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돈의 에세이
Kang Won-Don's Essay

2020/04/20 (14:53) from 221.158.115.246' of 221.158.115.246' Article Number : 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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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이후 책임정치와 정치개혁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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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이후 책임정치와 정치개혁의 과제

강원돈 교수(한신대 신학부/민중신학과 사회윤리)

제21대 총선에서 집권여당 압승의 여러 측면

지난 4월 15일 실시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는 주목할 만한 결과를 내어놓았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그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각각 163석과 17석을 얻어 국회 의석의 60%에 달하는 180석을 얻었고,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84석, 그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19석을 얻어 수구 정치 세력이 103석을 차지했다. 정의당은 지역구 의원 1석과 비례대표 의원 5석 등 6석을 얻었고, 나머지 8석 가운데 열린민주당이 3석, 무소속 의원들이 5석을 가져갔다.

선거 결과를 놓고 보면, 집권여당이 압승을 거두었다. 집권여당의 압승은 수구 보수 세력을 심판하고 그들의 의회권력을 축소시키고자 한 시민들의 정치적 의지가 관철되었기에 가능했다. 팬데믹으로 발전한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이 총선 국면에서 수많은 정치적 의제들을 덮어버리고, 코로나19 감염 사태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정부 역량과 리더십이 좋은 평가를 받은 탓도 있었다.  

수구 정치 세력은 문재인 정권의 경제 실패를 부각시기 위해 “못 살겠다, 갈아보자!”는 1950년대 말의 선거 슬로건을 다시 끌어내고, 집권 여당이 승리하면 나라가 망하고 좌파 독재가 득세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한 선거 전술은 수구 세력을 결집시켰을 뿐 중도층을 거의 설득하지 못했다. 수구 적폐 세력의 지체인 수구 언론 세력은 온갖 마타도어와 가짜 뉴스를 확산시키며 집권 세력을 공격하고 중도 세력을 집권 세력으로부터 분리시키려고 하였다. 그러한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다.

그런데 제21대 총선 결과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대한민국 정치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집권여당과 제1야당의 지역구 당선자는 163석과 84석이어서 거의 2:1의 비율이지만, 득표수는 더불어민주당이 1,600만 표, 미래통합당이 1,400만표에 달해 불과 200만 표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를 보면, 수구 세력이 정치적으로 단단하게 결속되어 있고, 그 힘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그것은 미래한국당의 정당별 득표율이 총 투표수의 33.84%에 달하여 더불어시민당의 득표율 33.35%를 도리어 상회하였다는 데서도 다시 확인된다. 집권여당과 제1야당의 지역구 득표율의 차이는 5~6%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더불어시민당의 정당별 득표율에 열린민주당의 정당별 득표율 5.4%를 더한 범여권 득표율은  통합당 세력의 정당별 득표율을 5% 남짓 넘어설 뿐이다. 지역구 득표율과 정당별 득표율에서 나타나는 양 진영의 지지도 차이는 언제든 뒤집어질 수 있다.

정의당은 실패했는가?

이번 총선에서 정의당이 거둔 성적은 안타까운 점이 있다. 정의당의 정당 득표수는 297만 표에 달하여 득표율 9.67%를 보였고, 이것은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얻은 정당 득표율 7.23%보다 조금 더 높았다. 이로써 정의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한 석 늘릴 수 있었으나, 지역구 의석은 도리어 한 석이 줄어 총 의석은 제20대 국회와 똑같이 여섯 석에 머물렀다.

정의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그 제도의 혜택을 보지 못하고 도리어 손해를 보았다.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그것은 준연동제 비례대표제가 잘못 설계되고 법제화되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였다. 미래통합당이 개정 선거법의 허점을 파고들어 비례대표 의원을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비례대표 의원 선출용 위성정당을 창설하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보이자,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더불어민주당도 같은 길을 걷게 되었다. 이로써 비례대표 의석은 거대 정당들의 위성정당들에 거의 흡수되다시피 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의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의 취지와 원칙을 지켜 비례대표 선출용 정당연합 결성을 거부하고 독자 노선을 걷기로 결정하였고, 그 결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제대로 운영되었을 때 얻을 것으로 예상되었던 것보다 훨씬 더 적은 의석을 차지할 수밖에 없었다.

정의당의 독자노선은 오직 정의당이 이 땅에서 기층세력의 권익을 정치적으로 실현하는 정당으로서 대중적 지지를 받을 때에만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의당은 그런 위상과 역량을 갖고 있지 않았다. 정의당의 뿌리였던 민주노동당처럼 기층대중과 넓은 접촉면을 유지하면서 무상교육, 무상급식, 무상의료 등과 같이 기층대중의 권익 실현에 직접 관련되는 의제들을 선점함으로써 독자적인 정치세력으로서 영향력을 최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정의당이 더불어민주당의 ‘2중대’ 노릇을 한다는 언사가 설사 불순한 의도를 갖는 과도한 표현이라 할지라도, 정의당이 대중적 기반을 갖는 독자적인 정치세력으로서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에둘러 말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정의당이 냉정한 현실주의적인 안목을 갖고서 녹색당, 민중당, 기본소득당 등등을 아우르는 선거연합 전술을 주도하면서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극우 보수 세력에 맞서는 선거정당연합을 결성하는 정치력을 보였다면, 정의당과 진보적인 소수파 정당들의 의회 진출 기회가 좀 더 커지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제21대 총선이 공화주의적이고 민주적인 정치세력들이 서로 힘을 합쳐서 의회권력을 최대한 장악함으로써 수구 세력을 고립시키고 그들의 의회권력을 최소화하는 과정이라고 인식하였다면, 그러한 선거전술을 선택하는 것이 마땅한 것이 아니었겠는가?

