방식과 자세에 대해 평가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다만, 파 업국면에서 협상국면으로 전환된 상황을 맞이하면서, 노동측이 내걸었던 의제들 가운데 "노동의 경영참가"가 우리 현실에서 갖는 의미가 무엇인가를 한번 곰곰히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제1기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된 기업 지배구조 개혁 방안의 문제점 지난 연초에 작업이 진행되었던 제1기 노사정위원회의 성과들 가운데 하나는 기업의 지배구조 개혁에 대한 사회협약입니다. 이 사회협약에 의거하여 "회장" 독재의 상징이었던 회장비서실의 해체가 추진되고, 이사회 중심의 결의 구조가 구축되기 시작하였고, 사외이사제의 도입과 소액주 주의 권한 강화가 법제화되었습니다. 우리 기업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이러한 제도개혁은 굉장 히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이 제도개혁을 통하여 이른바 "재벌"의 "오너 경영"이라는 관행에 일단 제동이 걸리고, 소유와 경영의 분리에 근거한 선진적인 기업경영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 하였기 때문입니다. 장기적으로 이사회 중심의 결의 구조는 "회장"의 독선적 결정보다 더 많은 책임경영을 실현할 것이고, 이 책임경영은 다시 사외이사들의 조언과 견제, 주주들의 활발한 참 여와 경영통제로 보다 높은 수준의 투명성을 보장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 제도개혁은 기업의 지배구조를 근본적으로 민주화하는 데에는 뚜렷한 한계를 갖습 니다. 제1기 노사정위원회 이후 이제까지 논의되고 실천된 기업의 지배구조 개혁 방안들에는 자 본측의 시각만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기업이 자본과 노동의 결합에 터잡은 영리조직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기업의 지배구조 개혁과 관련하여 노동측의 관점도 고려되어야 마땅할 것입니다. 그 것은 노동과 자본이 시장경제의 역사적 조건들 아래서 서로 협력하도록 강제받고 있기는 하지만 둘 사이에는 부정할 수 없는 이해관계의 대립이 깔려 있다는 사실 때문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사외이사제는 운영하기에 따라 여러가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는 하지만, 이사회 중심의 의사 결정구조의 활성화나 소액주주권의 강화는 자본의 본래적인 이해관계, 곧 수익성을 실현하기 위 한 방편이지, 그 자체가 노동측의 이해관계를 실현시켜 주는 수단이 아닙니다. 이 제도들은 또한 노동과 자본의 "대립 속의 협조"를 민주적으로 이끌어 내는 장치들이 아닙니다. 노동측이 제2기노사정위원회의 구성에 앞서서 "기업의 경영참가"를 의제화하자고 요구한 것은 제1기 노사정위원회의 합의가 안고 있는 이러한 한계를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시도라고 해 석될 수 있습니다. "노동의 경영 참가" - 오해의 여지가 많은 주제 "노동의 경영 참가"는 많은 경우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 쉬운 주제입니다. 시장경제의 역사적 조 건 아래서 노동의 기능과 자본의 기능은 혼합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기업경영의 효율성은 달성될 수 없습니다. 오래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이상적인 모델로 생각하여 왔던 "기업의회주 의"나 "기업공산주의"를 일단 제껴 놓는다 하더라도, 그 동안 관심을 모았던 스웨덴의 "피고용자 기금" 개념도 이 두 기능의 구별과 결합에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기업의 효율성 경쟁이 유례없이 치열해진 개방경제체제에서 경영진의 신속한 결정과 기업가 정신은 그 어느 때 보다도 중요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의 경영참가"는 결코 자본의 기능을 대체하는 장치일 수 없습니다. 그러나 노동의 기능과 자본의 기능을 구별한다고 해서 이 두 기능의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결 합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됩니다. 종래의 테일러주의에서처럼 노동에 대한 자본의 지 배관계를 당연시하던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노동과 자본이 기업경영의 필수불가결한 구성요인들 이기 때문에, 이 두 요인들을 어떻게 결합시키는가 하는 문제가 기업의 지배구조와 관련된 핵심 적 과제입니다. 앞서 말한대로 노동과 자본이 기업 차원에서 숙명적인 대립 속의 협조 관계에 있다고 한다면, 기업의 지배구조는 이 "대립 속의 협조"를 제도적으로 어떻게 이끌어내는가와 직 결되어 있습니다. 기업문화의 성격과 기업의 성패는 이에 좌우된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기업경영에서 노동과 자본의 권력균형이 필요한 까닭 기업경영에서 노동과 자본의 "대립 속의 협조"는 두 당파의 권력이 균형상태에 있을 때 가장 순 조롭게 이루어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둘이 불균형상태에 있을 때 나타나는 결과는 매우 부정 적입니다. 만일 노동의 권력이 상대적으로 강하면, 기업의 소득분배에서 임금의 몫이 많아질 것입니다. 그것은 투자할 몫 가운데 상당부분이 임금으로 지출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게 되면 투자 축소로 인해 노동생산성이 떨어질 것이고, 치열한 경쟁상황에서 노동의 권익은 장기적으로 실현 될 수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수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노동측의 상대적인 소득증가는 금방 상 쇄되고 말 것입니다. 완전고용에 가까웠던 1970년대 초까지 유럽 여러 나라들에서는 실제로 이 러한 상황이 벌어졌고, 그 결과는 참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침체 속의 인플레이션"이었습니다. 