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돈의 설교
Kang Won-Don's Sermons

2001/03/04 (17:13) from 210.120.177.79' of 210.120.177.79' Article Number : 29
Delete Modify 강원돈 (kwdth@chollian.net) Access : 9963 , Lines : 81
메시아는 기적이나 표적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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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첫째 주일

마태 4,1-11
메시아는 기적이나 표적을 보이지 않는다

사순절 첫째 주일의 성서일과가 예수의 시험사화(試驗史話)라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오늘은
예수의 시험사화가 그의 뒤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주는 교훈을 생각해 보기로 한다.

1. 예수가 세례를 받고 공생애를 시작하였을 때 그는 영의 인도를 받았다. 그것은 영을 통해
그와 하나님 사이에 어떤 틈도 없었다는 뜻이다. 마귀의 등장은 이와 같은 하나님과 예수의
관계가 위협받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마귀가 예수를 유혹하여 하나님을 버리고 자신의 권세에 복종하려고 시도한 곳은 광야다.
성서 전통에서 광야는 시련과 시험이 일어나는 곳이었다. 히브리 사람들이 40년 동안 유랑
하며 시련을 받으며 하나님과 모세를 원망하기도 하고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 의심을 품기도
했던 곳이 바로 광야였다.
 그곳에서 예수는 40일 동안 금식을 해서 허기가 저 있었다. 이 극한상황에서 그의 의지는
약해졌을 것이다. 마귀는 바로 이런 예수를 유혹했다. 그러나 예수는 마귀의 유혹을 이겨내
고 자신이 하나님과 하나되어 있는 메시아임을 드러냈다.

2. 예수의 시련은 세 가지로 묘사된다. 첫째는 돌을 빵으로 만들라는 마귀의 유혹이다. 그렇
게 하면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임을 인정해 주겠다고 마귀는 약속했다. 허기가 진 예수는 귀
가 솔깃해졌을 수 있다. 주변에서 매일 보는 가난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흔한 돌을 빵으로
만드는 기적을 일으켜 사람들을 끌어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음직도 하다. 그러나 예
수는 이 유혹을 물리쳤다. 그는 신명기 8장 3절을 인용하여 "사람이 빵만으로 사는 것이 아
니라, 하나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으로 산다"고 외쳤다.
 둘째 시험은 하나님의 아들로서 하나님의 권능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음을 보여 달라는
내용이다. 하나님의 아들은 예루살렘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려도 천사들이 받쳐 주어 발을
상하지 않을 수 있다고들 하는데(참고 시편 91,11.12), 그것을 보여줌으로써 하나님의 아들임
을 입증하라는 유혹이다. 예수는 "주 너의 하나님을 시험하지 말라"는 신명기 6장 16절을
인용하며 이 유혹도 물리쳤다.
 셋째 시험은 마귀의 권세에 굴복하면 온 세상을 지배하는 주권을 주겠다는 유혹이다. 권
력이 얼마나 굉장한가는 보통 사람들도 잘 안다. 권력을 가지면 자신의 의지를 가장 빠른
시간 안에, 가장 넓은 공간에 걸쳐 관철시킬 수 있지 않은가? 그러나 예수는 이 유혹마저
물리쳤다. 그는 "사탄아! 물러가라" 하고 외친 후 "주 너의 하나님을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
겨라" 하는 신명기 6장 13절의 말씀을 인용했다.
 이 세 번의 시험을 통해 예수가 보여준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마지막 셋째 시험에 잘 나
타난다. 그는 오직 하나님에게 순종함으로써 그와 하나님 사이에 아무런 틈이 없음을 보여
주고, 그런 의미에서 자신이 하나님의 아들임을 보여 주었다. 그는 기적이나 표적이나 권세
를 가지고 자신이 메시아임을 드러내지 않고, 오직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고 그 뜻에 따라
사는 자로서 메시아의 직무를 수행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3. 예수의 시험사화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예수의 시대에도 그렇지만 우리 시
대에도 사람들은 메시아를 자처하는 사람에게 기적과 표적을 구하는 습성이 있는 것 같다.
뒤집어서 말하면, 어떤 기적이나 표적을 보이는 사람을 능력 있는 자로 인정하고 그를 추종
하는 태도가 있는 것 같다. 예수는 이 점을 꿰뚫어 보고 있다.