집권여당이 걸어야 할 책임정치의 길

집권여당과 그 위성정당은 국회 의석의 60%를 차지하였기에 이제는 국정을 확실하게 견제하고 지지할 역량을 갖추게 되었다. 집권여당이 마음을 먹으면, 그 어떤 법이라도 제정할 능력을 갖게 되었고, 이에 대한 야당의 그 어떤 저항도 무력화시킬 수 있게 되었다. 적폐세력의 방해로 인하여 시민단체들과 사회세력들의 요구를 정치적으로 실현시킬 수 없었다는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다.

이제 정부와 여당은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법제화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능력을 갖추었다. 역사상 유례없이 큰 권능을 확보한 집권세력은 무엇보다도 시민들과 사회세력들의 목소리에 겸허하게 귀를 기울이고, 전망과 안목을 갖고서 그들의 요구와 이익을 최대한 반영하는 입법의 길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것은 동시에 책임정치의 길이기도 하다. 집권세력이 엄청난 집행 권력과 입법 권력을 가졌기에 집권 세력의 정책과 그 집행의 결과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시민세력들과 사회세력들, 야당과 언론의 강력한 비판에 고스란히 노출될 것이고, 집권세력의 정책 실패는 강력한 사회적 저항과 정치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오늘 집권세력이 할 일은 많다. 언론개혁, 검찰개혁, 사법개혁, 교육개혁 등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 뜨거운 이슈가 되었던 의제들이 집권세력에 고스란히 넘겨졌다. 집권세력이 우선순위를 정하여 이 의제들을 제대로 다루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필자는 무엇보다도 먼저 집권세력이 팬데믹 이후 우리나라 경제를 재구성하는 방안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우리 사회에서 작은 사람들의 삶의 기회와 복지를 획기적으로 보장하는 방안을 밝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 방안들을 실현하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것이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인해 전세계가 빠져 들어간 경제 위기의 징후 아래서 불안해하는 국민을 안심시키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고 오늘 최선을 다해 일하고 살아가게 하는 길일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집권여당이 압승을 거두었다고 하지만, 극우 보수 세력이 강하게 결속하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집권세력의 실패는 극우 보수 세력을 전면에 등장시켜 정치의 퇴행을 다시 부추길 위험이 매우 크다. 그렇기에 집권세력이 엄청난 힘을 가지면 가질수록 그 책임이 크다는 것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진보적인 정치세력이 의회에 더 많이 진출하게 만들자

필자는 이번 총선이 극우 보수 세력과 부르주아 민주주의 세력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부르주아 민주주의 세력에 압도적인 의회권력을 맡겼다고 평가한다. 따라서 자유와 기본권을 보장하는 법치주의적 헌정질서에서 우리 사회를 발전시키고 재구성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사회적 입장들과 정치적 견해들이 제시되고, 서로 각축을 벌일 수 있는 여건이 무르익었다고 본다. 시민단체들, 사회단체들, 정치단체들에서 벌어지는 의견투쟁은 우리 사회에서 이념적 분화를 촉진시킬 것이다.

우리나라 정치에서 더불어민주당 오른 쪽에 극우 보수 세력이 강력하게 포진하고 있는 데 반해, 그 왼쪽에 있는 진보적인 정치세력들은 지극히 왜소하다. 제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왼쪽에는 여섯 명의 정의당 의원들이 앉게 될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극우 보수 세력보다는 진보적이지만, 그것은 오직 상대적인 의미에서만 그렇다. 극우 보수 세력은 판에 박힌 말투로 더불어민주당이 좌파정당이라고 비난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극우 보수 세력의 눈에만 좌파정당일 뿐이다. 정치 이데올로기 지형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자유주의적이고 보수주의적인 정당이다. 따라서 한국 정치는 극우 보수 정당과 중도 우파 정당이 의회 권력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한 세력들이 더 많은 사회적 연대, 더 많은 생태학적 정의, 더 많은 민주주의와 참여를 구현할 수 있도록 한국 사회와 국가를 혁신하겠다는 의지가 클 리 만무하다. 정규직 노동자들, 비정규직 노동자들, 노동자도 아니고 자영업자도 아닌 특수직 종사자들, 자영업자들, 농민들, 페미니스트들, 정체성 집단들, 생태주의자들 등등이 사회적 요구들을 관철시킬 수 있는 정치단체들을 결성하고 의회에 진출하지 않고서는, 극우 보수 정치와 중도 우파 정치에 포획된 한국 사회를 혁신할 수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왼쪽에 진보적인 정당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하려면 정당별 득표율이 국회 의석 배분에 비례적으로 반영되는 명실상부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확립되어야 한다. 만일 그러한 제도가 이번 총선에서 시행되었다면, 정의당은 300석의 대한민국 국회에서 29석을 차지하였을 것이다. 기괴하기 짝이 없는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정의당이 6석을 차지하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해 보면 엄청난 차이가 있다.

국회 의석의 60%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이 정치의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한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로 마음을 먹고 이를 법제화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그럴 마음을 품지 않는다면, 시민사회와 사회단체들이 나서서 압력을 가하여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수용하도록 해야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수립되면, 자유와 기본권이 보장되는 법치주의적 헌정질서에서 계급적 의제들과 젠더적 의제들, 생태학적 의제들이 사회적 합의와 정치적 합의를 거쳐 제도적 해결책을 찾는 좀 더 진보적인 사회가 동터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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