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07/25 (00:08) from 211.169.111.123' of 211.169.111.123' | Article Number : 40 |
강원돈
(kwdt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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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15081 , Lines : 154 |
| 지구화에 반대하는 시위의 확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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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화에 반대하는 시위의 확산 최근에 받은 질문 : 누가 그 일을 할 수 있나요? 얼마 전에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의 지원을 받아 기독교시민사회연대가 주관한 동북아시 아 이주노동자 포럼에 가서 "이주 노동자 선교의 성서적, 신학적 조명"이라는 강의를 한 적 이 있습니다. 이주 노동자 문제는 경제의 지구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국제적인 관심사로 떠올랐습니 다.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이유로 고향 사회를 떠나 낯 설고 물 설은 외국에서 일자리를 찾거나, 취업을 하고 있거나, 실업 상태에 빠진 사람들을 가리켜 이주 노동자라고 하는데, 이와 같은 사람들의 수효는 경제번영지역들에서 나날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들의 정착과 취업에는 엄청난 비용이 들기 마련이어서 해당 지역 정부들은 이주 노동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고, 미국처럼 국경을 철통처럼 봉쇄하거나 갖가지 규제 조치들을 취해서 노동자들의 이주를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불법 이주가 성행하게 되고, 불법으로 다른 나라로 들어간 사람들은 검은 노동 시장에서 일자리를 찾게 되어 법적, 제도 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일쑤이지요. 우리 사회에서도 이주 노동자 문제는 심각합니다. 여기서 자세한 것을 다 말할 수 없지만, 노동자의 이주를 규제하는 조치들로 인해 이주 노동자들의 불법취업률이 60퍼센트 가까이 된다는 통계 수치는 문제의 심각성을 잘 말해 주고 있습니다. 이주 노동자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안은 노동자들의 이주를 불러일으키는 경제적, 사회적 요인들을 제거하는 데 있습니다. 경제의 지구화가 가난한 지역들과 부유한 지역들 사이의 경제적 격차를 확대하고, 이 지역들에서 취업이나 복지 등 사회적 삶의 기회가 하늘 과 땅의 차이만큼이나 다르다면, 사람들의 지역간 이주를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세계금융질서와 국제무역구조로 인해 희생당하는 지역들을 개발하여야 할 것이 고, 이를 위해 지구적 차원의 획기적인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입니다. 지구적 규모의 마셜 플랜(Global Marshall Plan)이 수립되고, 이 플랜을 실행하기 위한 기금이 지구적 차원에서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일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사람들의 이주를 가로막는 장벽들을 완전히 철폐해야 합니다. 자본이 국경의 장벽을 제 마음대로 넘나들며 수익을 챙길 수 있도록 국민국가들의 규제를 철폐한 것이 경제적 지구화의 핵심인 만큼, 노동자들이 스스로 잘 살 수 있다고 믿는 곳으 로 자유롭게 이동하여 삶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리에 맞을 것입니다. 그 다음에 는, 이주 노동자들에게 노동할 권리와 자본의 지배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를 모국 노 동자들과 똑같이 인정하고, 이 권리를 실현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이주 노동자들의 단결권과 교섭권을 인정하고, 그들의 노동조합 설립을 도와야 하 겠지요. 저는 포럼에서 이런 취지로 발언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교에서 비교 정치학과 라틴아메리카 지역학을 전공하는 어떤 학생이 포럼이 끝난 후에 이메일을 이용해 서 저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누가 그 일을 할 수 있나요? 오늘의 국민국가는 자본의 지구 적 운동을 뒷받침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만들기 위해 골몰할 뿐, 지구적 차원의 마셜 플 랜이나 노동자 이주 제한의 철폐 등의 의제들에는 관심이 거의 없는 것을 뻔히 알고 있는 데, 누가 그 일을 추진하고, 현실성 있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요? 이것이 그 학생이 던 진 심각한 질문의 내용이었습니다. 한 장의 사진 그 질문에 답변을 하기 위해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데, 마침 조간 신문들이 배달되기 시작했 습니다. 누구나 그렇듯이 저 또한 1면부터 훑어보고 있는데, 어느 조간신문 첫 면에 실린 사 진 한 장이 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것은 지난 번 주요8대강국(G8) 정상회담에 반대하는 반(反)지구화 시민단체들의 시위 장면을 담은 사진이었습니다. 