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돈의 에세이
Kang Won-Don's Essay

2020/04/14 (22:06) from 211.197.6.114' of 211.197.6.114' Article Number : 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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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국가’의 등장과 민주적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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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국가’의 등장과 민주적 통제

강원돈 교수(한신대 신학부/민중신학과 사회윤리)

코로나19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과 방역은 단연 돋보였다

아직 말하기가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은 어느 정도 통제되고 있는 것 같다. 우한 출신 중국인 여성이 코로나19 감염 1호로 확진된 이래, 방역당국은 발 빠르게 대응하여 진단키트를 개발하는 등 신속한 검사 채비를 갖추고, 첨단정보기술을 활용하여 감염자와 접촉자를 추적, 색출, 격리, 치료 등의 조치를 확실하게 취했다. 정부는 감염병 확산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와 개인위생 수칙을 계몽하여 이를 지키게 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팬데믹으로 치달은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을 저지하고 이제는 신규 감염자 발생이 하루 50건 이하로 떨어지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방역 역량을 조직하고 방역 조치를 시행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리더십이 빛을 발했고, 시민들의 참여와 협력이 단연 돋보였다. 사람들이 모여 밀접하게 접촉하는 것이 감염병 확산의 도화선이 되기에, 학교의 문을 닫게 하고, 야외 집회와 실내 집회를 삼가게 하고, 유흥업소의 영업을 금지하는 강제적인 조치가 취해지기도 하였으나, 이러한 행정조치는 시민들에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거의 저항과 반대가 없었다. 현장 예배집회 금지 조치는 일부 목회자들과 신도들에게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으나, 거의 모든 교회가 현장 예배집회를 자발적으로 온라인 예배로 대체하였고, 국가가 감염 예방 수칙을 지키지 않은 채 현장 예배집회를 강행한 교회들을 향해 몇 차례 계도와 권고 끝에 현장 예배집회 금지 명령을 내린 것도 대다수 교회들이 큰 반발 없이 받아들였다. 국가가 코로나19 감염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들의 협력을 호소하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방역에 참여하고 시민 역량을 최대한 발휘했다. 국가와 시민사회가 서로 협력하여 민주적으로 재난을 극복하는 모범이 창출된 것이다.

코로나19 감염병에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국민이 보여준 연대 의식은 참으로 놀라웠다. 무수히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코로나19 감염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대구로 갔고, 거의 모든 시민들이 외출을 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는 불편을 감수했다. 이러한 연대 의식은 고난과 억압을 함께 견디고, 함께 힘을 합쳐 민주화를 이루어낸 역사적 경험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연대적인 시민 의식이 살아 있기에 시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스스로 지키고 일상생활을 비교적 자유롭게 누리면서도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을 막는 데 크게 이바지한 것이다.

그 결과는 실로 놀랍다. 수많은 국민이 이제는 선진국이 부럽지 않다는 의식을 갖게 되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는 일을 서슴지 않았던 독일, 프랑스, 미국 등 선진국 정부 수반과 장관들과 고위직 관리들이 우리나라의 리더십과 방역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 국민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른바 선진국가들에서는 방역을 위해 시민의 자유와 기본권들이 광범위하게 제한되고 있다

이미 널리 알려져 있기에 길게 이야기할 필요도 없지만,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미국 등지에서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대규모 봉쇄조치가 시행되고 있고, 영국과 독일에서는 소규모 상점들마저 전면 봉쇄하는 조치와 함께 두 사람 이상 모이는 것을 금지하는 접촉제한 조치가 취해졌다. 자유권을 지상 최고의 가치로 여겨 왔던 국가들에서 사람의 자유와 기본권을 극단적으로 제한하는 행정명령이 갑자기 전면적으로 시행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서구 여러 나라들은 거칠고 투박한 ‘방역국가’로 전환되었다.
  