3.1 마태복음 24장 24절을 보면, "거짓 그리스도들과 거짓 예언자들이 일어나, 큰 표적들과
기적들을 행하여 보여서, 할 수만 있으면, 선택받은 사람들까지도 홀릴 것이다"고 한다. 24
장 24절은 마태의 묵시록에 속하는 구절로서 마지막 때에 나타날 일들을 내다보는 내용으로
되어 있는데, 이 구절은 오늘 우리에게 많은 것을 경고하고 있다.
 세상이 살기 어려워지고, 미래가 암울해져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불안한
마음을 떨치기 위해 영험한 사람들을 찾아 나선다. 엄청난 헌금을 하면서 소위 "예언기도"
를 받기도 하고, 기적이나 표적을 보이는 사람의 권위를 인정하여 거기에 맹종하기도 한다.
이런 심리적 상태에서는 일시적으로 불안을 떨칠 수 있을는지 모르지만, 신앙의 자유는 잃
고 만다. 그것은 바른 신앙이 아니라, 미혹이다. 무엇인가에 홀려서 멸망의 구렁텅이가 발
밑에 있어도 그것을 보지 못하고 구렁텅이에 빠지는 형국이라고나 할까?
 표적과 기적을 구하는 사람들은 십자가에 달린 예수를 조롱하며 "성전을 허물고 사흘만에
다시 짓겠다던 사람아, 네가 하나님의 이들이거든, 십자가에서 내려와 보아라"(마태 27,40)고
말했다. 다 아는 바와 같이, 예수는 그러한 기적과 표적을 보여 주지 못하고, 십자가에 달려
숨을 거두었다. 그들은 표적과 기적을 구하는 데 눈이 어두워져서 그들 앞에서 하나님의 아
들이 죽임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였다. 표적과 기적을 구하는 것은 그들 나름대로
메시아를 확인하는 일이었겠지만, 그것을 추구하는 일이 도리어 그들의 눈을 가리고 만 것
이다.
 
3.2 생전에 예수는 표적들과 기적들을 구하는 율법학자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에게 그가 보일
수 있는 표적은 "요나의 표적"밖에 없다고 말했다(마태 12,38-40; 16,1-4). "요나의 표적"이
라는 표현으로 예수가 시사한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그가 악하고 음란한 세대에 의해 죽
임을 당할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이 세대에 하나님의 심판이 임한다는 것이다. 예수의 수
난과 죽임당함을 역사적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은 바로 그 수난과 죽임당함을 통해 예수가 하
나님의 아들이며 세상을 지배하는 죄의 세력들을 심판하였음을 안다. 이것이 예수의 뒤를
따르는 사람들이 마음에 간직해 두어야 할 "요나의 표적"이다.

4. 예수는 마귀의 세 가지 시험을 이겨내고 하나님에게 온전히 복종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
다. 이것이 신앙의 원형이다. 표적과 기적을 보고 그것을 행하는 사람을 맹종해서는 이러한
신앙의 경지에 이를 수 없다.
 예수는 죽기까지 하나님에게 순종한 사람이다. 겟세마니에서 땀을 핏방울처럼 흘리면서
예수가 하나님께 드렸던 기도를 생각해 보라. "하나님, 이 잔을 저에게서 치워 주십시오. 그
러나 제 뜻대로 마옵시고 하나님 뜻대로 하옵소서".
 예수의 시험사화는 하나님과 예수 사이에 어떤 틈도 없이 하나된 이치가 무엇인가를 우리
에게 잘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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