그 사진에는 정상회 담이 열린 이탈리아 제노바 시(市)의 두칼레 궁 부근에서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 장면이 생 생하게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그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문득 바스티유 감옥을 둘러싼 프랑스 혁명 시위대와 프랑스 공안당국 사이의 공방을 연상했습니다. 역사의 기록은 바스티유 감옥을 향해 진격하는 시위 대의 혁명가를 전해 주고, 바스티유 감옥의 문이 마침내 열림으로써 프랑스 혁명이 절정에 달했다고 말해 주고 있지요. 제노바의 반지구화 시위대는 아름다운 두칼레 궁으로 진격하여 선진8대강국 정상회담의 정당성을 부정하고, 이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지구화 과정에 종지부를 찍고 싶어했습니다. 오직 자본의 이해관계만을 고려하는 경제의 지구화에 제동을 걸고, 노동과 환경, 가난한 사 람들의 운명, 가난한 지역들에 창궐하는 질병과 빈곤의 퇴치를 고려하는 새로운 지구화를 촉구하고자 했지요. 물론 두칼레 궁전의 문은 열리지 않았고, 시위대의 침입을 저지하는 이 탈리아 경찰의 발포로 한 사람이 죽고, 수 백 명이 부상을 당하고, 또 다른 수 백 명의 사람 들이 체포되었습니다. G8 정상들은 이 시위에 깜짝 놀라고, 사망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 하였다고 합니다만, 바스티유 감옥에서 일어난 일이 제노바 시의 두칼레 궁에서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문제의 사진에는 시위대들이 서로 엉켜 있는 장면과, 그들이 들고 있는 깃발들이 선연하 고, 그들에게 쏘아대는 최루탄 연기가 자욱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 깃발들 때문이었을까 요? 저는 이제까지의 지구화에 단호하게 반대하고 새로운 지구화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시위 를 사진으로 보면서 아주 좋은 예감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의 여대생이 저에게 던진 질문에 대한 대답이 조금씩 구상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학생에 게 이메일로 이렇게 썼습니다. 경제의 지구화를 실현시킨 세계금융질서와 국제무역체제, 그 리고 그것을 국민국가 차원에서 뒷받침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들로 인하여 희생당하는 사람 들이 "그 일"을 할 수 있는 당사자들이라고요. 그 사람들의 네트워크를 가리켜 시민사회라 고 한다면, 저는 그 낱말을 사용하고 싶다고 썼습니다. 저는 시민사회가 각국 정부에 압력을 행사하여 지구경제를 정치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지구정치를 조직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여 말했습니다. 저는 이러한 일이 아주 가까운 시기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지는 않습니다. 시간이 걸리 겠지요. 경제의 지구화로 인해 희생당하는 사람들이 문제 해결의 장본인으로 나서서 그들의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삶의 개선을 위해 힘을 모으는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보아도 좋 을 것입니다. IMF와 세계은행의 연석회의가 열렸던 2000년 시애틀에서의 시위, 지구화 전도 자들의 고급 포럼과 사교 모임이 열렸던 2001년 스위스 다보스에서의 시위 등등과 더불어 제노바 시위는 이 시작을 알리는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절반의 성공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10만 명이 넘는 시위대가 세계 각국으로부터 제노바 시에 집결하여 정상회담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엄청난 압력을 행사했다 는 것 자체가 중요합니다. 전세계 언론의 각광을 받으며 G8 정상회담의 중요성과 정당성을 과시하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고, 다음부터는 이 회의를 비공식 회의로 격하해서 시위대 가 몰려들기 힘든 산간벽지에서 개최해야겠다는 푸념이 나왔다는 것은 결코 범상한 일이 아 닙니다. 사회 문제와 환경 문제,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과 가난한 지역들의 개발에 관심을 두 지 않는 G8 정상들은 이제 자기들끼리 숨어서 회의를 진행하여 정상회담의 정당성을 스스 로 부정하거나, 아니면 지구화의 기제와 이정표를 수정하기로 합의하여 전세계 민중이 환호 하게 하거나 선택을 하여야 할 것입니다. 바스티유 감옥이 무너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프랑스 구체제가 지속되던 시 기는 참으로 암울했습니다. 바스티유 감옥은 이 암울한 시기를 살았던 사람들의 힘이 축적 되어 무너진 것입니다. 그것이 프랑스 혁명 시위대의 감옥 진격으로 극적으로 표출된 것이 지요. 저는 경제의 지구화를 기획하고 전개하는 두칼레 "요새" 앞에서 벌어진 시위에서 이 와 같은 극적인 전환의 기미를 읽었습니다. 메이드 인 G8 지난 번 G8정상회담은 여러 가지 재미있는 용어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메이드 인 G8"이라 는 말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높이 4m에 달하는 콘크리트 장벽을 9km나 설치하여 요새로 바뀐 두칼레 궁 앞에서 시위대 한 사람이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지고 시위가 소강 상태에 빠 져들자 사람들은 애도를 표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시위에 참여했던 몇몇 사람들은 인근 공원 에서 붉은 색 꽃을 꺾어와 사망자가 쓰러져 핏자국이 남아있는 지점에 임시 추모 장소를 마 련했고, 또 어떤 사람들은 그 핏자국 위에 "메이드 인 G8"이라는 쪽지를 남겼다고 합니다. 