‘방역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모든 것을 부차화하고 유보할 수 있다고 선언하는 국가이다. 방역국가의 주체는 단연 행정부이다. 코로나19 감염병이 팬데믹으로 발전하면서, 국가 폭력을 독점하고 이를 행사할 수 있는 행정부의 주도권이 두드러지게 되었고, 심지어 독재의 경향이 나타나기까지 했다. 국민의 대표가 파견받아 구성한 의회가 행정부를 견제하지 못하고, 국가 운영에서 그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는 국면이 연출되고 있다. 만일 신체의 자유, 이동의 자유, 집회의 자유, 직업의 자유, 영업의 자유, 주택의 보호, 사생활 보호 등 시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제한하는 정부의 행정명령이 법률에 근거하지 않는다면, 정부의 명령은 당연히 무법 행위이고, 헌정질서를 유린하는 폭거가 될 수 있다.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에 대한 국민의 불안과 두려움을 악용하여 시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광범위하게 제한할 수 있게 하는 법률을 제정하고 헌법을 개정하려는 시도가 헝가리, 폴란드에서 일어났고, 일본에서도 그러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방역국가’가 가차 없이 취하는 대규모 봉쇄 조치의 비용은 천문학적이고, 방역을 위해 시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광범위하게 제한하는 일은 정당화되기 어렵다. 봉쇄조치로 인하여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과 조업을 단축하거나 신용 등급 하락 판정을 받은 기업들을 구제하기 위해 퍼부어야 할 화폐와 신용의 양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다.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재난에 대처하기 위해 의회의 승인을 얻어 재정 수단을 마련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손 쳐도, 시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광범위하게 제한하는 행정명령은 유럽 여러 나라와 미국 등지에서 심각한 정당성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국가의 성격을 변화시켰다

따지고 보면, 역사적으로 국가는 동질적인 성격을 가진 적이 없었다고 봐야 한다. 까마득한 과거의 일은 일단 차치하고, 중세를 무너뜨리고 절대주의 국가가 창설된 이후의 역사만 살피더라도, 국민의 범죄를 감시하고 처벌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민의 노동과 복지를 관장했던 경찰국가의 서슬이 오래 갈 줄 알았는데, 시민혁명에 의해 절대주의 국가가 무너지자 경찰국가는 간데없고, 국방과 치안을 지켜 시민의 자유를 보장하고 시장에 간섭하지 않는 야경국가가 탄생했다. 이러한 자유주의 국가가 빈익빈 부익부 문제와 공황으로 인해 무너져 내리고 난 뒤에는 사회국가가 세워져 소득의 재분배를 통하여 복지를 확대하여 국민경제 차원에서 공급과 수요의 거시균형을 도모하고자 했다. 그러나 사회국가 역시 자본주의의 축적 모순을 해결하지 못하여 수요 인플레와 경기 침체의 악순환에 빠지자, 공급 중심으로 난국을 타개하자는 명분을 내걸고 신자유주의 국가가 등장하게 되었고, 오늘 누구나 잘 알다시피, 극단적인 약탈경제와 사회적 양극화가 만연하게 되었다.

오늘 신자유주의 국가는 독일 사회학자 하인츠 부데(Heinz Bude)가 진단하듯이 ‘보호국가’로 변모하는 중이다. 그 조짐은 2001년 참혹한 9·11 테러를 겪은 미국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뉴욕의 쌍둥이 빌딩이 비행기 돌진 테러로 폭삭 내려앉으며 무수히 많은 생명이 희생되는 대참극이 연출되면서 미국은 극단적인 ‘보호국가’의 모습을 취하기 시작했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테러로부터 지킨다는 명분을 내걸고 시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고, 정보기관의 도청 및 감청 권한을 확대하고, 테러 혐의자에 대한 영장 없는 체포와 구금, 심지어 고문까지 용인하였다. 자유와 기본권 실현에 중점을 둔 법치질서가 뒷전에 밀리고 안전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이용하여 시민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중시하는 ‘보호국가’가 등장한 것이다. 그래서 9·11 테러 이전과 이후의 미국이 다르다고 말하는 것이다.

