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돈의 설교
Kang Won-Don's Sermons

2011/05/01 (22:10) from 210.91.50.188' of 210.91.50.188' Article Number :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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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아탄과 핵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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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대학교 신학과 구국기도회 설교
2011년 4월 7일
한신대학교 채플

욥기 41: 1-34
레비아탄과 핵발전소

 지난 3월 11일 일본 동북부 지역에서 일어난 대지진과 뒤이은 쓰나미, 그리고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폭발과 방사능 물질 대량 유출로 인해 일본 사람들은 큰 피해를 보았다. 동북부 지역의 여러 해안 지역들이 초토화되었고, 2만 명 이상의 사망자들과 실종자들이 발생하였으며, 30만 명 이상의 일본인들이 재난을 피해 난민 생활을 하고 있다. 방사능 물질 유출로 인하여 동북부 지역에서는 사람이 살기 어렵게 되었고, 경제 활동이 크게 위축되었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 유출된 방사능 물질은 대양을 극도로 오염시켰고, 세계 곳곳에 죽음의 방사능 낙진을 확산시키고 있다.
 나는 최근 일본을 덮친 대재앙을 보면서 몇 가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1.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오늘 일본 사람들이 겪고 있는 이 엄청난 재난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처해야 할까 하는 것이다.
 지난 3월 12일 여의도 순복음교회의 원로목사인 조용기 씨는 일본 대지진이 “일본 국민이 신앙적으로 너무나 하나님을 멀리하고 우상숭배, 무신론, 물질주의로 나간 것에 대한 하나님의 경고”라고 해석해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여론은 조용기 씨의 말을 전하며 그러한 해석이 매우 부적절하다고 질타했다. 생각이 있는 기독교 신자들이라면 어땠을까? 아마 그들은 일본 대지진으로 시작된 대재앙과 그 희생자들을 보면서 예수의 지혜로운 말씀을 떠올렸을 것이다. 요한복음 9장 1-12절이 그것이다. 사람들은 날 때부터 소경인 사람을 가리키며 예수에게 “저 사람이 저렇게 된 것은 저 사람의 죄 때문이냐, 아니면 그 부모의 죄 때문이냐?”고 물었다.(2절) 그 질문을 받은 예수는 그 사람의 죄 때문도 아니요, 그 부모의 죄 때문도 아니라고 못 박고,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들을 그에게서 드러내시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예수는 날 때부터 소경이었던 그 사람을 고쳐서 빛을 보게 함으로써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을 그들에게 보여주었다.(3절) 예수의 지혜와 이적은 사람들이 죄의 결과라고 단호하게 규정한 것을 뒤집어서 하나님의 영광이 임하는 곳으로 삼은 데서 빛났다. 나는 자연의 대재앙과 그로 인해 촉발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참사를 보면서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본다.
 일본에서 벌어진 엄청난 사태에 직면한 한국인들은 일본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구호 활동과 모금에 나섰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 같기도 하지만 대한해협을 사이에 두고 있는 두 나라 관계를 돌이켜 보면 퍽 의미심장한 일임이 분명하다.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관용구가 잘 말해 주듯이, 한국과 일본, 한국인과 일본인 사이에는 침략과 식민지배, 불충분한 식민지배 청산, 독도문제로 상징되는 일본의 영토야욕 등으로 얼룩진 착잡한 관계들이 이어져 왔다. 이러한 역사적 관계들의 무거움을 벗어던지고 한국인들은 일본인들이 당한 재난에 신속하게 대응하면서 아름다운 휴머니즘과 선린애를 보여주었다. 나는 여기서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의 실마리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 거기서 하나님의 영광이 나타나기 시작하리라.

 2. 일본 동북부 해안지역을 엄습한 대지진과 쓰나미를 보고서 많은 사람들은 자연의 위력 앞에서 인간이 참으로 왜소하다는 것을 실감하였을 것이다. 일찍이 프란시스 베이컨은 “아는 것이 힘이다.”(scientia est potentia)라고 말함으로써 자연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여 자연을 지배하고 착취하는 것에 바탕을 둔 근대적 세계관의 원형을 제시한 바 있다. 마녀에게 고문을 가하여 (억지?) 자백을 받아내듯이 자연을 대상으로 한 온갖 실험과 관찰을 통하여 얻은 지식의 힘으로 자연을 제압하여 인간의 의지에 따라 자연을 지배하는 근대 문명의 문법은 베이컨의 세계관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일본 사람들은 쓰나미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들여 세계 최초로 해안선에 상당한 높이의 해저 방파제를 세웠다고 하는데, 바로 이 방파제가 쓰나미의 피해를 더 키웠다고 하니 자연을 지배하는 권력의 원천으로 간주되어 왔던 인간의 지식이 그렇게 신통한 것이 아니었던 것 같다.
 