저는 여기서 제노바 시에서 벌어진 반지구화 시위가 왜 경찰의 발포로까지 이어질 정도로 폭력화되었는가를 분석할 마음은 없습니다. 그러나 몇몇 사람들이 분노와 전율 속에서 써 놓은 "메이드 인 G8"이라는 글귀는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그것은 정상회담이 남긴 결실과도 관련되어 있습니다. 지난 번 G8 정상회 담이 채택한 공동성명에는 에이즈 퇴치를 위한 특별기금 13억 달러를 마련하겠다는 결의 이 외에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지구화는 계속 되어야 한다는 결의가 확고하게 표명된 데 반해서, 지구화가 가난한 나라들의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이익이 되도록 하자는 결의는 너무나도 막연해서 G8 정상들도 그것에 대해 희미한 기대를 가질 뿐, 확신은 없는 것 같다는 인상을 남겼습니다. 교토 기후협약의정서 이행을 둘러싸고 미국과 다른 선 진강대국들 사이에 그 동안 조성된 이견은 전혀 조정되지 못했습니다. 미국이 천문학적 비 용을 지출하여 구축하고자 하는 미사일방어체제에 대한 의견 차이도 역시 조정되지 못했습 니다. 이 계획이 추진되면 국가들 사이에 엄청난 군비경쟁이 일어나 사회 문제와 환경 문제 를 해결하기 위한 기금을 조성할 길은 점점 더 멀어질 뿐인데 말입니다. 자본의 지구적 운동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놓았다면, 경제의 지구화로부터 비롯되는 문 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구체적인 방안을 내 놓는 것이 결자해지의 원칙에 맞는 일일 것입니 다. 오늘날 지구경제는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들을 거의 매일이다시피 만들어내 고 있습니다. 지구적으로 얽히고 설킨 지역 경제들 가운데 어느 하나가 정상상태로부터 이 탈하면 다른 지역 경제들이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되어 있지만, 경제의 지구화를 주도한 국 가들은 이렇다 할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무책임한 일입 니다. 경제에 대한 정치적 규율이 없고서는 경제가 사람들의 삶에 이바지하지 못하고, 경제논리 가 인간의 삶을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이 시장경제의 역사가 말해 주는 교훈이지만, 국민국가 의 정치적 통제로부터 벗어난 자본을 국민국가의 정부들이 어떻게 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 는 것이 섣부른 일일는지 모르지요. "메이드 인 G8"은 이제까지 전개되어 온 지구화의 논리 에 대한 절망과 분노를 표현하는 말로 새겨지는 것 같습니다. "정당한 이유 없이 10만-15만 명이 몰려드는 시위는 없다" 그래도 저는 아직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프랑스 대통령 자크 시라크는 지난 번 G8 정 상회담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10만-15만명이 몰려드는 시위는 없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G8 지도자들 가운데 반지구화 시위에 대해 이처럼 강력한 공감을 표한 사람은 그 이외에는 없었습니다. 마리-조르주 뷔페 프랑스 체육장관은 "갈수록 대중과 격리돼 가는 G8 정상회담은 중단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그녀는 "나는 이와 같은 일이 있어서는 안되며 정치 지 도자들과 시위대들이 마주 앉아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 녀는 "나는 폭력을 행사한 소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가 이러이러한 방식으로 움직여 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다수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전제하고, "각국정부는 `남북간 불균 형을 심화시키고 혼란을 가중시키는 세계화'가 아니라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의 필요성 을 주장하는 다양한 단체들의 의견을 받아들여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합니다(인용은 한 겨레 2001년 7월 23일자 국제면 참조). 저는 정치지도자들이 이렇게 발언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민사회는 마리-조르주 뷔페 장관 같은 지도자들을 더 많이 선출하여 의회와 행정부에 진 출하도록 도와야 하고, 지구화의 성격과 과정을 바꾸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언젠가 저는 지금과 같은 지구화는 10년 안에 종식되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 렇지 않으면 생태계와 민중은 생명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더 이상 갖지 못할 것입니다. 오 늘 우리가 경험하는 경제의 지구화는 종식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시민사회의 확신입니다. " 정당한 이유 없이 10만-15만 명이 몰려드는 시위는 없다"는 자크 시라크의 말이 경제의 지 구화를 주도해 온 정치지도자들의 뇌리에 새겨지기를 저는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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