‘방역국가’는 ‘보호국가’의 연장선 위에 놓여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해서 시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국가가 방역을 위해 시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제한하고 침해하는 ‘방역국가’가 탄생하고 있다. 자유를 중시하는 국가가 보호 중심의 국가로 전환하고 있는데도,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불안과 공포에 질린 시민들은 ‘방역국가’의 등장이 얼마나 심각한 일인가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도리어 감염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추적하고 색출하고 격리하고 단속하는 ‘방역국가’가 안전을 보장하는 국가로서 신뢰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서구 여러 나라에서 ‘방역국가’가 등장한 것은 사회적 연대가 무너진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것은 1980년대 초 이래 서구 여러 나라에 굳게 뿌리를 내린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비롯된 결과이다. 사회적 지위, 소득, 삶의 전망과 기회 등 사회적 재화가 공정하게 분배되지 않는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연대는 강화될 수 없다. 연대는 정의의 열매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확대되는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 남을 돌보지 않고 각자도생의 삶을 살아가도록 강제된다. 자기만 아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지 않기 위해 스스로 불편을 감수하려고 들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연대 의식이 거의 없다. 삶의 위기와 재난에 공동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현저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국가가 전면에 등장하여 봉쇄령과 접촉제한 명령을 내리지 않고서는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사회적 연대를 무너뜨리는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국가는 각 사람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자유와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과 제도를 치밀하게 만들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를 갖는다. 시민들도 이를 용인하는 태도를 보인다. 통신의 비밀과 사생활 보호를 중시했던 독일에서 코로나19 감염자를 추적하고 색출하고 격리하고 감시하기 위해 스마트폰 정보와 신용카드 거래내역 등을 수집하여 분석하는 한국 방역 모델을 도입하고자 정보통신법을 개정하자는 논의가 공식화되었는데, 독일 시민의 75% 이상이 법 개정에 찬성하고 있다. 만일 정보통신법이 개정된다면, 독일은 강력한 역량을 갖춘 21세기형 ‘방역국가’가 될 것이다.

정부의 ‘방역국가’ 역량은 민주적으로 통제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탁월하고 스마트한 ‘방역국가’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37조 2항의 자유권 제한 규범에 근거한 「개인정보보호법」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감염병 확산을 예방하고 저지하기 위해 민감한 개인 정보를 수집하도록 허용하고 시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광범위하게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가 스마트폰 정보와 신용카드 사용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감염자와 접촉자의 동선을 파악하여 이들을 추적·색출하고 자가격리 조치를 받은 사람들을 감시하는 체제를 구축하였기에 코로나19 사태를 효과적으로 통제하였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이러한 감염원 추적과 색출 역량을 가졌기에 우리나라는 무지막지한 도시봉쇄령이나 외출금지령, 접촉제한령 등을 발동하지 않고도 코로나19 사태를 빠른 속도로 장악할 수 있었고, 세계 여러 나라가 이를 부러워하고 있다. 전자 정보를 활용한 한국의 방역 모델은 21세기 ‘방역국가’의 선구적 모델로 인정되고 있다.

물론 정부가 강력한 방역 역량을 갖추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정부가 방역을 위해 인간과 시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정부는 반드시 감시되어야 하고 통제되어야 한다. 그것은 시민사회와 국회가 맡아야 할 몫이다. 정부가 감염자와 접촉자의 동선을 추적하여 감염경로를 파악하는 능력을 갖추었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감시와 통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만일 정부가 민주적으로 통제되지 않고, 권위주의적이고 독재적인 통치에 나선다면, 그 누구도 정부의 추적과 감시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고, 자유와 기본권을 향유할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방역을 위해 개인의 자유와 기본권을 제한할 때에는 정부의 재량 행위를 최소화하고 자의적인 제한 조치를 취할 수 없도록 그 제한의 목적, 방법, 범위, 정도, 보상 등이 법률로써 명시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자유와 기본권 제한에 관한 포괄적인 법률 규정이 있을 뿐 세부적인 법률 규정이 없어서 자유와 기본권의 본질적 침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신체의 자유, 이동의 자유, 집회의 자유, 직업의 자유, 영업의 자유, 통신의 비밀, 주택보호, 사생활 보호 등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존중받고 보장되어야 할 자유와 기본권을 제한할 때 국가는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야 하며, 그 내용이 세부적으로 엄격하게 규정된 법률에 따라 그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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