 3. 사정이 이와 같은데도 불구하고, 오늘의 과학과 기술은 자본과 결합하여 마치 공중의 권세를 잡은 듯이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행사하려고 든다. 오늘의 세계에서 과학기술체제는 한 마디로 괴물이다. 과학기술체제는 군산복합체만큼이나 다양한 구성원들로 견고하게 조직된 체제이다. 그것은 과학자들과 기술자들, 이윤추구를 기본목표로 움직이는 자본, 정부권력, 과학기술지상주의를 선전하는 지식인들과 여론매체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거대한 네트워크 권력체이다. 과학과 기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전문가임을 자처하지만, 그들의 전문성은 자본의 구심력을 이겨내면서까지 과학과 기술이 가져올 치명적인 결과들에 대해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여 여론을 환기하는 일에서도 그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이 점에서는 정부도 여론매체도 마찬가지이다. 과학기술체제는 모든 것 위에 군림하고, 모든 것을 지배하고, 그 지배에 굴복하는 사람들에게 안전하고 풍요로운 삶을 약속한다. 오늘의 원자력 발전소가 꼭 그렇다.
 원자력 발전소를 경영하는 사람들은 “깨끗하고 저렴한 녹색 에너지”를 무제한 공급하여 풍요롭고 편안한 삶을 보장한다고 말한다. 그들은 원자력 발전소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생태근본주의자쯤으로 몰아붙이고, 자본과 기술의 유토피아를 공연히 반대하는 모자란 사람들로 낙인찍고,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기술에 대해 아무런 전문적 지식이 없는 무지한 사람들로 간주하여 대화와 소통으로부터 철저하게 배제시킨다. 어떻게 보면, 오늘의 세계에서 전문가들로 아성을 이루고 있는 원자력산업에 맞서 싸우는 것은 불가능하고 아무 승산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원자력산업은 과학기술체제라는 괴물의 정체를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이다.
 
 4. 나는 원자력산업을 괴물로 연상하면서 욥기 41장 1-34절에 등장하는 ‘레비아탄’을 생각했다. 욥기 41장은 레비아탄의 모습을 갖가지로 묘사하면서 “레비아탄을 보는 사람은 쳐다보기만 해도 기가 꺾이고 땅에 고꾸라진다.”고 말하고,(9절) “그것에게 덤벼들고 그 어느 누가 무사하겠느냐? 이 세상에는 그럴 사람이 없다.”고 개탄한다.(11절) 또한 “땅 위에는 그것과 겨룰 만한 것이 없으며, 그것은 처음부터 겁이 없는 것으로 지음을 받았다. 모든 교만한 것들을 우습게보고, 그 거만한 모든 것 앞에서 왕 노릇을 한다.”(33-34절)고도 했다.
 설사 땅 위에서 레비아탄을 대적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할지라도, 우리 기독교인들은 만물의 창조주인 하나님이 레비아탄과 같은 괴물까지를 포함하여 만물을 그분의 주권 아래 두고 있다는 것을 믿고 있다. 물론 과학기술체제는 하나님의 존재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을 것이고 전능한 과학과 기술의 이름으로 하나님의 존재를 송두리째 부정하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기독교인들은 과학기술체제가 내세우는 무신성의 구호에 맞서서 만물을 창조한 하나님이 만물에 대한 주권을 갖는다는 것을 고백하여야 한다. 우리 기독교인들은 바로 그 신앙고백 때문에 만물을 지배하고자 하는 과학기술체제의 명령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과학기술체제가 하나님을 대신하여 하나님 노릇을 하려고 드는 것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그것은 과학기술체제를 해체하여 과학과 기술을 자본과 권력의 구심력으로부터 벗어나도록 하는 일이고, 자본과 권력을 민중의 통제 아래 놓는 일이다. 오직 그렇게 할 때 우리는 비로소 과학기술체제의 독재로부터 벗어나 생명과 평화가 깃든 새로운 세계를 향하여 나아갈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일본 대지진과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보면서 우리가 다짐해야 할 일이고, 대재앙을 겪고 있는 일본의 친구들에게 전해야 할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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