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돈의 신학아키브 뉴스
Kang Won-Don's Social Ethics News

2003/12/04 (20:55) from 211.41.241.103' of 211.41.241.103' Article Number : 139
Delete Modify 강원돈 (kwdth@chollian.net) Access : 78983 , Lines : 25
공저 "동서양 생명사상과 21세기 대안문화 형성" 발간
 이번에 저와 권진관 교수, 정미현 박사, 차옥숭 교수가 함께 집필한 "동서양 생명사상과 21세기 대안문화 형성"(다산글방 2003)이 발간되었습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한국학술진흥재단의 2000년도 인문학육성 지원사업(과제번호 B10106)의 지원을 받아 연구된 논문들입니다.
 이 글들을 이끌어간 문제의식과 내용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본 연구는 동서양 생명사상의 전개과정과 그 특질을 밝혀내고, 그 연구 성과의 기반 위에 생명학의 관점과 틀을 세움으로써 시장논리와 물질주의로 축소되고 있는 오늘의 문명을 비판적으로 극복하고 21세기 대안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사상적 기반을 확립하자는 큰 틀에서 구상되었다.

 이러한 구상은 다음과 같은 인식에서 비롯되었다.

 첫째, 21세기를 위한 대안문화 형성을 위한 연구는 현대 문명을 지배하는 원리들과 그 표현형태들이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약속할 수 없다는 인식 때문에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실로 21세기는 인류 문명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가, 아니면 파국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가를 가늠하는 중대한 시기가 될 것이다. 21세기의 벽두는 경제의 지구화와 신자유주의의 전면적 확산으로 성격화되고 있다. 지구화 과정은 금융과 무역을 지구적 차원에서 개편하고, 정보혁명과 생명공학의 발전에 힘입어 이제까지 인류가 도달하지 못했던 새로운 문명을 열 수 있다고 약속하는 것 같다. "지구화"라는 말이 통용되기 이전에도 자본의 팽창논리로 인해 인간과 인간의 관계, 인간과 자연의 관계, 인간의 내면적 의식에 중대한 변화가 있었지만, 오늘의 지구화 과정은 자본주의적 정신이 인류 문명을 형성하는 유일한 원리인 것처럼 보이게 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제도들은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으며, 생명과 삶에 대한 전통적인 이해들과 지혜들도 더 이상 쓸모 없는 과거의 유산으로 치부되곤 한다. 그러나 자본의 증식논리는 암세포의 이상증식(異狀增殖) 현상과 닮은 점이 있어서, 암세포가 결국 개체의 생명을 종식시키는 것과 똑같이, 인류의 문명을 결국 파멸시키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현대 문명의 지배논리에 대항하는 대안적 관점을 밝히는 것은 우리 시대 최대의 과제라 할 것이다. 대안의 모색은 암세포가 상징하는 죽임의 문명을 넘어서서 살림의 문화와 그 생명사상적 근거를 명확히 밝히는 데서 출발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21세기 대안문화 형성을 위해서는 생명과 삶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틀이 필요하다.
 21세기 벽두에 지구화 과정이 동반하고 있는 위기는 현대 서구 문명의 위기가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대 서구 문명의 위기는 생명과 우주삼라만상을 종합적인 관점에서 보지 않고 이를 인식론적 주객도식과 과학 기술적 지배-피지배의 관점으로 보는 데서 비롯되었다. 그리하여 현대 서구 문명을 이끈 공업주의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파국으로 몰아넣었을 뿐만 아니라 인간과 인간의 공동체 관계도 파괴하였다. 현대 서구 문명의 밑바닥에 깔린 권력강박은 자본주의적 축적팽창 논리와 결합하여 지구 곳곳에서 사회적 약자들과 약소민족들, 그리고 인류 생존의 자연적 기반인 생태계의 안정을 희생시키고 있다.
 오늘 지구적 차원으로 확산된 서구 문명의 위기를 극복하고 지구적 차원의 문제들과 도전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생명과 삶에 대한 이해의 틀, 곧 생명학을 새롭게 정립하여야 할 것이다. 생명학은 생명과 삶의 이해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Paradigm)이다. 그것은 인간과 자연의 생태학적 연관을 고려하고, 생명이 표현되는 삶의 여러 가지 차원들, 곧 삶의 정치학적, 사회학적, 경제학적 차원들을 역사적으로 살피며, 삶의 의미와 가치를 종교적, 철학적으로 규명하는 종합적인 학문일 것이다.
 셋째, 21세기 대안문화의 방향과 원칙을 제시하는 생명학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생명과 삶에 대한 동서양의 심오한 이해들을 포괄적으로 수용하면서 이를 개방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동양과 서양 사상의 맥락은 그 동안 여러 가지로 연구되어 왔지만, 동서양 사상의 맥락을 생명 개념을 중심으로 천착하는 일은, 특정 주제에 대한 산발적인 연구를 제외하면, 아직 시도되지 않은 연구 영역이다. 이 처녀지와도 같은 방대한 연구 영역을 섭렵하는 일은 동양과 서양의 생명사상과 그것에 기반을 둔 문화 형성 원리를 명확히 드러내고 이 둘을 종합하여 21세기 대안문화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 반드시 수행해야 할 우리 시대의 연구 과제이다.   

 이번에 내어놓는 논문들은 위의 구상을 펼쳐나가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기초적인 연구 성과들이다. 여기서는 동서양 생명사상의 전개과정을 총체적으로 다루지는 못했고, 한국의 무교, 중국의 노자 철학, 중세 기독교 신비주의, 현대 과정신학 등에 국한하여 각 사상의 틀에서 생명이 어떻게 이해되고 있는가에 중점을 두고 연구하였다. "한국 巫에서 살펴본 생명사상"에서 차옥숭은 무에 나타난 소통과 나눔의 원리가 한국 巫 전통에서 엿볼 수 있는 생명사상의 원형임을 부각시켰다. "노자의 생명사상"에서 강원돈은 춘추 말기 사상가로서의 노자가 고대 중국 농경인의 생식 숭배와 생명력 존숭을 도의 개념에 담아 철학화하였음에 주목하고, 도의 玄德에 담긴 모성원리가 곧 폭력 없는 새 문명을 뒷받침하는 생명의 원리라고 해석하였다. "중세 신비주의와 생명문화"에서 정미현은 중세 신비주의의 계보를 살피며, 신비 경험의 핵은 생명 관계들의 유기적 연관에 대한 체험임을 명확히 밝혔다. "서양 철학에서의 생명사상"에서 권진관은 서양 철학사에서 생명 사상이 어떤 계보를 그리며 면면히 발전되어 왔는가를 살피고, 화이트헤드의 유기체 사상에 서양 생명 사상의 정수가 무르녹아 있음을 밝혔다.
 연구 대상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동서양 생명사상의 전개과정을 전체적으로 밝히고 이를 비교·분석하는 가운데 21세기 생명사상의 큰 얼개를 전망하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동서양의 주요 사상들의 생명 이해를 연구하는 작은 발걸음을 떼어놓은 것에 연구자들은 기쁨을 느낀다. 본 연구에 참여한 연구자들은 이와 같은 연구 성과들이 꾸준히 쌓여서 이를 바탕으로 하여 생명 연구의 사상적 기반과 방법론이 체계적으로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03년 12월 4일

강원돈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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