거꾸로 자본의 권력이 월등해서 기업이 창출한 가치총량 가운데 노동의 몫을 적정수준 이하로 유지하려고 하면, 노동과 자본의 마찰비용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증대할 것입니다. 노동만족 도가 낮아지면서 노동생산성도 나빠질 것이 뻔합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국민소득의 왜곡된 분배 로 인해 생산과 소비의 균형이 깨지고 경기후퇴가 올 것입니다. 한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정부가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였습니다. 정부는 내수축소를 강요하는 저임금정책을 강요하였고, 기업은 기업 나름대로 병영적 노무관리마저 서슴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정책은 오직 자본화 과정의 특수한 국면에서만 통용될 수 있습니다. 경제 규모가 커져서 내수부문이 날로 중 요해지는 오늘의 경제상황에서는 내수축소는 경제공황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IMF의 경 제관리를 받고 있는 오늘의 상황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자본의 일방적인 권력은 어느 모로 보나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해야 하나? 기업 수준에서 노동과 자본의 권력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 제도적 장치를 강구할 때 유념할 것이 한 두가지 있습니다. 이야기를 좁히기 위해 주식회사 의 예를 들어 보면, 이사회는 주주총회에서 선출된 자본의 집행기구입니다. 이 자본의 집행기구 에서 결정되는 기업의 경제정책, 사회정책, 인사정책이 경영권 행사의 핵심입니다. 그 만큼 중요 합니다. 따라서 이사회의 결정과 운영을 주주총회가 감독하여 자본의 이해관계를 실현하려고 하 는 것은 논리적으로나 사리로 보아 타당합니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에서는 주주총회가 이른바 "감독위원회"를 구성하여 이사회의 활동을 통제하도록 주식법에 의해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잊지 않아야 할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이사회에서 이루어지는 기업의 정책 결정은 자본의 이 해관계 뿐만 아니라 노동의 이해관계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그 때문 에 유럽 여러 나라들에서는 주식법에 규정된 감독위원회에 자본의 대표자들만이 아니라 노동자 들의 대표자들도 참여하여 이사회의 활동을 감독하도록 법제화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원칙적으 로 자본의 기능을 억제하지 않으면서도 자본의 권한행사가 노동의 권익을 해치지 않도록 하려는 제도적 장치입니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이사회 제도를 받아들이려고 하고 있는데, 미국 모델에는 유감스럽게도 이 러한 감독위원회 제도가 없습니다. "오너" 중심의 경영을 탈피하고 이사회 중심의 지배구조를 정 착시키려고 하는 우리나라에서 미국 모델을 덮어 놓고 따르는 것은 이 점에서 큰 문제가 있습니 다. 미국 기업에서는 사외이사제를 활성화하여 이사회 운영을 제도적으로 보완하고 있으나, 설사 사외이사들 가운데 일부가 노동측의 추천에 의해 발탁되었다 하더라도 이들을 통해 노동측의 이 해관계를 관철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만일 우리나라가 유럽의 감독위원회 모델을 도입하려면, 회계감사와 이사의 업무감사만을 규 정하고 있는 현행 주식법이 개정되어야 하고, 회사조직법이 신설되어야 합니다. 주식회사의 경 우, 회사조직법은 무엇보다도 감독위원회의 구성과 역할을 규정하여야 할 것입니다. 어떤 이득이 있는가 - 독일의 교훈 감독위원회의 구성과 역할에는 여러가지 모델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이에 대해 자세 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한 가지 강조할 것은 있습니다. 감독위원회 제도를 통해 노동과 자본 의 공동결정권을 널리 실천하고 있는 독일에는 감독위원회 제도가 산업별, 규모별로 다양한 조 직원리에 의해 여러가지 모양으로 법제화되어 있지만, 노자의 동등권 원칙이 실현된 금속 및 탄 광 산업 분야에서 노사관계가 가장 안정되어 있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금속 및 탄광 산업 분야에서는 감독위원회가 똑같은 수효의 노동자 대표들과 자본수익자 대표 들로 구성되어 있고, 가부의 결정이 나지 않는 경우에 대비하여 노동측과 자본측에 의해 거부되 지 않는 한 사람의 중립적인 인사가 참여합니다. 노동측 대표자들의 일부는 단위사업장 노동자 들에 의해 공장평의회에서 추천되고 다른 일부는 단위사업장을 대표하는 산별노조와 독일노동조 합연맹에 의해 추천되어 주주총회에서 선출됩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사회에서 기업의 인사정책 과 사회정책을 담당하는 이사는 감독위원회에 참여하는 노동자 대표자들의 다수가 반대하는 사 람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독일의 금속 및 탄광 산업에서 실현된 이 감독위원회 제도는 노동과 자본의 절묘한 권력균형을 달성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경제의 전체적인 틀에서 기업경영을 감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실험입니다. 감독위원회는 이사회 감독권 뿐만 아니라 기업경영에 관한 청문권과 정보청구권 등 광범위한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노자의 이해관계를 투명성과 신뢰관계 위에서 합리적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 제도적 장치는 게임이론에서 말하는 "수인들의 딜렘머"를 방지할 수 있고, 이성적 인 담론을 통해 노동투쟁의 발생을 회피할 수도 있습니다. "라인 강의 기적" 뒤에는 "루르 강변에서 시작된 노자동등권에 입각한 공동결정권 제도"가 있 었던 것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